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프롬 여왕은 기계신이 뭔지도 모르는데 일만대나 내놓으라니 이제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지고 있었다.
찌끈-! 찌근-!
인상을 찌푸린 프롬 여왕의 눈에는 육편이 되어서도 신음하는 과거의 동료들이 보인다.
미녀나 여자라고 봐주는 상대가 절대로 아니었다.
‘아이언은 남녀노소와 미추를 가리지 않고 공정하게 박살이 내놓았다.’
유모로 삼는다고 많이 봐주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잘못하면 자신도 저 꼴이 될 수 있으니 한숨을 쉬면서 다시 물었다.
“기계신이 무엇인지 저는 모릅니다.
그런데 제가 무엇을 할 수 있나요?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시겠지요?”
프롬 여왕은 상대가 은하계를 다스리는 신계 주신이 되었으니 말투를 높인다.
그 말을 들은 아이언은 기쁘게 웃으면서 말했다.
“신족처럼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는 권능을 사용할 수 있는 기계를 기계신이라고 부릅니다.
여왕께서는 가지고 계신 기존의 기계 인형병기를 제게 넘겨주시면 손을 봐서 완성 시키겠습니다.
그리고 지휘관 기체가 필요하니 새로 만들기도 해야 합니다.
제국의 생산 시설을 빌려주시면 제가 알아서 하지요.
전혀 부담을 느끼실 필요는 없어요.”
“그렇게 하시지요.”
그제야 여왕의 고개가 끄덕였다.
기계 인형병기는 거의 의장용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그걸 주는 대신 은하의 절반을 받는다면 크게 부담이 가는 제안이 아니었다.
‘일만 척이 넘는 우주 전함에 상징적인 의미로 한 두 대씩은 보유하게 하고 있으니 수량은 맞다.
인간이 탑승할만한 거대 기계 인형은 병기로서 효율성이 떨어진다.
행성을 제압할 경우의 사열이나 위력 과시에 효과적이라서 없애지는 않았지.
그걸 전부 넘겨달라는 뜻이었군.’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신족은 지성체를 직접 지배하지 않고 삶과 죽음의 과정에서 생기는 정기만을 받았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직접 지배를 하지 않는다.
대등한 거래가 될 수 있다면 나쁜 거래가 전혀 아니다.’
생각을 바꾸어 보면 행성을 관리하고 지성체를 번성시키는데 전력을 다하는 이상적인 관리자였다.
그리고 지금 아이언에 들은 기계신이라는 용어가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신족의 권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기계신을 내가 만들 수 있다면 지금의 전력 차이를 뒤집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셀 수 없는 천족들보다 초능력이 통하지 않는 권능을 사용하는 고위신이 가장 문제였다.
병력의 질적인 문제를 타파할 수 있으니 프롬 여왕의 눈빛이 욕심으로 물든다.
‘초능력자가 탑승해서 권능을 사용하는 신의 위력을 낼 수 있다면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확보해야 한다.’
지금 여왕의 생각을 짐작한 아이언이 생긋 웃으면서 말했다.
“후후-! 기계신의 제조방법을 가르쳐드릴까요?”
“주신다면 사양하지는 않겠습니다.”
“하하하.”
당돌한 대답에 나직하게 웃으면서 천국의 하늘을 쳐다보았다.
여왕의 생각 정도는 환하게 파악하고 있었고 이미 제국 전부를 지역 우주를 제압할 기계신의 생산기지로 만들 생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전력을 갖추어도 여왕 단독으로 추진한다면 무리였다.
‘제국이 가진 우주전함이나 병기를 기계신으로 바꾼다면 은하계 정도는 독립을 유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창조신이 나선다면 끝이다.’
아무리 권능을 사용하는 기계신도 결국 물질로 만들어져서 한계가 있었다.
기계신으로는 정신체로서 상위인 신족을 뛰어넘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초월자의 신령이 추가 투입이 필요하다.
허나 그렇게 되어도 신격의 차이를 쉽게 넘을 수 없지.’
초월자가 되면 모두 알게 될 일이기에 간단히 언급만 하고 넘어간다.
“훗훗-! 기계에 권능으로 신격을 담는다.
그것이 바로 기계신입니다.
제작은 여왕께서 초월자가 되시면 저절로 가능하시게 될 것입니다.”
“.........”
거절이나 놀림 같지는 않았다.
다만 자신의 초능력 수준으로는 기계신 제조는 불가능하다는 뜻으로 들려온다.
‘초월자가 먼저 되어야 한다는 뜻인가?
그런데 그 방법이 정말 어이가 없구나.’
발밑에 무참하게 종이처럼 납작하게 밟혔으면서도 살아서 신음을 흘리는 후계자들이 보였다.
‘아이언은 이미 모든 지성체들의 육체와 영혼에 신족들이 승급하지 못하게 제어를 걸었다고 알려주었다.
이 봉인을 푸는 방법은 강제로 죽음과 부활을 반복하면서 영혼까지 다른 존재로 만들어야 한다.’
현재 가지고 있는 육체와 영혼을 조금씩 소멸시키면서 재생시킨다.
그래서 완전히 새로운 존재로 바꾸는 방식으로 제어를 풀어야 깨끗하다고 너무나 쉽게 이야기한다.
‘초월자가 되고는 싶지만, 도저히 제정신으로 자청해서 받을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무참하구나.’
왕좌가 놓인 단 아래는 기계신의 다리에 밟혀 피떡이 된 후계자들로 피의 초원이 된 지 오래였다.
‘날아다니는 천족들이 없다면 천국이 아니라 지옥의 가장 밑바닥으로 보일 정도야.’
뼈와 근육이 모두 으깨진 상태에서도 살아서 신음을 지르고 있으니 더없이 무서운 현장이었다.
하지만 아이언은 느긋하게 상태를 확인하고 말했다.
“이제야 신체제어가 풀려가고 있군요.
모두 초월자가 될 자질이 있으니 이 천국에서 천천히 요양하면서 본래의 인간 형태를 찾으면 자연스럽게 승급이 됩니다.
성공하지 못한 저조자들은 다시 교육하면 되니 이제 조종자는 신경 쓸 필요는 없어요.”
프롬 여왕이 생각하기에는 지극히 낙관적인 말이었다.
신족에게 전멸당한 고대 문명의 후계자와 신은 양립할 수 없었다.
그런데 초월자가 되면 당연히 자신의 부하가 될 것이라는 끝없는 자신감에 어이가 없었다.
그보다 다른 의문이 급해서 머뭇거리면서 직접 물었다.
“저도 초월자가 되려면 저렇게 해야 하나요?”
초능력자의 진화라는 초월자는 되고 싶다.
그러나 수없이 죽임을 당하면서 강제로 진화하는 일은 꺼림칙하기 시작했다.
영혼과 육체와 거의 일체화된 봉인이라서 존재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는 말에 다른 방법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이언이 고개를 흔들었다.
“제 유모이자 저를 도와줄 분이 왜 저런 고생을 해야 해요?
고난은 상대가 어떤 존재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어떤 상황인지도 알려 하지 않는 멍청이들이나 하면 돼요.”
“........”
“........”
신랄하기 짝이 없는 말은 천국 전체를 울릴 정도로 컸다.
숨 죽여 듣고 있던 후계자들과 천족들에게 자신의 말을 안 들으면 이 꼴이 된다는 경고하는 말이기도 했다.
그렇게 아이언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허공에서 투명하면서도 빛나는 액체가 담긴 술병을 꺼내서 탁자에 놓았다.
“이건 세계수의 수액을 제가 특별히 처리해서 압축시켜 술로 만든 겁니다.
이걸 상복하면서 천국에서 쉬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초월자가 됩니다.”
“.........”
저항하면 초월자로 만들어 쓰는데 육체를 갈가리 찢어서 다시 회복하는 방식을 쓴다.
하지만 협조자는 술을 한 병만 마시면 끝이란다.
보고 있는 천족들이나 피떡이 되었다가 서서히 인간의 형상을 되찾고 있는 후계자들의 입장으로는 실로 할 말이 없는 차별적인 조치였다.
그러나 절대적인 힘을 가진 본인이 그렇게 하겠다는데 어쩔 도리가 없었다.
퐁-! 솨아아아-!
아이언이 술병의 마개를 직접 따자 천국을 가득 메울만한 향기가 퍼져나간다.
천국에 가득 찬 냄새만 맡아도 보통 보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고 있었다.
아공간에서 투명한 술잔을 두 개 꺼내어 가득 따라 프롬 여왕과 워터 문에게 나누어 준 아이언은 자신의 잔도 채우고 위로 들어 올리면서 외쳤다.
“이번 사업의 성공과 더욱 나은 미래를 위해서 건배를 하지요.”
“........”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지만, 이 이상 나빠질 리는 없었으니 얼떨떨한 표정으로 건배하는 프롬 이었다.
워터 문은 아이언이 했던 허황하게 들렸던 장담이 점점 실현되어가자 은하계의 부흥을 느끼고 진심으로 축하했다.
“은하계의 신계 주신이 되셨음을 축하드립니다.”
“시작으로 이 정도면 괜찮겠지.
이곳을 중심으로 지역 우주를 넘겨받을 생각이다.
기계신의 군단을 빨리 확충해야 하니 너는 초월자의 정보를 확보하고 위치를 파악하라.”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미 다른 은하의 정보까지 확보하고 있습니다.”
“그럼 조직의 이름도 확실하게 해야 하겠군.
무엇으로 한다?
역시 이걸로 정해두어야 하겠군.”
자신의 술잔을 비우고 영광의 의자에서 주의를 기울여서 무엇인가를 만들기 시작했다.
강력한 신력과 창조력이 뭉치면서 깃발의 형태로 만들어간다.
신계 주신의 영광의 자리 위에 나타난 커다란 황금색의 깃발에는 붉은 글씨의 제목이 적혀있었다.
‘영웅동맹(英雄同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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