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바람가의 가주들은 겨우 일만이었으나 전 창조주조차 능가하는 힘을 가진 정신체의 상위인 영원체들이었다.
그런 그들 앞에서 기존의 지배층이었던 십중심의 세력은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절대적인 힘으로 군림하던 지배세력들이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고 정보행성 이데아로 압송된다.
그 모습을 본 절대계의 모든 존재는 새로운 창조주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끝까지 인정하지 않고 결사항정을 부르짖는 반대세력도 물론 있었다.
대표적인 반란세력은 오십 명 정도의 소수정예로 활동하던 흑염의 세력들이었다.
“우리는 흑염의 절대자 루카 에일레스님만을 따른다.
그 분을 쓰러트린 진리에게는 결코 굴복할 수 없다.”
흑염의 절대자가 진리에게 패배해 신령이 말소되어 새로운 대표자가 된 근원(根源)은 악착같이 바람가가 하는 일에 덤벼들었다.
물론 정면으로 덤비면 이길 수는 없으니 철저하게 숨어서 도망쳐 다니고 휘하 세력들이 이송하는 틈이나 불만세력을 부추겨서 혼란을 일으켰다.
“반드시 복수를 한다.
그러나 정면승부를 할 수 없으니 뒤에서 방해부터 하자.”
“.........”
자신들은 덤빌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십중심들과 단독으로 결투하여 승리한 진리에 대한 경외는 반란세력조차 피할 수 없었다.
그래서 철저하게 암약하면서 바람가의 절대계 완전제압을 상당히 늦추는데 성공은 했다.
그런 전과를 바탕으로 차원권능을 쓰는 존재들까지 합류하여 큰 세력이 되자 늘어난 자신감은 더 큰 욕심을 일으켰다.
“흑염의 절대자님과 십중심님들의 신체를 되찾아서 복구를 시켜드린다.
그분들만이 진리와 바람가를 이길 수 있다.”
십중심들의 신령은 진리에게 말소되었으나 창조주를 능가한 신체는 남아서 봉인작업 중이었다.
그래서 그걸 탈취하여 복구하려는 시도인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들로는 진리는 고사하고 휘하의 바람가의 가주들조차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점이 작용했다.
“역시 십중심님들만이 바람가와 진리를 막을 수 있다.”
결심을 한 근원은 반란세력의 총력을 기울여서 십중심들의 신체 확보에 나섰다.
그러나 팔륜봉인을 만들고 있던 바람가의 한 가주에게 격퇴당하고 극히 일부만이 살아서 도망을 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소식은 바로 심장에 박힌 황금의 절대기 에반젤리의 제거에 골몰하고 있던 진리에게 전해졌다.
“팔륜봉인에 침투하려던 놈들이 있었어?
그런데 일부를 놓쳤다고?”
십중심의 신체를 봉인할 팔륜봉인을 만들고 있는 바람가의 가주는 아주 우수했다.
일만 명의 가주들이 모두 뛰어 났지만 능력 면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고 전투능력도 십중심들과 맞상대할 정도의 강자였다.
‘모든 분야에 정통하면서도 목적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아서 최고의 성과를 달성한다.
그리고 완벽주의의 성향까지 가졌기에 믿고 가장 중요한 일을 맡겼다.
이런 실수를 할 리가 없다.’
이런 실수를 범할 리가 없는 아이였다.
아무리 팔륜봉인을 만들고 있었다고 하지만 침입자 일부를 살려 보내다니 놀란 진리였다.
“너에게서 도주할 수 있는 존재가 지금 절대계에 있었느냐?”
다른 일로 보고를 드리러 온 다른 가주들도 이해가 가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런 반응에 지금까지 완벽했던 경력에 치명적인 오점이 생긴 셈이 된 팔륜봉인 담당 바람가의 가주는 고개를 더 숙였다.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진리 할아버님.
억지로 변명을 하자면 근원(根源)이란 놈이 제 공격을 맞아 산산조각이 나면서도 버티는 틈에 일부가 도망쳤습니다.”
“얼마나 도주했지?”
아무리 운이 좋고 끈질겨도 바람가의 가주 앞에서 도주할 수 있는 존재가 많을 리가 없었다.
“육십 명입니다.
차원의 권능을 사용하는 존재 열 명과 흑염 세력 오십 명으로 확인했습니다.”
침투했던 반란세력은 일천 명이 넘었다고 했으니 겨우 육십 명의 도주라면 역시 얼마 살아 돌아가지 못했다.
그러나 완벽한 삶을 살아왔던 바람가의 가주로서는 너무나 굴욕적인 결과였다.
옆에 있던 용족의 남성의 고개를 끄덕이면서 아주 많은 이름이 써져 있는 명단을 보이면서 말했다.
“이번에 침투했던 존재들은 이 아이가 전부 잡아서 신령을 정보행성 이데아로 보냈습니다.
그 결과 이제 십중심의 세력은 도주한 육십 명만 남았습니다.”
“그런가?
절대계의 제압도 끝나가는군.”
“예. 이제 아버님이 창조주가 되신 사실에 반대하는 세력은 없습니다.
그리고 도주한 존재들이 비교적 강하기는 하지만 가주를 한 명만 전담시키면 바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십중심 본인이 아니라면 바람가 가주들을 상대할 수 있는 존재는 없었다.
그러니 일만 명의 바람가의 가주 중에 하나만 붙여도 끝장을 볼 수 있었다.
다만 이놈들이 차원권능까지 가져서 도주나 은신능력이 뛰어나니 잡아들이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았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들의 차원권능은 저희로는 아직 탐색이 힘듭니다.
흑염 세력들도 은신능력이 꽤 뛰어나서 작정하고 숨으면 찾기 힘듭니다.
시간을 많이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흑염 세력은 각자가 뛰어난 존재들인 데다가 많은 수가 아니고 겨우 육십 명이다.
넓은 절대계에서 그런 소수정예의 인원을 추격해서 잡으려면 아무리 바람가의 가주들의 능력이 뛰어나도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진리는 깊이 생각에 잠겼다.
‘마지막에 남은 반란세력은 차원권능을 가진 존재들과 흑염 세력인가?
제일 귀찮은 놈들이 힘을 합쳐서 살아남았군.
더구나 겨우 바람가 가주 한명에게 몰살당하다시피 당했어.
구사일생으로 겨우 도망쳐서 무서움을 절실하게 깨우쳤으니 무조건 도주나 숨으려 하겠지.’
반란세력을 일망타진할 절호의 기회를 놓친 셈이 되어버린 팔륜봉인의 담당 바람가의 가주는 눈에서 마력과 신력을 줄기줄기 뿜어내었다.
겨우 십중심의 시대가 가고 진리가 이끄는 바람가의 시대가 왔는데 이런 수치를 당하면 다시는 고개조차 들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앞에 나서서 말했다.
“도주한 놈들은 제가 존재각인을 해놓았습니다.
어디에 숨어도 은하 단위지만 방향을 확정 지을 수 있습니다.
잠시 팔륜봉인의 제작을 멈추는 것을 허락해주신다면 절대계를 통째로 뒤져서라도 쫓아가 죽여서 끌고 오겠습니다.”
그 말에 용족의 남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행성도 아니고 은하단위로 방향만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리지만 아무런 근거도 없이 추격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그렇다면 가장 적임자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진리는 아무런 대답 없이 더욱 생각에 잠겼다.
‘완벽하게 십중심의 세력을 처리하지 않으면 분명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나 육십 명의 반란세력보다 팔륜봉인에 침투해서 십중심들의 신체를 탈취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어서 팔륜봉인부터 완성해야해.’
십중심들의 신령은 말소시켰지만 영원체의 신격조차 넘어서있는 단련된 신체는 그러지를 못했다.
‘이렇게 신체가 무사한 이상 반드시 신령도 복구된다.’
더 큰 일은 신령이 복구되기 이전에 부상이 완치되면 신체가 먼저 멋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신체를 통제할 신령이 없으니 본능대로 미쳐 날뛰겠지.
반드시 팔륜봉인으로 제압을 해놓아야 안정화가 된다.
그러기에 봉인설치 작업을 늦출 수는 없다.’
이미 다른 가주들에게 십중심의 세력과 절대계 제압이 끝난 결과까지 보고받았기에 전력은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차원권능을 가진 존재를 탐색하고 추격하는 일이 바람가의 가주들에게도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진리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나직하게 혼잣말을 했다.
“근원(根源)이라?”
생각해보니 꽤 익숙한 이름이었다.
언제인가는 반드시 철저히 손봐주겠다고 생각한 이름이기도 했다.
“흑염의 절대자 앞이라고 내게 술병을 던진 적이 있었던 싹수없던 놈이로군.”
“예?”
감히 진리에게 술병을 던졌다는 말에 화를 내기보다 너무나 황당해서 멍해진 바람가의 가주들이었다.
과거 창조주를 힘으로 압도하여 절대계의 권리를 이양 받고 절대적인 무력으로 군림하던 십중심을 전부 혼자서 쓰러트린 진리였다.
그런 존재에게 아무리 십중심의 가호가 있다고 해도 술병을 던지다니 아무리 미쳤다고 해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담담한 진리의 말은 이어졌다.
“그리고 흑염 세력이라?
더러운 성질을 못 이기고 힘만 믿고 날뛰어서 자신들의 일족까지 망하게 만든 쓰레기들이었지.
그것들이 최후까지 분탕을 치고 다닌단 말이지?”
흑염 세력은 각 주요일족에서 돌연변이처럼 생겨난 특히 뛰어난 강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어린 시절에 주변의 학대나 견제를 받다가 참지 못하고 폭주하여 자신들이 태어난 행성과 세력을 부순 최악의 범죄자들이었다.
그 이후로도 내키는 대로 살면서 파괴를 일삼다가 십중심들에게 제압당해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강대한 힘 덕에 학대를 받다가 폭주한 그들을 자신과 같다고 여긴 흑염의 절대자 루카 에일레스의 구원을 받아서 이루어진 집단이다.
이놈들은 도저히 재활용이 안 된다.’
루카 에일레스가 문제투성이인 흑염 세력을 감싸느라 감수했던 갖은 고생이 생각났다.
그리고 심장에 박혀 있는 에반젤리를 내려다보던 진리는 잠시 더 생각하다가 말했다.
“반란세력은 단 한 명도 남겨두어서는 안 된다.
세계를 만들 가능성이 있는 차원권능이니 그런 힘을 가진 존재들도 내버려 둘 수 없다.
그러나 팔륜봉인(八倫封印)의 완성과 절대계의 안정이 최우선이다.
바람가의 가주들은 모두 현재 맡겨진 일에 전력하라.”
그 말에 모든 바람가의 가주들이 고개를 숙이고 복창했다.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바람가의 가주들이 생각하기에는 반란세력 육십 명이 절대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게다가 차원권능 때문에 추격조차 힘드니 무시도 좋은 방편이었다.
그러나 진리는 아주 작은 후환을 조금이라도 남길 생각이 없었다.
‘차원권능은 아직 창조주가 아닌 바람가의 가주들은 경험 부족으로 파악이 힘들다.
그럼 내가 직접 나서야 한다.’
과거 일도 있으니 직접 처리하기로 결심을 했다.
“그놈들은 내가 직접 쫓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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