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별과 별이 아닌 항성계 사이를 뛰어넘어서 자유롭게 도약한다.
그리고 은하를 집으로 삼아서 자유롭게 산다.
순간 이동 초능력자라면 누구나 꿈에서 그리던 경지를 직접 본 감상은 환희였다.
그리고 그걸 가진 존재가 아무렇지도 않게 죽음과 부활을 반복시키는 심성을 지녔으니 공포에 젖지 않을 수가 없었다
‘행성의 수도를 파괴하는 무력은 제국도 가졌으나 저렇게 순식간에 은하계의 구석구석을 도약할 수가 없다.’
‘더구나 손가락질로 수도를 날릴 정도의 능력까지 갖췄다면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보이는 하늘의 모든 부위에 황금빛의 선이 수없이 그려지고 있었다.
이것은 무서운 결론을 알려주었다.
방대한 영역과 전력을 가진 제국이라도 아이언과 정면으로 싸우게 되면 순식간에 무너진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저런 식으로 차원 이동을 할 수 있다면 관리조차 별 힘이 안 들어 보였다.
그나마 정확하게 아이언의 수준을 파악한 순간 이동초능력자들은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간언했다.
“그는 혼자서도 은하계 전부를 제압하고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습니다.
제국이 온전하기 바란다면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반드시 친분을 가져야 할 상대입니다.”
“제국의 해가 될 명령은 거두어주십시오.”
“.........”
무엄하다고 할 수 있는 순간 이동능력자들의 발언이었다.
하지만 초능력자가 아니기에 무사했던 기계 귀족들도 모두 진심으로 동의하고 있었다.
그들은 아이언이 손을 대지 않았지만, 이제까지의 기록과 대화를 바탕으로 재빠르게 상대가 요구하는 것을 파악한 지 오래였다.
‘여왕님과 공주들을 자신의 유모로 달라고 했던가?’
‘은하를 정복하는 대가로는 너무 가볍군.’
아이언의 말대로 연합의 초능력자들이 사라지면 은하계를 제압하는 것은 별로 시간이 걸리는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대규모 함대 운영에만 천재적인 에메랄드 공주가 있으면 많은 시간조차 걸리지 않았다.
‘더구나 꾸미고 가만히만 있으면 아무도 공주라고 의심하지 못할 정도로 외모도 출중하다.’
‘여왕님이 계시지 않는 동안 구심점도 충분히 될 수 있다.’
‘여왕님은 절대로 안 되지만 에메랄드 공주는 바로 넘기자.’
함대 사령관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지만 여기저기 사고만 치고 다니는 공주의 효용은 거기까지였다.
은하 곳곳에 퍼져있는 제국 귀족들의 정보망은 대단했다.
그래서 공주이면서 검은 해골단과 어울려서 우주 해적질을 하고 다닌다는 정보를 얻을 때부터 어딘가에 가둘 생각만을 하던 귀족들이었다.
프롬 여왕의 분노가 두렵고 아직 효용성이 남아서 시도조차 안 하고 있던 것뿐이었다.
‘제국의 공주가 우주 해적이라니 제정신이야?’
‘말투도 공주인지 해적인지 잘 모르겠어.
품위가 있어야 따르지.’
‘정말 검은 해골단과 같이 벌인 분탕질로 받은 피해보다 함대 운용능력이 더 크지 않았으면 가만 안 두었다.’
‘하지만 방금 말대로 연합의 초능력자가 사라지면 절호의 기회다.
어떻게든 묶어두고 함대 사령관으로 운용해야 해.’
‘그다음에는 혹시 모르니 시집이든 유모든 빨리 보내버리자.’
강력한 초능력자에 함대 사령관이라 쉽게 처리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좋게 해치울 장소가 나타났으니 나름대로 의지를 모은 제국의 귀족이었다.
그렇게 프롬 여왕과 후계자였던 크롬 공주가 아이언에 납치되자 강제로 여왕대리가 되어버린 에메랄드 공주의 시대가 열렸다.
그리고 고대문명의 후계자들에게 수난의 시대가 열렸다.
아이언이 프롬 여왕에게 읽어낸 후계자들의 정보를 바탕으로 위치를 찾아내고 바로 체포해서 천국으로 보내버린 탓이었다.
차원권능을 활용하여 은하와 행성 곳곳을 전부 뒤져서 모두 찾아낸 아이언은 경악하는 고대문명의 후계자들에게 혀를 차면서 말했다.
“쯧쯧-! 아무리 선조들이 전멸을 우려해서 이렇게 독립된 점조직으로 잘 분산해서 숨겨놓으면 뭐하나?
이렇게 후손들이 서로가 관심을 가지고 위치와 약점을 잘 알고 있는데 말이야.”
고대문명은 반란을 일으킨 죄로 전멸을 당했지만 어떻게든 명맥을 이으려고 처절하게 노력했다.
다시 전면전을 시도할 정도의 막대한 자원과 정보를 후계자들에게 모두 나누어주고 복수가 아닌 문명의 계승만을 바랄 정도였다.
‘후계자 대부분은 은하계에 흩어져서 몰래 활동하고 있다.
제국을 만든 프롬 여왕이 예외적인 존재였군.’
고대문명의 후계자들은 서로를 보면 알아볼 수는 있지만 모두 출신에 대해서는 비밀에 부치고 발설하지 않았다.
초능력이 통하지 않아서 치명적인 위협이 되는 고위신은 떠난 것 같지만 아직은 신족의 영향력이 커서 알려지면 위험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현재 인류가 신족을 숭앙하고 외부에서 이주해왔으니 정체를 들켜서 좋을 리가 없다.
그런 이유로 고대문명의 후계자가 아닌 천재적인 과학자나 숨어있던 재력가 정도로 알리고 움직였군.’
신족에 의해 다른 은하에서 중세 정도의 문명으로 이주한 현재 인류였다.
그들보다 워낙 높은 과학 문명과 정보를 고스란히 가졌으니 비밀을 유지하면서도 지배층이 되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대부분 한 행성의 왕이나 여왕이 되어 있었다.
물론 그다음에는 신족에게 적대적인 방향으로 인류를 이끌었다.
‘사태를 파악한 천족이 왕이나 여왕이 된 후계자를 토벌해도 끝이 아니야.
행성 지하 깊숙이에 마련된 안전한 장소에서 자녀나 복제로 예비 후계자로 만들어서 버티어 왔다.
만약 예비 후계자까지 당했으면 다른 행성에서 보내오기까지 했지.
이런 존재들이 은하에 거주 가능한 행성에 전부 뿌려졌다면 천족이 아닌 신족이라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전면전이 승산이 없으니 끝없는 은밀한 저항을 선택했군.’
실제로 행성 내부는 탐색하기 힘들고 정기확보를 위해 지성체나 행성을 전멸시킬 수 없는 신족에게 지극히 유효한 투쟁방법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이제 끝이다.’
은하계의 모든 행성을 거의 일순간에 탐색하고 찾아내는 차원권능을 사용하는 아이언의 존재를 고대문명은 예측하지 못했다.
더구나 아이언은 잡아낸 후계자들의 기억까지 모두 조사해서 예비 후계자들까지 모두 잡아내어 끝을 내버렸다.
물론 아주 작은 저항은 있었다.
‘신족에 저항하는 고대문명의 후계자들은 기본적으로 정신에 강력한 방어장벽이 설치되어 있다.’
어느 한 명이 잡혀도 정신을 읽히지 못하게 하여 다른 후계자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였다.
과거 고대문명이 후계자들의 의식을 들여다보고 정보를 얻지 못하게 조치도 해놓았지만, 창조신 정도의 고위신은 보지 못한 고대문명의 한계는 뚜렷했다.
‘창조신 앞에서 거짓은 통하지 않는다.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고위 정신체는 지성체의 의식을 읽어낼 수 있으니 아무런 소용이 없다.’
아이언 정도의 고위 정신체에게는 지성체의 어떤 정신 방벽도 의미가 없었다.
물론 고대문명도 초능력자가 걸은 정신 방벽이 정신체인 신족에게 완벽한 철벽일 리가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대비는 해두었다.
아주 간단한 방법이었다.
‘반드시 파악된다면 아예 모르면 된다.’
알지 못하는 정보가 발각될 리가 없으니 토벌당하거나 사고로 죽은 후계자들의 보충을 제외하고는 서로에 대해 불필요한 교류를 금지한다.
그렇게 철저하게 은하에 흩어져서 고대문명의 계승과 저항을 이어갔다.
‘나처럼 강력한 초능력자의 정신조차 읽는 고위신에게 걸리면 일망타진될 수 있다는 점을 염려했지.
그래서 고대문명의 지배층은 후계자들에게 정신 방벽을 걸고 될 수 있는 대로 서로를 모르게 하고 교류도 금지했다.
만약 이 체제가 그대로 유지되었으면 나도 고생 좀 했겠군.
하지만 어떤 강력한 체계도 통제관이 없고 시간이 지나면 약해져.
이들은 깨어난 이후에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다.’
후계자들은 처음에는 충실하게 지켰다.
그러나 나중에는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신족 대신에 은하를 관리하는 천족이나 마족은 충분히 감당할 정도로 전력을 쌓아서 안전해지자 곧 유명무실해졌다.
고위신과 직접 싸워본 적이 없으니 방심한 것이지.’
담당하던 행성을 넘어서 다른 항성계로 확대된 세력은 필연적으로 다른 후계자들과 충돌하게 되었으니 모를 수가 없었다.
동료가 아니라 경쟁자가 된 것이다.
‘동맹을 맺거나 갈라져서 적으로 싸우기까지 했으니 이제 서로 너무나 잘 알았고 있었다.
극비리에 마련한 행성 내부의 최후 은거지 위치까지 말이야.
덕분에 편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프롬 여왕에게 얻은 주요한 후계자들의 위치확인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잡아들인 그들에게서 뽑아낸 정보로 추적하자 풍부한 정보가 쏟아졌다.
덕분에 후계자 전원과 은거지를 빼앗는데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던 아이언이었다.
‘하나가 무너지면 나머지도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진다.
문어발 확장의 최악의 단점이지.’
너무 밀접한 관계로 순식간에 체포되어 천국에 모여진 후계자들을 바라보는 아이언의 얼굴에는 조소가 감돌았다.
“외로움을 타는 인간은 결국 동료나 적을 찾지.
행성에 만족할 것이지 쓸데없이 확장하려던 욕망과 감정이 너희의 목을 조인 것이다.”
그렇게 은거지를 모두 빼앗기고 예비 후계자까지 남김없이 모두 잡혀서 천국으로 압송한 고대문명의 후계자들은 이를 부득 갈면서 정면의 위를 주시했다.
높이 만들어진 단상에 놓인 신계 주신의 영광의 자리에는 금발의 소년신인 아이언이 있었고 옆에는 정말 골치가 아프다는 표정의 제국의 여왕 프롬이 앉아있었다.
저 모습을 보고 어떻게 돌아간 일인지 모를 바보는 없었다.
‘네가 우리를 신족에게 팔아넘겨-!’
‘아무리 적대를 하고 있다고 하지만 어떻게 고대문명의 후계자가 이럴 수 있지?’
신족에게 멸망한 고대문명의 후계자가 신족에게 협조하다니 이런 배신도 없었다.
할 수 있다면 같이 당장 죽여 버리고 싶고 실제로 그러려고 했다.
그런데 이미 수차례의 공격시도가 소년신의 가벼운 손짓에 무산되고 엉망진창으로 당해버렸다.
아무 저항도 못 하고 잡힐 때부터 깨달았지만, 대항 자체가 불가능한 고위신이었다.
그러나 굴복은 할 수 없어서 몸서리쳐지는 투기의 위협까지 견디고 다시 달려든다.
짝짝-!
후계자들이 초능력을 사용하면서 달려 들어오자 아이언은 손뼉을 치면서 기뻐했다.
‘제국의 초능력들자에게는 실망했는데 후계자들은 기대 이상이다.
하긴 은하계를 장악한 문명에서 긁어모은 인재들이니 당연한가?’
유쾌하게 웃으면서 신력포의 연사로 환영해 주었다.
“카하하하하! 과연 이구나.
신족에게 반역하고도 최후까지 살아남을 만해.”
흑염 세력의 발을 묶어놓을 만한 전력이 필요했는데 조금만 손을 보면 쓸 수 있어 보였다.
“독기와 생기가 넘치는 것이 참 쓸만해 보이는구나!
좋아-! 더 발버둥 치고 발악해 봐라.
힘껏 도와주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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