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1040화 (951/2,000)

34권 35권

브라이트의 통신이 꺼지자 샤이니는 출전준비를 서둘렀다.

이번 상대는 고작 주신 육십 명이라고 하지만 자신이 보기에 사태는 다급했다.

‘정면으로 나 혼자 싸워도 감당 못 할 전력이 아니다.

그러나 받은 자료에 의하면 굉장한 난적이다.’

허계의 존재들이 현세계로 도망을 오면 분명 힘이 백 분의 일로 줄었다.

그런 비참한 도망자 신세에 창조신들에게 추격을 당하면서도 상위 주신들이 전력으로 방어하는 신계를 열 개나 무너트리다니 사상 유례가 없었다.

‘더구나 중앙핵을 탈취하여 힘을 회복하고 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자신이 그런 입장이었다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유격전과 기습전에 달통한 강자들이다.

허계의 십중심 중 흑염의 절대자를 따르던 직속 세력이라고 했던가?

이들을 토벌하려면 정보가 더 필요해.’

그러나 불가능한 일이었다.

과거에 힘들여 구성해 놓았던 정보망과 첩자들을 십중심 회색의 절대자 사이안이 철저하게 뿌리를 뽑고 완전히 막아버린 탓이었다.

그 이후 허계에 얻은 정보는 없었기에 흑염의 절대자의 직속 세력에 관한 고급 정보는 있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토벌대의 전력을 강화해도 도적 떼들이 더 빠르게 도망가니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었다.

‘습격을 받은 신계가 연락받은 우리가 갈 때까지 버티어 주어야 한다.

신계 주신들을 창조신으로 바꾸어서 방어력을 보강해야 하겠군.

일반 투신들이 전의를 잃을 정도로 엄청난 살기와 투기를 품어낸다고 하니 기존의 수비전력으로는 막기에는 너무 힘겹다.

초월자들을 동원해서 전력을 보강해야 해.’

대규모 전쟁을 경험하지 못해 투기와 살기가 미비하다는 점이 현재 투신들의 가장 큰 문제였다.

‘투신 대부분이 그들의 기세에 압도당해 제대로 싸우지도 못한다고 했던가?

그럼 치열한 싸움을 반복하고 이겨서 정신체로 복귀한 초월자들이 유일한 해답이다.’

이렇게 샤이니도 기존의 전담반들이 주장했던 대책들과 거의 비슷한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그런데 수많은 신계의 도움을 받아서 긴급 도착한 창조신계에서는 아직도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었다.

위원회의 창조신이 부족해 최고위원회의 창조신들까지 신계에 파견을 나가서 임무를 수행하게 되자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신계에는 네가 가라.”

“내 자리를 비우면 누가 좋아하라고?”

“너나 가라!”

신계의 핵으로 가면 지금 창조신계보다 고생을 많이 하고 혜택도 적다.

그럼 뒤처진다는 사실을 알기에 격렬한 미루기 공방이 벌어지고 있었다.

기존의 전담반이었던 창조신들은 지극히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침묵하며 대기하고 있었다.

‘훔쳐간 중앙핵에서 정기를 뽑아내 흡수하려면 시간이 꽤 걸린다.’

‘하지만 가진 잠재력이 크니 여유가 많이 있는 것은 아닌데 이 짓을 하고 있나?’

‘직접 싸워보지 않아서 여유로군.’

‘이러다 정말 큰일이 나는데도 말이야.’

언제나 정쟁을 하는 최고 위원회의 창조신들과 말싸움을 해서 이길 수가 없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는 표정만 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주신 두 명이 그 속에 껴서 끝없이 반복되는 떠 넘기 논쟁이 지루한지 하품을 한다.

‘저들이 지금 안 자고 버티고 있다는 차원의 우주신들인가?’

단숨에 정체를 알아낸 샤이니는 수준을 확인하고 속으로 한숨을 내뱉었다.

‘하아. 어째 내가 모른다고 했다니 전쟁 승리 이후에 태어난 유아신 들이었군.’

기존의 우주신들처럼 산전수전을 다 겪은 노신(老神)들이 아니었다.

최후의 늦둥이로 태어난 세상 물정을 모르는 유아신들이라서 은퇴를 당했으면서도 안 자고 버티는 중인 것이다.

그것도 어떻게든 현재에서 활약할 기회를 노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우주신답게 차원권능은 이상이 없지만, 전장에서 애를 봐야 한다니 이걸 어쩐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브라이트가 왜 그렇게 말렸는지 알겠군.’

평안한 현재를 맡은 신족은 외부에서 온 치명적인 위협에 대응할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다.

이미 십조 가까운 정기를 빼앗겼고 그걸 흡수해서 본래의 힘을 되찾으면 어떤 상황이 온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말싸움 중이니 말이다.

더는 시간을 낭비할 수 없어서 그대로 회의장에 들어선다.

그러자 소개를 하는 신계 자아가 회의실을 울린다.

“최고위 창조신 샤이니 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

“!”

그러나 샤이니가 도착했다는 보고가 회의장에 퍼지자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

뚜벅-! 뚜벅-!

자신의 최고위 창조신의 자리로 걸어가는 샤이니의 모습을 본 모든 창조신이 숨을 죽이고 고개를 숙인다.

샤이니는 우주신 중 가장 강력했으며 모든 신족 중에서 최강의 투신이자 최고의 전신이었다.

현재 신족을 지배층으로 만든 살아있는 전설 앞에서 감히 논쟁을 벌일 간담이 있는 창조신은 없었다.

“........”

모든 창조신이 자신들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며 예를 표하는 모습에서 창조신장의 눈썹이 하늘로 치솟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모든 신족의 절대 명령권자의 내 앞에서도 자기 할 말을 내뱉던 창조신들과 오리진들이었다.

그런데 샤이니에게 보이는 이 태도의 차이는 뭐냐?’

물론 왜인지는 알고 있었다.

샤이니가 우주신으로서 전장에서 세운 수많은 승리를 들으면서 자란 세대가 바로 자신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신족의 역사에서 가장 빛나는 영웅신의 앞이니 상위자인 자신조차 위축될 지경이었다.

최고위 창조신장의 자리에 도착한 샤이니는 창조신장에게 깊숙하게 고개를 숙이면서 보고를 한다.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잠들지 않은 우주신 중 차원권능을 가진 존재들은 두 명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전력을 얻어내지 못해서 송구스럽습니다.”

“수고했소.”

이미 사정은 알고 있었다.

‘옛 동료에게 부탁하기가 쉽지 않을 것인데 그래도 지원을 끌어내었다.’

최고위 창조신 중 가장 충실하게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보기만 해도 열등감과 질투가 일어나니 참으로 힘들었다.

솟구치는 감정을 누르고 최고위원회의 창조신들을 바라보면서 결정을 내렸다.

샤이니가 온 이상 더는 나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허계의 도적 떼들에게 철퇴를 내릴 때가 왔다.

창조신계의 방위는 나와 최고위 창조신들이 맡는다.

모든 창조신은 신계 주신들에 맡긴 신계로 가서 방어에 전력하라.

그들과 직접 싸울 초월자들의 등용도 판단에 맡긴다.”

“!”

전원 출전하면서 알아서 대비하라는 명령이었다.

자신은 남고 남을 보내려던 창조신들의 표정이 확 변했지만, 샤이니와 최고위 창조신들이 삼엄한 눈빛으로 쳐다보자 모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거부하면 전설적인 영웅신과 신족의 최고 어른들에게 찍혀 제대로 생활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말이다.

“명령에 따르옵니다.”

창조신들이 모두 공간이동으로 물러가자 남은 것은 창조신장과 샤이니와 아홉 명의 최고위 창조신들, 그리고 대책반과 신계를 잃은 열 명의 주신뿐이었다.

회의가 끝난 기미가 보이자 주신들도 물러나려 했지만, 샤이니가 막았다.

‘허계의 도적 떼들과 싸우면서 어떤 경험을 했는지 투기가 범상치 않게 올라있다.’

창조신들이 강력한 권능을 발휘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그러면 어느 정도 막아줄 전력이 필요했는데 이건 버릴 수 없는 전력이었다.

더구나 다시 신계 주신이 되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싸울 것이니 안성맞춤이었다.

“신계를 잃은 신계 주신들에게 명예를 회복할 기회를 주시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

질투에 눈이 먼 창조신장은 샤이니의 의견을 승인해 주기는 싫었지만 정확한 상황판단능력은 남아있었다.

일족의 후계이기도 한 저들을 버릴 수도 없으니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그렇게 하라.

도적 떼들을 잡는 데 공을 세운다면 다시 신계를 하사하겠다.”

“감사하옵니다!”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격이 된 과거의 신계 주신들은 허리까지 숙이면서 감사를 표시했다.

그런 모습을 본 최고위 창조신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책반의 창조신들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원하는 대로 전부 해주었다.

반드시 잡아내서 정기를 회수하라.”

“.........”

그러나 대책반 창조신들의 대답은 없었다.

고위 주신 열 명과 차원권능의 우주신 두 명이 추가되었다고 토벌을 장담할 정도로 만만한 도적 떼가 결코 아니었다.

무엇보다 오랜 전선에서 돌아와 확인한 창조신계의 창조신들의 수준은 실망스러웠다.

‘입은 살았는데 몸은 죽어 있다.’

‘저러면 창조신이 신계 주신이 되어 방어력을 강화한다고 해도 분명히 뚫린다.’

‘직접 싸울 수 있는 초월자의 등용도 각자 자율에 맡겼으니 제대로 이루어질 리가 없다.’

설마 감히 자신이 담당하는 신계를 습격하겠냐고 방심하면서 당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래서 아무런 대답이 없자 창조신장과 최고위 창조신들의 분위기가 폭발하듯이 달아올랐다.

“아직도 부족한 것이냐!”

“도대체 네놈들은 그들을 추적하면서 뭐를 보고 있는 것이냐?”“허계에서 어떤 강자였는지는 모르나 지금은 백 분의 일로 힘이 감소되어 겨우 주신 이다!”

“그런데 창조신 백 명을 동시 파견하고 이렇게까지 해주었는데 아직도 자신이 없다니 말이 되나?”

다른 존재들이 보기에 해준 것이 많아 보이지만 현장의 대책반에는 실속이 없었다.

‘지금 창조신들의 수준으로는 못 막아.

약간의 시간벌기다.’

자신들이 도착하기 전까지 완전히 막아내지 못하고 아슬아슬하게 놓치는 모습이 그려졌다.

하도 신출귀몰하고 지독해서 백방으로 이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결과는 놀라웠다.

‘이들은 절대계 십중심 흑염의 직속 세력이다.’

‘단 오십 명으로 몇억이 넘었던 다른 직속 세력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강자들이더군.’

‘일명 타락한 영웅신이라고 하던가?’

‘그것도 혼자서 자신이 태어난 종족과 행성을 멸망시키고 살아남은 생존의 화신들이다.’

뒷모습만을 보았지만 그들의 투기와 살기는 최전선에서 생활하고 있는 자신들도 위축시킬 정도였다.

만약 그들이 본래의 힘을 되찾는다면 과연 현세계가 유지될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저들은 십중심을 제외한 절대계 총 전력의 일 할이다.’

그런데 겨우 이런 허름한 조치로 저들을 잡아내라니 말도 안 되었다.

그런 대책반의 항의 어린 침묵에 창조신장과 최고위 창조신장들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지금 대책반이 될 만한 창조신은 투신이자 군신이기도 한 이들밖에 없다.’

삐이이이익-!

그런데 갑자기 비상경계령이 울린다.

‘습격받았던 신계와 은하계 영역 안이라서 위험군으로 분류했던 신계에서 두 곳이 공격받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하나씩 공략했는데 이번에는 두 개 동시였다.

전력을 나누어 한 곳이 아니라 두 곳을 동시 공격을 했다는 말에 창조신장과 최고위 창조신들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창조신계가 파악한 전력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뭐라고?”

“같은 허계의 도적 떼가 맞는가?”

신계 자아는 냉정하게 평가한 자료를 보이면서 보고를 한다.

‘수는 적으나 전원의 신력 파형이 일치하고 있습니다.

삼십 명으로 나누어서 습격해온 것으로 파악됩니다.’

대책반의 안색도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제길! 이렇게 되는군.’

‘막 나가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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