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흑염 세력과 싸웠으면 모를까 아예 쳐들어오지 않았으니 공짜로 최고 위원회의 정식위원이 된 셈이었다.
그리고 다른 두 곳의 신계가 지금 엉망진창으로 당하는 중이었고 한곳에 초월자들이 끼어있었다.
‘초월자 담당 위원이니 저것들도 내 부하이자 책임이 된다.’
초월자들은 지금 흑염 세력과 신계 성벽 밖에서 전투 중인데 지극히 상황이 안 좋았다.
성벽에 자신의 몸으로 도장을 찍고 있었다.
“크허-! 내가 이렇게 약할 리가 없다!”
“너희는 손맛은 있는데 아직 부족하다!”
기세 좋게 결투로 도전하는 것은 좋은데 흑염 세력의 일격조차 제대로 버티지 못한다.
공격을 받을 때마다 여기저기 날려져서 성벽에 박히는 추태를 부리는 중이었다.
퍼어어어억-! 꽈꽝-!
‘초월자들이 흑염 세력의 도발에 자신 있게 성벽 밖으로 나온 것은 좋았는데 말이야.
저러면 안 되지.’
초월자들은 신족과는 비교할 수 없이 험하게 생활한 덕에 흑염 세력의 투기와 살기는 어느 정도 버티었지만, 가진 무력의 차이가 너무 컸다.
‘초월자들이 약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투경험이 많아서 신격보다 전투력은 좋다.’
그러나 초월자들은 대부분 지성체들 사이에서 생활했기에 강한 권능을 사용하는 정신체와 전투경험이 너무 부족했다.
저런 졸전을 보니 왜 최고 위원회가 자신에게 초월자 담당이라는 감투를 주었는지 잘 알았기에 긴 한숨을 쉬는 아이언이었다.
“하아. 한심해라.
저것들도 내 부하이니 패배를 책임지라고 물고 늘어지겠군.
어떻게든 쓸만하게 만들라고 말이야.”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니 요격하러 나온 초월자들과 토벌단이 결국 무너진다.
그다음에는 창조신계에서 비밀리에 계획한 소모전의 절차대로였다.
신계를 방호하기 위해서 신계 주신이 방어벽을 강화를 시키고 거기에 상급 창조신들이 가세하면서 점점 치열한 방어전으로 바뀌어 간다.
몇 배가 강화된 방어벽에 당황한 흑염 세력이 전력공격을 퍼부으면서 하나둘 돌파를 시작한다.
“또 졌어?
이제 될 대로 되라.”
상급 창조신이 다급하게 뺏기기 전에 중앙핵을 자폭시키려 했지만, 신계 주신의 협력 없이 그렇게 쉽게 파괴될만한 물건이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상급 창조신과 신계 주신이 힘을 합쳐서 흑염 세력과 대항을 시작한다.
최후로 중앙핵을 빼앗기자 더 볼 것도 없었지만, 끝까지 전장을 주시한다.
신계의 지원을 받는 신계 주신과 상급 창조신이 결투에서도 우위를 보이지 못하고 있었다.
‘백분 의 일에서 십분 의 일 정도로 힘을 되찾았다.
이제 현세계의 창조신들은 이길 수 없다.’
아이언이 이렇게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와중에 영웅동맹의 서열전에 영웅왕을 욕심내고 슬쩍 참가한 고위신들은 이제 경악하고 있었다.
“이것들은 도대체 뭐야?”
영웅군단의 기계신체들을 벌써 몇 번이나 파괴했는데 원상복귀를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창조력에 가장 뛰어난 신족조차 기겁할 정도로 빠른 수복속도였다.
“아무리 부수어도 정기 변화가 없다.”
더구나 정기 소모가 없는지 변함없는 화력과 권능을 발동시킨다.
권능을 가진 거대한 기계신이라서 미사일이나 검에도 피해를 보게 되니 무시할 수 없다.
약한 권능이지만 무지막지한 물리력과 섞이니 도저히 방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일반공격이 통하지 않을 정도로 장갑이 단단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권능을 최대한 포함한 공격으로 파괴하면 허탈하게도 바로 수리를 하기 시작한다.
파사사사사사사삭-! 쿠쿵-!
부러진 검과 창이 재생되고 잘려나간 기계 팔이 다시 몸체에 붙는다.
그리고 기계신체에 자체적인 수복능력만이 아니라 강화까지 첨부되어 있는지 점점 강해져만 간다.
“재생과 동시에 강화가 되고 있다!”
화우우우우우웅-!
고위신에 파괴당한 기계신체의 눈동자에서 황금빛의 광기가 서린 투기가 품어져 나온다.
온전한 영웅동맹의 기계신체에 비해 전투에 막대한 정기와 신력이 많이 소모한 신족은 이제 슬슬 불리해지고 있었다.
“이건 완전히 가루로 만들지 않으면 끝이 안 나!”
어지간한 공격을 무시하는 강도를 가진 일백 미터의 거대한 기계신을 일격에 가루로 만들어 소멸시키는 일은 주신조차 버거운 일이었다.
이제 권능을 사용하며 피할 수 없을 정도로 지쳐간다.
마지막 수단으로 조종자가 하위 초월자라는 사실을 알고 소멸시킬 각오로 조종석을 노렸지만, 그것조차 통하지 않는다.
“신령이 소멸을 버티고 있다!”
조종자를 노리고 파괴해도 영웅황제 아이언의 이마에 붙어있는 검은 보석에서 빛이 번쩍거리면 바로 되살아난다.
“소멸하지 않는 신령에 자력으로 재생이 가능한 불사불멸의 기계신체라고?”
전투를 장시간 지속하고 있는데 어떤 기계신체도 지치거나 무기가 떨어지는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신족은 정기와 신력이 떨어져 권능의 사용을 점점 못하고 있었다.
덕분에 자신 있게 투입 시킨 주신의 영역에 도달한 후계와 직계까지 지쳐서 속수무책으로 열세로 몰린다.
이렇게 흘러가자 흑염 세력의 강탈예고는 이미 머리에서 떠난 신계 주신과 상급 창조신이었다.
‘기계신체를 가진 초월자들에게 신족이 열세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나?’
신족의 군대를 능가하는 전력과 가능성을 가진 무력집단이 나타난 것이다.
이건 흑염 세력과는 또 다른 비상사태였다.
그러나 영웅황제를 조종하고 있는 아이언은 느긋하게 말했다.
“그렇다.
정기 소모가 없이 자체적으로 재생하는 불사불멸의 기계신체와 싸우고 죽을수록 강해져 가는 용자의 신령!
무상의 정의(無償의 正義)와 유상의 성공(有償의 成功)을 동시에 쥘 기계신체를 조종하는 초월자들의 영웅군단!
이것이 바로 나 은하유성 아이언의 영웅동맹이다.
약자들의 숭배와 강자들의 경애를 모두 양손에 쥘 것이다.”
너무 허풍이 강하다는 느낌이 이제 들지 않는다.
아무리 공격을 받아도 바로 멀쩡하게 재생되는 기계신체들이 전방위로 퍼붓는 화력에 고위신들이 지쳐서 결국 패배하고 있었다.
퍼어어어어어엉-!
기계신체들의 화력이 동시에 작렬하여 투기장에 참전했던 고위신들이 투기장의 전장을 견디지 못하고 관람석으로 튕겨 나간다.
거기에는 신계 주신의 후계와 상급 창조신의 직계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미 신족의 난입은 끝났지만, 아이언은 또다시 부추긴다.
“싱겁군.
재참전도 허락한다.
모처럼 온 성공의 기회를 마음껏 즐기도록 해라.”
흑염 세력은 이미 정문에서 도망갔기에 상황은 끝났다.
그리고 신계에서 결사의 항전을 준비한 신족의 전력은 영웅동맹의 상대조차 아니었다.
아주 실망해서 턱에 오른손을 기대고 왼쪽 다리까지 무릎 쪽에 올리는 아주 편한 자세를 취하는 영웅황제 아이언이었다.
그리고 자신 있게 참전시킨 후계와 직계를 탈락하는 모습을 본 신계 주신과 상급 창조신은 발끈해서 일어섰다.
이건 신족의 명예문제였다.
“내가 직접 나서겠소이다.”
“인정하시리라 믿겠소.”
신계 주신과 창조신의 권능과 무력은 고위신들과 비교할 수 없이 격이 달랐다.
아무리 지치지 않는 기계신체라고 해도 무사하지 못할 테지만 아이언은 승인했다.
독립 신계와 다름없는 영웅황제가 여기 있기에 스스로 전투를 포기하지 않는 한 패배할 수 없었다.
‘저들은 처음에 벌인 서열전에서 무수한 죽음과 부활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온 정예들이다.’
이들이 얼마나 끈질기고 상위 주신 이상과의 전투가 앞으로의 성장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알기에 지극히 태연했다.
“마음대로 해.
서열전이 치열할수록 전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
말릴 이유가 없지.”
지금 조종자들은 최하급 초월자라서 기계신체가 부서지며 죽어도 신격저하가 없다.
오로지 이득만을 볼 뿐이었다.
그렇게 이 자리에 있는 신족 최고의 전력이 움직이려 하는데 갑자기 비상 연락 음이 울린다.
위이이이이잉-!
신계 자아는 다급하게 공개적으로 전달했다.
‘창조신계로부터 긴급연락입니다.
총사령관이신 샤이니 님께서 전황을 보고받고자 하십니다.’
그 말에 흑염 세력의 강탈 사실이 생각난 두 명이었다.
투기장의 전투와 영웅왕에게 정신이 팔려 생긴 엄청난 실수였다.
“헉-! 내가 그걸 잊다니?”
“그러고 보니 예고시간이 넘어갔다!”
이미 예고시간은 한참 지나간 지 오래였다.
신족 최고 책임자 두 명은 흑염 세력이 이미 왔다가 간 사실을 몰라서 당황했지만, 이미 알고 있는 영웅황제 아이언은 턱을 팔에 괸 편한 자세로 말했다.
“상황은 나만 안다.
내가 받겠다.
연결해.”
흑염 세력이 차원권능으로 은신하고 다가와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신계 자아는 잠깐 망설였다.
‘상대는 초월자이니 명령 권한은 없다.’
그러나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존재 중에서 누가 가장 강하고 발언력이 강한지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
더구나 최고 위원회의 위원이면 하위 신계에게 명령권도 어느 정도 있었다.
무엇보다 신계 자아조차 투기장의 파괴를 복구하고 기계신체들을 조사하는데 자원을 모두 써서 외부 상황을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
이것은 지극히 큰 실책이었다.
‘알겠습니다.
연결하겠습니다.’
그래서 바로 대답하고 샤이니의 화상을 띄운다.
지극히 피곤해 보이는 얼굴의 샤이니는 영광의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있는 거대한 영웅황제의 모습에 흠칫 놀랐으나 바로 본론부터 물었다.
“어떻게 아무런 전투 없이 막아냈는가?
아이언.”
그런데 돌아온 아이언의 대답이 가관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유리한 상황에서 똑같은 상대에게 계속 질 수 있나?
샤이니.”
“!”
“!”
발밑에 앉아있던 신계 주신과 상급 창조신이 입을 딱 벌릴만한 도발이었다.
하지만 샤이니는 피곤한 얼굴을 유지한 채 화를 내지 않고 물었다.
“내 질문이 먼저일세.
흑염 도적단의 강탈을 포기하게 만든 이유를 들은 이후에 대답하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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