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저기 멀리 하얀 날개를 펄럭이면서 날아다니는 천사들이 보이고 빛에 가득 찬 세계로 보아서는 그런 것 같았다.
그러나 대우는 지옥이었다.
“지옥은 바로 옆에 있지.
가고 싶으면 언제든지 원해라.
일단 하극상에 대한 처벌부터 해주마.”
아이언의 분노와 함께 허공에서 황금빛의 거대한 금속다리가 떨어져서 후계자들을 전부 밟아 버린다.
이번에는 욕을 한 대상만이 아니라 전원이 대상이었다.
꽝꽝-! 꽝꽝-!
고대문명의 후계자들이 모두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살아있는 납작한 고기 뭉치가 되어버리는 순간이었다.
“!!!”
프롬 여왕은 그 꼴을 보고 머리를 푹 숙이고 말았다.
이제 빼도 박지 못하게 되었다.
‘그만 좀 해!
네가 편을 들어 줄수록 내 입장이 나빠진다.’
후계자들은 연합에 속해있어 적대적이었지만 중립도 어느 정도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완전히 공공의 적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돌아가는 모습을 저 멀리서 보고 있던 천족들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
고대 문명의 후계자들이 얼마나 강력한지 잘 알고 있기에 모두 어안이 벙벙할 표정이었다.
특히 천국의 책임자이기도 한 상급 천족 워터 문은 분명 다른 세계에서 온 창조신의 능력에 놀랐다.
‘아무리 죽여도 어디선가 기어 나오던 끈질긴 잔당들이 모두 잡혀 왔다.
행성 지하 깊숙이 박혀들어서 신족들조차 그렇게나 힘들게 했던 저들을 이렇게 일망타진을 하시다니?
정말 부흥까지 이루실지도 몰라.’
이번 초월자 파병계획이 실패해도 저들만 처리할 수 있다면 이 은하도 바뀔 수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자 권능 계약서에 묶여 강제로 충성하고 있다는 반발심이 사라지고 무한한 존경심이 생길 지경이었다.
그래서 공손하게 창조신계에서 처음으로 온 응답 공문을 양손으로 들고 아이언의 앞에 나아가 바쳤다.
그동안 커다란 한 가지 사건이 일어났고 그걸 보고받은 아이언은 바로 정식 임용 신청서를 창조신계로 보냈다.
그 결과는 이렇게 즉각적으로 돌아왔다.
“보고드리옵니다.
저번에 제출해주신 자료를 평가한 결과 창조신계에서는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님을 창조신급의 초월자 용병으로서 인정하였습니다.”
“당연하지.”
임관 요청서와 더불어 제출한 자료는 오직 하나였다.
현세계 고위신이 파괴 불가능한 금속벽돌과 그 중앙을 주먹으로 깨끗하게 관통시킨 구멍이었다.
주신조차 쉽게 파괴 불가능한 금속을 만들 수 있고 또 그걸 쉽게 파괴할 수 있다는 무력을 증명한 것이다.
덤으로 초월자의 강렬한 투기를 담고 차원권능까지 언급했으니 주신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강했다.
“허계 흑염도적단의 토벌단에 참전해 주신다면 원하신 대로 이 은하계를 독립 신계로 삼아도 허락하겠다는 결정입니다.
그리고 하위신 이상이라는 기계신들의 전력까지 파견하신다면 위원회의 위원으로 정식 임용까지 약속하겠다는 결정통보입니다.
축하드리옵니다.”
창조신계의 사정을 잘 아는 워터 문이 생각하기에 아무리 생각해도 지극히 파격적이고 엄청난 보상이었다.
‘은하계의 신계 주신만이 아니라 신족의 지배층인 위원회의 위원까지 단숨에 올라섰다.
이건 어지간한 명문 일족의 후계라고 해도 바랄 수 없는 대우야.
정체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이런 대우라니 역시 그 사건이 충격이 컸어.’
하지만 아이언으로서는 어이가 없었다.
어차피 세력구축을 해야 하니 한 번에 빨리 끝내자고 지금 가진 대부분의 능력을 정확하게 기재하고 증명할 자료까지 제출했다.
나름 신경 써서 창조신계에 임관신청을 했더니 이런 푸대접이었다.
“창조신급의 초월자에게 겨우 개발도 하지 않은 은하계를 주면서 흑염 세력의 토벌단에 직접 참전하라?
그리고 알려준 전력을 전부 신계에 바치는 대가로 겨우 위원회의 자리를 주겠다고?
너무 싸게 부려먹으려고 하네.”
아이언이 너무 보상이 약하다고 불평하자 얼떨떨해지는 워터 문이었다.
그녀가 생각하기에는 엄청난 보상이었는데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였다.
“기존의 창조신계의 방침을 보아서는 굉장히 무리한 결정으로 보입니다.
흑염 도적단이 준동하지 않은 상태였다면 임관 허락보다 토벌 명령이 떨어졌을 것입니다.”
지배층들은 강력한 경쟁자를 원하지 않는다.
자신들만의 세상이 영원하기를 바라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아이언은 코웃음을 쳤다.
“훗훗-! 창조신계는 지금 적을 늘릴 여력이 없다.”
흑염 세력이 벌인 일의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었다.
‘갈수록 빨라지고 강해지는 흑염 세력은 이미 삼십 개의 신계를 털고 소멸시켰다.
막지 못하고 있는 창조신계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어.
무너지는 지휘 체계를 수습하기도 힘들다.’
현세계에 뿌려진 신계의 수로 보면 지극히 적은 수였지만 막을 방법이 없으니 엄청난 반향과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중이었다.
신계만이 아니라 세력까지 공중 분해되는 꼴을 수십 번을 보게 되니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신계 주신들이 없었다.
‘모든 것을 갖춘 신계 주신이 신계를 잃고 순식간에 거지 신세가 되어버린다.
안정적으로 번영하던 신족에게는 날벼락이지.’
창조신계의 저지도 시원치 않으니 자체적으로 방어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이런 혼란의 와중에서 드디어 혁명의 싹이 피어났다.’
신족의 방해로 언제나 부족하던 대량의 정기를 얻고 여유를 찾은 초월자들이 뭉치기 시작했다.
‘흑염 세력이 초월자들에게 뿌린 막대한 정기가 효과를 발휘하여 집단을 이루기 시작한다는 보고인가?
그들은 흑염 세력을 정말 의적으로 보고 지지세력이 나오기 시작했다.’
집결하기 시작한 초월자들의 지지를 얻은 흑염 세력은 이제 단순한 도적단이 아니라 누구도 무시 못 할 거대 세력이 되어가고 있었다.
갑자기 이렇게 사태가 급진전이 된 이유는 한가지 충격적인 사건 때문이었다.
‘토벌단과 도적단이 정면충돌했는데 제압을 하지 못했다.’
이것만은 아이언도 의외였다.
원래 흐름에서는 도망만 다니면서 무단으로 신계를 털고 다녔다.
그런데 이제 의적이랍시고 사전에 목표로 삼은 신계와 시간을 알리고 토벌단과 동시에 싸우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모두가 기만행위라고 생각했지만, 워낙 신출귀몰해서 추격할 수 없는 토벌단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
그래서 그 장소에 대기했다.’
예고한 신계는 도적단의 차원권능 이동 거리 안에 있었다.
분명 위험영역의 신계가 맞았으니 다른 신계가 습격당하면 바로 달려갈 생각을 하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정말 나타난 것이다.
대량의 정기를 흡수하고 차원권능의 결계로 어느 정도 본래의 위력을 회복한 근원과 흑염 세력은 거침이 없었다.
“나는 절대계 흑염 의적단의 근원-!
예고한 대로 왔다.”
“현세계 최강의 우주신이라는 샤이니가 누구냐?
우리와 우열을 결정해 보자”
단숨에 신계를 박살 낼 기세로 달려드는 오십 명의 흑염 세력의 쳐다보는 샤이니는 낭패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진짜 올 줄이야.
이제 단순한 도적단이 아니란 뜻인가?”
혹시 모르니 위원회의 창조신들만이라도 집결을 요청했지만 창조신계는 강탈 예고를 끝까지 허위정보라고 주장하며 추가병력을 파견하지 않았다.
샤이니도 기만책이라고 보았기에 토벌단의 창조신들을 반대쪽으로 보내고 망한 신계주신 출신의 병력만 데리고 있던 상태였다.
‘지금은 상위 주신 삼십 명이 전력이 전부다.
그런데 고위 주신으로 확인된 흑염 도적단이 어떻게 창조신급의 강자들이 되어있나?
그리고 왜 이렇게 몸이 무겁지?
이 차원권능은 설마 아군의 강화만이 아니라 적군의 신격과 능력까지 하락시키는가?’
그 말대로였다.
정기를 잔뜩 확보하고 여유를 찾은 차원권능을 익힌 존재들은 무섭게 강해져 갔다.
그리고 마침내 신의 권능으로 아군을 강화하면서 마도의 저주처럼 적의 능력을 하락시키는 광역권능을 만들어낸 것이다.
새로운 차원 결계는 근원이 습격을 사전에 알려주고 토벌단과 직접대결을 결심할 만큼 엄청난 성능을 보였다.
차원 결계 안이라면 백 분의 일이라는 능력의 감소에서 벗어나 거의 일 할의 힘을 되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차원 결계를 갖추고 십 분의 일의 힘을 되찾은 지금의 흑염 세력은 고위 주신이 다스리는 신계는 이제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
단지 자꾸 추격해오는 무시하지 못할 강자인 샤이니와 토벌단 때문에 시간 문제가 걸렸다.
그래서 이번에 전력을 모아서 아예 뿌리를 뽑으려고 하는 중이었다.
화르르르르르르륵-!
돌진하는 그들의 몸에서는 흑염 세력의 증거인 뚜렷한 검은 불길의 투기가 일렁거리고 있었다.
물론 토벌단도 만만치는 않았다.
흑염 세력에 의해 중앙핵을 빼앗기고 다스리던 신계를 잃은 신계 주신들은 창조신계에서 무능하다고 푸대접을 받고서 이끌던 세력까지 전부 잃어가고 있었다.
‘부하를 먹여 살릴 정기가 없으면 어떤 세력도 흩어진다.’
영겁의 세월 동안 쌓아 올린 모든 것을 잃어가고 있는 그들은 이미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눈빛에서는 살기와 투기가 흘러넘쳐서 흑염 세력의 기세에 밀리지 않을 정도다.
또한, 반드시 싸워 이겨야 할 절실한 이유도 있었다.
‘창조신장님이 약속하셨다.
너희만 쓰러트리면 모든 것을 돌려주신다고 말이다.’
‘힘으로 빼앗긴 것을 직접 되찾고 말겠다.’
소속된 일족도 당장 신계를 만들어 줄 여력이 없었다.
이제 가장 빠르게 원래의 직위를 돌아갈 수 유일한 방법은 흑염 도적단의 타도였다.
‘신계를 잃을까 두려워한 모든 신계 주신들이 그들의 목에 엄청난 현상금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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