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1020화 (931/2,000)

34권 35권

알현실을 대부분 채운 귀족들은 기계인간들이었다.

그들의 지지를 얻은 기계재상은 당당하게 허리를 세우고 의자에 앉는 공주들을 내려다보면서 통보하듯이 말한다.

소수의 인간귀족과 초능력자들이 분노한 표정을 지었지만 호위병들까지 기계인간들으로 교체되어버렸으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러나 자신들의 어머니의 신상에 관련된 일이니 금발을 가진 공주가 나서서 물었다.

“어마마마께서는 계속 혼수상태가 아니셨던가요?

언제 어떻게 의사표현을 하셨지요?”

“호오? 크롬 공주님은 설마 제가 거짓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치료실에 기계인간들 외에는 접근불가라고 정한 것이 재상이 아니던가요?”

초능력자이기도한 크롬 공주의 발언의 무게는 아직 있었다.

주변 초능력자들이 동요하는 기색을 눈치를 챈 기계재상은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여왕께서 걸리신 정체모를 병이 인간에게는 옮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원하신다면 결심하신 당시의 감시카메라의 동영상을 보여드릴 수도 있습니다.”

그 말에 바로 옆에 있던 녹색 머리카락을 가진 에메랄드 공주는 날카롭게 눈을 빛내면서 말했다.

“지금 당장 보여라!

우리까지 접근하지 못하게 하고서 지금 무슨 수작을 부리는 것이냐?

어머니를 기계인간으로 만든다고?

초능력의 약화는 어떻게 하려고?”

여왕처럼 공주들은 모두 강력한 초능력자였다.

알현실에 걸려있는 초능력자 무력화장치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능력을 가진 존재가 분노한 파장은 상당히 컸다.

파아아아아앙-!

초능력 무력화장치가 에메랄드 공주의 초능력과 충돌하여 파괴되려고 하자 기계재상도 속으로 뜨끔 할 수밖에 없었다.

공주들의 세력은 거의 없지만 본인들 자체가 저렇게 강하니 큰 문제였다.

‘젠장! 모녀가 다 골칫덩어리로군.’

무엇보다 아직 인간과 초능력자들의 세력은 만만치 않았기에 제 살 깎아먹을 명분 없는 전투는 피해야만 했다.

이번에는 정중하게 허리를 숙이면서 다시 보고를 한다.

“여왕님의 치료과정과 기계인간이 되겠다고 결심하시는 모습은 보시기 쉽게 바로 정리해서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병실에 접근금지 조치는 어디까지나 귀하신 공주님들의 안전을 위해서 그렇게 했다는 진심만은 믿어주옵소서.”

“흥-! 기계인간에게 무슨 마음이 있는가?”

그 말에는 기계재상은 삼엄한 어조로 경고한다.

“제국은 여왕님의 엄명에 의해 기계인간과 인간을 평등하게 대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방금 말씀은 공주님이라고 해도 무시할 수 없는 발언입니다.”

맞는 말이기에 금발의 공주인 크롬이 살짝 주의를 주는 표정을 주었지만 에메랄드 공주는 멈추지 않았다.

“영원히 사는 강한 기계인간이 되었다고 평범한 인간들을 무시하고 학대하는 경우가 더 많다.

타락하다 못해 인간사냥까지 벌여서 내가 직접 체포하여 끌고 온 기계인간들은 어떻게 처리했나?

왜 공개처형을 시키지 않나?

그것들부터 법대로 처분하고 내게 따져라.

솔트-!”

재상인데도 직접 이름까지 부르는 노골적인 협박에 기계재상과 기계인간들 잠시 멈칫했다.

크롬 공주와는 달리 에메랄드 공주는 방랑벽이 있어서 제국과 은하를 휘저으면서 살았다.

그런데 자신의 영지라고 방심하고 본격적으로 벌였던 기계귀족들의 향락이 걸려든 것이다.

증거까지 가져와서 명백히 사형이었지만 너무나 많은 수였기에 일단은 무마했었다.

그러나 그 일 이후로 이렇게 노골적으로 적대적으로 나오고 있으니 골치였다.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재판 중이옵니다.

만약 고발하신 내용이 맞는다면 곧 엄중한 법의 처분이 내려질 것입니다.”

이것 역시 정론이었지만 에메랄드 공주의 눈동자에서는 분노의 빛이 품어져 나온다.

그녀는 은하를 여행하면서 제국의 기계인간, 특히 기계귀족들의 잔혹한 지배를 너무나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었다.

‘어마마마를 어떻게 속여 왔는지 모르지만 지금 제국은 기계귀족들 때문에 은하의 인류들에게 악으로 낙인이 찍힌 지가 오래다.’

제국의 공주지만 권력은 관심 없었다.

하지만 어머니가 심혈을 기우여서 만든 제국이 간신들 덕분에 욕을 먹는 것만은 용납할 수 없었다.

“분명히 말하겠다.

제국과 본성 프롬은 초능력자이면서 과학자이셨던 어마마마께서 만드신 것이다.

그런 어마마마를 기계인간으로 만들어서 초능력을 약화시킬 생각이라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겠다.

그리고 어마마마에게 문제가 생기면 본성까지 위험하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겠지?”

그 말에 기계재상 솔트와 기계귀족들의 금속얼굴이 저절로 일그러졌다.

여왕의 초능력으로 제국의 본성은 외부의 위험요소로부터 보호되고 있었다.

기계문명으로 번성했으나 여왕의 초능력으로 유지되는 제국이니 기계인간들의 세력이 압도적인데도 우선권을 쥐지 못하는 이유였다.

‘행성까지 통제할 수 있는 강력한 초능력자인 여왕이 기계인간이 되면 제국은 기계제국이 된다.’

그런데 기계인간이 되면 대부분의 초능력을 잃게 되어서 본성의 안위가 위험했다.

이러니 꼭 마지막 단계에서 발목을 잡힌 것이다.

허나 기계재상 솔트는 이 사태도 예상했기에 여유롭게 말했다.

“뇌를 대부분 대체하고 초능력까지 유지되는 신형의 기계인간을 시험 중에 있으며 이제 완성단계입니다.

여왕님이 신형 기계인간이 되시면 초능력은 약화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 말에 공주들은 놀랐다.

뇌만 살아있는 기계인간은 초능력을 발휘해도 지극히 제한적인데 그걸 뛰어넘었다면 굉장한 일이었다.

더구나 시험까지 했고 완성직전이라 했으니 관심이 안 생길 수가 없다.

“초능력자 신형 기계인간을 시험 중이라고 했나요?”

“누가 시험하고 있나?”

공주들의 질문에 기계재상 솔트의 금속 얼굴은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드디어 공개의 때가 왔군.’

이 과정만 넘으면 제국은 기계인간들의 나라가 되고 진정한 지배자는 자신이었다.

기존의 기계인간과 신형의 기계인간을 모두 자신만이 생산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제국 최강의 초능력자인 슈가 백작입니다.

이년 전의 전쟁에서 큰 부상을 입고 정상 회복이 힘들어지자 비밀리에 신형 기계인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강력한 초능력을 발휘하면서 전선에서 활약 중입니다.”

“!!!”

“!!!”

그 말에 공주들만이 아니라 초능력자 귀족들도 놀랐다.

큰 부상을 극복하고 생명유지장치가 달린 검은 갑옷과 가면을 입었지만 강력한 초능력으로 전선에서 활약하고 있는 슈가 백작의 활약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뛰어난 전공으로 후작으로 승작이 확실시 되고 있는 그가 기계인간이었다니 놀라울 뿐이었다.

그러나 크롬 공주는 전혀 다른 부분을 물었다.

“슈가 백작이 기계인간이 되었다는 사실을 가족은 알고 있나요?

아직 신혼이고 갓난아이도 하나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여왕과 공주들은 결혼식에 직접 참석했으니 신부도 잘 알고 있었다.

평민이면서도 고위귀족에 강력한 초능력자인 슈가 백작의 마음을 사로잡을 정도로 아름다운 여성이었고 서로 만족하는 무척이나 행복한 결혼식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귀족인 남편이 기계인간이 되어버리면 평민인 신부는 굉장히 비참해지는 것이다.

‘기계인간과 인간은 부부가 될 수 없다.’

‘반드시 헤어지거나 이혼을 한다.’

기계인간과 인간의 결혼이 유지된 적이 없었다.

기계인간이 되면 고통을 모르기에 점점 인간성이 상실된다.

나중에는 재산분할문제로 신부를 몰래 살해하는 경우까지 있었다.

역시 매정한 답변이 돌아왔다.

“물론 모릅니다.

슈가 백작은 어차피 이혼할 아내에게 사실을 알려줄 필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아이가 초능력자가 될 가능성이 크니 성인이 될 때까지 결혼관계는 유지해야한다고 하더군요.

기계유모와 인간유모가 같이 길러야 더욱 각성의 확률과 초능력이 강해진다고 해서 현재 비밀 장소에서 육성 중에 있습니다.”

“........”

아들인데 마치 가축을 어딘가에서 격리하여 기르는 것 같은 지극히 기계적인 조치였다.

그런 사실을 태연하게 말하는 기계인간들의 비인간성에 크롬 공주는 할 말을 잃는다.

최강의 초능력자인 슈가 백작의 아이라면 강력한 초능력자가 될 것이 분명하기에 더욱 안타까웠다.

‘당장 제국의 초능력자 학교로 오게 만들고 싶으나 고위귀족의 자제는 마음대로 할 수 없다.’

그 이후 알현실이 기계재상 솔트가 말한 초능력까지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완전한 기계인간에 대한 일로 집중되자 안타까움도 희미하게 사라진다.

어떻게든 기계인간들에 의해 폭주하는 제국을 멈추려는 노력으로 정신이 없어진 것이다.

현재 기계인간들의 권리가 너무 강해져서 인간들이 박탈감을 느낄 정도였으니 긴급조치가 필요한 시국이었다.

허나 그런 바람도 무색하게 이 날에 기계인간의 권리에 대한 강화조치가 내려진다.

‘부부 한쪽이 기계인간이 되면 다른 한쪽도 반드시 기계인간이 되어야 한다.

거부할 경우 바로 이혼을 해야 한다.’

기계인간이 되기를 거부하고 이혼할 경우 모든 권리는 기계인간이 된 쪽에 몰아준다는 지극히 비합리적인 법안이었다.

그리고 이 법을 만들게 된 계기가 된 시즈지에게 바로 여파가 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갑자기 남편의 긴급호출을 받은 시즈지는 멍해지는 기분이었다.

“저보고 기계인간이 되라고요?”

“그렇소.

제국의 법이 바뀌었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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