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그다음에 일어난 현상은 진정한 기적이었다.
황금빛이 엉망이 된 초능력자 귀족의 피와 파편, 엉망이 되고 파괴된 알현실을 비춘다.
그러자 정말 시체 부스러기들이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고 완전히 붕괴한 알현실도 그대로 복구되어간다.
죽인 자를 다시 살리고 파괴된 것을 복구하는 모습에서 고대문명의 후계자답게 바로 권능의 정체를 깨달았다.
“신족의 권능의 정점. 부활과 창조력!”
그러나 아이언은 수정해주었다.
“행성이나 고위 정신체의 재생도 아니고 방금 죽인 지성체들을 부활시키는 정도를 가지고 권능의 정점이란 표현은 너무 과해요.
이건 단지 심심풀이 장난 정도랍니다.”
“.........”
“.........”
자신들은 도저히 일으킬 수 없는 기적과 같은 부활을 장난이라고 표현하자 이제 할 말이 없어지는 프롬 여왕과 에메랄드 공주였다.
단지 방금 죽은 초능력자들이 그대로 다시 소생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부활과 복구 장면을 직접 보니 무엇인가 깨달을 것 같은 느낌이 자꾸 그녀들을 애타게 했다.
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
마치 영화필름을 거꾸로 되돌리는 것처럼 죽음과 파괴가 사라지고 원상태로 되돌아온다.
그러나 분명 고통스럽게 몸이 갈려 죽었던 기억이 생생한 고위 초능력자들이었다.
어떻게 되살아났는지 의문을 표할 시간도 없었다.
여왕의 다리 위에 앉아서 자신들을 쳐다보는 찬란한 금발의 미소년을 보는 순간 저절로 몸이 굳어버린다.
자신들을 그렇게 쉽게 죽여 버린 주제에 생글생글 장난스럽게 웃는 꼴을 보니 지극히 불안한 초능력자 귀족들이었다.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르지만 되살아났다고 생각했더니 아직도 이 상황이었어?’
‘시바-! 아직 안 끝났다.’
아까 느꼈던 황금빛의 투기는 아직도 거두어지지 않고 자신들을 노리고 있었다.
아이언이 모두 되살아났음을 확인하고 명령한다.
“앞으로 돌격!”
“?”
이 끔찍한 존재감을 이기고 앞으로 나가라는 명령은 확실했다.
그러나 부하도 아니고 방금 죽임에서 되살아난 기억이 생생했다.
여기에 또 어마어마한 투기에 직격당해 몸이 굳은 초능력자들은 꼼짝도 못 했다.
그래도 가장 강한 크림 백작이 어떻게든 초능력을 써서 공격하려고 했지만, 또다시 황금빛 투기가 몸을 감싸는 모습을 보고 맥이 탁 풀렸다.
“이-! 이런-!”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가볍게 튕긴 집게손가락 끝에서 황금빛 투기 폭풍이 초능력자들을 덮친다.
탁-! 투하하하하하하하-!
처음과 똑같이 육체가 믹서기로 분쇄되듯이 산산조각이 난 초능력자 귀족들이었다.
이번에는 알현실은 멀쩡하게 하고 초능력자들만 분쇄한 아이언은 고개를 저었다.
“쯧-! 아직도 꼼짝 못 하네.
불합격! 다시 시작한다.
리-!”
되살아나라는 신언(神言)도 귀찮은 듯이 간단하게 축약시켜버린 아이언이었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바로 되살아난 초능력자들은 멍해져서 눈이 풀려있었다.
이유도 모르고 어처구니가 없이 죽은 것도 억울한데 벌써 두 번이나 부활했으니 어이가 없는 것이다.
“........”
그러나 지극히 못마땅한 얼굴을 한 아이언이 한마디로 명령했다.
“고-!”
“!!!”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도 전에 또다시 투기의 폭풍이 덮쳐온다.
“앞으로 가란 소리다.
명령 불복종은 즉결처형이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지만, 또 죽을 수는 없으니 크림 백작은 다급하게 주변을 보고 외치려 했다.
“빨리 움직여!”
그러나 그것은 최후의 단말마가 되었다.
탁-! 투하하학-!
또다시 손가락 끝에서 발산된 투기 폭풍에 갈려버린 초능력자들이었다.
그리고 다시 황금빛의 신력이 닿으면서 부활시킨다.
그다음에는 지극히 귀찮아하는 부활과 성의 없는 공격의 연속이었다.
“리-!”
“!!!”
황금빛에 닿은 시체들이 모두 멀쩡하게 복귀되어 부활한다.
파하하하하학-!
그리고 간단한 전진명령이 떨어진다.
“고-!”
“!!!”
분명 자신들은 신병도 아니고 부하도 아니었다.
그런데 못 하거나 안 하면 바로 손가락 충격파가 다시 발사되어 분쇄하니 억울하기 짝이 없었다.
투하하하하-!
그렇게 수십여 번을 죽음과 부활을 반복하자 초능력자들의 기세가 변했다.
무력하게 몇십 번을 죽고 살아나고 도저히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이 확실하자 드디어 감정이 폭발하고 악이 받친 것이다.
“우아아아아-! 죽여 버린다.”
“어떻게든 공격해!”
이번에는 죽기 직전에 필사적으로 싸울 의지를 서로 확인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되살아나자마자 크림 백작을 선두로 모든 초능력자가 아이언을 향해 달려들었다.
감당하기 힘든 강력한 존재감 따위는 이미 눈이 뒤집힐 정도로 흥분해서 잊은 지 오래였다.
그제야 아이언의 얼굴에 미소가 스쳤다.
“그래-! 개미지만 코끼리가 무서운 줄 모르고 달려들어.
그래야 존재라도 인식시킬 수 있다.”
발동시킨 본인들이 놀랄 정도로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최고의 초능력을 품어내는 초능력자들이었다.
파파파파파파파-!
바로 옆에 프롬 여왕과 공주가 있기에 폭발의 범위를 제한했지만, 적중만 하면 누구든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그러나 아이언은 손가락조차 튕기지 않고 입에서 바람을 길게 내뿜었다.
“후우-!”
공기가 압축된 거대한 풍선이 터지는 굉음이 울렸다.
파아아앙-! 삐이이이잉-!
그리고 초능력자들이 발동시킨 모든 초능력과 여파가 그대로 되돌아간다.
“!!!”
자신들의 전력을 기울인 회심의 공격들이었다.
그런 공격을 겨우 입김으로 되돌리니 어이가 없었다.
그런 꼴을 보니 초능력자들은 분노를 넘어서 황당하기까지 했다.
“헉? 겨우 저걸로 내 인생 최고의 전력 공격이 되돌아와?”
“이런 미친! 아무리 고위신이라고 해도 이건 너무 하잖아?”
그런데 화를 내거나 분석할 시간도 없었다.
되돌아온 초능력들이 그대로 온몸을 강타한 것이다.
“우가가-!”
“으아-!”
그래도 자신들의 초능력이었으니 면역이 어느 정도 있었다.
방어하는 방법도 아는 덕분에 즉사나 치명상은 면했지만, 중상을 피하지 못하고 쓰러진 제국의 초능력자 귀족들이었다.
“으으으으-!”
“크으으으-!”
이렇게 당하니 더 싸울 여력이나 의지가 없어서 바닥과 벽에 처박혀서 신음만 질렀다.
그런 모습에 아이언은 싱긋 웃으면서 이제야 칭찬을 했다.
지성체이면서 정신체 중 최상위 지배층에 속하는 창조신에게 이를 드러낼 수 있다면 그것도 업적이라고 칭할만한 일이었다.
“잘했다-!
노력하면 되잖아.
이제 그만하고 신계에서 보기로 하자.
그럼 프롬 여왕님은 초능력들이 전부 천국과 지옥으로 불려가면 은하를 원활하게 접수할 준비를 하세요.”
“........”
프롬 여왕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아직도 아이언의 투기와 존재감에 몸이 굳어 있던 탓이었다.
‘제국의 초능력자 귀족들이 수십 번 죽고 부활을 당하면서 희롱당하고 있었는데 움직이지도 못했다.’
그렇게 만든 적이 자신의 허벅지 바로 위에 있어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는데도 아무것도 못 한 충격은 컸다.
물론 아이언과 접촉하여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측면이 강했지만 거기까지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이언은 아직도 투지를 꺾지 않고 싸울 준비를 하는 에메랄드 공주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이계의 모든 함대의 여왕(艦隊의 女王)이 될 에메랄드로군요.
은하 제압은 이제 당신이 할 일입니다.
꽤 바쁘겠지만, 잘하세요.”
“........”
에메랄드 공주는 감히 누구에게 명령이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아이언의 뒤에서 프롬 여왕이 고개를 끄덕이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실제로 이렇게 되면 자신이 나설 때이기도 했다.
연합 전면전을 벌이면 제국 우주 함대의 총사령관이 바로 자신이었다.
‘초능력자가 없는 연합 따위는 내가 이끄는 제국의 우주 함대들의 적이 아니다.’
그렇게 모든 일을 마무리를 지은 아이언은 기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카하하하하하-! 빨리 은하 따위는 정리하고 다음 단계로 가보죠.
그럼 혹시 모르니 연합에 있는 고대문명의 후계자들도 어느 정도 손을 볼까요.
이것도 잠시 도와주셔야 하겠어요.”
“뭐?”
혼자서 제국을 만들고 은하를 제패하려 하는 자신과 다른 후계자들은 당연히 관계가 안 좋았다.
‘그러나 나는 신족에게 전멸당한 고대문명의 후예다.’
그런데 도와달라니 프롬 여왕이 놀라기도 전에 아이언은 양손을 아래로 내려서 여왕의 엉덩이를 꽉 잡았다.
탁-!
양쪽 엉덩이에 작은 손자국이 새겨졌다고 느껴질 정도로 억센 손길이었다.
놀람의 소리를 지르기도 전에 몸이 어딘가로 도약하는 것이 느껴진다.
“앗?”
“움직이면 위험하니 꼼짝하지 마세요.”
옆에서 주시하고 있던 에메랄드 공주가 놀라서 공격을 개시하려는 순간 여왕과 아이언의 몸이 그대로 차원 이동을 한다.
파아아아아아아아-!
하늘을 향해서 금빛의 기둥을 남기면서 순식간에 사라진 여왕과 아이언이었다.
순간 이동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장엄한 광경이었다.
언니에 이어 어머니마저 아이언에게 납치당한 에메랄드 공주의 평정심이 드디어 무너졌다.
당장 추격해야 하나 저 정도로 강력한 순간 이동은 할 수가 없었다.
“이게 어찌 된 일이냐?
왜 제국의 초능력 공간이동 방어장치가 아무런 소용이 없어?
그리고 초능력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느냐?
당장 추적하라.”
여왕이 없는 이상 공주가 제국을 통제한다.
그래서 순간 이동을 전문으로 하는 초능력자들에게 뒤를 쫓으라고 명령하는 순간 모두가 넋을 잃고 하늘을 쳐다보는 모습을 보았다.
“아-!”
천장은 개폐되어서 별들이 보였는데 변화가 있었다.
황금빛의 유성이 선으로 그려지듯이 나타나 있던 것이다.
그것도 직선이 아니라 마치 그림을 그리듯이 은하의 별들을 횡단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저 멀리 보이는 별의 빛이 이미 수천 년 전에 발산된 것이 지금 보이는 것이기에 있을 수 없는 현상이었다.
“저럴 리가? 수천 광년을 떨어진 곳인데 어떻게 이렇게 보일 수가 있지?”
저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아는 순간 이동 초능력자들은 감격하면서도 두려움에 떨면서도 말했다.
“거리나 시간을 무시하고 바로 실시간으로 흔적을 남기고 있습니다.
저것은 공간이동이 아닙니다.
은하계 이상의 도약거리를 가진 연속 차원 이동의 흔적으로 판단됩니다.
죄송합니다. 에메랄드 공주님.
제국의 어떤 초능력자나 함대도 추적할 수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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