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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기회로 하여 마신으로 벼락출세할 생각으로 활활 타오르는 상급 마족이었다.
마족의 이런 적극적인 반응은 삭월의 시즈지의 보조인격이었던 이드의 즈에게 이미 경험했던 일이기에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는 아이언이었다.
“천족은 고위 초능력자을 소환하여 초월자로 만들 준비를 해라.
마족은 참전을 거부한 배교자들을 교육해서 독실한 신자로 개심시킨다.
추진하는 도중에 발생하는 문제는 걱정하지 마라.
모두 내가 해결해 주마.
너희는 최선을 다해서 내가 시킨 일만 추진하면 된다.”
최고위 창조신으로 보이는 존재의 다짐이자 약속이었다.
정체는 불명해도 신격만은 확실했으니 거의 창조신계에서 버림받았다고 체념했던 상급 천족 워터 문의 눈동자가 모처럼 열정에 빛나서 파랗게 빛나기 시작했다.
“진심으로 나를 따르는 자에게 부귀영화와 출세, 성공이 따를 것이다.
하지만 거부하는 자는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빼앗겠다.
만약 이 명령을 수행하는 너희들에게 해를 끼친다면 나를 모독하는 것으로 알고 처단한다.
그러니 과감하게 추진하라.”
“알겠습니다.”
“예!”
그렇게 은하 전역의 초능력자들에게 제국과 연합을 가리 않고 공식적으로 소환공문이 전해졌다.
갑자기 엄청난 수의 하얀 날개를 가진 정체 모를 존재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고위 초능력자들에게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리고 당당하게 창조신계의 공문을 근거로 소집문서를 직접 전달하자 혼란에 빠진 제국과 연합이었다.
그 연락을 받은 프롬 여왕은 믿을 수가 없었다.
“정기가 부족할 것인데 저렇게 엄청난 수가 갑자기 강림해?
더구나 이렇게 노골적으로 움직이다니?”
크롬 공주를 유모로 삼는다고 납치해서 달에 웅크리고 있는 정체 모를 존재를 어떻게 처리하고 구출을 할지 골몰하던 상황이라 분노가 더했다.
“더구나 이상하게 당당했다고?
이건 분명 저 정체 모를 존재와 관계가 있다.”
무슨 일인지 자체 발광을 시작해서 이제 낮에도 뚜렷하게 보이는 본성의 달이었다.
그리고 가운데 뚫린 공동에 자라난 두 그루의 거대나무는 어디서나 눈에 보였다.
단 하루 만에 달을 밀림으로 바꾸거나 저런 거대한 나무의 육성은 과학력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이제 정보통제도 한계다.
자체적으로 달을 조사하려는 귀족까지 나오고 있다.’
지금이라도 빨리 처리하면 소요를 잠재울 수 있다.
그러나 달에 있는 소년 모습의 고위신이 어느 정도 능력을 갖췄는지 측정조차 안 되니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이제 정체 모를 존재에 대해서 더 속일 수도 없다.
신(神)이라고 정식발표를 해야 하나?
그러면 신을 믿는 자와 안 믿는 자로 나뉘어서 제국이 위험하다.’
이렇게 급한 상황인데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일은 따로 있었다.
효녀이자 믿음직한 후계자였던 크롬 공주가 끌려가자 어쩔 수 없이 불효녀에 도저히 이해 못 할 반항아 기질이 가득한 에메랄드 공주를 후계자로 임명했다.
그리고 여왕이 되기 위한 교육을 시작했는데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힌다.
일단 왕족의 드레스부터 거부하고 전투복만 좋아한다.
말투도 어디서 배웠는지 험악하기 짝이 없었다.
‘원래 여왕으로서 재능은 손톱만큼도 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심각할 줄이야.
이러면 누가 공주로 봐줄까?
크롬 공주가 있으니 포기하고 마음대로 살라고 내버려 두었는데 무척 후회되는구나.’
정체 모를 존재들이 본격적으로 신족으로서 준동하려는 매우 급한 상황인데 복장이 터질 소리만 하고 있었다.
정식으로 결혼하고 싶은 상대가 있으니 허락을 구했는데 상대가 어처구니가 없었다.
‘꼭 결혼하고 싶다는 남성이 있다기에 이제는 다 컸다고 생각했는데 상대가 우주 해적이라고?
그것도 악명 높은 검은 해골단?’
얼마나 화가 났는지 제국의 여왕으로서 체면조차 잊고 소리를 지를 정도였다.
“이 철없는 것-! 지금 제국의 귀족이나 평민도 아니고 우주 해적과 결혼하겠다고 말했느냐?
제정신이냐?”
“우주 해적이 아니에요.
악독한 영주에게 학대받는 영민을 구해주고 부정하게 축적한 재물을 돌려주는 일을 하는 착한 사람들이에요.
직접 보시지 않고 함부로 판단하지 마세요.”
착한 사람이고 뭐고 그들에게 박살이 난 행성의 시설과 부서진 전투함은 모두 제국의 재산이었다.
그런데 이딴 헛소리를 제국의 여왕 앞에서 공주가 하고 있으니 머리가 터질 정도로 아파진다.
그래도 크롬 공주가 없는 이상 유일한 후계자이기도 했으니 꾹 참고 교육을 시작했다.
“제국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
세금도 의무도 이행하지 않으면서 살아갈 권리와 복지를 주장하며 자신들의 주관에 따라 제국의 관리와 군대를 심판하고 빼앗는다.
그런 것들이 바로 무법자이고 우주 해적이란 말이다!
그것도 제일 악명높은 검은 해골단이지 않으냐?
그들에게 제국이 어떤 손해를 입었는지 모르느냐?
수없이 파괴된 행성 지휘부와 전투함을 복구하느라 얼마나 많은 세금과 노력이 들어갔는지도 몰라?
너 설마 그들과 어울려서 제국의 영토를 습격하지는 않았겠지?”
“........”
에메랄드 공주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처음에는 여기저기 중구난방이던 우주 해적들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제국의 감시망을 무시하면서 신출귀몰하면서 피해가 급증했다고 했다.
정말 한패가 되었던 모양이구나.
이걸 어쩌지?’
에메랄드 공주의 태도를 보니 지금 아주 작은 의문 하나가 풀렸다.
우주 해적단에 갑자기 추가된 일개 함대조차 압도한다는 강력한 전투함의 존재였다.
“검은 해골단에 제국형식이면서 고유번호가 인식 불능이라는 거대 전투함이 있다고 한다.
그것이 설마 너의 개인 함선이니?”
“........”
또 대답이 없다.
에메랄드 공주는 여왕으로서 재능은 거의 없었으나 이상할 정도로 전투함의 개조와 함대의 운영에 탁월했다.
‘그런 재능을 살려서 나중에 제국의 함대를 맡길 생각이었다.’
연합과 끝장을 볼 생각으로 은하를 떠돌면서 경험을 쌓게 여행하도록 내버려 뒀는데 이런 사고가 난 것이다.
‘이번에도 대답이 없어?
정말 한패가 되었구나!’
제국의 공주가 제국의 총력을 기울여서 만든 우주 전함을 타고 우주 해적과 어울려서 제국의 영토를 털고 다녔다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마지막으로 정말 치명적인 한 가지를 더 물었다.
“아직 처녀니?
그 우주 해적의 아이를 밴 것은 아니지?”
“그게 무슨 말이세요!
제가 그렇게 가벼운 여자인 줄 아세요?”
제국의 공주면서 제국을 상대로 우주 해적질을 했으면서 처녀라는 질문에 말도 안 된다고 펄펄 뛴다.
친딸이 아니었으면 당장 사형을 시킬 정도로 괘씸했지만 그나마 조금 안심이 되는 프롬 여왕이었다.
‘최악의 상황은 아직 아니구나.
되돌릴 수 있다.’
제국의 여왕으로서 지극히 차가운 눈빛으로 에메랄드 공주를 노려보면서 말했다.
“여왕의 교육을 완전이수하고 크롬이 돌아올 때까지 넌 외출 금지다.
황궁에서 나갈 생각을 하지 마라.”
“예? 말도 안 돼요.”
오랜 공을 들여서 막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인데 이런 감금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뭐라고 항의도 하기 전에 프롬 여왕은 더는 말도 하기 싫다는 듯이 최후의 통보를 했다.
“조용히 해라!
이번에 도망가면 제국의 총력을 동원해서 검은 해골단을 모두 정리해버리겠다.
그리고 소속된 인원에게 자비는 없다.
제국의 법대로 모두 공개처형이다.”
“.........”
검은 해적단이 아무리 강해도 은하의 절반을 차지한 제국의 무력에 비길 수가 없었다.
이제까지 무사했던 이유는 오직 여왕의 부재로 인한 초능력자와 기계 귀족들의 대립 덕분이었다.
‘지금 제국은 어머니의 귀환으로 기계 귀족과 초능력자들이 일치단결해서 움직이고 있다.’
이제 완전히 토벌하고도 남을 전력인 줄 알기에 입을 다무는 에메랄드 공주였다.
그러나 그녀의 애잔한 시선은 황홀한 은색 빛을 품어내는 달을 넘어서 먼 우주로 향한다.
하지만 프롬 여왕은 애써 무시하고 대책을 세우느라 여념이 없었는데 더 화가 날 일이 벌어졌다.
고대문명의 후계자인 그녀에게도 중급 천족이 직접 와서 소집명령을 전달한 것이다.
세 쌍의 하얀 날개를 가진 중급 천족이 지극히 당연하다는 듯이 프롬 여왕과 에메랄드 공주의 앞에 나타나서 공문을 넘긴다.
“창조신계의 지시로 모든 초능력자의 소집명령을 전달합니다.”
“........”
“........”
원래 이런 상하관계가 아니라 서로 죽고 죽이는 사이였는데 무슨 자신감인지 대놓고 나타나고 있었다.
‘당장 처리해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다.’
우우우웅-!
가지고 온 공문이 문제였다.
놀랍게도 주신 이상이라는 창조신들조차 복종해야 한다는 창조신장의 인장이 찍혀있었다.
‘신들의 수장인 창조신장이 지성체들에게 직접 정식공문을 보내다니?
거부하거나 사자에게 해를 끼치면 또 신들에게 토벌당한다.’
물론 프롬 여왕의 착각이었다.
모든 신계에 보낸 일반적인 명령공문이었고 아이언의 명령으로 상급 천족이 인용해서 하달했을 뿐이었다.
창조신계는 흑염 세력의 중앙핵 강탈 대응에 정신이 없기에 천족에게 관리를 위임할 정도로 낙후한 은하계에 보낼 전력은 없었다.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는 존재가 보더라도 가공할만한 위압감이 느껴지는 창조신장의 인장은 초월자를 눈앞에 둔 프롬 여왕조차 경거망동을 못 하게 만들었다.
과거 신족에게 반란을 벌였던 고대문명이 전멸당한 사실을 알고 있으니 더욱 그러했다.
‘신족이 다시 은하계로 오는 것인가?
이걸 어쩐다?
따라야 하나?
아니면 지금처럼 나타난 천족이나 마족을 정체 모를 존재로 몰아서 처단해야 하나?’
행성 표면에서 급격히 약해지는 신족과 같은 정신체들의 특성을 생각하면 죽이려면 바로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중급 천족의 분위기가 문제였다.
‘너희들은 이제 우리를 따를 수밖에 없다는 이상한 자신감이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
상급 천족 워터 문이 아이언을 창조신으로서 포장하여 적극 지원을 약속받았다고 전달한 덕이었다.
창조신의 무력을 너무나 잘 아는 천족은 자신감이 흘러넘쳤고 그것을 느낀 고위 초능력자들은 손을 댈 수 없었다.
그렇게 중급 천족은 가장 큰 적이었던 고대문명의 후계자인 제국의 여왕과 공주에게 문서를 전달하고 몸 성히 떠났다.
그다음에 프롬 여왕이 다시 조사해 보니 고위 초능력자들만이 아니라 모든 초능력자에게 창조신장의 이름으로 소집문서가 전달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정체 모를 존재들에 대해 잘 모르고 있던 하위 초능력자는 크게 동요하고 있었다.
‘정체 모를 존재들이 정말 있었어?’
‘이제까지 몰래 강림해서 수작을 부리려던 정체 모를 존재들이 아니다.’
‘설마 우리가 감당하지 못할 만한 고위 존재가 여기 온 것인가?’
하나나 둘이 아닌 몇만이 넘는 천족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으니 지금처럼 합동공격은 무리였다.
더구나 자신감이 넘쳐서 전쟁을 해보자는 기세를 보이니 감히 공격하지 못했다.
그렇게 천족에게 신계의 소집명령을 받은 초능력자들이 격동하면서 대책을 찾고 있을 때 일을 벌인 아이언은 아주 느긋했다.
여성 두 명 외에는 아무도 없으니 젖가슴과 엉덩이만을 살짝 가리는 하얀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크롬 공주와 격렬한 수련을 하던 삭월의 시즈지였다.
잠시 휴식을 위해 해변의 긴 의자에 등을 대고 누워 있는데 그녀의 배 위로 아이언은 멋대로 올라갔다.
그리고 편안하게 거대한 젖가슴 사이에 머리를 묻고 엎드려서 속 편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초월자로 참전해서 보수로 이 은하계부터 받아볼까?
아니면 창조신으로 지역 우주를 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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