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그 말에 슈가 백작은 침묵했다.
원래의 뇌에서 읽어 들여서 저장한 기억 외의 정보였기 때문이었다.
역시라는 표정을 지은 크림 백작은 이를 악물면서 소리를 쳤다.
“너 정말 정상 맞아?
신형 기계인간이 되면서 도대체 뭘 잃은 거야?
초능력은 멀쩡한데 완전히 멍청이가 되었잖아!”
제국최강의 초능력자가 기계인간이 된 것도 충격인데 거기에 안목이나 교양까지 형편없어져서 대화가 안 된다.
아무래도 기계들이 읽지 못하도록 특별한 조치를 취한 정보성 기억들은 송두리째 잊은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실제적인 초능력과 위력은 이상이 없으니 본인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다.’
정말 모르는지 슈가 백작이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자 크림 백작의 언성이 높아져간다.
“두 살에는 절대로 각성할 수 없다는 사실은 누구보다 네가 더 잘 알잖아?
네 아들이 정말 초능력자가 된 것이 맞아?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은 해봤어?
설마 통신화면 너머로 보고 끝낸 것은 아니지?”
여기까지 이야기가 나오자 슈가 백작도 더 이상 침묵을 할 수 없었는지 대답을 한다.
“정밀조사를 했다.
분명 초능력자의 신체파동이었다.”
그 말에 크림 백작은 욕설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제국에서 그나마 대화가 되던 고위 초능력자가 공개된 초능력 교범에 나와 있는 내용만을 책 읽듯이 대답하고 있는 것이다.
“이 바보자식-! 기계의 센서 따위가 어떻게 초능력자를 정확히 파악을 해?
네 자식을 어디다가 유폐해서 기르고 있는지 모르지만 당장 직접 가서 확인해!
초능력자들이 잘못 능력을 사용하면 정체모를 존재들과 접촉해서 정신이 변질될 수 있다고 사실을 잘 알고 있잖아?
더구나 너 정도 초능력자의 아이면 잘못하면 정체모를 존재들에게 육체를 빼앗길 수도 있다.
설마 아무런 보호도 없이 내버려둔 것은 아니겠지?”
“.........”
은하는 넓고 초능력자조차 파악할 수 없는 기이한 존재들이 넘쳐났다.
일반적인 인간은 결코 모르는 엄청난 능력을 가진 존재들이 세상 너머에서 암약하고 있음은 알고 있는 고위 초능력자들에게 지금 사태는 중대한 사태였다.
‘초능력의 재질이 넘치던 아이가 갑자기 무엇인가에 빙의가 된 것처럼 급변한다.
그리고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여 세상을 뒤흔드는 경우가 가끔 생긴다.
모두 정체모를 존재들의 소행이었지.’
그들은 평범한 지성체의 아이에게는 빙의하지 않고 초능력자의 아이만을 선택했다.
그래서 벌어지는 참사를 잘 아는 고위 초능력자들은 아이들을 철저하게 감시하고 보호했다.
초능력자의 치부일수도 있느니 철저하게 숨기는 정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사태는 늦은지 오래였다.
“이미 정신오염의 점검을 완료했고 정상으로 판단했다.
곧 작위를 받기 위해서 아내와 아들이 본성에 도착한다.
그렇게 의심스러우면 직접 확인을 해라.”
정체모를 존재들에 대해서는 아주 단편적인 지식만을 가지고 있던 슈가 백작의 말에 크림 백작은 경악을 했다.
“뭐라고?
본성에 보냈다고?
두 살 만에 각성했다는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인 정체모를 존재인지 모를 아들을 본성으로 보냈어?
너의 보증이면 제국의 검사체계를 전부 통과했겠군.
이 자식-! 나중에 두고 보자!”
크림 백작은 제국 본성의 초능력자들의 대표면서 본성의 수호를 절반을 맡고 있었다.
‘정체모를 존재는 고위 초능력자들이 직접 보고 확인해야 한다.’
그래서 관문에는 항상 고위 초능력자들이 상주하면서 출입자들을 모두 감시하게 되어있었다.
그들도 잘은 모르지만 평범하게 느껴지지 않는 지성체를 모두 걸러내면서 정체모를 존재까지 막는 경비체계인 것이다.
‘만약 기운을 숨기고 본성에 들어와서 백억이 넘는 제국민과 섞이면 구분할 방법이 거의 없다.’
반드시 들어오기 전에 잡아내야 하는데 초능력자 귀족의 자제라면 대충하고 넘어갔을 확률이 컸다.
그래서 화면 너머지만 슈가 백작을 당장 잡아먹을 눈빛을 보이면서 통신이 종료되었다.
꺼진 화면을 쳐다본 슈가 백작의 기계 눈동자는 희미하게 점멸하고 있었다.
‘죽어가는 뇌에서 긴급하게 읽어드린 기억은 역시 손실이 있었군.
방금 대화도 이해할 수 없다.’
고위 초능력자와 대화를 해보니 확실히 지금 자신의 상태를 알 수 있었다.
“기존의 표층지식은 전부 넘겨받았는데 심층지식은 대부분 유실되어 있어.
초능력을 사용할 수 있지만 이해할 수가 없다니 이 무슨 비이성적인 일인가?”
조각난 뇌에 명령어를 입력하면 가지고 있던 초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게 왜 발생하는 잘 모르니 답답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었다.
우주공간에서 제약이 없는 기계인간이 되어서 강해졌다고 생각하지만 초능력도 더 이상 발전하지 않았다.
‘기억용량이나 처리속도는 압도적으로 기계신체가 높지만 아직 모르는 영역이 초능력자의 뇌에 있다.
신형 기계인간은 불완전해.
여왕님에게 제공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 슈가 백작의 고민과는 다르게 본성에는 비상이 걸린다.
어처구니가 없지만 정체모를 존재에게 감염이 된 것 같은 슈가 백작의 아들이 본성에 들어와 있음을 알게 된 크림 백작의 비상조치였다.
이중삼중의 감치체계를 갖춘 본성의 공항에 들어오자마자 바로 행방이 모연해졌으니 이제 의심은 확신이 되었다.
“정체모를 존재가 본성에 들어왔다.
슈가 백작의 아들과 아내의 위치를 당장 확인해라!
발견하면 절대로 방심하지 말고 전력으로 잡아야 한다.
또한 육체를 빼앗길 우려가 있으니 반드시 셋 이상 다니도록 하라.”
정체모를 존재.
고위 초능력자들에게 은어의 형식으로 알려진 초능력자 이상의 능력을 가진 무형의 생명체였다.
초능력자의 육체를 빼앗아서 마음대로 조작하기도 하는 위험한 존재가 이미 본성에 침입해있다니 비상이 걸리는 것은 당연했다.
위이이이이이잉-!
기계인간들이 주류가 되고 있는 제국이었지만 정체모를 존재의 대처에는 초능력자 이상의 수단이 없었다.
그래서 걸린 비상에 제국의 수십 명의 고위 초능력자들이 동원되어서 집단으로 역과 호텔을 이 잡듯이 뒤지기 시작한다.
그들도 초능력을 사용하다 정체모를 존재들과 조우한 적이 몇 번 있었으니 위험성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분명 들어온 기록은 있는데 찾을 수가 없는 상황이 되자 심각성을 알게 된 상급 초능력자들까지 가세했지만 발견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아이언과 시즈지가 본성에 오자마자 공간이동한 곳은 바로 여왕의 병실이었기 때문이었다.
완전히 밀폐된 반투명한 유리관과 같은 병원침상에 누워있는 여왕의 모습을 본 아이언은 나직하게 말했다.
“역시 음모였군요.”
여왕의 병실답게 초능력 무효화 장치가 겹겹이 깔려있었지만 고위신 아이언의 차원권능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단숨에 응급치료실의 인공지능까지 제압한 아이언은 거침없이 의료정보를 파악하고 여왕의 수정관을 열어젖혔다.
옆에 서있는 시즈지는 순간 당황했지만 그대로 쳐다보기만 했다.
작위 수여날짜는 많이 남았는데 갑자기 이렇게 서둘러온 이유를 어느 정도 들었기 때문이었다.
‘초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신형 기계인간이 공식화되었으니 여왕이 위험해요.
아마도 바로 기계인간으로 만들려고 시도할 것이니 그걸 막아야 해요.’
떠들썩하게 초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신형기계인간을 선전하고 있으니 그럴 수도 있었다.
‘제국을 기계인간이 좌우하게 놔둘 수는 없어.’
그래서 남편에게 이야기하지도 않고 작위부여를 위해 받은 통행허가증으로 본성에 달려온 것이다.
그 다음의 과정은 정신을 차릴 수도 없이 빨랐다.
‘고위귀족인 남편의 통행보증으로 별 다른 검사 없이 도착했지만 설마 여왕의 치료실로 바로 공간이동을 할 줄이야?
조치가 너무 빠르다.’
여왕의 치료실에 대기하던 모든 기계인간들은 아이언과 자신의 존재를 눈치 채지도 못하고 제압당했다.
너무나 쉽게 제국의 심장이나 다름없는 여왕의 신병을 확보한 것이다.
파아아아아아-!
밀폐된 뚜껑이 열리자 나타난 수정관 안에 있는 여왕의 모습은 병색이 완연했지만 아름다웠다.
파란색의 긴 머리카락을 했지만 동양적인 미인의 전형과 같은 모습이었는데 아이언은 그대로 머리를 후려갈긴다.
파아악-!
맞은 여왕보다 노심초사하면서 보고 있던 시즈지가 더욱 놀랐다.
갑자기 병에 걸려서 혼수상태인 여왕을 때릴지는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꺅-!”
작게 비명을 질렀는데 다음 광경에 심장이 떨어지는 것 같은 충격을 맛보았다.
“!!!”
데구르르르르-!
여왕의 머리가 몸에서 그대로 잘려나가면서 그대로 바닥에 구른다.
너무 놀라 혼이 날아갈 것 같은 표정을 지은 시즈지였다.
바닥에 떨어진 여왕의 목을 들어 올린 아이언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었다.
“푸후후후후후-! 몸만 여기에 두고 머리는 가짜예요.
이런 깜찍한 짓을 하다니 정말 지옥에 잡아넣을 가치가 있는 것들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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