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1082화 (993/2,000)

34권 35권

지금 아쉬운 쪽이 샤이니였다.

샤이니는 여기 신계가 강탈을 받지 않아서 아무 손상이 없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다.

그러나 다른 두 곳의 신계는 완전히 파괴되었고 중앙핵은 자폭 직전에 빼앗겨 버렸다.

‘적에게 타격을 주고 정기 소모도 확실히 시켰다.

그러나 흑염 세력에게 또 중앙핵을 빼앗겼으니 무승부다.

신족의 여력을 집중시킨 두 곳도 그런 결과인데 가장 약한 여기만 무사하다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영웅황제 아이언은 시큰둥한 표정을 금속 얼굴로 만들고 대답했다.

“나는 이 신계를 함정으로 만들었다.

투기장은 외부에서 파괴하는 것보다 내부에서 파괴하기가 더 힘들지.

흑염 도적단이 중앙핵을 노리고 투기장에 들어왔다면 신계 전부가 거대한 덫이 되어 봉쇄된다.

반드시 여기서 소멸시킬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도적놈들이 차원권능으로 몰래 다가 왔다가 눈치를 채고 정문에서 도주하더군.”

“!?”

“!?”

그 말에 흑염 세력이 왔다 갔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던 신계 주신과 상급 창조신의 안색이 하얗게 얼어붙었다.

투기장의 서열전과 영웅왕이라는 보상에 너무 열중해서 잘못했으면 흑염 도적단이 왔는지도 모르고 뒤통수를 맞을 뻔한 것이다.

놀라는 두 명의 표정에서 대충 상황을 짐작한 샤이니는 자기 생각을 말했다.

“요새를 통한 방어전이나 공성계가 아니었군.

신계를 함정으로 바꾸고 반드시 잡아낼 각오였어.

그러나 적을 함점으로 만든 신계 안에 끌어드리고 봉쇄해도 토벌할 전력이 약하면 전멸이다.

지금 신계의 전력으로는 흑염 도적단을 처단할 수 없다.

전멸 위험을 감수하고 왜 유리한 방어가 아니고 공격을 선택했는가?”

상대가 강하니 신계를 요새로 삼아서 결사항전을 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옳았다.

그런데 아이언은 성을 덫으로 만들고 공격을 하기 위해 끝까지 밀어붙였으니 이상한 것이다.

하지만 아이언의 관점은 아주 달랐다.

“무슨 소리냐?

흑염 도적단은 너희보다 강하다고 하지만 소수다.

성벽에 기대어서 지킬 적이 아니라 대군으로 포위해서 격멸해야 할 상대다.

소수 정예의 적에게 성벽 뒤에 숨는 약한 모습을 보이면 어떻게 이길 수 있지?

대군이라도 서로에게 상대를 미루고 도주하기 바쁠 것인데?

이미 많이 경험했지 않나?”

“......”

그 말에 샤이니의 얼굴이 무섭게 굳어졌다.

이번에도 흑염 세력의 투기와 살기에 질려서 기존 신계의 전신과 투신들이 전의를 너무 빨리 상실했다.

성벽이 무너지자 도주하기 바빠서 시간조차 끌어주지 못한 것이다.

‘신계의 군대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혼란스런 도주로 부상을 회복하고 추적하는 토벌단과 초월자들의 방해까지 되어버린 상황이었다.

이번 무승부의 가장 큰 원인이 바로 신계 군대의 붕괴라는데 아무도 이견을 말하지 못할 정도의 졸전이었다.

“겁에 질린 대군은 통제하기 힘들다.

그러니 넓은 곳에서 도망칠 곳을 막아버리고 일시에 몰아쳤다면 최소한 한 명은 처단했을지도 모른다.

곤란한 얼굴을 보니 여기는 무사하지만 다른 두 곳은 당했는가?

이번에는 일단 연속 강탈은 막았다는 점에 만족하라.”

그 말에 샤이니는 아차 하는 표정이 되었다.

총사령관이면서 공개적인 자리에서 감정을 드러내다니 큰 실수였다.

바로 무표정으로 만들고 생각에 잠긴다.

‘아이언의 방식대로 함정으로 개조한 신계 내부로 흑염 세력을 끌어들여 가두는 방식이라면 막아낼 수 있다.’

다음에 예고해온다면 같은 함정을 도입할 생각을 했지만, 아이언은 분명히 선을 그었다.

“내 방식은 두 번 다시 쓸 생각은 마라.

똑같은 함정에 빠질 정도로 어리석은 짐승들이 아니다.

이번에는 함정의 위기를 눈치채고 그대로 물러갔지만, 다음에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서 덤벼 올 것이다.

그리고 지금 신족은 자신들조차 죽을 줄 알면서 함정에 순순히 들어갈 것 같지는 않으니 헛수고다.”

“......”

그 말에 할 말이 없어진 샤이니였다.

신계 함정에 배치된 군대는 무조건 도망치려고 발악하는 흑염 세력에 전멸을 각오해야 했다.

지금처럼 중앙핵 위주로 털고 도주하는 쟁탈전이 아닌 전멸전이 될 것이기에 대부분의 전신과 투신들이 참전할 것 같지는 않았다.

‘지금 신족의 군대에서 옥쇄를 강요하면 거의 도주한다.’

종족전쟁에서 승리를 위해 적을 유인할 미끼가 되라는 가혹한 명령에도 웃으면서 달려가던 부하들이 너무나 그리워지는 샤이니였다.

‘종족의 운명을 건 전쟁에서 승리를 위한 자기희생은 군신이나 투신으로 당연한 태도라고 생각하고 스스로 그렇게 해왔는데 이들은 너무 달라.’

그런데 현재의 신족들은 평등과 자유에 물들어 전혀 그렇게 하지를 못하고 있었다.

‘개인의 권리까지 생각하니 운용할 수 있는 전략과 전술의 폭이 급감하여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지금 연패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샤이니는 부글거리는 속을 누르고서 영웅황제 아이언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그대는 가능했지 않은가?

그럼 우리도 할 수 있다.”

아이언의 조언을 들었다고 하지만 함정을 만든 것은 신계 주신이었다.

그리고 내부에서 대기하고 있던 결전 병력 십만은 모두 신계의 투신과 전신들이었으니 이런 비난을 받을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영웅황제 아이언은 금속 얼굴로 피식 웃으면서 대꾸했다.

“훗-! 참전 안 하고 도망가면 앞으로의 삶을 재활용 불가능한 쓰레기로 만들어 주겠다고 협박했더니 남았다던데?

평화만 구가하던 군대에 갑자기 죽음의 함정에 같이 들어가서 싸우라고 명령했다.

적보다 약하니 처참하게 죽을 것이 당연하다.

신격하락까지 감수해야 하는데 과연 자의에 맡긴다면 얼마나 남아있을까?

전부 도망을 갔을걸.”

“......”

샤이니도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이렇게 공개적으로 할 말은 아니었다.

실제로 투기장의 관람석에 있던 투신과 전신들의 고개는 부끄러움에 들려지지 않았다.

절망적인 싸움에서 도망치려고 다른 신계에 임관을 알아봤으니 두고두고 수치였다.

아이언은 아무런 감정 없는 말투로 차분하게 말했다.

“신계 주신의 협박이 나쁜 일은 아니다.

그렇게라도 전력을 보존한 덕분에 들어오지 못하고 적이 도망갔지 않은가?

하지만 신계의 멸망이 앞인데 싸워야 하는 의무보다 도망칠 권리를 보장하다니 웃기지도 않아.

그런 것을 용납하니까 중앙핵을 그렇게 쉽게 빼앗기는 거야.

나라면 절대 후퇴를 용납하지 않는다.

신계가 멸망하면 투신도 전신도 살아 있을 이유가 없다.”

지금 아이언의 간단하게 신계의 모든 투신과 전신은 신계를 잃을 바에는 같이 죽으라고 말하고 있다.

진심이 담긴 주장에 말없이 듣고 있던 신계 주신과 상급 창조신, 샤이니까지 할 말이 전혀 없었다.

“......”

“......”

“......”

반론은 없었다.

자의이든 타의이든 모든 병력을 배수진에 처넣은 결과로 여기만 무사하고 모두 털렸으니 누가 올바른지는 결정된 것이다.

“이것도 따라 할 생각은 하지 마라.

너와 나는 상황이 달라.

종족전쟁의 전설의 영웅인 너와 달리 나는 최고 위원회에 막 들어간 초월자이지 않나?

나는 잃은 인망도 체면도 없고 실적이 급하니 독단으로 이런 방식으로 추진했다.

무엇보다 명분을 중시하는 신족이 나와 같은 방식을 정식으로 명령할 수 있겠나?”

평화로운 시기에 자라난 지금 창조신장과 창조신들에게 이런 작전계획을 입안하면 당장 거부될 것을 알기에 샤이니는 이를 악물었다.

‘처음부터 그렇게 했다면 지금처럼 사태가 커지지는 않았다.

지금도 늦지는 않았어.’

이번에 털린 두 곳의 신계는 거의 창조신급이었다.

흑염 도적단이 빼앗은 중앙핵으로 또 얼마나 강해져서 돌아올지 생각만 해도 골치가 아팠다.

그런 고뇌에 빠진 샤이니에게 아이언은 웃으면서 말한다.

“푸후후후후-! 지금 신족 중에서 누가 신계를 위해 목숨을 걸겠는가?

신계 주신조차 거의 없더군.

만약 그런 신계 주신이 있다면 흑염 도적단 전부가 쳐들어와도 신계 주신 혼자서 중앙핵을 빼앗기지 않는 방법을 알려주지.”

“!”

“!”

“!”

흑염 도적단의 공격에 토벌단의 창조신들과 초월자, 거기에 신계 전 병력이 사력을 다해도 못 버티었다.

그런데 신계 주신만으로도 흑염 세력의 중앙핵 강탈을 막을 확실한 수법이 있다는 뜻이었다.

주변의 모두가 입을 딱 벌릴만한 발언이었다.

그러나 아이언은 귀찮은 표정으로 혀를 차면서 말했다.

“쯧-! 아주 간단한 방법이지 않나?

너도 유사한 방법을 알고 있으면서 말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군.

아직 덜 급한 모양이야.

왜 똑같은 적에게 계속 패배하는지 물은 내 질문에 답을 못하는 지루한 통신은 끝내지.

지금 나는 내 군단의 지휘관들을 뽑느라고 바쁘다.

이제 최고 위원회의 위원이니 다음 강탈예고가 된 신계를 알려주면 파견병을 보내서 지켜는 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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