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1061화 (972/2,000)

34권 35권

아이언은 하도 한심해서 해준 충고였지만 받아들이는 처지에서는 심장에 말뚝이 박히는 폭언이었다.

허계에 대한 최신정보가 아예 없다는 사실이 위원회의 가장 아픈 부위였기 때문이었다.

‘허계에 십중심이라는 강자들이 창조주의 권위를 나누어 다스릴 때부터 어떤 정보도 얻을 수 없다.

잠입도 불가능하다.’

처음에는 대등했으나 지금은 정상적인 방문 외에는 세계의 벽을 넘을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벌어진 탓도 컸다.

‘그래서 이렇게 흑염 세력의 전력이나 권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한 줌도 안 되는 소수병력이라고 무시했다가 엉망진창으로 당하고 있어.’

그렇다고 허계의 존재에게 고개를 숙이고 협조를 청하기에는 자존심이 용서하지 않아서 못하고 있었다.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는 아이언은 쌤통이라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만약 흑염 세력이 절대계의 일 할을 관리하면서도 다른 영역의 반란세력까지 전담했던 최고의 유격부대였음을 처음에 알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갓 넘어온 상태라서 적응을 못 했으니 전력을 기울였다면 어떻게든 토벌하여 처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너희는 너무 늦었어.’

빨리 흑염 세력을 처리해야하는 아이언의 입장으로서는 아주 답답했지만 끼어들 수 없었다.

‘지금의 나는 현세계의 초월자이다.’

임관 문서에 자신이 미래의 절대계의 하부 세계인 주우주에서 왔다고 적을 수는 없었다.

‘종족전쟁 이후 오랜 기간 홀로 은거해서 수련하다가 나온 초월자로 위장했다.

아주 흔하니까 넘어갔지.’

창조주님의 명령으로 일어난 종족전쟁의 승자로 신족이 결정된 순간 전투는 끝났고 숙청도 없었다.

그래서 강력한 초월자들이 많았다.

‘패배했지만 살아남은 다른 종족들의 지배자들을 창조주님의 다양성을 유지하라는 명령 때문에 처벌할 수 없었다.

대신 초월자로 명명하고 신족의 지배를 받게 했으니 그냥 넘어갔지.’

그때 살아남은 초월자들의 수가 얼마인지 파악조차 안 되었다.

대부분 패배의 수치를 못 이기고 은거해 버렸으니 조사도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입장에서 어떻게 다른 세계의 세력에 대해 잘 알고 있냐고 물으면 대답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시치미를 뚝 떼고 말했다.

“가장 약한 신계는 내가 전담하여 맡겠다.

나머지 둘은 창조신계와 임관한 초월자들보고 알아서 처리하라고 해.”

“.........”

그럼 막을 가능성이 있었다.

세 개의 신계를 동시에 노리는 흑염 세력의 전력은 삼 분의 일이었다.

약화 된 토벌단으로 대항 가능한 전력이고 다른 한쪽은 초월자들로 대항하게 하면 되었다.

‘이번에 임관한 초월자들은 창조신장님이 약속한 엄청난 대가에 환호하고 있으니 임무를 주면 어떻게든 방어를 해낼 것이다.

그리고 경험을 쌓아서 강해진 고위 주신들과 창조신의 전력을 합한 토벌단의 전력을 기울인다면 막을 수 있다.’

은하계를 뛰어넘는 차원권능을 막을 수 없어 잡지는 못하겠지만 창조신계에서 추가 병력을 파견하여 신계의 중앙핵을 지킬 수 있었다는 결과를 만들 수 있었다.

그런데 삼 분의 일이지만 저렇게 강력한 강자들을 혼자서 처리하겠다고 말하는 아이언이 문제였다.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나 자신이 있으시오?

저들의 전력의 삼 할이라고 해도 창조신이 주관하는 신계의 전력 이상이오.”

무참하게 당한 위원회가 더는 흑염 도적단을 경시하지 않고 실시한 나름대로 정확한 분석이었다.

그러나 그런 평가조차 한참 부족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아이언은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

“하? 내가 누구인 줄 아느냐?

나는 초월자들의 최고의 영웅이신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이다.

그리고 기계신체로 이루어진 최고의 초월자 군단인 영웅동맹(英雄同盟)의 맹주이자 영웅황제 아이언의 조종자이다.

그런 내가 겨우 도적단을 못 막을까?”

아이언은 자신이 있었다.

정보행성 코아는 흑염 세력이 미래의 나의 부하의 일부라고 알려주었다.

‘원래 미래의 세계에서 나는 주우주 차원신계의 신계 주신이다.

그리고 저들은 나를 보좌하는 일천 명의 신계관리주신의 일부에 불과하다.

부하에게 내가 질 리가 없다.

그러면 죽어야지.’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신계 주신이 겨우 오십 명 정도의 신계관리주신들을 감당하지 못한다면 자리가 아니라 목숨을 내놓아야 했다.

더구나 차원일족의 유아신인 지금 상태는 과거 마도신의 상태보다 최대출력을 제외하고는 전부 우위에 있기에 질 수가 없었다.

다만 얼떨떨하기만 한 관리신이었다.

‘은하유성(銀河流星)은 뭐고 영웅동맹(英雄同盟)은 또 뭐야?’

관리신의 입장에서는 모두 처음 듣는 생소한 칭호이고 집단이다.

사실 아직 아무것도 없었으니 알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다만 신족의 지배를 받기 싫어 지성체 사이에 숨어 살면서 조금 유명했는데 허풍을 떨고 있다고 짐작만 할 뿐이었다.

‘터무니없는 자신감이야.

종족전쟁이 신족의 승리로 끝난 직후에 태어나 여기저기 떠돌면서 수련만 하며 살았다고 하더니 세상을 모르는군.’

혹독한 수련과 뛰어난 재능을 통해서 창조신급이 된 강자라는 사실은 확실하지만, 도대체 뭘 믿고 저렇게 호언장담을 하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솔직히 은하유성이란 칭호와 영웅동맹이란 기계신 군단의 존재는 전부 처음 듣소이다.

자료대로라면 정말 대단하지만 믿을 만하오?

패배해서 신계가 또 소멸한다면 절대로 그냥 넘어가지 않겠소.

결과에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하오.”

임관신청서와 함께 제출한 고위신이 파괴하기 힘든 특수금속을 주먹으로 뚫어버린 힘은 확실했다.

여기에 그런 특수금속으로 만들어진 기계신 군단까지 가지고 있다면 엄청난 전력이었다.

그러니 이번에 실패한다면 최소한 은하계와 위협적인 기계신 군단을 회수하고 토벌단에 소속시켜 버릴 생각으로 다시 물었다.

하지만 아이언은 더욱 크게 소리쳤다.

“적에 대한 정보도 제공 못 하는 무능한 관리신 주제에 가소롭게 내게 묻거나 따지지 마라!

주장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당연한 말은 하지도 말고 넌 흑염 세력에 대한 정보나 추가로 파악해.”

샤이니의 패배와 징계로 최고 위원회의 고위 창조신들조차 몸을 사릴 정도이다.

그런데 혼자 막아보겠다니 정말 답이 없을 정도의 자신감이었다.

“대가도 잘 준비해놔-!

내가 처리할 도적단이 겨우 삼 분의 일이라고 하니 지역우주는 잠시 미룬다.

일단 최고 위원회의 위원부터 받겠다.

물론 대가는 당연히 선불이다!”

“.........”

신족의 지배층인 최고 위원회 자리를 무슨 과자처럼 여기고 있으니 정말 할 말이 없었다.

아무리 보아도 아직 성장하지 못한 소년신이라 그런지 너무 철이 없었다.

‘어린애 상대는 너무 힘들어.

산전수전을 전부 겪고 늙어서 지극히 까다롭지만, 합리적인 노신(老神)들이 그립기는 처음이군.’

철모르는 아이를 상대하니 굉장히 짜증이 났지만 제발 막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흑염 도적단에 입은 피해는 이제 측정할 수가 없다.

창조신장님의 말씀대로 정신체들에게 지배종족으로서 자격을 의심받고 있다.’

지금 신계나 정기가 문제가 아니라는 창조신장님의 말씀대로 신족의 위상이 처참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데 아이언이 채근하듯이 외쳤다.

“왜 대답 안 해?

보수 안 줘?

후불이면 나 안 해!”

“알았소.

정식 서류로 승인을 받아보겠소.”

지역 우주의 관리 권한 인계는 복잡하게 이권이 얽혀있어 힘들었다.

하지만 최고 위원회의 상급 창조신의 자리는 공석이 많아서 비교적 수월했다.

‘영역이 아닌 위원을 주는 일은 비교적 쉽다.

최고 위원회의 자리는 일천 개가 있는데 아직 절반도 채워지지 않았다.

그 정도 신격을 가진 창조신이 많지 않은 탓이지.’

그러니 샤이니조차 패배를 당하게 한 흑염 도적단을 일부분이라도 이길 수 있다면 허락할 가능성이 컸다.

그래서 무리해서 한 약속인데 더욱 어처구니가 없는 대답이 들려온다.

“좋아-! 그럼 명령서가 도착하면 내가 알아서 하지.”

“........”

명확하게 대가를 주지 않으면 안 움직이겠다는 뜻이었다.

끝까지 요구조건이 많은 아이언에게 질려버린 관리신이었다.

‘이걸 그냥 확-! 그러나 들어주지 않을 수가 없다.’

흑염 도적단의 강대한 투기와 살기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신족의 투신들이 너무나 부족했다.

신계 자체의 전력으로는 막을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이것도 시간문제였다.

‘이 짓도 얼마 남지 않았다.

신족의 군대에서 지원자들이 집결하고 있다.

그들의 훈련이 끝나면 초월자들은 필요가 없으니 그때는 가만두지 않겠다.’

서로 다른 생각과 출신을 가진 무리가 모이면 반드시 싸우게 된다.

그런데 과거 종족전쟁의 승자인 신족과 패배자인 초월자들이 모였는데 문제가 없다면 이상한 일이었다.

그렇게 흑염 세력을 토벌하고 신계를 방위하기 위해서 대량으로 받아들인 초월자들과 신족의 대립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관리신의 생각과 흐름을 전부 읽고 있는 아이언의 눈빛에서 흐릿한 검은 불길이 일렁거린다.

‘사냥이 끝나 쓸모가 없어지고 밥만 축내는 사냥개는 당연히 죽여야겠지.

하지만 다음 사냥을 기대하면서 기르는 방법이 최선이다.

지금의 너희들에게 그럴 수 있는 인내나 지혜가 없어 보인다.

그럼 멸망해야지.

어서 서로를 증오하고 싸워서 사라져라.

그럴수록 내가 복귀하는 순간이 빨리 온다.”

우우우우우웅-!

자신이 나서지 않아도 종족전쟁이라는 세계의 운명을 건 거대한 전투가 다가온다.

기뻐서 미쳐 날뛰려는 흑염의 권능을 창조력으로 억누르면서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현세계의 창조신장과 마신황제를 전장에서 말살하고 진리님께 당당하게 강자로 인정을 받겠노라.’

왜 그래야 하는지는 모른다.

이 신체는 마도신의 신체가 아닌 새로 만들어낸 차원일족의 유아신이었다.

그래서 정보행성 코아에 대부분의 기억을 넘겨주고 용량을 줄여서 겨우 융합했기에 나중에 어떤 지식과 경험을 되돌려 받아도 꿈처럼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한가지만은 너무나 명확했다.

‘누구보다 강해져야 한다.

전투에서 승리해라.

어떤 불가능한 임무도 완수하라.

그래서 누구도 따를 수 없는 공적을 세워 높아져 진리의 자랑이 되어라.

그것만이 유일하게 살아남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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