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1069화 (980/2,000)

34권 35권

브라이트의 뒤에서 흑염 세력의 토벌을 빌미로 화려한 현역 복귀를 할 생각을 하면서 의기양양하던 우주신들의 입이 딱 벌어지는 소리였다.

말이 좋아 창조신계의 운영이지 골치 아픈 막노동이었다.

고위 창조신들도 나가서 싸우라는 말에 반대할까 하다가 다음 말에 모두 고개를 푹 숙였다.

언제나 정중한 말투를 쓰던 브라이트가 드물게 투기를 보이면서 명령조의 경고를 했기 때문이었다.

“너희들은 그 도적들을 모두 잡을 때까지 창조신계에 돌아오지 마라.

만약 일족의 본성으로 가는 창조신이 있다면 그 당시 하지 않았던 거래에 대한 셈을 전부 하겠다.

그러나 이번 일만 잘 끝나면 다시는 언급하지 않겠노라.”

언제나 합리적이고 온화하던 브라이트로서는 상상도 못 할 정도의 강경한 태도였다.

창조신장이 따로 있는데 최고 위원회의 창조신들을 전부 최전선에 내모는 이 말은 엄청난 월권이었다.

그러나 고위 창조신들은 모두 눈치를 보다가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자신들이 아니더라도 대체할 전력이 바로 앞에 있었다.

저들이 과거에 자신들의 공적을 떠벌리면서 현재의 권력을 내놓으라는 꼴을 보느니 계속 차라리 직접 나서서 처단하는 방법이 백번 나았다.

저기 있는 우주신들이 전선에 나서서 흑염 세력을 토벌하고 나면 더는 직접 개입을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우르르르르르르르-!

힘차게 대답하고 출전하는 최고 위원회의 고위 창조신들을 보면서 브라이트는 최고위 창조신들을 쳐다보았다.

이들 아홉 명은 자리에서 버틸 생각이었다.

현세계 지배층 중 정점에 있는 자신들이 겨우 허계의 도망자들에게 직접 나설 수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브라이트의 말 없는 시선을 받자 식은땀이 저절로 났다.

‘우리조차 못 견디나?’

‘무슨 존재감이 이렇게 강하지?’

‘아무리 보아도 창조신장님 이상의 신격이다.’

‘창조주님의 가호도 없이 어떻게 가능한가?’

브라이트는 역시 최고의 우주신이라는 칭송을 받을 만했다.

그러나 최고위 창조신들도 그들의 전설을 듣고 자란 과거의 어린애들이 아니었다.

나름대로 기개를 보이려고 눈에 힘을 넣은 순간 놀람에 눈동자가 커졌다.

“헉-!”

“저럴 수가?”

브라이트가 빛의 날개를 개방한다.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브라이트의 등 뒤에서 펼쳐진 빛의 날개는 스물일곱 쌍이었다.

창조주님의 대리자인 창조신장 외에는 가질 수 없는 정신체 최고의 증거가 또 하나 드러난 것이다.

그것도 현재 창조신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의 실체화된 빛의 날개였다.

환상이나 거짓이 아니라는 사실은 제압당한 몸이 증명하고 있었다.

‘우리의 몸이 안 움직인다!’

‘으윽-! 브라이트님은 창조주님의 가호도 없이 창조신장의 경지를 획득하셨나?’

‘아무리 그래도 최고위 창조신인 우리를 이렇게 만들 수 있다니?’

‘역시 브라이트님의 힘은 놀랍기 짝이 없다.’

단숨에 압도되어 버린 최고위 창조신들을 내려다보면서 브라이트는 탄식하면서 말한다.

“휴우우우! 왜 창조주님께서 우주신들을 잠들게 했는지 아직도 모르겠느냐?

너무 강해진 존재들은 위험하다.

더구나 종족전쟁에서 승리하여 현세계를 자신의 손으로 쥐었으니 의기양양하였지.

투쟁만을 해온 덕에 세상을 다스릴만한 품격과 인내가 부족했어.

최종적으로는 허계의 십중심들처럼 반란을 일으킬 가능성마저 있었다.

그리고 전쟁으로 세계를 얻은 이상 힘으로 유지할 수밖에 없다.”

누가 그 대상인지 주어가 생략되었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존재는 없었다.

브라이트는 뒤에 서 있던 우주신들을 돌아보면서 낭랑하게 말한다.

“힘의 지배는 언제인가는 반란으로 무너질 모래성이다.

그래서 창조주님과 우리는 평화롭고 안정적인 세상에서 자란 너희에게 현재의 번영을 맡긴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창조주님이 인정한 현재라도 거부당한 과거보다 뒤처지면 의미를 잃는다.

창조주님이 신뢰할 만한 지배층으로 뛰어난 능력을 보이지 못하면 언제든지 뒤바뀐다는 증거가 눈앞에 있는데 왜 외면하느냐?”

“!!!”

그 말에 최고위 창조신들은 잊었던 사실을 되살렸다.

우주신들이 창조주님의 명령으로 지금 신족들에게 권력을 이양했다는 점이었다.

창조주님이 결단만 내리면 잠든 우주신들이 모두 깨어나고 자신들이 대신 은퇴 당하는 일이 안 벌어진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이번 일을 보니 너희는 아직 우리를 뛰어넘지 못했다.

우리가 직접 허계 흑염 세력을 처단한다면 모든 정신체가 그렇게 생각하겠지.

과거의 영향에서 벗어나고 싶고 정신체들의 인식을 수정하기를 원한다면 너희들의 힘을 보여야 할 것이다.

창조주님에게 현세계를 주관하는 신족의 진정한 힘을 보여라.”

이런 말까지 듣자 최고위 창조신들 전부가 일어났다.

브라이트의 뒤에 서 있는 우주신들이 자신들이 나서겠으니 너희는 일어나지 말라고 눈치와 의지를 보내니 더는 앉아있을 수 없었다.

‘은퇴 당하고도 잠들지 않고 권력을 포기하지 않는 과거의 망령들-!’

‘왜 청년신의 모습을 하고 왔는가 했더니 우리의 자리를 노릴 생각이냐?’

‘브라이트님의 일부라도 닮아봐라.

그럼 알아서 모시러 갔을 것이다.’

최고위 창조신 전부가 양손을 앞에 모아서 예를 표하고 외친다.

“그런 대가를 지급하는 일을 어찌 저희가 거부하겠습니까?”

“반드시 저희의 손으로 놈들을 잡아내어 바치겠습니다.”

“창조신계를 잘 부탁드리옵니다.”

그리고 혹시라도 우주신들이 나설까 봐서 바쁘게 사라지는 최고위 창조신들이었다.

브라이트는 그렇게 비워진 자리들을 보고 낭패라는 표정의 우주신들에게 손짓을 하면서 불렀다.

“모두 앉게나.

그렇게나 바라던 현역 복귀였지 않나?

“.........”

우주신들로는 실로 할 말이 없었다.

실제로 최고 위원회로 돌아가서 다시 권력을 잡기를 갈망하고 지루한 은퇴생활을 지금까지 버티었지만 이런 대타 역할은 아니었다.

무리해서 청년신의 모습을 취한 일도 현재의 신족들을 쩔쩔매게 하던 흑염 세력을 직접 타도하고 창조주님의 인정을 받아서 정식으로 재임명되기를 바란 것이다.

단지 창조신계의 운영을 위한 대리라니 불만이었으나 하나둘 홀리듯이 과거 자신들의 자리로 앉아간다.

털썩-! 쿵-!

최고위 창조신들의 자리부터 최상급 창조신들의 자리가 남김없이 채워진다.

이들은 종족전쟁 시절에 신족 최고의 지배층이면서 승리의 현장에 있었다.

그 시절을 그리워하면서 최후까지 잠들지 못한 것이다.

후우우우우우우웅-!

숫자는 줄었지만 창조신계가 경련한 정도로 강대한 권능을 보여준다.

창조신계와 감응하면서 우주신들도 감상에 젖어간다.

‘비록 일시적인 단순 권능지원 임무라고 하지만 돌아왔다.’

그렇게나 그리워하던 신족을 책임지고 지휘하면서 무수한 승리와 명예를 쟁취했던 자리였다.

‘나의 가장 빛나는 시기가 전부 여기 있다.’

'내 꿈과 청춘의 모두가 이 자리에 있어.’

영광의 끝에는 절망이 온다.

올라가면 반드시 내려간다.

이 말처럼 종족전쟁에서 모든 것을 걸고 싸워 드디어 이겼다.

그리고 강제 은퇴라는 절망이 찾아왔다.

‘창조주님이 왜 그러셨는지 이유는 짐작하고 있다.’

그 당시 허계는 창조주님이 강력한 정신체들의 무력에 밀려서 권위를 넘기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었다.

허계 십중심들의 반란이자 혁명이었다.

‘하필 신족의 승리도 그때 결정이 되었다.’

‘그리고 창조주를 뛰어넘는 강함을 가질 가능성이 있는 정신체가 우리에게도 둘이나 있었어.’

‘우리들의 영웅신 샤이니와 브라이트.’

샤이니와 브라이트가 그럴 리는 없지만, 종족전쟁으로 단련된 십만의 우주신 정예세력까지 가지고 있다면 안심하실 수 없으셨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창조주님에게 은퇴를 명령받은 이후로도 한시도 잊지 못했던 순간이었으니 일부는 감정이 벅차올라서 눈물을 보이기까지 했다.

그런 모습은 본 브라이트는 딱하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제발 정신 좀 차리게.

이제 그 자리는 과거와는 달라.

전쟁과 투쟁을 통한 승리와 영광을 주지 않아.

번영과 안정을 위해 거래하고 정치를 하는 자리라네.”

자신과 샤이니만은 잠들지 말고 남으라는 창조주님의 지시도 물리치고 은퇴를 받아들인 이유였다.

힘이 전부인 전쟁의 시대가 끝나고 평화의 시대가 열린 결과로 상위자의 가치가 변화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기기 위해서는 강하고 현명한 존재가 상위에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제 운영을 위해서 무능할지라도 정치를 잘하고 인망이 좋은 존재가 지배층이 되어야 한다.

나는 이 사실을 절대로 인정할 수 없었다.’

힘이 아닌 정치의 시대가 온다.

그럼 힘만 가진 강자들은 모두 퇴출을 시켜야 했다.

‘종족전쟁에서 패배하면 지성체로 추락한다.

쓸데없는 희생을 치르는 대신 은거를 선택하여 초월자가 된 다른 정신체들을 보아서라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새로운 시대를 열었으니 구시대의 대숙청을 해야만 했다.

그런데 강제 퇴출대상에는 대부분의 우주신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종족전쟁에서 우주신을 이끌고 승리한 자신은 그런 흐름을 참을 수 없어서 모든 신계와 권력을 넘겨주고 은퇴했다.

‘현세계에 그대로 남아있으면 언제인가는 처리될 우주신들을 모두 설득하고 데려갔다.

잘한 일이었어.’

최강의 우주신이던 샤이니만은 시대의 흐름에서 승리하고 견디리라고 믿고 남겨 두었는데 이번 일을 보니 한계에 도달한 모양이었다.

이제는 정말 우주신의 역사를 끝낼 때였다.

“우리처럼 싸워 이기기만 할 줄 아는 존재들은 앞으로의 시대를 견딜 수가 없어.

샤이니조차 그렇게 되지 않았는가?

평화로운 시기에 필요가 없어진 우리들의 은퇴는 세계를 위해서 제일 나은 방법이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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