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회의가 시작되기 전 마지막 신계에서 그들이 전부 나서지 않고 단 네 명으로 신계의 전력을 완전히 분쇄할 때부터 불안했다.
‘얕보였다.’
‘그게 아니야.
이놈들이 우리의 전력을 거의 파악했다.’
전력을 나누어 습격할 정도로 자신감을 회복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의 상황도 악화하여 있었다.
‘이제 육십 대 백이 아닌 삼십 대 오십인가?’
‘이건 힘들어.’
수가 많을수록 창조신의 권능으로 만든 화력을 편하게 집중할 수 있다.
이제 반드시 절반은 직접 싸워야 했으니 붙기만 하면 반드시 잡아낼 수 있다고 자신을 할 수 없었다.
그런 분위기를 잃은 샤이니가 결국 나섰다.
두 개의 신계가 동시 공격을 당하고 있는데 대책반이 이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약한 신계는 내가 가겠다.
나머지 신계만 책임지고 쫓아라.
차원권능을 가진 존재들도 모두 데려가도 좋다.”
그 말에 반색한 대책반은 바로 대답했다.
차원권능을 가진 우주신들이 도우면 반나절이 걸리던 이동시간을 절반 정도는 줄일 수 있고 절반 정도였으니 바로 잡을 수 있어 보였다.
“알겠습니다.”
“바로 이동하겠습니다.”
창조신장과 최고위 창조신들의 인상이 확 구겨졌다.
본인들이 말할 때는 가진 경험과 힘만 믿고 거만하고 반항기 가득한 태도를 보이는 장성 같던 창조신들이 샤이니에게는 신병처럼 군다.
이러면 아무리 생각을 바꾸려고 해도 어쩔 수가 없었다.
‘저놈들은 우리조차 얕보는가?’
‘실적도 없이 오리진의 세력만으로 최고위 창조신이 되었다고 생각하는가?’
샤이니가 창조신장의 허락을 구하고 출전했지만 이건 심각한 체면의 문제였으니 감정이 악화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현세계에는 흑염 세력으로 인해 이미 만들어져 있던 거대한 폭탄이 조금씩 불 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그리고 시험적으로 두 개의 신계를 동시에 타격한 흑염 세력은 신나게 외곽성벽을 부수는 중이었다.
성벽 너머에 숨어서 가끔 통하지도 않는 공격을 하는 거북이들을 무서워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킬킬-! 이거 옛날 생각이 나는데?”
“후후후-! 점점 현세계가 마음에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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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염 세력은 태어나서부터 특출나게 강했다.
그리고 그런 자신들을 차별하고 억압하던 종족과 행성을 모두 파멸시키고 홀로 떠돌면서 근처의 신계를 약탈하고 살았다.
‘가끔 추격해온 토벌대를 박살 내던 통제 불능의 무법자들이 바로 우리들이었다.
원래대로 돌아갔군.’
십중심이 없던 절대계에서 따로따로 혼자서도 멋대로 잘 살던 강자들이 뭉쳤으니 막을 존재는 없었다.
‘혼자 있을 때도 거침이 없었는데 비슷한 능력을 갖춘 존재가 수십 명이 모인 이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
정기도 보충했더니 이제 지루할 뿐이군.’
차원권능으로 입체 결계를 만드는 존재들을 지키고 있던 근원은 순조로운 신계 약탈을 무감동한 눈빛으로 지켜보고만 있었다.
차원권능으로 힘의 감소를 중화시키고 있던 차원권능을 가진 존재들도 혀를 차고 있었다.
“쯧쯧-! 너무 약하군.”
“이러면 차원결계도 필요 없겠어.”
어느 정도 정기를 보충하자 십중심의 반란세력을 거침없이 처단하던 흑염 세력다운 능력을 발휘한다.
세상 전부를 적으로 돌려 싸워 살아왔기에 흉악하기 짝이 없는 투기와 살기를 뿌리고 본래 가졌던 강력한 고유권능과 특출한 신체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하니 적수가 없었다.
전력을 반으로 나누어도 여유가 넘칠 정도였다.
‘이걸로 확실하다.’
‘이곳의 나약한 신족들은 우리와 싸울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열 개의 신계를 부수면서 누구도 치명적인 부상이 없다는 사실이 힘의 차이를 증명했다.
이제 신계 주신과의 전투조차 나설 필요가 없어진 근원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산산조각이 나기 시작한 신계의 울타리를 보았다.
‘아무리 신계의 방어력이 강해도 저렇게 무방비로 공격을 받아서는 안 된다.’
연속공격에는 어떤 철벽도 뚫리기 마련이기에 반드시 나와서 저지해야 한다.
그런데 누구도 요격하러 나오지 않고 벽 뒤에서 벌벌 떨고 있는 모습을 보니 기가 막힐 뿐이었다.
“이들은 힘이 문제가 아니야.
목숨을 걸고 싸우려는 의지가 없어.”
이제 둘이 아니라 세 개나 네 개의 신계를 동시에 침략해도 가능해 보였다.
현세계의 신족이 약한 덕분에 힘의 회복은 굉장히 순조로우나 근원의 지금 마음속에서는 엄청난 갈등과 두려움이 일어나고 있었다.
특히 어디서 정보를 파악했는지 흑염이라는 이름이 붙은 도적 떼로 악명이 높아질수록 근심이 깊어지고 있었다.
‘우리가 또 이러는 것을 아시면 흑염의 절대자님이 복귀하시자마자 모두 맞아 죽는다.
그걸 알면서도 유일하게 배운 일이 도둑질이고 잘하는 것이 싸움이라 이러고 있다.’
흑염 세력 모두의 가슴 속에는 삼 미터가 넘는 거구로 도저히 항거하지 못할 힘을 보인 거인의 말과 주먹이 육체에 가득 새겨져 있었다.
도저히 정상적인 신족으로 보이지 않던 거인은 언제나처럼 닥치는 대로 죽이고 빼앗으며 살아가던 자신들의 앞에 서서 울화통이 터진다는 듯이 외쳤다.
“강자로서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면 자랑이다.
그러나 목적이 어중간해서 혐오를 받아서는 안 된다.
그렇게 살 바에는 차라리 내 손에 죽어라.”
혼자 떠돌면서 만난 존재들이 모두 자신보다 약자들이라서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던 시절이었다.
그러니 당연하게 너부터 죽인다고 달려들었다가 장난처럼 위에서 아래로 내려친 손바닥 한방에 신체가 완전히 뭉개지고 십중심의 감옥에 끌려갔다.
흑염 세력과 흑염의 절대자의 첫 만남은 그러했다.
‘아무리 각색을 해도 최악의 추억이로군.’
살과 뼈를 찰흙처럼 뭉개놓고 감옥에 가두어 놓은 주제에 계속 옆에서 잔소리를 해대니 미칠 지경이었다.
“너희들의 강함에는 갈망과 순수가 부족해!
그래서 너희들이 이렇게 도망 다니는 꼴인 것이다.
강해져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야!
강해지는 과정 자체가 삶이다.”
맞는 말이기는 한데 이 거인이 십중심 중 최강의 광전사(狂戰士)인 흑염의 절대자라는 정체를 알고 보니 영 믿음이 안 갔다.
잘 알려진 삶과 과거의 행동을 봐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흑염의 절대자와 자신들의 차이는 밀림과 종족이라는 거주 장소의 차이였다.
‘흑염의 절대자가 살던 밀림에서 마수들은 거의 몰살 되었다.
그럼 해코지만 해대던 종족들을 모두 죽인 우리와 뭐가 달라?’
그러나 뭐라고 욕을 하면 바로 감옥에 들어와서 자근자근 정성 들여서 작살을 내니 입을 다물고 말았다.
워낙 험하게 살아서 부상회복에는 자신이 있었으나 버틸 수 없을 정도였다.
‘뭐가 이렇게 세고 무식해!’
‘이건 말이 통할 상대가 아니야.’
이런 몸 상태로는 도저히 탈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피폐해지면 바로 외출하여 또 한 명씩 잡아 왔다.
그렇게 절대계를 종횡하면서 멋대로 살아오던 무법자 모두가 잡혀 오자 구원이자 절망이 다가왔다.
회색의 고풍스러운 정장을 입은 중년인이 지극히 짜증이 나는 얼굴로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흑염의 절대자를 보자마자 겁도 없이 소리부터 쳤다.
“순수한 강함?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서 지껄이고 있나?
무슨 생각인지 모르지만 왜 바로 말소를 안 시키고 이렇게 모으기만 해?
설마 이 무법자들을 세력으로 쓸 생각은 아니겠지?
태어난 종족을 행성을 일족까지 지운 이들은 자신의 삶에 변명까지 하는 구제 불능의 쓰레기들이다.
재활용의 가치도 없으니 당장 처리해버려.”
“내가 맡겠다.
그러니 나에게 과거를 세탁해서 넘겨줘.”
“이 꼴통아-! 힘이나 직감만 믿지 말고 머리를 쓰고 살아.
이것들을 네가 체포하여 죽이지 않고 가둔 사실을 알고 모인 저 밖의 군중들이 안 보여.
당장 죽이라고 외치는 소리는 들리지 않아?
아오-! 바보는 정말 약도 없어.”
절대계 최강의 파괴력을 가진 흑염의 절대자에게도 거침없는 욕설을 내뱉은 중년인은 답답하다는 듯이 설명을 시작했다.
“네가 이들을 두둔하면 너도 저들에게 똑같은 취급을 받는다.
겨우 십중심이 되었는데 과거보다 못한 위치에 있고 싶어?
지지받지 못하는 상위자만큼 힘든 것도 없어.”
“약자들의 외침 따위는 관심 없다.
어떤 악명을 뒤집어써도 내가 흑염의 절대자 루카 에일레스라는 진실은 변하지 않는다.
십중심의 이름을 지키는 대신에 그 안에서 내가 원하는 대로 산다.
그것이 내가 너희와 합류한 조건이었으니 지금 지켜다오.
나는 이들을 내 세력으로 받아들여 반란자들을 치겠다.”
“좋아! 그러면 합당하다.
절대계의 모든 옮고 그름을 판정하는 현자의 정점인 회색의 절대자의 권한으로 이들의 이름을 지우고 기록도 바꾸겠다.
그럼 범죄기록의 구 할은 말소되겠지.
그다음에 저 밖에서 고발은 했지만, 보상을 바라는 자들을 만족하게 하면 끝이다.
이제 이것들은 무죄다.”
그동안 지은 죄가 있으니 당연히 말소 처분으로 알고 각오하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름과 소속이 멋대로 바뀌고 무죄라는 선고이니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 어리둥절하면서도 기뻐했다.
‘만약 사실이라면 그렇게나 바라던 새 출발을 할 아주 좋은 기회였지.’
그런데 회색의 절대자는 아주 혐오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면서 선고했다.
“너희들이 언제인가는 도움이 될 것을 아는 직감만 좋은 멍청이 덕에 너희는 무죄다.
끈질긴 생명력과 강함으로 저 꼴통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덕분에 살았으니 좋겠구나.
십중심의 직속 세력 중 하나가 되었으니 기뻐하라.
그러나 운 좋은 쓰레기들아 명심하라.
너희가 언제 어디에 이 무뇌아에게 쓸모가 있을지 나조차 모른다.
그리고 그때까지 가호는 이어지겠지.”
회색의 절대자 사이안은 이 무법자들을 진심으로 무가치한 존재로 낙인찍어 당장 말소라고 내뱉을 듯한 어조였지만 현자로서 설명한다.
“강자나 영웅으로 태어났으나 욕망대로 살아서 자신을 제외하고 모두를 불행하게 만든 죄는 크다.
그 대가를 치르기 전에는 너희는 절대로 용서받지 못한다.
그래서 흑염의 절대자의 가호가 끝나고 용서받지 못한 죄를 범한 죄수임을 잊는 순간 본래의 운명으로 돌아가서 마지막이다.
스스로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면 이번 나의 무죄 판결은 결국 말소의 집행유예에 지나지 않는다.
다시 말하건대 너희들의 욕망을 자중하지 않으면 어딘가에서 누군가에게 벌레처럼 밟혀 죽을 것이다.”
“........”
십중심 중 현자의 정점은 회색의 절대자였다.
자신들 같은 무법자는 보기도 힘든 최고의 현자가 직접 한 경고를 단순한 예언이나 저주라고 무시하는 존재는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이름이 바뀌고 흑염 세력으로 일하는 대가로 무죄 방면되어 흑염의 절대자를 보필하면서 살아갔다.
그리고 근원은 그 말을 한시도 잊지 않았다.
되새기듯이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흑염의 가호를 잃은 상태에서 감정을 억누르지 않으면 벌레처럼 밟혀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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