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솔직하게 전투를 할 수 없는 상태라고 고백한 근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전력으로 세 개의 신계를 동시에 털기로 한다.
한심한 신계의 투신이나 토벌단의 창조신들과는 전혀 별개의 강함을 자랑하던 우주신 샤이니를 탈진시킨 이상 흑염 세력을 막을 수 있는 존재는 없었다.
하지만 차원권능을 가진 존재들은 처절했던 근원과 샤이니의 전투를 생각하면서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절대계에서도 십중심과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적이 없다는 평가를 받던 흑염 세력이었다.’
아무리 힘이 줄었어도 열 명을 혼자서 밀어붙일 수 있는 강자가 현세계에 있을 줄은 예상외였다.
“그 샤이니란 우주신도 영웅신인가?”
흑염 세력이 원래 종족의 번영을 책임질 영웅신이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존재는 없었다.
그리고 종족에게서 쏟아지는 부당한 요구와 압력에 분노하여 모두를 전멸시켜버리고 타락했다는 사실도 비밀이 아니었다.
근원은 이미 버렸는데도 끝까지 따라오는 지긋지긋한 영웅신이란 출신에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더욱 거세게 타오르려는 흑염 권능을 억누르면서 말했다.
“아아-! 영웅신이 맞다.
그것도 우리처럼 일개 일족이 아닌 신족을 전부 대표하는 위대하신 영웅신이시더군.
아마도 종족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 신족의 무의식이 총동원되어서 탄생하였겠지.”
“큰일이로군.
지금 당장 승부를 봐야 하지 않겠나?”
영웅신에게도 격이 있다.
행성의 영웅신보다 많은 행성을 다스리는 일족을 대표하는 영웅신이 강하고 현세계 전부를 장악한 신족의 영웅신이라면 더 이상이 없는 최상위의 존재였다.
신족의 위기가 닥치면 어느 정도로 강해질지 추측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근원도 샤이니에게 엉망진창으로 당했지만 묘한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후후후-! 이미 타락한 나와 달리 아직 영웅신으로 보였지만 걱정할 것 없다.
종족전쟁을 승리로 이끌라는 임무가 끝나고도 살아있고 창조신장도 되지 못한 모양이야.
쓸모가 없어진 영웅신을 일족의 지배층이 살려둘 리가 없지.
그럼 우리와 입장이 똑같아진다.”
정신체가 되면 망각은 없다.
근원은 다시 떠오르는 영웅신으로서 더없는 영광의 시기와 처절한 배신을 생각하면서 신경질적으로 술을 마셨다.
벌컥-! 벌컥-!
그리고 주변의 동료들을 쳐다보았다.
이제 모두가 종족을 멸망시킨 죄인이 되어 세계에 쫓겨서 떠돌던 과거처럼 실컷 싸우고 빼앗으며 마시기만 한다.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는 자는 없고 다음 사냥감을 생각만 하는군.’
이미 흑염의 절대자가 말했던 순수한 강함의 추구와 강자로서 홀로 선다는 자부심이 흐릿해진 그 모습은 이제 도적단에 지나지 않았다.
‘영웅신에서 타락하여 강도가 되었다.
그리고 운 좋게 절대계의 흑염의 절대자를 모시는 지배층이 되었다가 이제는 도적단의 두목인가?
영광에서 시작했다가 맨바닥으로 떨어졌다가 운 좋게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러나 진리에게 흑염의 절대자님이 패배한 순간 다시 내동댕이쳐진 신세였다.
지독한 굴곡의 신생에 씁쓸한 웃음이 저절로 나오는 근원이었다.
‘더 오를 수 없는 하늘 끝에 올라서면 땅끝으로 떨어진다.
이것이 영웅신의 운명인가?
일족과 함께 버렸어도 지긋지긋하게 따라오는군.’
쓴웃음을 띄우면서 아직도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차원권능을 가진 존재들에게 설명한다.
“후후! 그동안 이겨오기만 해서 무사했던 모양인데 우리와 싸워 패배했으니 반드시 탄핵을 당한다.
그때가 오면 반드시 구해서 동료로 삼겠다.
절대계의 창조주가 된 진리와 혈족인 바람가와 싸워서 십중심님들의 신체를 구하려면 강자가 아무리 많아도 부족해.”
진리와 바람가에 대항하여 십중심을 구한다는 말에 흑염 세력의 눈빛에서 두려움과 함께 검은 불길이 타오른다.
흑염의 권능이 남들에게는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일지를 모르나 흑염 세력에게는 구원의 태양이었다.
다시 가호가 돌아왔으니 드디어 희망이 보인 것이다.
‘흑염 권능의 가호가 돌아왔다.
루카 에일레스님은 살아계신다.’
‘일족을 멸망시킨 타락한 영웅신이 되어 세계에게 배척당한 우리다.’
‘모든 반대를 무마하고 다시 양지로 끌어올려 준 흑염의 절대자님은 분명 살아있다.’
이런 신세로 만든 진리에 대한 복수와 지배층으로 복귀에 대한 갈망은 그들을 완전히 도적단이 되지 않게 만들었다.
그런 격앙된 분위기를 느낀 근원을 술병을 하늘로 들어 올리고 외쳤다.
“우리는 현세계의 신족의 영웅신 샤이니를 죽이지는 못했지만 패배시켰다.
현세계의 초월자들과 약속은 부분적으로 이룬 것이다.
이제 조금만 더하면 우리는 현세계의 세력이다.”
현세계의 초월자들은 자신들에게 정기를 받고 감사를 표하면서 적대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흑염 세력을 정식으로 인정해달라는 요구에 난색을 보이면서 거절했지만 막대한 정기 지원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불가능한 임무를 맡긴다.
신족의 살아있는 전설과 같은 샤이니의 배제였다.
종족전쟁에 패배하고도 살아남은 초월자들에게 신족의 영웅신인 샤이니는 증오와 공포의 대상이었다.
‘심각할 정도로 두려워하고 있더군.
다른 세계에서 온 위험한 강자들에게서 족쇄를 벗겨주는데 동의할 정도로 말이지.’
지배층인 신족의 승인이 없어도 많은 존재감을 가진 초월자들이 동의하면 세계의 항상성으로 인한 힘의 감소를 경감시킬 수 있다.
‘차원권능에 의해 일 할의 힘을 되찾았는데 적어도 일 할 정도는 추가로 회복할 수 있다.’
그럼 샤이니라도 무서울 것이 없었다.
신족을 대표하는 영웅신이라 해도 흑염 권능의 가호를 회복한 자신들의 적은 아니었다.
‘그는 혼자이지만 우리는 오십 명이다.’
‘반드시 이길 수 있다.’
흑염 권능의 가호가 돌아온 이상 비슷한 수준의 힘을 가질 수 있다면 일 써클의 차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자신들이 나서지 않아도 신족의 지배층들이 알아서 배제해줄 것을 짐작했기에 걱정이 없었다.
“샤이니를 소멸시키지 못해도 신족에 의해 추방되어 격리되면 의뢰는 완성이다.
그리고 초월자들과 같이 신족을 무너트리고 여기 창조주님의 인정을 받으면 우리의 힘의 제약이 완전히 풀린다.
그다음에 초월자들을 전부 장악하고 강자들을 모아 단련시켜서 절대계로 쳐들어간다.
이번에는 반드시 십중심님들의 신체를 되찾자.”
저번에는 진리도 아닌 바람가의 가주 한 명에게 모든 병력을 잃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어찌 된 일인지 모르지만 흑염 권능의 가호가 돌아온 이상 반드시 탈환한다.’
가호가 돌아온 이유는 나름대로 짐작한 근원은 더욱 술병을 들어 올리면서 외쳤다.
“흑염의 가호가 되살아났다.
영원체를 뛰어넘는 강함을 완성한 흑염의 절대자 루카 에일레스님의 신체를 진리가 완전하게 말소시키지 못한 증거다.
그분과 십중심들의 신체를 전부 탈환하여 복구하는 순간 우리는 절대계와 현세계의 지배층이 될 것이다.”
그것이 흑염 세력이 바라는 일이었다.
세계의 적인 타락한 영웅신에서 절대계의 일 할을 다스리던 지배층으로 돌아갔던 기억은 아무리 해도 잊히지 않았다.
차원권능을 가진 존재들도 그걸 바라고 있었다.
‘십중심들의 힘은 진리와 맞먹으니 충분히 승산이 있는 일이다.’
‘진리의 혈족인 바람가는 십중심들이 직속세력을 구하거나 만들어서 싸우면 이길 수 있다.’
강력한 창조력으로 한 지역에서 창조신 이상의 대접을 받던 이들은 결코 쉽게 고개를 숙일 수 없었다.
진리에게 십중심들이 동시에 쓰러졌지만 어떤 권능보다 연산력이 필요한 차원권능을 가졌기에 무엇인가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동안 열세였던 진리가 갑자기 이겼다.’
‘십중심들에게 어떤 문제가 발생한 것이 분명해.’
십중심들이 온전했을 때 진리와 바람가가 감히 준동하지 못했음을 알기에 더욱 희망에 찬다.
챙-! 챙-!
모든 흑염 세력이 술병을 높이 들면서 진리와 싸울 각오로 부딪치는 순간 아이언은 습격예고를 당한 신계 주신과 대화 중이었다.
같이 싸워야 할 처지였지만 현재 어린 유아신의 몸을 가진 아이언답게 화기애애와는 거리가 아주 멀었다.
방어 준비를 하는 방식에서부터 충돌한 것이다.
“너희가 쓸만한 전력이 되리라고는 기대하지도 않아.
그런데 싸울 준비조차 어렵다고?
도대체 네가 제대로 하는 게 뭐냐?
운 좋게 잘 태어나서 쉽게 물려받은 신계로 놀고먹는 것만은 참 잘하지.
그것도 이제 날리게 되는 판국인데 이 이후에 뭘 할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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