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1021화 (932/2,000)

34권 35권

시즈지는 할 말이 없었다.

평범했던 과거라면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지금 자신은 강력한 초능력자였다.

그리고 아이의 신체조작을 받아서 놀라울 정도로 젊어지고 강해져있는 상태였다.

더구나 믿겨지지 않았지만 지배층의 인간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불로불사(不老不死)까지 얻은 육체였다.

‘아이언의 말에 의하면 이제 노화도 질병도 없다고 했어.

단련만 잘하면 영원히 이대로 청춘을 누리면서 살 수 있는 기적과 같은 육체야.’

초능력을 사용하고 세배이상 커진 젖가슴이나 엉덩이를 가진 육체도 잘 보니 지극히 매력적이었다.

자신의 몸인데도 거울로 보면 여성으로서 아예 압도되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초능력까지 사용가능한 이런 엄청난 육체를 버리다니 상상도 못할 일이야.’

이런 상황을 모르고 제국의 법이 그렇게 변했으니 당연하게 기계인간이 되라는 남편의 말을 들어보니 먼 타인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자신의 변한 몸에 대해서도 일언반구의 언급조차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더욱 충격적인 말이 떨어졌다.

“그리고 내 아들도 빨리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바로 기계인간이 되어야 하오.

제국의 힘이 될 초능력자를 늙어 죽게 할 수 없소.”

“!”

자신의 일이라면 넘어갈 수 있지만 아이언은 그럴 수가 없었다.

초능력자가 되어서 기운을 완벽하게 읽을 수 있게 되었지만 힘의 크기를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강대한 아이였다.

‘아이언은 너무 강해.

그리고 제국을 능가하는 우주함대까지 완성되어가고 있다.’

자신을 불로불사로 만들었으니 본인도 당연히 그 이상의 신체로 보였다.

그런데 그걸 포기하고 기계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생각만 해도 무서울 지경이었다.

‘잘못하면 사생결단을 내려할지도 몰라.

그건 막아야 해.’

아이언은 자신이 젖을 먹여 키우고 있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짐작을 할 수 없었다.

다만 불가사의할 정도의 강력한 초능력과 차근차근 전력을 확충하는 모습을 보고 제국을 능가하는 세력을 만드는 커다란 야망이 있다고 짐작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기계인간이 되어 제국에 충성을 바치라면 가만히 있을 리가 없는 것이다.

실제로 보조인격들도 당황해서 어쩔 바를 몰라 하고 있었다.

‘고위 존재에게 하위 존재가 되라는 강요는 전쟁선포 이상의 행위였지?’

‘나에게 기계인간이 되라고 하면 가만히 안 있지.

천족도 그런데 고위신에게 그러면 절대로 용서받지 못한다.’

시즈지의 안색이 창백해지면서 아무 대답이 없자 다른 이유로 착각한 슈가 백작은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아들에게는 신형 기계인간의 몸이 주어질 것이오.

그러니 초능력은 이상이 없소.

고백하자면 나도 이미 기계인간이오.”

“........”

나름대로 분위기를 잡은 고백인데 시즈지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말한 본인이 당황할 정도로 아무런 반응이 없었는데 잠시 후 대답이 돌아왔다.

“....... 뭐라고 하셨죠?”

지극히 실망스런 밋밋한 반응이었다.

그래서 정말 못 들었다고 생각하고 다시 확인하듯이 말했다.

“난 이년 전에 큰 부상을 입고 신형 기계인간이 되었소.

허나 초능력은 이상 없이 사용가능하오.”

“그러셨군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니 놀랄 일이 아니었다.

시즈지의 지금 머릿속에서는 어떻게 하면 아이언이 기계인간이 되라는 통보를 듣고 화를 내지 않게 할지 생각하느라 어지럽기 짝이 없었다.

“.........”

“.........”

아주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결국 슈가 백작이 기계인간이 되는 시기를 결정하고 알려달라는 말과 단승자작의 직위수여를 위해 본성에 방문하라는 말로서 통신이 끊겼다.

그리고 우주함대와 공항을 마무리 지으면서 저택에 복귀한 아이언은 시즈지에게 그 말을 듣고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으면서 물었다.

“후후-! 기계인간이 되고 싶으세요?”

시즈지는 당연히 거절이었다.

기계인간의 장점은 영원한 생명과 강력한 위력이라고 하지만 초능력자가 된 지금은 그 이상의 장점을 가진 몸이었다.

‘무엇보다 기계인간은 고통도 쾌락도 없어.

그리고 기계가 된 몸은 고장이 나면 끝이다.’

지금 모든 면에서 우월한데 억지로 기계인간이 될 이유가 없었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위신 아이언은 신비로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그럼 대답이 되었잖아요?

하지만 바로 결심을 알려서 반발을 살 필요는 없지요.

일단 귀족직위부터 받고나서 움직이세요.”

그 말에 시즈지는 정신이 깨어나는 기분이었다.

바로 기계인간이 안된다고 하면 남편이 기계인간이니 문제가 되어서 단승자작의 부여가 취소될 수 있었다.

‘일단은 본성에 가서 작위를 받는 것이 우선이야.’

헌데 아이언의 다음 말에 머리에 찬물을 뒤집어 쓴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여기 일은 거의 끝났으니 저도 본성에 같이 가요.”

“그....... 그래.”

물론 반대할 명분이 없었다.

행성 지하에 만들고 있다는 우주함대와 항구를 직접 보기까지 했기 때문이었다.

이제 위험하니 개발행성에서 나가서 안 된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아이언을 이 행성에 묶어 놓을 명분은 더 이상 없는 것이다.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강력한 초능력자를 암살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고는 믿을 수가 없어.’

그런데 그 다음에 아이언이 하는 행동을 보고 저절로 입이 벌려졌다.

제국의 귀족들의 명부를 꺼내더니 그 위에 붉은 줄을 긋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렇게 붉은 줄이 그어진 이름은 대부분 기계귀족들이었는데 그런 후 남은 기계인간과 다른 귀족들의 명부를 넘겨주면서 말했다.

“방금 지운 것들은 곧 죽으니 신경 쓰지 마시고 남은 사람들만 잘 기억하세요.”

“그........ 그래.”

빨간 줄이 그어진 이름은 귀족명부의 절반이상이었다.

제국귀족의 오 할 이상이 갑자기 죽는다니 이해가 가지 않지만 물어보기가 겁이 나는 시즈지였다.

더구나 그나마 남은 귀족들도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번에는 파란 줄을 긋고 있으니 더욱 무서웠다.

“나쁜 녀석들은 바로 지옥으로 보내서 처리하면 되는데 너무 착한 부류도 끼어있네.

너희들은 나중에 내가 하는 일에 일일이 잔소리를 하면서 귀찮게 할 것 같으니 지금 천국으로 가거라.”

나지막하게 하는 혼잣말을 들어보니 소름이 오싹 끼칠 수밖에 없었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할 것 같은데 감히 끼어들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렇게 자신들의 운명이 나누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고 제국의 기계귀족들과 초능력자들은 끝없는 권력다툼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지금 신형 기계인간이 되었다고 공인된 슈가 백작과 초능력자세력의 알력도 커져만 갔다.

초능력자들의 대표나 다름없던 존재가 기계인간이 되었으니 배신감까지 드는 상황이었다.

“슈가 백작님. 정말 부인을 기계인간으로 만드실 작정입니까?”

작위를 가진 전선과 본성에 있는 고위 초능력자들이 모두 면담을 요청해서 비밀회의에 들어갈 정도였다.

부상 때문에 기계인간이 되었다는 사실을 추궁할 수 없으니 다른 사항을 질문할 수밖에 없었으니 당연히 가족의 문제가 먼저였다.

부부 중 한쪽이 기계인간이 되면 다른 한쪽도 기계인간이 되어야한다는 법은 이제 참아줄 수 없을 정도로 노골적인 견제였다.

허나 이미 기계인간이 된 슈가 백작은 과거의 인격자가 아니었다.

“물론이다.

부부 한쪽이 기계인간이 되면 다른 한쪽도 기계인간도 되어야한다.

제국의 법이 그렇게 되지 않았나?”

“그건 기계귀족들이 다수결로 밀어붙여서 만든 악법입니다.

그렇게 되면 제국은 이제 기계인간들의........”

거기까지 말이 나오는데 초능력자들의 표정이 확 굳었다.

더 이상 이런 대화가 싫었는지 슈가 백작이 가면을 벗고 은색의 금속얼굴을 드러낸 것이다.

기계인간의 증거인 금속얼굴을 보면서 한참을 말이 없던 고위 초능력자들을 하나둘 통신을 끊고 물러나기 시작한다.

마지막에 남아있는 같은 수준의 초능력자인 크림 백작은 물끄러미 금속 가면을 쳐다보다가 결국 한마디를 했다.

“가족은 아내만이 아니라 미숙아지만 무사히 태어난 자식이 있었지?

어떻게 했나?”

이미 기계인간이 되어버린 이상 초능력자가 아닌 기계귀족이라고 보아야 했다.

‘슈가 백작의 초능력은 진짜다.

피를 이어받은 아이들도 각성할 확률이 크니 반드시 확보해야만 한다.

더 이상 초능력자들을 기계인간으로 만들 수 없어.’

제국 최상의 초능력자가 기계인간이 된 사태는 그렇지 않아도 불리한 세력싸움에 치명타였다.

그러니 그의 아들만이라도 초능력자의 편을 들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잘 키우고 있다.”

짧게 대답했지만 크림 백작은 슈가 백작이 기계인간이 되었다는 소문을 듣자마자 정밀조사를 실시했고 충격적인 상황을 알게 되었다.

‘아내와 자식은 이년 전부터 행방불명으로 처리되어 있다.

정상이 아닌 미숙아로 태어난 이유였겠지.’

미숙아가 초능력자가 될 확률이 낮으니 어떻게 처리했는지는 기존의 기계귀족들이 벌인 짓을 보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미숙아로 태어났으니 초능력자로서 각성확률이 낮아 보여서 정확히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 어딘가에 유폐했나?

인간의 육체를 버렸다고 정까지 버렸군.”

신랄하기 짝이 없는 비판이었지만 슈가 백작은 평온하게 대답했다.

“심한 말을 하는군.

내 아들은 초능력자로서 이미 각성했고 아내도 이번에 귀족직위를 받는다.

아무 이상이 없어.”

그 말에 크림 백작도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결혼을 하고 사년정도 지났으니 아이의 나이가 많아야 세 살 정도일 것인데 벌써 각성하다니 놀랄 일이었다.

대부분 성인에서 각성하고 시기가 빠를수록 강해지는 추세이니 장래가 기대가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지극히 이상한 일이기도 했다.

“뭐야?

벌써 각성을 해?

그게 정상이냐?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잘 알잖아?”

초능력의 발동원리와 대가는 고위 초능력자들 사이에서는 어느 정도 규명되고 있었다.

단지 기계인간들에게 함부로 알리지 못하고 증명하지 못할 비밀이라서 은밀하게 공유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더구나 초능력에 대한 비밀이기도 했기에 특수한 기억보호로 기계로는 읽지 못하게 처리할 정도였다.

‘장성한 성인의 육체가 아니면 초능력의 여파를 견디어내지 못하니 자연스럽게 각성시기가 늦는다.’

그러니 겨우 두 살짜리 아이는 결코 초능력자가 될 수가 없었다.

만약 각성이 된다면 육체는 붕괴되어야 했다.

이 사실도 고위 초능력자라면 기본 교양수준이었다.

그런데 슈가 백작은 전혀 모른다는 듯이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뭐가 문제인가?

각성이 빠를수록 좋은 것이 아닌가?”

“지금 문제가 뭔지 모른다고?

각성이 빠를수록 좋아?”

조기 각성을 해서 초능력의 여파를 견딜만한 신체를 만드느라 누구보다 고생했던 슈가 백작이었다.

그러니 어린 아이가 각성할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하는 당사자의 반문에 크림 백작은 무엇인가 파악을 하려는 듯이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말했다.

“기계인간이 되면서 기억손상이라도 일으켰나?

신형 기계인간도 뇌를 완전히 기계화하지는 못한 모양이군.

다시 묻겠다.

너와 나 정도의 초능력자라면 초능력이 무엇이고 대가가 왜 발생하는지 통신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아주 잘 아는 사항이 아닌가?

제국 초능력자 학교에서 막 나온 하위 초능력자도 아닌데 왜 이걸 모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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