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1034화 (945/2,000)

34권 35권

그렇다고 근원도 이대로 끝을 내거나 현세계에 고개를 숙일 생각은 없었기에 도적 떼 전환은 빨랐다.

흑염 세력이 세계의 차이로 백 분의 일로 힘이 감소하였다고 하지만 그 능력은 현세계의 주신 보다 상위에 있었다.

이들이 작심하고 정기가 대량으로 모여 있는 신계들을 노리면 현세계가 탈탈 털리기 시작하는 혼란의 시대가 다가온다.

이런 상황이 빠르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고 아이언은 아주 느긋했다.

“그럼 바로 계약을 하시지요.”

“........”

황금빛이 찬란한 카르마의 계약서를 여왕에게 내민다.

프롬 여왕은 머리만 남아있는 상태였지만 당혹감을 숨기지 못했다.

카르마의 계약서라고 적힌 황금빛 종이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있었다.

‘아이언은 프롬여왕을 유모로 하는 대신에 제국과 적대를 하지 않는다.

크롬 공주를 유모로 하는 대신에 여왕의 완치된 몸을 넘겨준다.

에메랄드 공주를 유모로 하는 대신에 제국의 본성을 안정화해 준다.

제국 내의 유모 접합자를 넘겨주면 협조를 해준다.’

이런 요구를 아예 서면으로 만들어 내미니 더욱 황당했다.

계약서에 적혀있는 아이언이 제국과 적대하지 않고 협조해 주는 대신에 유모로 자신과 공주들, 그리고 제국의 적합자인 여성까지 달라는 요구는 당돌하기 짝이 없었다.

‘누구라도 황실모독으로 즉결처형이다.

인간을 가축으로 보는 정체 모를 존재들과 협상 따위는 의미가 없다.

그러나 본성의 달을 손쉽게 날려버리는 상대이니 바로 거절할 수도 없다.’

잘못하면 본성과 제국조차 위험했다.

여기에 병에 쓰러져서 쓸모없어진 육체가 아닌 더는 올라갈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경지를 뛰어넘은 초능력을 가진 육체까지 보여주니 흔들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더구나 아이언이 보여주고 유혹하고 있는 자신의 육체는 중년도 아닌 가장 절정기의 처녀 시절의 몸이었다.

‘육체의 시간의 흐름조차 거스르고 마음대로 조절하는가?

역시 정체 모를 존재들의 권능은 과학력이나 초능력보다 훨씬 위다.’

과거 고대문명에서 교육받은 정체 모를 존재들의 권능을 직접 보니 놀라웠다.

‘기계 인간이 된다고 해도 뇌의 수명 때문에 천 년이 한계다.

솔트가 만든 뇌가 필요 없다는 완전한 기계 인간과 인공지능 로봇은 구별되기 힘들다.’

고대문명에서도 두뇌 칩이라는 저장장치로 인간의 기억을 모두 저장 가능한 기계 몸을 썼지만 그런 그들을 인간으로 명확하게 정의하지는 않았다.

이제 절정기를 넘어서 점점 약해 져가니 저 불사 불멸(不死 不滅)을 획득했다는 젊은 육체가 욕심이 안 난다면 거짓이었다.

그런데 오른쪽에 앉아있는 크롬 공주는 딱딱한 표정이지만 동의를 했다.

“어마마마. 원하시는 대로 하세요.

완쾌만 되신다면 각오는 되어있습니다.”

아직 처녀인 몸으로 정체 모를 존재의 유모가 된다는 사실은 두려웠다.

하지만 여왕이 병에 쓰러진 순간 벌어진 제국의 혼란과 이어서 벌어진 내전은 결심 하게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에메랄드 공주는 달랐다.

그녀는 아직 제국의 공주로서 마음가짐이 되어있지 않았다.

‘자유롭게 은하를 여행하다가 겨우 마음이 끌리는 남자를 만났는데 여기서 묶일 수는 없어.’

비록 외모나 능력은 앞에 있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하고 아름다운 정체 모를 존재와 비교할 수 없었다.

그러나 제국이나 연합과는 다른 길을 가는 별개의 소수 세력의 일원으로서 인간의 자유로운 삶에 대한 열정과 희망을 품었기에 매료되었다.

‘모습은 추레하지만 빛나는 열정과 꿈을 가진 남자였다.’

아직 결혼조차 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되어서는 안 되었다.

이런 공주들의 반응을 읽은 아이언은 간단하게 정의했다.

“찬성 일, 중립 일, 반대 일입니다.

그럼 찬성하신 크롬 공주님의 의사를 존중하여 여왕님의 신체를 회복시켜드리도록 하죠.”

지금 여왕의 육체는 가장 강력한 협상 수단이었다.

그걸 간단히 내어준다는 말에 여왕과 공주들이 놀란 표정을 했지만 아이언은 간단하게 손을 튕겼다.

딱-! 우우웅-!

허공에서 여왕의 몸을 감싸고 있는 투명한 구체가 나타난다.

알몸으로 둥둥 떠 있는 모습이었지만 여기에는 그들밖에 없기에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다만 공주들은 몸과 머리가 감싼 구체가 하나로 합쳐지고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는 것을 경이로운 눈으로 쳐다볼 뿐이었다.

파아아아아아-!

찬란한 황금빛이 알현실 전부를 비춘다.

그것은 처음 보는 누가 보아도 알 수 있는 신성하고 거룩한 생명의 빛이자 축복이었다.

차원권능으로 결계를 치지 않았으면 신족이나 창조주가 당장 알아챌 정도의 강력한 창조력은 여왕의 몸을 완전하게 되돌린다.

우우우우우우우웅-!

반투명한 머리가 있던 부위에 온전하게 머리가 안착하고 완전히 일치된 순간 여왕의 몸에서 폭발적인 초능력이 발현된다.

투하하하하하하하-! 팟-!

폭탄의 폭발과 같은 여파는 알현실 만이 아니라 수도조차 날릴 위력이 있었으나 아이언은 간단한 손짓으로 무마시킨다.

프롬 여왕이 일부러 실수인 것처럼 공격했다는 사실은 알지만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능력 조절을 잘하십시오.

저는 상관이 없지만, 공주들은 위험합니다.

프롬 여왕님.”

“..........”

자력으로 구체에서 벗어난 프롬 여왕은 알몸이지만 아무런 부끄러운 기색도 없이 아이언을 노려보았다.

복장을 신경 쓰기에는 앞의 상대가 너무 규격 외의 강자였다.

‘정보대로라면 지금 공격으로 과거 나타났던 주신이란 존재조차 상처를 입어야 했다.

그런데 이렇게 주변에 아무런 영향도 없이 소멸시키다니 역시 터무니없이 강력한 정체 모를 존재다.’

주변의 공주들이 나서서 황급하게 망토로 여왕의 알몸을 가리고 경계태세를 취한다.

여왕이 기계 인간이 될 결심을 할 정도로 극심한 병에서 완치된 일은 기쁘기는 하지만 문제는 이제부터였다.

‘이 강력한 정체모를 존재를 제압하지 않으면 제국은 끝장이다.’

그러나 방금 여왕의 전력공격조차 산들바람처럼 없애버렸으니 바로 덤빌 수는 없었다.

잠시의 침묵의 대치가 있었으나 아이언은 아무런 상관없이 말을 이었다.

“그럼 크롬 공주님은 달에 있는 저의 집으로 가시지요.

다른 조건을 확인하시면 각자 서명하십시오.”

“감히 누구 마음대로 내 딸을 데려........”

분노한 여왕의 목소리가 울리기도 전에 아이언과 크롬공주의 모습이 알현실에서 사라진다.

팟-!

그리고 남은 것은 황금빛의 빛나는 카르마의 계약서였다.

거기에는 여왕의 몸을 완치하여 돌려주는 대신에 크롬 공주를 유모를 받는다는 내용에 아이언의 서명이 적혀 있었다.

거기에 크롬 공주의 서명까지 어느새 되어있으니 뒤통수를 세게 맞은 것처럼 멍해진 프롬여왕과 에메랄드 공주였다.

“..........”

“..........”

한참 후에야 정신을 수습한 그녀들의 시선은 일부러 남겨놓은 것이 확실한 뚜렷한 공간이동의 흔적을 따라 커다란 장미나무가 자란 녹색의 달로 시선을 향한다.

거기에는 변화가 생겨있었다.

‘두 그루?’

‘장미 나무 하나가 옆으로 또 하나 자라고 있다.’

그제야 저 달과 장미 나무가 바로 정체 모를 존재의 집이며 유모의 숫자라는 사실을 깨달은 여왕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완치된 몸을 되돌려 받기 위해서 두려움을 참고 유모의 계약을 동의하던 크롬 공주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런 계약은 용서할 수 없다.

당장 되돌려 받아야 하지만 나와 버금가는 초능력자를 아무런 기색도 없이 달까지 공간이동을 시키는 정체 모를 존재를 토벌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그렇게 여왕이 고민에 빠져있을 때 달의 중심지역에 만들어놓은 거대한 신전에 아이언은 크롬 공주를 데리고 도착했다.

그리고 신전의 문을 직접 밀고서 안으로 들어선다.

끼이이이이-!

긴 소음을 내면서 열리는 신전 안으로 아이언이 들어가자 크롬 공주도 잠시 망설이다가 따라나섰다.

갑자기 사방이 밀림과 같은 곳으로 공간이동이 되어서 놀란 크롬 공주였지만 이미 여왕이 완치되었을 때에 각오했던 바였기에 입술을 꽉 깨물고 안으로 들어섰다.

“다녀왔습니다.”

“어서 오렴.

갔던 일은 잘 마무리되었니?”

정말 소년처럼 쾌활한 음성이 울리자 멈칫했다.

언제 한 번 들었던 여성의 자상한 목소리가 들리자 궁금증에 신전 안에 들어간 크롬 공주였다.

그리고 내부의 호화스러움에 깜짝 놀랐다.

‘아?’

신전 안은 황궁의 알현실처럼 거대한 복도식 공간이었는데 규모가 비교도 되지 않았다.

거기다가 모두 반짝이는 보석과 황금으로 엄청나게 화려하게 치장되어있었고 멀리 보이는 저 끝에는 벽 전체를 아우르는 거대한 의자가 놓여있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황금 장미 드레스를 입은 시즈지가 앉아있었는데 무릎 위에는 아이언이 안겨있었다.

커다란 젖가슴 사이에 얼굴을 묻은 아이언은 아이다운 순수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한다.

“그럼요.

좋은 말로 해결하고 왔어요.”

신신당부를 한 대로 제국과 싸우지 않고 왔다는 말에 시즈지는 조금은 안도할 수 있었다.

아이언이 안전하다고 제국 본성의 달에 집을 다시 크게 지었지만, 무단점유였으니 안심할 수가 없었다.

‘달에 자란 거대 장미 나무는 세계수라는 보물이니 여기 앉아있으면 더욱 강해질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나는 아직 약해서 가면 위험하니 방어체계가 갖추어진 이곳에 남으라고 했지.’

그래서 같이 가지는 못했는데 아이언이 가진 능력이 워낙 크고 행동을 예측할 수 없어 불안해하던 상황이었다.

더구나 발현된 초능력의 숙련도가 너무 부족해서 주변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다.

‘달 속에서도 본성의 기운을 읽을 수 있게 되었지만, 아직 커다란 흐름이나 지형지물만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도 초능력자로는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본성에 큰 피해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아이언을 꼭 껴안았다.

이 아이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서 어마어마한 사람의 운명이 변한다는 사실을 이번에 벌인 일로 뼈저리게 깨달은 시즈지였다.

“그래 잘했다.

천만다행이구나.”

최대한 좋은 길로 이끌기로 다짐하는 시즈지에게 아이언은 속삭이듯이 말한다.

“새로운 유모를 데려왔어요.

그러니 이제 부담이 좀 덜하실 거예요.”

그 말이 가진 의미에 시즈지는 놀랐다.

“새로운 유모?

본성에서 너의 적합자는 여왕님과 공주님들밖에 없다고 했지 않았니?

아이언의 시선이 정문을 향하자 신전의 입구에 누군가가 서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누구인지 깨닫고 큰 소리로 불렀다.

“크롬 공주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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