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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성체로서 최하위의 난민 신세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계자들은 망설이면서도 펜을 들 수밖에 없었다.
아이언은 그 모습을 보면서 영광의 의자에서 술을 마시면서 말한다.
“나는 수습도 비정규직도 정리해고도 없다.
어차피 무능하고 약한 것들이 내 밑에서 오래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으니 알아서 소멸하거나 튀어나가겠지.
그러나 견딜 수만 있다면 누구보다 빠른 출세를 보장하지.”
하는 말마다 오싹한 소리였다.
그리고 방금까지 무참하게 고문하고 죽이던 상대의 밑으로 들어가야 하니 거부감이 컸지만, 선택권이 없었다.
초월자의 신체가 되지 못한 육체가 신령을 이기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듯이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육체가 아직 신체가 되지 못한 상태야.
이러면 신령을 견디지 못하고 붕괴한다.
‘정기도 새어나간다.
이 상태로는 오래 버틸 수 없다.’
정상적인 수련이 아닌 아이언의 권능에 의해 초월자에 입문한 탓이 컸다.
더구나 가진 정기나 적고 아는 것도 거의 없으니 신계의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었다.
물론 혼자 살 방법이 있기는 했다.
‘신계를 통하지 않고 정기를 얻을 방법도 있다.
‘지성체를 통째로 잡아먹어야 한다.’
그러다가 미치거나 괴물이 되어버리는 부작용이 있으니 그럴 수는 없었다.
무슨 회사의 채용 공고나 입사서류 같은 계약서의 내용을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한두 명씩 서명을 시작했다.
‘공적이나 전공이 있다면 진급하고 그만큼 정기를 더 받는다면 공정하다.’
‘계약 기간도 본인이 원하면 그만둘 수 있다.
자신들이 굉장히 불리한 입장에서 강요당한 계약서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노예 수준의 계약을 생각했는데 오히려 너무 대우가 후하다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떤 강제성이 있는 것도 아니야.’
‘제약이나 함정은 없나?’
물론 있기는 했다.
그러나 아주 상식선이었다.
‘조직에 대한 충성과 배신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만약 하면 신령연옥에 가두게 되어있군.’
‘감옥행인가?
그 정도 규칙은 어디서나 있다.’
‘계약 기간은 자유이니 문제가 생길 것 같으면 바로 벗어나면 되겠지.’
그러나 그들의 착각이었다.
이 종이들은 아주 하위 등급이지만 카르마의 계약서였다.
계약을 반드시 준수시키기 위해 생각조차 관리하기에 서명하는 순간 벗어나려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그걸 너무나 잘 아는 아이언은 마음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조직에 대한 충성 문구를 너무 쉽게 보고 있구나.
최하위급의 카르마 계약서이지만 정신체의 생각조차 통제하는 최강의 권능 계약서다.
충성 조건을 받아들이면 맹목적으로 따르게 한다.
너희들 수준으로는 배신이나 탈퇴할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최소한 창조신에 도달해야 다른 생각이 가능할 것이다.’
지성체들에게 일반적인 예의 같은 어떤 작은 약속도 강대한 상위 권능이 얽히면 절대적인 구속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아이언의 입장에서는 후계자들이 아무것도 모를 때 완벽하게 묶어버린 셈이었다.
그걸 모르고 하나둘 늘어나는 서명이 완료된 계약서를 챙기면서 나직하게 혼잣말을 했다.
“약할 때는 현실을 아예 모르는 것이 약이지.
이걸로 너희들은 내가 허락하지 않는 한 영원히 영웅동맹이다.”
물론 일방적인 이득을 볼 수 없었다.
카르마의 계약서는 진리님의 권능이었다.
공정함과 강자를 우선하는 성향으로 일단 계약의 주재자에게 유리했다.
‘하지만 세계의 발전을 위해 일방적인 이득을 취해 하위자들을 붕괴시키는 짓을 용납하지 않으신다.’
그래서 지금 후계자들에게 제시한 계약은 보수를 후하게 책정했기에 잘 받아들여진 것이다.
‘가장 필요한 것은 강자에게 영광, 약자에게는 기회라고 하던가?
그러니 나쁜 대우는 결코 아니다.
내게 유리하나 이들에게도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는 계약은 아니다.
오히려 반역자인 이들이 빠르게 자리 잡고 강해지는 유일한 길이기도 하지.’
물론 일차적으로 상대할 존재들이 흑염 세력이었기에 너무 과분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창조신계에게 보여줄 기계군단의 조종자들을 쉽게 확보한 아이언은 느긋하기만 했다.
그리고 흑염 세력의 기세를 꺾고 반대편으로 쫓아낼 방안을 짜내기 시작했다.
‘도적에서 의적으로 전환하기 위해서 강탈 예고까지 했다.
그리고 성공해서 명예를 얻고 이제 세력화의 조짐까지 보인다.
만약 성공하면 진리님의 추적에 현세계가 멸망할 수도 있다.’
원래 흐름에서는 도주하는 흑염의 세력을 추적하던 진리님에게 현세계의 절반이 날아갔다고 했다.
흑염 세력의 규모가 커질수록 피해는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육십 명 정도로도 그렇게 되었는데 광범위한 세력권을 형성한다면 내가 있는 은하는 분명 전멸당한다.
빨리 원래의 도망자에 도적놈들로 다시 만들어서 쫓아내야 하겠군.’
삭월(朔月)의 시즈지의 보조인격들과 카르마의 계약을 할 때 붕대를 몸에 두르고 있던 진리님의 모습이 떠올렸다.
오싹-! 오싹-! 부르르르르르-!
단지 모습의 연상이었는데 온몸이 떨리고 소름이 밀려왔다.
‘그때는 어리고 약해서 못 느꼈는데 어느 정도 자라서 다시 떠올려보니 끔찍하다.’
마신황제의 마력은 근처도 못 가고 절대계 최강의 살기와 투기의 융합체인 흑염의 권능조차 두려움에 떨 정도로 살벌했다.
;한시라도 빨리 흑염 세력을 본래의 흐름대로 정반대 쪽으로 쫓아내야 한다.’
이대로 시간을 끌다가 흑염 세력이 세력화되면 당분간 세력이나 키우면서 조용히 살려던 자신까지 큰일이었다.
‘빌어먹을-! 오백억 년 동안 창조주를 하시면서 아주 많이 온화해지신 거였어.
그런데 지금은 미쳐가던 일대 십중심들을 막 처단하신 직후다.
더구나 절대계를 제압하는 과정 중이시니 지금 잘못 걸리면 시범으로 무조건 죽는다.’
현세계의 최강의 신이라는 우주신 샤이니가 실질적인 패배를 당한 이상 신족은 자체적으로 처리할 방법이 없어 보였다.
‘평화에 찌들어서 무능한 현세계 신족이 처리할 가능성은 없다.
그럼 내가 나서야 하나?’
같이 소멸당하기 싫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흑염 세력을 원래대로 약화하고 반대쪽으로 쫓아내야 했다.
결론이 나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직접 나서서 처리 해야 할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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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세계의 신족은 은하계를 넘나드는 차원권능과 강력한 투기와 살기를 가진 흑염 세력에게 쩔쩔매고 있다.
하지만 자신이 보기에는 흑염 세력의 승승장구를 차단하고 원래의 흐름인 도망자로 만드는 방법은 많고도 쉬웠다.
‘신계를 강탈할 수 없게 약화를 시킨다.
그리고 중앙핵을 빼앗는 일이 결코 만만하거나 명예롭지 않게 만든다.
궁극적으로 여유를 가질 수 없게 하면 알아서 다시 도망자에 도적 떼가 되겠지.’
원래 아이언과 흑염 세력이 충돌할 일은 없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시비는 저쪽이 걸고 있었다.
‘현세계 반대쪽에 가서 설치다 진리님에게 처단당하면 서로 좋잖아?
그럼 세력을 만들어서 절반이 아니라 대부분이 날아가도 상관없다.
나중에 초월자로 혁명해야 하는데 쉬워지니 오히려 좋다.
오히려 응원을 보내고 아무 상관도 하지 않겠다.
그런데 이 멍청이들이 자꾸 왜 내게 가까이 오는 거야?
이러면 귀찮게 직접 처단해야 하잖아.’
그것도 치명적인 위협이었다.
자신은 미래로 돌아가면 창조신장과 마신황제를 겸임하는 절대적인 지배자이다.
그리고 모든 세계에서 사업으로 명망 높은 차원일족의 오리진으로서 영광을 누려야 했다.
‘겨우 이런 일로 현세계와 같이 죽을 수 없다.’
그런 생각을 아이언이 하고 있는데 후계자들은 서명을 완료했다.
하지만 몇몇은 끝까지 망설이고 있다.
제국을 만든 프롬 여왕과 비교하면 아주 작지만 각자 행성의 왕과 여왕으로서 군림하던 후계자들이었다.
그들의 뇌리에는 계속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자신의 운명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누가 감히 나의 길을 결정한다는 말인가?’
‘이렇게 강압적으로 적이었던 신족의 밑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
지성체 시절에 한 행성을 지배했던 왕과 여왕으로서 군림했던 자부심은 고개를 숙이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그리고 조금 잔혹하지만, 백성들에게서 정기를 과학적인 방법으로 뽑아낼 방법들이 생각났기에 계약을 거부하려고 고민 중이었다.
‘신계가 없어도 정기회수가 가능해 보여.’
‘용의 꼬리가 되느니 닭의 머리가 되어 자유롭게 살겠다.’
‘자유와 평등! 바로 그것이 영원히 인간이 추구해야 할 가치다.’
그런데 단 위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구구구구구구궁-!
그것은 아이언의 투기 발산이었다.
천국의 하늘 전부를 메울만한 가공할만한 투기는 열세 쌍의 황금빛의 불타는 날개를 가진 거대한 초월자의 환영을 투영했다.
보는 존재를 모두 압도하는 그 모습을 본 후계자들은 물론이고 천족까지 모두 땅에 엎드려 벌벌 떨었다.
“!!!”
그제야 이 은하가 저 무서운 고위신의 관리하에 들어간 사실을 깨달은 왕과 여왕들은 다급하게 계약서에 서명했다.
‘부하가 안 되어도 관리를 벗어날 수 없다.’
‘이제처럼 숨어서 저항할 수도 없다.’
현실을 파악한 것이다.
거슬리면 아무리 숨어도 바로 끌려와서 어떤 꼴이 되는지 이미 경험까지 했다.
‘여기서 계약을 거부하면 영원히 갇힌다.’
‘이러면 차라리 부하가 되는 것이 낫다.’
‘기회를 보자.’
망설이는 후계자들을 위협하기 위해서 투기를 내었다고 생각하고 위험분자로 분류되지 않기 위해서 재빨리 서명하고 제출한다.
물론 아주 큰 착각이었다.
지금 아이언은 신체조차 제대로 못 갖춘 최하위 초월자들 따위는 관심도 없었다.
지금 투기를 방출한 이유는 창조신계로부터 갑자기 전달된 명령에 분노한 탓이었다.
“나보고 샤이니 밑으로 들어가 싸우라고?”
“샤이니님은 최고위 창조신이며 최고의 군신이니 당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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