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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당했던 지옥의 고통이 주마등처럼 한꺼번에 떠오른다.
그렇게 파악한 현세계 지옥의 구조는 간단했다.
‘악령들이 생전에 행했던 악행이나 잘못을 그대로 반복 재현되면서 끝없는 고통을 부여한다.
살인했으면 살해당하고 강간을 했으면 거꾸로 당한다.
그것도 본인에게 말이지.
뭐 이런 끔찍한 벌이 다 있어?’
이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기한도 끝이 없다.’
스스로 모든 정기를 내놓고 포기하기까지 영원히 반복되었다.
그 과정에서 악령에게서 품어지는 마력과 정기추출이 목적이었으니 인정 사정이 전혀 없었다.
‘지옥에서는 자신의 생전의 악행이 그대로 경험한다.
이러면 어떤 악령도 악의와 살의가 마모되어 굴복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약점을 가장 잘 아는 자신이 고통을 주니 견딜 도리가 없다.
생전에 지독한 짓을 많이 한 악인일수록 상상력과 경험이 풍부해서 부과되는 고통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는 점도 끔찍한 일이었다.
‘스스로 존재를 포기할 때까지 생전의 악행을 거꾸로 반복해서 당하는 게 지옥이라고?
그다음에는 기억을 지우고 다시 환생시켜?
회개한 기억을 왜 지워?
또 악행을 반복해서 지옥으로 오라고?
뭐가 이렇게 무식하고 무책임해!
나는 가서는 안 돼!’
악행을 자신만큼 한 존재도 은하에서 드물었다.
기계 몸을 만들기 위해서 했던 수없이 실행했던 인체실험이 자신의 영혼에 그대로 구현되어 반복된다는 아주 작은 벌만으로도 끔찍하기 짝이 없었다.
더구나 영혼 자체에 천재의 능력을 갖춘 솔트라서 지옥의 구멍을 보자 과거에 당했던 끔찍한 고통의 기억이 모두 되살아난다.
지금만은 자신의 천재성이 저주스러울 정도로 끔찍한 기억이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난 못 가-!’
거물 흉내고 뭐고 도망가기 위해서 발악을 했다.
그러나 고위 초능력자도 아니고 단순한 영혼으로는 지옥의 부름을 피할 도리가 없이 그대로 빨려 들어간다.
‘으아아아아아-! 저런 불합리한 지옥만은 싫어!’
비명을 지르면서 빨려가다가 겨우 구멍의 가장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턱-! 우우우우우웅-!
지옥의 흡입력이 영혼의 발목을 잡고 당기는 느낌에 몸서리가 쳐진 솔트는 애걸복걸하기 시작했다.
이 모든 사태를 해결할 존재는 여왕의 허벅지 위에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는 아이언밖에 없다는 정도는 바로 알았다.
‘제발 살려 주십시오!
아니 난 죽었지.
제발 지옥으로는 보내지 말아 주십시오.
전 정말 지옥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알면 그렇게 살 리가 없지 않습니까?’
어떤 삶에서든 뛰어난 지력을 총동원하여 자신만을 위해 살아온 솔트가 지옥에서 겪었던 고통은 다른 악령들에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품위고 뭐고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악령에게 고통을 주고 정기와 마력을 추출하는 것까지는 이해하겠는데 왜 기억을 지웁니까?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고 다시 지옥으로 오라고요?
이건 사기입니다.’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지옥의 구멍의 가장자리를 붙잡고 사정하는 솔트의 영혼을 보는 아이언의 표정은 확 풀렸다.
직위가 높아져서 가장 짜증 나는 일이 한주먹도 안되는 아래 것들이 물불 가리지 않고 덤비거나 막말을 하며 덤비는 경우였다.
‘크후후후후! 그래 바로 이거야.
이제야 내 위치가 실감이 나는군.
아-! 지금 너무 좋아하는 표정을 보이면 안 되지!’
다 죽일 수는 없어서 참았는데 확 풀리는 느낌이었다.
‘제가 무조건 잘못했습니다.
그리고 전 아직 자연적인 수명이 남아있지 않습니까?
이렇게 막 죽이시면 안 됩니다.
잘못을 뉘우쳤으니 잘못을 수정할 기회를 주십시오.
저는 지금까지의 죄를 충분히 보상할 능력이 있습니다.’
횡설수설하면서도 나름대로 날카로운 자기변명과 사죄에 보상 제시였다.
아이언은 이제야 고위신다운 일을 한다는 뿌듯한 심정으로 낭랑한 목소리로 선고했다.
“그렇게 빨리 뉘우쳤다니 일부러 흡입력을 약하게 한 보람이 있구나.
그리고 기억을 지우고 다시 환생시키는 일이 너의 사기라는 말도 맞아.
하지만 창조에는 신력만이 아니라 마력도 필요하니 어쩔 수가 없다.
그러나 네 말대로라면 기억을 지운 마족이 문제가 아니라 잊은 지성체가 나쁘지 않나?”
방금 했던 말실수가 그대로 돌아온다.
솔트는 영혼 상태이지만 조금 전에 감정적으로 발언했던 입을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여기 지옥은 이에는 이, 피에는 피의 방식인가?
그리고 악령의 기억이 본인에게 고통을 주는가?
자신의 경험과 상상력으로 스스로 단죄한다.
효율은 최악에 참 무식하고 끔찍하지만, 벌과 공포를 주기는 좋군.
일을 아주 잘하고 있는 모양이구나.”
귀중한 재산인 행성을 파괴한 원흉이 지옥으로 끌려가기 싫어 절규하는 모습에 기분이 좋아진 아이언은 아주 온화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느새 지옥의 구멍에서 모습을 드러내서 아이언의 발밑에 엎드린 지옥의 총책임자 상급 마족은 기쁘게 대답했다.
“칭찬에 감사드립니다.
지옥은 신족의 위엄을 높이고, 철저한 정기 회수를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보내주신 초능력자들도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충성을 하겠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아이언은 아주 기특하다는 눈빛으로 보내면서 최종적으로 선고한다.
“수고했다.
이 자는 은하계의 신계 주신인 나의 재산인 행성을 파괴한 주범이다.
더구나 감히 현세계에서 불세출의 영웅신이 될 나를 겨우 영웅이 토벌할 거라고 모독했다.
충분한 배교행위이니 남아있는 수명은 모두 무시하고 처벌한다.”
“당연합니다! 지옥 최고의 극형에 처하겠습니다.”
상급 마족은 진심으로 분노했다.
그동안 지독하게 업무방해를 해서 이가 갈리던 초능력자들이었다.
그런데 산 채로 지옥에서 보내 주셔서 복수할 수 있게 해준 조치 이후로 마족들은 열광적으로 새로운 지배자를 찬양하고 있었다.
‘새로운 신계 주신님은 너무 과격하지만, 무력과 성향은 무한한 존경심이 들 정도다.
그런데 겨우 지성체 주제에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 용서하지 않겠다.’
아이언은 지옥의 구멍 끝을 양손으로 잡고 버티고 있는 솔트의 영혼을 보면서 지시했다.
“데려가서 특별하게 더 굴려.
이번 생만 아니라 그동안의 환생 기록에 있던 모든 악행을 반복해서 적용해줘라.
기간은 무기한이다.
못 견디고 소멸이 되어도 되살려줄 것이니 제한 없이 굴려라.”
“알겠습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상급 마족은 지옥 입구에 매달린 솔트를 노려보다가 누구인지 확인하고 표정이 아주 부드럽게 변한다.
‘누구인가 했더니 이거 단골손님이잖아?
환생을 반복할수록 갈수록 엄청난 악행을 반복하고 지옥에는 와서 아주 양질의 정기와 마력을 품어내시던 최고로 중요한 고객이셨군.
이번에도 대박이겠어.’
솔트는 정말 반가운 지옥의 단골이었다.
이번에 은하의 절반을 점령한 제국의 제상이 되면서 벌인 악행을 생각하면 괴롭히면서 뽑아낼 수 있는 마력의 양과 질을 생각하면 존댓말이 저절로 나왔다.
“지옥에 어서 오십시오.
언제나 고맙습니다.
고객님.”
너무 기뻐하는 상급 마족의 얼굴은 되살아난 솔트의 기억에 있었다.
‘헉-! 너는 지옥왕?’
그 말에 아이언의 표정이 약간 딱딱하게 변하자 다급하게 변명을 하는 상급 마족이었다.
“어허? 무슨 말씀이십니까?
기억의 제거가 완전하지 않아서 혼란스러우신 모양입니다.”
신족은 계승되는 계급제도를 부정했기에 왕이나 황제와 같은 호칭은 쓰지 않는다.
그런데 휘하의 마족이 멋대로 사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치도곤을 면하기 힘든 것이다.
“저는 위대하신 신계 주신님을 대리하여 지옥을 관리하는 충실한 부하직원입니다.
정식 호칭은 지옥 담당 주임입니다.
고객님.”
상급 마족의 얼굴은 상냥하게 웃고 있지만 솔트는 믿지 않았다.
자신이 죽어서 지옥에 떨어질 때마다 직접 와서 추가로 고문하면서 끈질기게 정기와 마력을 바닥까지 긁어가던 지옥왕이 확실했기 때문이었다.
‘가장 지독한 악마다.
이번에는 무기한 지옥에 감금하라고 했으니 끌려가면 끝장이다.’
프롬 여왕을 제외하고 은하 최고로 뛰어난 머리가 살길을 찾기 시작한다.
그리고 정체 모를 존재, 신족들이 바라는 조건들을 빠르게 검색하고 바로 통할만 한 조건을 만들었다.
‘아이언님-! 저는 쓸모가 아주 많습니다!
원하시면 제국민 전부를 신도로 만들어 바치겠습니다.
말실수를 용서하시고 제발 기회를 주십시오.’
아이언의 등 뒤에 있는 프롬 여왕이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할 정도로 빠른 태세전환이었다.
그리고 울화가 치밀어올랐다.
‘누구 마음대로 나의 제국을 신성제국으로 만들어?’
은하를 전부 광신도로 채울 수 있다면 대부분의 고위신이 좋아할 만한 조건이지만 아이언은 기분이 살짝 나빠진 표정으로 대답했다.
“광신도는 내게 필요 없어.
신도에게 얻은 힘을 자신의 진짜 신력으로 믿다가 패가망신하는 고위신들이 많다.
진짜 무력은 수련에서 얻은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힘이다.
그보다 내 재산피해에 대한 보상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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