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급격한 과부하에 정밀한 허리부품이 고장이 나버린 솔트의 귀로 천둥벼락이 떨어졌다.
“제국의 황족으로서 지은 죄를 전쟁터에서 일반 기계병사로서 영구히 갚게 해라.”
“!”
기계군인으로 영구 입대는 어떻게 보면 사형보다 더욱 가혹했다.
기계재상이 보기에는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지만 돌아온 여왕은 더욱 단호하고 무서워져있었다.
일단 아버지의 목숨만은 살렸지만 기계인간으로 만들라는 이 사태를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모르는 공주들이었다.
그리고 기계재상 솔트는 이렇게 멍청한 대공이라는 여왕의 유일한 약점을 잃을 수 없기에 필사적으로 반론을 찾았다.
“폐....... 폐하. 제국의 법은 부부 한쪽이 기계인간이 되면 다른 쪽도 기계인간이 되어야 합니다.
아직 옥체가 머무실만한 신형 기계인간의 신체를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고정하시옵소서.”
허나 여왕은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일축했다.
정체모를 존재가 자신을 유모로 원하는 이상 기계인간이 될 이유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병만 아니었다면 기계인간이 될 생각은 없다.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정체모를 존재가 완치를 시키고 가지고 있는 상태로 보여.
나를 유모로 삼겠다면 몸이 기계인간이거나 문제가 있어서는 말이 안 되니 말이야.’
갑자기 이상하게 강해진 초능력은 자신감을 부여하고 있었다.
그리고 목밖에 없는 이 비참한 상황은 기존에 자신을 얽어매던 모든 굴레를 벗겼다.
과거에 이해 못했던 기계인간들의 냉혹함을 잘 이해할 수 있을 정도였다.
“누가 그런 어처구니가 없는 법을 만들었는가?
나의 제국은 기계인간과 인간이 평등하다.
이 원칙에서 벗어난 모든 법은 무효다.
내가 부재하는 중에 만든 법은 나의 검토와 승인이 끝나기 전에 모두 효력을 정지하겠다.
거부하거나 반론을 이야기 하는 자는 모두 폐기한다.
재상이라도 예외는 없다.”
“그........ 그렇게 하겠습니다.”
제국의 기계병력을 총괄하는 자신까지 처분한다니 그래도 인간미가 조금은 남아있던 여왕이 너무 무섭게 변했다.
더구나 초능력까지 더 강해져서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정도였으니 기계재상 솔트는 그렇게나 잘 돌아가던 뇌와 연산보조장치가 정지하는 기분이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일이야.
왜 이렇게 강해졌지?’
초능력으로 만들어진 환상의 몸 덕분에 귀족들은 모르지만 지금 목밖에 남고 강해진 여왕은 기계인간보다 더 냉철했다.
그리고 그 시선은 본성 프롬의 달을 화분처럼 사용하고 있는 거대한 나무 쪽으로 향했다.
저기 머물고 있는 정체모를 존재는 일단 대공의 일의 처분이 끝나면 바로 처리해야 할 최우선 사항이었다.
그 전에 준비가 필요했다.
“크롬 백작. 할 일이 있다.”
“예! 여왕폐하.
명령만 내려주시옵소서.”
걱정하던 기계인간이 아닌 초능력자로 돌아온 여왕의 위용에 충성심이 하늘을 찌를 기세인 크롬 백작은 그대로 바닥에 엎드려서 복명한다.
“모든 고위 초능력자를 동원해서 정체모를 존재에 대한 모든 정보를 다시 통제하라.
초능력자 귀족들을 제외한 모든 시민의 기억을 삭제한다.
거부하는 자는 즉결 처형하라.”
“알겠습니다.”
역시 여왕님이라는 표정을 지은 크림 백작은 바로 복명하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토벌을 위해 어느 정도 정보를 공개해야 해서 고위 군 간부들도 알고 있었다.
더 이상 퍼져나가기 전에 막으려면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파아아아아아아-!
초능력자 귀족들이 공간이동으로 사라지자 남은 것은 솔트 기계재상과 기계 귀족들이었다.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엎드린 자세로 불안하게 명령을 기다리는 그들에게 비슷한 지시가 떨어졌다.
“제국의 모든 기계의 기억장치에서 정체모를 존재에 언급된 정보를 삭제하라.
이것은 기계 귀족들도 예외가 없다.”
“폐하!”
초능력자 귀족들은 정체모를 존재들에 대해 기억하는 것을 용납했다.
그런데 기계귀족들은 예외 없이 정보 삭제를 명한다는 것은 지극히 불공평한 지시였다.
허나 여왕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기계의 몸을 가진 너희들은 정체모를 존재들의 진정한 무서움을 모른다.
어설프게 이용하려 가까이 가서 꼭두각시 노릇이나 할 것이니 차라리 모르는 쪽이 낫다.”
“..........”
그 말에 초능력자들 몰래 정체모를 존재와 협상을 해보려했던 솔트의 입장에서는 할 말이 없었다.
여왕은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던 것이다.
‘여왕이 다시 건강을 찾은 이상 본성의 모든 기계들의 통제권을 가진다.
더 이상 버틸 수가 없겠군.’
여왕의 과학력은 자신보다 위였다.
몰래 만들어놓았던 독자적인 통제장치들도 언제 들킬지 모르니 모두 폐기해야할 판국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처신할지 고민하면서 기계재상 솔트가 침묵하자 다른 기계귀족들을 쳐다보면서 나직하게 말했다.
“어차피 정체모를 존재들은 정기가 적은 기계인간에 대한 관심은 없다.
아무것도 모르는 너희들이 차라리 좋은 일이다.
허나 만약 관심을 가지고 추적하면 그들도 좌시하지 않고 너희를 통해 제국에 개입하겠지.
그럼 제국이 무너질 수도 있으니 따르지 않겠다면........”
여왕의 머리에서 찬란한 파란색의 빛이 발산한다.
우우웅-!
수백 명의 기계귀족들의 몸이 허공에 떠오른다.
그들 전부가 초능력을 방호하기 위해 제어장치를 가지고 있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대표였던 솔트 기계재상까지 떠오르자 당황한 기계귀족들이 너나없이 외쳤다.
“여황페하-!”
“전하-!”
기기기기기기깅-!
알현실의 천장이 반으로 갈라지면서 하늘을 향해 열린다.
거기에 보이는 것은 태양이 이글거리는 검은 우주공간이었다.
그들이 방출될 목표였다.
여왕은 지금 제국이 정체모를 존재들과 얽힌 이상 위험분자들을 어설프게 처리할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제국의 방해가 된다면 모두 우주의 쓰레기가 되어라.
그동안 기여한 공을 생각하여 태양에 의해 재가 되게 조치할 것이니 긴 고통은 없다.
뒤는 걱정하지마라.
너희들의 이름 또한 제국의 귀족명부에 남을 것이다.”
“!!!”
그제야 모든 기계귀족들은 두려움을 되찾았다.
자신들이 왜 여왕과 공주 두 명으로 시작한 제국에 스스로 머리를 조아렸는지 선명하게 기억난 것이다.
‘엄청난 초능력과 과학력이 무서웠던 것이 아니다.
제국을 만들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던 여왕님이 너무나 두려웠다.’
특히 우주 최고의 과학자라고 자신해서 도전했다가 여왕의 과학력과 냉혹함에 탈탈 털리고 무릎을 끊었던 솔트의 반응은 극적이었다.
과거처럼 정말 태양으로 던져질 상황이었으니 자랑이던 황금빛으로 빛나던 금속얼굴이 노랗게 변할 정도였다.
“여왕폐하! 정체모를 존재들에 대한 정보를 전부 지우겠습니다.
제국의 모든 문서 아니 제국의 어디에도 흔적조차 없게 조치하겠습니다.
나중에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저를 인공지능으로 만드셔도 기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
그 말에 여왕은 솔트 기계재상을 쳐다보았다.
바로 처분을 하기에는 자신과 버금가는 천재적인 과학력이 아까웠고 지금 그 능력이 필요했다.
‘이 년 동안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지만 제국의 기계의 통제력이 완전하지 않다.
지금 정체모를 존재들에 관련된 모든 정보를 제거하려면 써먹어야 하겠군.’
정체모를 존재들의 위협에 비하면 기계귀족들의 반항은 약소한 수준이었다.
‘내 통제력을 다시 확보하기 전에는 이들이 필요하다.’
그래서 알아서는 안 될 정보를 얻어서 우주공간에 방출하려던 기계귀족들을 모두 풀어주었다.
따따따땅-!
허공에서 떠올랐다가 땅에 떨어지는 금속음들이 요란했다.
고통을 모르는 기계귀족들과 솔트 기계재상은 다급하게 엎드려서 외쳤다.
“정체모를 존재에 대해 들었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모든 정보를 통째로 삭제하겠습니다.
모든 기억과 보안장치를 여왕님 앞에서 개방하고 지우려 하니 윤허를 바라옵니다.”
혹시라도 남겨둔다는 의심을 피하고 여왕에게 악감정을 가질 수 있는 우주공간에게 방출당할 뻔 했던 기억까지 지우겠다는 말이었다.
역시 발 빠른 조치에 여왕은 만족한 미소를 지으면서 명령했다.
“윤허한다.”
“황공하옵니다.”
기계귀족들의 눈빛이 일제히 점멸하면서 회선을 열고 기억장치에 저장한 정보를 삭제하기 시작한다.
명확하게 여왕에게 보이기 위해서 뇌와 보조기억장치에 걸어놓았던 보안장치까지 풀리고 삭제가 시작된다.
삐이이이이이이이-!
그런 과정을 본 여왕은 의자의 장치를 조작해서 접속장치를 모든 기계귀족들에게 연결했다.
그리고 기계귀족들이 삭제한 기억들을 확인하고 제국에 해가 될 만한 정보까지 철저하게 지워갔다.
“어마마마?”
평소라면 최악의 범죄자가 아니면 하지 않을 강제 기억소거까지 철저히 하는 여왕의 모습에 공주들은 놀랐다.
원래는 말렸겠지만 기계재상 솔트의 기억까지 확인한 여왕의 얼굴이 귀신처럼 일그러지니 그럴 수가 없었다.
‘역시 나를 병들게 만든 것이 네 놈 짓이었느냐?
초능력자의 극한인 내가 병이 들 수 있다니 이상하다고 생각하기는 했지.
하지만 나를 쓰러트릴만한 기계장치를 만드는 것은 너한테는 역부족이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더 깊숙이 상황 정보를 확인한 여왕은 이를 부득 갈면서 분노했다.
“으득-! 역시 정체모를 존재들이 개입했군.
염치도 없는 것들! 제국은 모두 내가 만들었다.
전부 나의 것이다.
결코 너희들을 상전으로 모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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