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아이언이 반항적인 상급 천족이 아니라 눈치만 보던 상급 마족의 목부터 비틀어버린 이유였다.
상급 천족의 신체에 꼭꼭 숨겨 있지만, 차원권능을 가진 분석능력은 그녀의 재능을 완전히 파악했다.
‘상급 천족 주제에 어지간한 신족보다 더 강한 창조력을 잠재력으로 가지고 있다.
즉 적합자다.’
상급 천족의 입장에서는 갑자기 나온 황당한 소리였는데 권능의 계약서가 동의도 없이 황금빛을 발산하면서 내용을 추가한다.
‘아이언은 여기 은하계를 부흥시켜 주는 대가로 신족 책임자를 유모로 삼는다.’
정말로 정식으로 그런 내용이 기재되자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
“........”
도저히 최상위 창조신의 행동과 계약으로 보기 힘들어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쳐다보기만 하는데 아이언은 살짝 살기를 품으면서 말했다.
“내 유모가 불만이냐?
해달라는 대로 해 주었는데 서명 안 하나?”
상급 천족으로는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서 내키지 않았지만, 펜을 들어서 이름을 적어갔다.
‘유모 정도는 상관없다.’
창조신계에 생활하면서 신족의 유모에 대해서 잘 알고 있기에 아무런 망설임이 없었다.
나중에 창조신계와 아이언의 유모의 차이를 알고 후회했지만, 지금은 몰랐다.
스슥-!
계약이 완료되자 만족스러운 얼굴로 권능 계약서를 회수하고 이름을 확인한 아이언의 얼굴에 놀람이 떠올랐다.
정보행성 코아가 전달해준 정보에 의하면 원래 흐름과 굉장히 관련이 있는 존재였다.
“응? 네가 워터 문?
그럼 수월(水月)?”
녹발독후 수월(綠髮毒后 水月).
오백억 년 후에 상위 초월자 이상의 능력으로 평가받는 장미 우주수 드라이어드들의 여왕이자 보물고의 수문장이었다.
그리고 본래의 흐름을 지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모아야 할 다섯 명의 여왕의 중 마지막이었다.
‘삭월(朔月)의 시즈지를 여황으로 하여 천년의 지배(千年의 支配) 프롬, 청춘의 환상(靑春의 幻想) 크롬과 실연의 상처(失戀의 傷處) 에메랄드를 여왕으로 만든다.
그리고 녹발독후 수월(綠髮毒后 水月)까지 같은 세력으로 모아야 한다고 들었다.
그런데 이건 너무 빨라.’
본래의 아이언이라면 혁명 이후에나 만나야 할 존재를 마주치게 된 셈이었다.
그러나 세계의 항상성이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시즈지와의 관계를 변동을 시키려 했을 때의 격렬한 거부반응과 비교하면 천지 차이였다.
“거절 반응이 없군.
그럴 필요가 없다 이건가?”
본래 흐름에서도 그렇게 나쁜 관계가 아니었다고 하니 유모로 삼는다고 큰 변화는 없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지금 세계의 항상성은 멋대로 폭주하는 흑염 세력을 막느라 정신이 없는 상황이어서 무시되고 있었다.
그런데 상급 천족인 워터 문이 유모가 되자 자신도 무엇인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 상급 마족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도 마족 중에 유모를 찾아서 바칠까요?”
은하계의 지옥을 총괄하는 상급 마족이 박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진 신격과 권능은 측정할 수 없이 강대하지만 아무리 보아도 유아신이다.’
천족을 유모로 삼았으니 신체 성장과 관련된 정기가 필요하다고 유추한 것이다.
그런데 마력도 가지고 있으니 당연히 마족의 여성도 원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관리하는 마신이 없어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멋대로 산 덕에 커진 간담은 목이 한바퀴 돌아갔다 돌아오자 이미 한없이 쪼그라든 지 오래였다.
‘호감을 좀 사놓자.
이러다가는 정말 벌레처럼 죽는다.’
그런데 아이언은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하핫-! 충성심은 가상하다만 내 마력을 견딜 존재가 과연 마족 중에 있겠냐?
신력은 창조이기에 하위의 존재도 견딜 수 있으나 마력은 파괴이기에 약하다면 남김없이 분쇄한다.
그런데 과연 지금의 나를 마족에 속한 존재가 버틸 수가 있겠느냐?”
아이언이 아주 살짝 마력과 마신의 본질을 상급 마족에게만 개방했다.
거기에 직격당한 상급 마족은 비명을 지르면서 그대로 머리를 땅에 박았다.
“크어어어어억-!”
쿵-!
머리와 바닥이 충돌해서 울리는 소리가 요란했다.
이마에서 피가 흘러나왔지만, 상급 마족은 바들바들 떨면서 감히 얼굴을 들지 못했다.
아이언이 보여준 마신으로서 본질은 마신황제였고 엄청난 공포였다.
‘흐릿하지만 스물여섯 쌍의 암흑의 날개였다.
설마 최고위 마신왕이었나?.
그게 아니야-! 한 쌍의 빛의 날개도 가지셨으니 마신황제님이시다.
어떻게 세계에 단 한 명만이 존재할 수 있다는 마신황제님이 여기 또 있을 수 있지?’
개인 무력으로는 비할 데가 없이 강한 창조주의 무력이자 분노인 마신황제였으니 마족이 고개를 땅에 처박는 것은 당연했다.
이렇게 천족과 마족은 감히 쳐다볼 수도 없는 존재감을 보여서 책임자들을 제압한 아이언은 바로 업무에 들어갔다.
그리고 초월자 모집공문을 보고 워터 문에게 물었다.
“도적단을 토벌하기 위한 초월자 동원령이 가장 급선무다.
여기 은하에서 소집할 만한 초월자들은 몇 명이나 있지?”
“저희는 없습니다.”
“.........”
신족이 외면할 정도로 실로 지극히 철저하게 아무것도 없는 은하계였다.
창조신계에서 흑염의 도적단의 가공할만한 살기와 투기를 받고도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초월자의 군대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그런데 아예 없다는 지극히 간략하면서 한심한 대답이었지만 분명 정확했다.
‘정기가 약한 행성이나 우주에서는 초월자가 나타날 수 없다.’
여기에 지배층이 된 신족은 어떤 경쟁자도 원하지 않았기에 지성체가 초월자가 되는 길을 철저하게 막아 버린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멀쩡한 초월자가 많을 리가 없었다.
‘신족에게 충성심이 검증된 일부만을 천족과 마족으로 운용할 뿐이다.’
그 결과 비정상적으로 과학 문명이 발달했고 정기가 약해지는 부작용이 생기던 중이었다.
사상 초유의 신계 중앙핵 강탈 사건에 우주신 샤이니가 뭘 하려고 해도 사전에 대비한 준비가 없으니 고난의 연속이었다.
‘어떻게든 초월자가 된 존재들의 불만은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원래대로라면 어느 정도는 정신체로서 인정하고 위치를 만들어주어야 하지만 아예 외면한다.
현세계 모든 지역을 제패하고 적이 없어졌다고 생각하여 오만해진 신족이 불필요한 적을 만들고 있다.’
주우주에서도 초월자들의 대우는 좋지 않다.
그러나 신족과 마신족을 위협하는 대신족(代神族)의 위협 앞에서 전력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어느 정도 중용하고 있었다.
‘여기는 아예 그런 절차조차 없어.
더구나 신족이 과거의 강함을 잊고 나약해지기까지 하고 있으니 초월자 혁명은 필연이다.’
혁명으로 신족이 망하든 말든 상관은 전혀 없고 오히려 빨리 일어나게 하여야 하지만 시치미를 뚝 떼고 말했다.
“육체는 아니지만, 영혼이 초월 된 존재들이 있지 않나?
신계가 약간의 도움만 준다면 바로 초월자가 될 수 있는 고위 초능력자들의 수는 얼마나 되나?”
워터 문은 위험인물이나 지도층이 될만한 지성체들은 견습천사를 보조인격으로 보내서 철저하게 관리를 했다.
그래서 발전 가능성이 크거나 이미 각성한 초능력자들의 수는 정확히 알고 있었다.
“일만 명 정도입니다.
그리고 가능성이 있는 존재는 십만 명 정도 됩니다.”
일억 명 중에 하나로 초능력자가 나타난다고 하니 은하계의 지성체 수로 보아서는 거의 정확했다.
아이언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일만 명이면 너무 적지만 홀대는 받지 않겠군.
이들을 창조신계에 공문에 대한 응답으로 모두 투입한다.”
“초능력자들은 저희의 소집에 응하지 않을 것입니다.”
강대한 신족 대신 천족과 마족이 다스리는 문제였다.
‘행성 위에서는 하위 신과 비견되는 강력한 고위 초능력자들이다.
그러니 우주 공간이면 모를까 천족과 마족이 무력으로 제압할 방법은 없었다.’
더구나 고대문명의 계승자들 덕분에 지성체들에게 정체 모를 존재라고 매도당하기까지 하고 있다.
그래서 명령체계 자체가 없으니 종군명령에 응할 리가 없었다.
‘무엇보다 소집해도 문제다.
이들을 초월자로 만들만한 정기나 여력이 없다.
창조신계의 지원도 없겠지.
어차피 우리에게 기대 따위는 하지 않아.’
이런저런 지침 공문은 많이 내려왔고 의욕적으로 보고도 했지만 단 한 번도 응답이 온 적이 없다.
그래서 이번 일도 특별히 조치하지 않고 넘어갈 생각이었는데 아이언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다.
‘잘하면 앞으로 수백 년이 지나야 가능할 흐름의 진행을 단숨에 해치울 수 있다.
신족이 궁지에 몰리면 진리님에게 분명 협조를 요청할 것이다.
그럼 이런 나약한 세계는 단숨에 혼란에 빠지고 혁명이 일어난다.
내가 언제까지 이런 허름한 세계에 있을 것 같으냐?’
절대계의 십 분의 일을 주관하던 흑염의 세력이 만든 대혼란이었다.
거기에 현세계의 세력화를 하려고 하자 지배층인 신족이 감당을 하지 못하고 요동을 치고 있다.
일단 진리의 추격 속에서 살아남고 초월자들의 혁명을 주도할 세력을 구축하기 바라는 자신이 보기에는 이런 기회도 드물었다.
“풋-!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출세할 생각이 없나?
창조신계의 공문을 근거로 모든 고위 초능력자들에게 정식절차로 공문을 전달한다.
그리고 소집장소를 알려주고 동원명령을 내린다.
과거는 불문에 부친다.”
“알겠습니다.”
소집에 응할 리가 없다는 사실을 알지만, 창조신의 신격을 가진 존재에게 협조하겠다고 권능 계약서를 쓴 이상 더는 거부할 수 없었다.
‘창조신계에서도 권능 계약서를 어겼다가 벌을 받는 경우가 많았지.’
그나마 지금 지시는 창조신계의 공문을 적극적으로 조치하는 사항이기에 부담이 덜했다.
‘확실히 실적이 필요해.
어느 정도 모여주어서 토벌단에 합류하면 좋겠어.
그러면 평가가 올라가서 지원을 받을 수 있겠지.’
소집목적에 문제는 있었다.
신족의 투신들이 흑염 도적단의 무시무시한 투기와 살기 때문에 기가 질려서 싸울 엄두도 내지 못한 소문은 이미 듣고 있었다.
‘그들을 막아 시간을 끌 대안으로 투기로 신체를 강화하는 초월자들을 동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러면 지원자가 많을 리가 없다.’
신족도 감당을 못하는 강자들에게 초월자들을 제물로 해서 샤이니의 토벌단이 도착하기 전까지 버틴다는 속셈이었다.
‘위험도를 너무 높기에 자원자를 더욱 모집하기 위해서 파격적인 대가를 약속했다.
하지만 사정을 알면 참전을 할 리가 없지.’
그런데 일만 명의 초월자를 보내면 단숨에 상위 신계로 평가가 오를 수도 있으니 이번 일만은 되도록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마저 들 정도였다.
그런데 아이언은 창조신계에 잘 보이는 정도로 멈출 마음이 전혀 없었다.
‘이번 혼란을 기반으로 현세계를 이계로 만들어 버릴 혁명을 앞당긴다.
창조신계와 대립하기 이르니 일단 인정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이 은하계를 대가로 받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초월자를 끌어들여 참전하여 실적으로 만들어야 했다.
거부하는 초능력자도 강제로 참전시킬 생각을 굳힌 지 오래였다.
“소집명령을 거부하는 초능력자는 명령 불복종으로 강제 징집한다.
마족답게 신의 명령을 거부한 존재들과 배교자들과 싸울 준비는 되어있나?”
아직도 피가 철철 흐르는 이마를 땅을 박고 있던 상급 마족은 목소리를 높여서 외쳤다.
“맡겨만 주십시오!
모든 마족이 전멸하더라도 반드시 초능력자 전원을 끌고 오겠습니다.”
행성 위에서 고위 초능력자를 상대하려면 마족이라도 엄청난 희생을 치러야 했다.
그러나 몰살이 당연해도 마신황제의 비위를 거스를 용기 따위는 상급 마족에게 없었다.
‘마신황제의 심판을 받느니 차라리 싸우다 죽는 것이 났다.’
그런 각오를 읽은 아이언은 가상하다는 듯이 웃으면서 말했다.
“푸후후후후! 나를 따르는 부하들이 개죽음을 당하게 할 정도로 무능하지는 않다.
내가 배교자 전원을 산채로 지옥으로 보내줄 것이니 잘 굴복시켜봐라.”
상급 마족의 얼굴이 확 펴졌다.
지옥에서 초월자들과 싸울 수 있다면 실로 간단한 일이었다.
어떤 고위 초능력자라도 힘이 일 할로 줄어드는 행성 표면이 아닌 반대로 힘이 감소하는 지옥이라면 얼마든지 이길 수 있었다.
“감사하옵니다.
반드시 능력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창조신장이 신족과 세계를 총괄하여 관리하는 대리자라면 마신황제는 창조주의 심판자였다.
어떤 지성체나 정신체도 마신황제 앞에서 소멸과 파멸이 결정된다.
그런 존재가 편을 들어준다면 마족으로는 더 없을 배경이었다.
하위 마족이라도 마신황제에게 잘만 보이면 마신 따위는 우습게 될 수 있었다.
‘설사 허계의 마신황제라도 상관없다.
이건 기회야.
확실하게 쓸모가 있다는 인상을 각인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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