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그 말에 모든 바람가의 가주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아들부터 손자까지 바로 고민에 들어갔다.
‘이러면 괜찮을까?’
‘진리 할아버님이 직접 나서신다면 그럴 리가 없지 않습니까?’
심장에 황금의 절대기 에반젤리가 박혀서 일 할의 힘도 발휘하지 못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절대계 사상 유례가 없는 경지에 도달한 진리였다.
십중심들과 반복된 결투의 여파조차 바람가의 가주들의 결계가 아니었다면 절대계가 몇 번은 멸망했을지 몰랐다.
‘여파가 어떨지는 생각만 해도 두렵구나.’
그러나 진리가 오랜 기간 치료에 전념하면서 얼굴을 보이지 않았기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이제 건재함을 보일 때이기도 하다.’
절대계는 이제 진리라는 십중심조차 쓰러트린 진정한 창조주의 위용과 무서움을 알아야 했다.
손가락질을 받던 흑염 세력의 청소라면 아주 좋은 명분이었다.
“뜻대로 하옵소서.”
그 뒤로 절대계가 통째로 뒤집히는 추격전이 벌어졌다.
에반젤리 덕분에 비록 신체의 힘은 제한되어 있으나 창조주로서 권능은 멀쩡한 진리였다.
차원권능으로 숨은 흑염 세력을 파악하기 위해 시간은 많이 걸리지만 절대계 전부를 통째로 검색하여 특이점을 파악하는 탐지방식을 사용한다.
그래서 차원권능으로 별개의 고유세계를 만들어 숨어있던 흑염 세력은 바로 발각이 되었다.
정확한 위치를 확인한 진리는 미소를 지었다.
“거기냐?
잘도 숨었군.”
바로 연속 공간이동으로 뒤쫓기 시작한다.
그런데 창조주에게 차원권능을 가진 존재들이 숨을 수 없지만 반대로 탐색 움직임의 파악은 가능했다.
차원권능을 가진 존재들은 창조주가 된 진리가 절대계를 검색하는 것을 느끼자마자 자신들에게 곧장 다가오려는 것까지 느끼고 비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우에에에엑-! 진리-!”
진리가 우리를 찾았다!”
“진리가 온다!”
팔륜봉인을 만들고 있던 단 한 명의 바람가의 가주에게 겨우 모은 부하들을 모두 잃었다.
하지만 아직 저항할 생각으로 부상을 회복하고 있는 흑염 세력으로는 날벼락이었다.
“뭐야?
왜 진리가 우리에게 직접 나서는 거냐?”
흑염 세력은 차원권능을 아직 파악하지 못하는 바람가의 가주들만이 활동해서 고유세계를 만들어 그 속에서 안심하고 회복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설마 자신들을 찾지 못한다고 창조주가 된 진리가 직접 움직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기에 비명이 저절로 나왔다.
차원권능이 없는 다른 흑염 세력도 생존본능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크아아아-! 왜 우리를 직접 찾아?
창조주가 그렇게 할 일이 없나?”
“젠장-! 차원권능의 고유세계를 통한 은신은 창조주의 검색에는 안 통해!
어서 도망쳐야 한다.”
“이런 제길! 왜 진리가 우리 따위를 추적하는 거야?”
이름도 없는 바람가의 가주 한 명에게 애써 끌어모은 반란세력으로 회심의 기습을 걸었다가 통째로 그대로 분쇄되었다.
그런데 일만이 넘는 그들 모두를 총괄하고 십중심을 홀로 쓰러트려 스스로 창조주까지 된 진리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존재는 아무도 없었다.
이제 은신도 불가능하니 열 명의 차원권능을 가진 존재들이 힘을 합하여 연속 차원이동으로 도주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파파파파파파파파-!
흑염 세력이 진리가 검색을 마저 끝내기도 전에 필사적으로 도주했고 바로 직후에 진리는 그 장소에 도착했다.
허탕을 친 진리의 입에서 저절로 기가 막힌다는 탄성이 흘러나왔다.
“허? 이것들 보게?”
상황은 이해가 갔다.
아무리 권능이 강대해도 절대계 전부를 검색하여 특이점을 파악해야 하는데 그걸 감지하고 이렇게 도주하면 도착이 늦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차원권능의 공간이동이 길어도 한계가 있다.
분명 성단 정도였었지?’
차원 이동한 방위를 확인한 진리의 눈에서 무시무시한 권능의 빛이 품어지면서 아공간에서 물건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그대로 흑염 세력이 도망친 방향으로 던져버렸다.
“싹 수 없는 놈과 쓰레기 같은 놈들-!
이거나 먹고 사라져라!”
그 순간 엄청난 범위의 우주가 붕괴가 되기 시작한다.
투하하하하하하하하학-! 구아아아아아아앙-!
세계를 만들 가능성을 가졌고 바람가의 가주들의 인지조차 숨을 정도의 차원권능을 가진 존재들에게 어지간한 수단은 통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예 의심이 가는 구역과 도주할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세계 전부를 괴멸시켜 없애려고 하는 것이다.
“뭐-! 이건 뭐야?”
“이 권능은 또 뭐지?”
처음 있던 장소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졌는데 갑자기 자신들 뒤로 무시무시한 기세가 밀려오자 뒤를 돌아본 흑염 세력은 전율했다.
“술병이잖아?”
“그런데? 저게 뭐야-!”
술병 하나가 은하 규모의 범위를 붕괴시키면서 따라오고 있었다.
모처럼 분통을 터트린 진리가 아공간에서 꺼낸 술병을 매개체로 삼아 흑염 세력이 도주하는 방향의 세계를 은하규모로 통째로 지워버린 것이다.
흑염 세력은 술병 하나가 일으켰다고는 믿기지 않는 광범위한 세계붕괴가 밀려들자 생각이 정지되는 느낌이었다.
‘저 정도 규모의 세계붕괴는 차원이동으로 도망칠 수 없다.’
어떤 권능도 은하 규모 이상의 영역을 단번에 뛰어넘을 수 없었다.
아무리 광범위한 권능영역을 자랑하는 차원권능이라도 성단 정도가 한계였으니 피할 도리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술병의 진행방향에 있다면 그대로 말소되니 어떻게 할지 고민을 할 필요는 없었다.
막을 수는 없으니 피해야만 했다.
“크아아아아-! 더 빨리 멀리 이동해-!”
“이미 늦었어!
방향을 틀어야 해-!”
“그것도 거리가 모자라!”
이대로는 끝장이었다.
하지만 절대계에서도 최고 수준의 연산력을 필요한 차원권능을 익힌 열 명이 모여 있는 상태였다.
그들은 단숨에 결론에 도달했다.
“죽기 아니면 살기다!
모두 차원권능을 모아!”
“힘을 모아서 뛴다.”
파아아아아-!
얼마나 위급했던지 이제까지 위험해서 하지 못했던 차원권능의 융합을 시도했다.
그래서 기존의 차원권능의 경지를 능가한 그 이상의 영역으로 차원이동을 성공해서 벗어날 수 있었다.
흑염 세력의 차원이동을 감지하고 빠져나갔음을 파악한 진리는 순간 혈압이 오르는 기분이었다.
“고유세계인 차원권능을 강제로 융합해서 은하 단위의 거리를 뛰어넘어 내 공격을 피했다고?”
은하까지 붕괴시켰는데 흑염 세력은 모두 도주했다.
‘이건 분명 공격의 실패인가?’
싹 수 없이 받은 술병을 되돌려주는 절반은 장난과 같은 공격이었지만 십중심을 쓰러트리고 난 이후 처음 겪는 일이었다.
진리의 얼굴이 저절로 일그러졌지만, 곧 너털웃음을 지었다.
“허허허. 내 혈족들이 힘들어할 만하군.”
직접 처단하려고 해보니 무척 귀찮았다.
강하다기보다는 위험하다면 바로 도주하면서 끈질기게 살아남으려 한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었다.
이런 존재들이 끝까지 살아남아서 최고위 지배층에 도달하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흑염의 절대자 루카 에일레스가 왜 주변의 항의를 무시하고 손해를 보아가면서 저들을 보호하고 아꼈는지 알겠군.’
힘을 합했고 운도 아주 좋았다고 하지만 지금 자신의 일격을 피할 정도면 충분한 가치가 있는 재능이었다.
역경이 강해질수록 능력이 대폭 향상되는 존재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바로 영웅이었다.
‘흑염 세력의 본질은 범죄자가 아닌 영웅들이었는가?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불안정한 세계에서나 용납되는 재능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영원한 행복이 충만한 세계에서는 혼란을 일으키는 영웅 따위는 필요가 없었다.
오직 십중심과 같은 진정한 강자들만이 세계의 기둥이 되어 견고하게 지탱하고 발전되어야만 했다.
진리는 방금 은하를 파괴한 술병을 회수하고 그대로 한 모금 마셨다.
휘리리리릭-! 탁-! 꿀꺽-!
그리고 바로 아공간에 집어넣고 다시 절대계 전부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잡아내야 한다.
그러나 은하 단위로 차원 이동을 할 수 있을 정도면 세계에 거짓 정보를 넣어서 속일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
정밀조사를 반복해서 위치를 특정해야 한다.’
차원권능의 고유세계를 만드는 특성을 생각하면 절대계 전부를 처음부터 끝까지 흩어야 정확한 위치가 판단된다.
창조주인 진리에게도 무척 성가신 일이었다.
“그래 좋다!
너희들이 어디까지 나에게서 도망칠 수 있고 강해지나 보자.”
차원권능을 가졌으니 당연히 지금 검색을 느끼고 도망을 칠 것이지만 나름대로 흥미가 생겼다.
절대계의 창조주가 되어 이제 이루어지지 않는 일과 불가능이 없는 진리에게 쉽사리 잡히지 않는 흑염 세력은 신선한 자극이었다.
“타락한 영웅들이었군.
그렇다고 용서 따위는 없다.”
과거 지배세력을 완전히 처리하지 않으면 언제인가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사실은 전 창조주가 십중심에게 권력을 이양하고 난 이후 벌어진 일로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전 창조주를 받들던 지배세력인 신족과 마신족, 기타 주요일족들이 벌인 광범위한 저항과 반란을 똑똑히 보아왔기에 아예 흔적조차 남기지 않을 생각이었다.
“포기하는 순간 끝장을 내주마.”
그렇게 시작한 진리의 흑염 세력에 대한 추격전은 수십 개의 은하계를 술병으로 소멸시키면서 이어졌다.
예상은 했지만 어마어마한 피해에 기겁한 바람가의 가주들이 말리려 했지만, 그들조차 따라잡을 수조차 없는 종횡무진인 초고속의 추격전이었다.
그리고 절대계가 새로운 창조주가 보이는 힘과 파괴에 넋을 잃어갈 때쯤 첫 번째 결판이 났다.
흑염 세력의 인내와 정기가 바닥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는 무리다.
항복할까?”
“그래 봤자 살려둘 것 같지가 않아.”
“그런데 어떻게 겨우 술병 투척에 은하계가 소멸하나?
이게 어떻게 가능해?”
“상식이 안 통해도 정도가 있지.”
너무나 극심한 힘의 차이에 반역할 생각조차 싹 사라졌다.
은하계를 술병으로 장난처럼 지우는 진리가 진심으로 했다면 이렇게 무사할 수가 없다는 사실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하필 술병으로만 공격하는 거야?”
“덕분에 살아남기는 하고 있다만 더럽게 기분이 나쁘네!”
진리가 특기인 검을 던지거나 권능으로 공격했으면 이미 끝장날 상황이었다.
그리고 진리가 왜 술병만 던지는지 짐작하는 근원은 인상과 한숨을 팍팍 썼다.
‘진리가 처음 십중심에게 반기를 들고 결투를 신청했을 때 흑염의 절대자가 처음 나서서 술자리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내가 한 일의 복수인가?’
반란자에게 술을 따르는 것이 싫어서 술병을 던져주었더니 그때 일을 마음에 두었던 모양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절대계의 창조주인 진리가 바람가의 가주를 시켜도 될 일을 직접 나서서 술병으로 은하계 수십 개를 날리는 추적을 할 이유가 없었다.
‘역시 진리!
지독한 뒤끝이구나.’
다른 흑염 세력은 당연히 이유는 모르니 굉장히 미움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그럼 다른 십중심들의 세력처럼 정보행성 이데아로 보내져 후일을 도모할 수 없어 보였다.
결국 흑염 세력의 대표인 근원은 결정을 내렸다.
“현세계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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