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1039화 (950/2,000)

34권 35권

전형적인 신족 청년의 모습을 한 우주신 샤이니는 조금 당황해서 대답했다.

“창조주님의 대리이신 창조신장님이 요청을 하고 계시지 않는가?

신족이라면 당연히 따라야 하지 않나?

우주신도 신족이네. 브라이트.”

반말이었으나 브라이트라고 불린 노신(老神)은 전혀 개의치 않고 주장을 이어간다.

하고 있는 모습만 다르지 나이나 능력은 대동소이했던 것이다.

오히려 문제는 창조신장 쪽이었다.

“아직 어려.

그리고 권한 남용이지.

우주신들의 역할은 현세계 창조가 끝나면서 종료되었다는 사실을 자꾸 잊고 기대려고 해.”

“.........”

마신황제를 제외하고는 당할 상대가 없는 창조신장을 어린애 취급을 하는데도 전혀 부자연스럽지 않았다.

실제로 이 두 명은 현세계의 창조신장을 언제든지 쓰러트리고 자리를 쟁취할만한 역량이 있었다.

다만 창조주님의 의사에 따라서 은거하거나 부하로 자처하고 있을 뿐이었다.

“대부분의 우주신들이 현세계의 완성에 만족하고 잠들었지.

이제 조금 남아있는 우리들은 열심히 만든 세계가 어떻게 발전되나 궁금해서 지켜보려는 관람자에 불과해.

은퇴한 배우들이 연극이 마음에 안 든다고 다시 무대에 오르려고 하면 비극도 아닌 희극이지.

더구나 창조주님도 침묵을 원하셨는데 왜 우리가 그런 광대 짓을 해야 하나?”

“우리는 할 일이 많이 남았네.

이들은 아직 여리고 약해.”

차근차근 설득하려는 샤이니의 말에 브라이트는 고개를 다시 저었다.

“자네에게 남은 끝없는 미련과 열정은 나조차 자꾸 불안하게 하는군.

역시 은퇴할 생각은 전혀 없나?

현재의 신족들은 우주신 중에서도 특별하게 뛰어났던 자네를 절대로 받아들이지 못해.

어떤 노력을 해도 자신들의 자리를 빼앗지 않을까 불안하고 두려워하고 경계하겠지.

벌써 창조신계의 최고 위원회에서 지나친 견제를 받지 않았나?

일족을 만든다는 명분으로 변방으로 자청해서 이동을 했었지.

그리고 겨우 오리진을 하겠다니 이게 무슨 수치인가?”

“.........”

브라이트는 샤이니가 창조신장의 자리를 노리고 잠시 고개를 숙였다면 응원해줄 생각이었다.

그러고도 남을 역량이 충분함을 알기 때문이었다.

‘진짜로 최고위 창조신이자 오리진으로 만족하려는 기미가 보인다.’

창조신장을 능가하는 강대한 존재가 머리를 숙인다고 받아들일 리가 없었다.

언제인가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숙청하려 할 것이고 순순히 당할 샤이니도 아니었다.

‘이건 위험해.

끔찍한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군.’

샤이니의 무력은 우주신 중에서도 특출 났다.

그래서 브라이트는 신족과 샤이니의 양쪽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었다.

“세계를 욕심내지 않고 있군.

단지 순수한 애정이라면 자네도 인제 그만 포기하고 지켜만 보다가 편히 잠들면 좋겠어.

청년신의 모습을 하고 일족을 정말로 만드는 모습을 보니 아직은 아닌 것 같아.

다시 말하겠지만, 현재 신족들은 홀로 자립을 해야 해.

이런 문제가 있을 때마다 우리가 나서면 현재 신족들의 존재 의미를 창조주님께 의심받게 될 걸세.”

“이번만 도와주면 안 되겠나?”

은퇴한 우주신들을 관리하는 브라이트의 의지가 거절로 확고함을 느끼자 간곡한 부탁으로 바꾼 샤이니였다.

창조신장에게 반드시 우주신의 협조를 얻어내라는 명령을 받은 이상 최고위 창조신으로서 구실을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허허! 정말 입장 곤란하게 하는군.”

이미 창조신장의 협조요청은 거절했지만 오랜 친분을 가진 친구까지 외면할 수 없었다.

잠시 얼굴을 굳히다가 심각한 표정으로 엄중한 보안까지 걸고서 나직하게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 신족은 너무 약해.

거기다 창조신장은 창조주님의 자비를 너무 믿고 있어.

신족이 지배층이 되기 위해서 쓰러트리고 멸망시킨 모든 종족들은 결국 창조주님이 전부 만드신 것이라는 사실을 외면까지 해.

패배한 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항상 기억하고 잊지 말아야 하는데 아주 불안하다네.

우리가 어떤 희생과 노력으로 지금 위치를 쟁취했는지 현재 신족들은 아무것도 모르더군.

알려고 하지도 않아.”

“........”

먼 과거에 현세계 지배층을 가리기 위한 거대한 전쟁이 있었고 우주신들의 힘으로 신족이 승리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패배한 종족들은 지성체가 되어 현세계의 기초가 되었다.

안정기에 들어가서 관리를 넘겨받은 지금 신족들은 그 당시 창조주님이 얼마나 냉정하게 무능한 패배자들을 지성체로 만들어 떨어트렸는지를 전혀 몰랐다.

‘강자와 승자만이 정신체로서 지배층이 될 수 있다.

브라이트는 현재의 신족이 나약해져서 지성체가 된 그들과 같은 운명에 처하지 않을까 걱정하지.

그래서 쉽게 도울 수 있지만 모른 척하고 있는 것이다.’

우주신의 대표로서 창조신장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자극을 주었다.

그러나 오랜 친분을 유지해 온 샤이니의 부탁에는 브라이트도 결국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이제 도울 수 있는 전력은 우주신들에게 거의 없다.’

거의 전부가 잠든 것이다.

“이번에는 돕겠지만 만족스럽지는 않을 것일세.

숙달된 차원권능을 가진 늙은이들은 쉬고 싶다고 말하면서 제일 먼저 잠들었어.

나보다 먼저 쉬다니 못 된 놈들이지.”

“그렇겠지.”

그 말에 샤이니도 고개를 끄덕였다.

현세계를 가득 채운 별들의 환경을 지성체와 생명이 살 수 있게 조정하고 만든 존재들이 차원권능을 가진 우주신들이었다.

그러니 창조주님이 이만 은퇴하라는 말에 반발보다 환호성을 질렀으니 많이 남아있다면 이상하기도 했다.

그런데 사태는 샤이니의 예상보다 더욱 심각했다.

‘지금 남아있는 두 명은 후반기에 태어나 운 좋게 고생을 못한 부류이지.

그래서 외부 생활에 아직 미련이 많으니 이번에는 보내야겠군.’

은퇴생활을 아주 답답해하고 있으니 샤이니를 따라가서 허계의 도적 떼들과 싸우라고 하면 아주 좋아할 것이다.

그리고 우주신들의 자리가 없는 현재에 환멸을 느끼고 빨리 잠들어 줄지도 몰랐다.

‘적이 겨우 주신 육십 명이라고 하니 놀이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파악을 해보니 상대가 만만치 않다.

전달받은 정보로는 허계의 차원권능의 현세계의 차원권능보다 위에 있다.’

과거 자신들이 활동하기 시절의 열등한 허계가 이제 아니었다.

허계의 창조주에게 힘으로 권력을 이양을 받은 십중심 시대 이후부터 격차가 극심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아무리 차원권능이라고 하지만 은하계를 뛰어넘은 공간이동을 하다니 놀라워.

허계에서 무슨 일이 발생하고 있는지 확인을 해보아야 하는데 이제 불가능하다니 불안하군.’

적보다 차원권능의 수준이 부족하고 머리 숫자조차 적으니 큰 도움이 될 수 없었다.

그래서 바로 거절을 했는데 이렇게 되면 보내야 할 것 같았다.

“차원권능을 가진 우주신 중 아직 잠들지 않은 존재는 겨우 둘이고 아직 미숙하네.”

그런 대답을 들은 샤이니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거의 일만 명을 헤아리던 차원권능을 가진 우주신들이 모두 잠들고 겨우 두 명만 남아있다니 어이가 없었다.

“겨우 두 명만 남았어?

그것도 미숙하다고?”

허계의 도적 떼들의 차원권능의 수준은 굉장해서 적어도 백 명은 얻어야 포위망을 완성할 수 있어 보였다.

그런데 겨우 두 명에 수준까지 미달이라면 토벌단을 이끌고 추적하기도 빠듯했다.

“더구나 어리지.

그러니 적들처럼 은하계를 뛰어넘으면서 싸우기는 힘겨울 걸세.

결론적으로 이 둘이 참여하면 추적시간은 많이 단축되겠지만 따라잡을 수는 없어.

그래도 데려가겠나?

샤이니는 잠시 침묵하면서 상황판단에 들어갔다.

‘브라이트가 거짓말을 할 존재는 절대로 아니다.’

아니라고 판단하면 아예 거절할 성격과 능력이니 차원권능을 가진 우주신들이 두 명밖에 없다는 말은 맞았다.

‘둘밖에 없다는 말이 거짓은 아니야.

하긴 차원권능을 가진 존재들이 초창기에 고생을 가장 많이 하기는 했지.

은퇴하고 쉬라고 하니 모여서 축제를 벌일 정도였으니 말이야.’

차원권능을 가진 우주신들은 창조주님의 강제 은퇴명령에 반발하려던 우주신들이 허탈할 정도로 환영 일색이었다.

은퇴를 극렬하게 거부하는 우주신들은 직접 나서서 제압할 정도였다.

‘차원의 우주신들은 안전한 후방에서 행성이나 만들고 고친다고 경시했던 다른 우주신들이 침묵할 정도로 강력한 힘을 보였다.

그리고 많은 수가 창조주님이 화를 낼 정도로 빨리 잠들어 버렸었지.

하지만 겨우 두 명만이 남았다니?

허계의 도적 떼들 중에 열 명이 넘는 차원권능을 가진 존재들이 있다고 하니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군.

그러나 모처럼 창조신장님이 내리신 직접 명령인데 빈손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동급이상의 주신이 방어하는 완전 방어태세를 갖춘 신계를 반나절 만에 무력화시킨 허계의 도적 떼의 전력을 보아서는 자신이 나서야 했다.

“그들이라도 부탁하지.”

“나처럼 은퇴하고 전부 거절하면 될 일을 왜 하나?

역시 고난을 자처하는군.

제발 무리하지 말게.”

브라이트가 참전해주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그럴 리도 없고 해서도 안 되었다.

우주신 중에서 가장 뛰어나고 인망이 높은 존재를 뽑으라면 누구나 두말없이 브라이트를 뽑을 정도였다.

원래 창조신장의 직위는 브라이트의 것이었다.

‘그런데 창조주님이 우주신들의 은퇴를 이야기하자마자 모든 권한을 내려놓고 가장 먼저 잠들려고 했다.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다면 우주신들의 반란이 일어났을지도 몰랐다.’

그런데 지금까지 깨어서 우주신들의 대표를 맡고 있는 이유는 창조주님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모든 우주신들은 은퇴를 해야 하지만 나와 브라이트는 다시 만들 수 없다고 반드시 남으라고 하셨지.’

그러나 워낙 쉬고 싶다는 의사가 강고하여 강제은퇴 당해 불만이 쌓인 우주신들이 딴생각을 하지 못하게 하는 감시관 역할을 맡겨서 붙잡아 두고 있었다.

브라이트도 그 때 상황이 아주 좋지 않아서 받아들였다.

‘우주신 모두가 은퇴를 좋게 받아들인 것은 결코 아니다.

그들이 불만을 가진 채로 절대로 은거지를 벗어나게 해서는 안 된다.

신족의 지배에 엄청난 위협이 될 수 있다.’

우주신들의 능력은 현재 신족보다 확실히 상위에 있다.

그러기에 그들이 지금 우주에 나와서 날뛰기 시작하면 그동안 쌓아올린 모든 공적과 명예가 증발하는 내전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창조신장의 직위가 예정되어 있지만 가장 먼저 잠을 자려던 브라이트가 대표로 나서서 하나하나 다독였다.

그러자 모든 우주신들도 어쩔 수 없이 따랐다.

원활한 처리에 창조주님도 기뻐하셨고 덕분에 나도 이렇게 나올 수 있었지.

그리고 이런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으니 다행이다.’

그런 내심을 짐작한 브라이트는 오랜 친구의 앞이라서 마음을 놓고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자네도 그만하고 우리와 함께 안식을 취했으면 좋겠네.

아직 경험하지 못한 일이 뭐가 있다고 청년신으로 되돌아가서 직접 움직이는지 모르겠아.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만들어 냈으니 더는 새로운 것도 없을 텐데 말이야.”

브라이트는 긴 흰 수염을 오른손으로 쓰다듬으면서 느릿하게 말을 이었다.

“우주신들이 모두 잠들어야 나도 편히 쉴 수가 있지.

처음 시작한 내가 어쩌다가 마지막에 정리까지 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네.

모두가 현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쾌락과 고통을 누렸으면 되었지 무슨 미련이 그렇게나 많은지 몰라.

아무 의미 없이 반복되는 삶은 가치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러니 답답하군.”

브라이트는 이런 존재였다.

더 이상 새로운 것을 보고 경험할 수 없는 삶에 가치가 없으니 영원한 잠조차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가장 신다운 신이었다.

그러나 자신은 그렇게 할 수 없었다.

현세계와 신족은 아직 너무나 약했기에 보호가 필요했다.

“우리가 만든 세계이니 지켜나갈 의무도 있다고 보네.

그럴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 도와야지.

모두 우리의 후예가 아닌가?”

지극히 타당한 말이었으나 브라이트는 냉소적으로 대답했다.

“훗-! 창조주님의 관심을 뺏기기 싫어서 노심초사하는 어린애들이지.

지나친 부모의 간섭은 아이를 약하게 만들어.

창조주님의 명령이 아니더라도 과거의 전쟁으로 피에 물들었던 존재들은 물러나야 해.

그런 원죄가 없이 현재와 미래를 지금 살아가는 신족들에게 전부 맡겨두면 이번 일도 알아서 해결될 일이라고 생각하네.

그러나 이런 긴 대화는 직접 만나서 하기로 하고 일단 그 둘은 창조신계로 직접 보내겠네.

잘되기를 기원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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