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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여기저기 떠돌면서 중구난방의 약탈만 하다가 진리에게 토벌당한 흑염 세력이 무슨 생각인지 본격적인 세력화를 하려고 있었다.
‘흑염 의적단?
우주 여기저기에 흩어져 지성체들을 보호하고 사는 초월자들에게 정기를 뿌리면서 학대받는 지성체들의 구세주를 자처한다고?
이것들이 돌았구나.
어차피 도적질한 정기면서 이게 무슨 짓이래?
아무리 잘 포장해도 도적질이잖아?’
굉장히 웃기지만 잘 통하고 있었다.
흑염 세력이 빼앗긴 정기에 비하면 아주 조금이지만 대량의 정기를 얻은 초월자들이 서서히 권능을 되찾고 외부로 움직이려 하는 것이다.
상위로 올라갈 수 없고 지배층에 대한 불만이 쌓일수록 외부의 자극에 쉽게 무너진다.
‘흑염 세력에 대한 조직적인 협조 움직임이라?
정기를 조금 받았다고 외부 세계의 침략자에게 협조해?
겉만 나약한 것이 아니라 속도 아주 곪았던 모양이군.’
초월자들은 흑염 세력에게 받은 정기에 대해서 반납하지 않고 없다고 잡아떼었다.
그리고 토벌단에 대한 정보 제공의 거부까지 하고 있었다.
초월자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신족의 세상에서는 출세할 수 없자 서서히 반란이나 중립으로 입장을 바뀌려 한다는 증거였다.
‘과거라면 상상도 못 한 일이라는 평가인가?
지배층으로 군림하는 신족이 겨우 육십 명밖에 안 되는 도적 떼를 처리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영향이로군.
하긴 상황을 잘 모르면 나라도 우습게 여기겠다.’
신족은 초월자들의 집단행동이라는 뜻밖의 사태에 놀랐다.
그래서 창조신계에서 하위 신계로 직접 공문을 보내서 초월자들이 토벌에 협조하면 정식 임용하거나 막대한 대가를 지급한다고 공시까지 하고 있었다.
지금 그 공문서는 아이언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현세계 최고의 전신이자 최강의 투신이라는 우주신 샤이니라는 존재까지 나섰는데도 못 잡자 심각성을 깨달은 모양이로군.
하여간 흑염 세력들이 엄청난 물건들은 맞아.
백 분의 일도 안 되는 힘으로 들어와서 한 세계를 이렇게 뒤흔들다니 말이야.
그런데 설마 이것도 나의 영향은 아니겠지?’
원래의 흐름에서도 똑같이 도적질은 했지만 절대로 이렇게 대규모로 하지 못했다고 한다.
힘이 백 분의 일로 줄어들고 흑염의 절대자의 가호를 잃은 탓이었다.
‘흑염의 절대자의 직속 세력은 단 오십 명이었지만 전체 전력에서 상위에 들 정도로 강했다.
그 이유는 개인의 무력보다 흑염의 절대자의 가호가 걸려있었기 때문이다.’
일대 흑염의 절대자의 가호를 받으면 싸울수록 강해지고 전투 중에 완전 회복까지 하는 불사신과 같았다고 한다.
‘절대계 최강의 광전사와 최고 수준의 강자가 오십 명이 같이 미쳐 날뛰면 버틸 전력은 같은 십중심의 세력 외에는 없었다고 했던가?
그런 절대적인 가호를 잃고 나니 현세계에서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달라.’
강력한 신체 능력으로 어지간한 타격으로는 아예 피해를 받지 않는다는 정보가 있었다.
흑염의 광기를 어느 정도 제어하여 종족 권능으로 만들면서 방어력을 보완한 이대 흑염의 특성이었다.
‘이건 나와 비슷해.
지금 내 몸에는 절대계 흑염의 절대자 이대의 직접 가호가 걸려있다.
그 영향을 받았는가?’
거기에 차원의 오리진으로서 권능까지 가지고 있으니 자신이 있는 한 흑염 세력은 절대계와 완전히 격리된 것이 아니었다.
정기를 얻어서 어느 정도 권능을 복구하면 더욱 빠르게 본래의 능력을 회복할 수 있어 보였다.
‘진행 방향은 중구난방이지만 역시 내 쪽이다.
완벽한 오리진의 역할은 아니겠지만 역시 연관은 어느 정도 있겠지.’
무시하기에는 문제는 심각했다.
오리진에게 직접 가호를 받거나 인접을 하면 능력 향상이나 성장의 폭이 크기에 무의식적으로 가까이 있으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의 쪽으로 가까이 오고 있으니 골치 아픈 사태였다.
‘이러다가는 진리의 추격에 말려들어 같이 죽는다.
이것들을 두들겨 패서 정 반대쪽으로 쫓아내야 하는데 차원권능 덕분에 혼자서는 무리다.’
이 은하 쪽에 방어선을 만들고 밖으로 밀어붙여야 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느긋하게 그런 전력을 키울 여유가 없었으니 결국 은하계 신계 제압이라는 특단의 대책을 내렸다.
창조신계에서 내린 초월자 모집 공고를 신계 주신을 대리하고 있던 상급 천족에게 보이면서 다시 권유한다.
“너희들은 창조신의 신격을 가진 내 말을 따를 수밖에 없지만 억지로 복종하게 할 생각은 없다.
나는 이번 토벌단의 모집에 응할 생각이다.
보수 대신에 이 은하계를 받을 생각이고 그럼 어차피 너희들은 모두 내가 관리하게 될 것이다.
지금 협조적으로 나오면 신족으로 출세를 보장하마.
그러니 우리 서로 편하게 가자.”
“..........”
천족이 되면서 받은 신족에 대한 충성제약 때문에 꼼짝없이 신계의 통제권을 넘긴 상급 천족은 이를 악물었다.
신격개방만으로 고위 천족과 마족을 굴복시키는 강대한 창조신을 창조신계에 소속되어 있던 자신이 모를 리가 없는데 전혀 알려지지 않은 존재였다.
‘내가 모르는 창조신이니 분명 허계의 존재가 분명하다.
허계 흑염 도적단이라고 공식명칭이 내려온 도적 떼들은 중앙핵을 강탈한다고 하지만 이 자는 신계와 우리들 전부를 원하고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대항을 하려 했지만 상위신, 그것도 최상위의 창조신으로 보이는 신격 앞에서는 천족이 함부로 움직이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더구나 어떻게 했는지 모르지만, 은하계를 총괄하는 신계 자아까지 단숨에 통제권이 넘어가서 보고조차 못 하는 판국이었다.
정신 제어 때문에 신체는 굴복했지만, 반항기가 넘치는 상급 천족의 눈빛을 본 아이언은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
“쯧-! 역시 천족답게 고집은 있어.
그러나 통할 상대에게 부려야지 험한 꼴을 안 당한다.
그런데 넌 어떻게 하겠느냐?”
상급 천족 옆에 같이 무릎을 꿇고 있는 검은 날개 여섯 쌍을 가진 상위 남성 마족에게 묻는 말이었다.
지옥에서 왕처럼 잘살고 있다가 갑자기 끌려온 상위 마족은 지금 아주 복잡하게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마족은 신보다 마신의 명령을 우선적으로 따른다.
그래서 창조신이라도 내가 이렇게 제압을 당할 리가 없다.
그런데 눈앞에서 신격개방을 하는 것을 보자마자 움직일 수도 없고 그대로 따라왔다.
설마 창조신이 마신왕의 신격도 가지고 있나?
어디서 이런 존재가 나왔지?
하지만 침착하자.
안 죽이는 것을 보면 우리가 필요한 거야.
우리의 협조 없이 신계와 지옥을 제압할 방법은 없다.’
눈깔만 굴리면서 상급 마족의 대답이 없자 아이언은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잔머리를 쓰는 모습을 보니 마족답구나.
하긴 갑자기 나타난 존재에게 충성을 맹세하라니 말이 안 되기는 하지.”
가볍게 손가락을 튕긴다.
딱-!
그러자 허공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상급 천족과 마족의 모습을 한 인형들이었다.
금속 얼굴이 뚜렷했지만 완전한 천족과 마족의 모습을 하는 모습을 보자 불안감이 엄습한 상급 천족과 마족이었다.
‘뭐지 이건?
아주 약하지만, 신력과 마력이 느껴지는 것이 단순한 기계 인형이 아니다.’
‘설마 기계천족과 기계마족은 아니겠지?’
창조신계에서 정기를 더욱 절약하기 위해서 일반신체 대신에 기계신체를 개발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기에 가능한 예상이다.
그런데 다음에 들려오는 말에 기절초풍했다.
“명령을 거부하는 부하는 필요가 없지.
적보다 먼저 처리해야 한다고 배웠다.
내 말을 안 들으면 바로 죽여서 신령을 추출하고 여기에 이식하여 활용할 생각이니 잘 생각해라.”
“!!!”
“!!!”
신령을 기계신체에 넣어서 조종하겠다는 말이었다.
기겁을 한 상급 천족과 상급 마족이 도망치려 했지만 꼼짝을 할 수 없었다.
‘이건 뭐야?’
‘움직일 수가 없다.’
제어력을 올렸는지 자유로운 부위는 입뿐이고 나머지 몸이 완전히 마비되어 있었다.
“신령이 가진 신격만 활용할 생각이니 기계신체로 신계를 위해 충성하거라.
일단 마족부터 시작할까?”
“!”
아이언의 시선이 검은 마력으로 물든다.
그리고 등 뒤에서 암흑의 날개 열세 쌍이 활짝 전개되기 시작한다.
파우우우웅-!
차원결계를 쳐놓았기에 들킬 염려도 방해받을 일도 없었다.
그래서 느긋하게 상급 마족을 허공에 띄운 아이언은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상급 마족이 보기에는 어디 버틸 수 있으면 해보라는 식의 시험을 하려는 오싹한 얼굴이었다.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하던가?
힘을 숭상하는 마족답지 않은 너의 충성심은 지옥에 길이 전해질 것이다.”
지옥의 마족에게 충성심 따위가 있을 리가 없었다.
단지 조금 더 좋은 조건을 얻으려고 버티려고 생각했는데 오해였다.
“잠시만 기다려 주……. 케에엑-!”
우두둑-!
아어인이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는데 상급 마족의 목과 몸이 따로 돌려지기 시작한다.
그것도 비명을 지르기 쉽고 편하게 기도를 유지하면서 아주 천천히 돌렸다.
‘크악-! 무슨 고통이 이래?’
지금 상급 마족의 신체는 아이언이 통각만 수십 배는 올린 상태였다.
그래서 과거 지옥의 악령 시절에도 겪어보지 못한 엄청난 고통에 절규하고 있었다.
“케에에에에에엑-!”
수십 배로 증폭된 통각으로 아주 천천히 목뼈가 어긋나는 고통을 받았다.
은하계의 지옥을 다스리던 상급 마족의 자존심 따위는 버리고 처절한 비명만을 질러댈 정도였다.
그래도 창조신이니 어느 정도 자비는 있다고 생각해서 협상이 통하리라고 생각했는데 다짜고짜 목을 비틀어 버릴 줄은 몰라서 충격은 더욱 컸다.
“녀석! 겨우 목을 조금 돌린 것 가지고 엄살이 심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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