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남편의 일과 이렇게 되어버린 상황으로 자신은 지극히 심각한데 아이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모양이었다.
“알아도 어쩔 수 없어요.
모른 척하시면 서로 편하고 좋아요.”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정말 시작한다는 생각에 소름이 오싹 밀려왔다.
하지만 고위신 아이는 진심으로 설득하려하고 있었다.
“다시 생각하세요.
진실을 안다고 해도 어떤 이득도 없어요.
그리고 알게 되면 다시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편안한 상태로 돌아올 수 없답니다.”
지성체 여성의 남편은 뇌만 살아있는 기계인간이 아니라 뇌의 일부를 사용한 초능력 기계병기가 되어 있었다.
‘내가 파악하기에는 대화하고 말은 자연스럽게 하지만 입력된 자료와 기억에 의한 인공지능이다.’
그러니 도저히 인간으로 보아줄 수 없는 것이다.
‘저 기계 몸에 있는 뇌의 조각은 영혼이 사라진 살덩어리에 불과해.
뇌의 일부를 기초로 육체를 되살린다고 해도 영혼도 없는 살덩이만 남을 뿐이다.
잘해야 좀비다.’
지성체의 영혼은 약하다.
그래서 육체의 치명적인 손상이나 뇌가 죽으면 바로 혹성의 핵이 일으키는 중력에 의해 회수되어서 정기를 제공하고 다시 태어나게 된다.
‘영혼이 환생되기 전이라면 부활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완전히 사라진 지금은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이군.’
죽은 지 오랜 시간이 경과되어 영혼이 없는 상태에서 되살린 육체는 결국 좀비나 구울이 된다.
차원신인 자신에게 방법은 있기는 했다.
‘시간을 되돌리거나 천국과 지옥에서 영혼을 빼돌리면 된다.
하지만 겨우 지성체 하나 때문에 여기의 신족과 충돌을 할 이유는 전혀 없다.’
시간 조정으로 과거를 바꾸거나 죽은 자의 부활은 신족이 엄격하게 금지한 일이다.
세계에 주는 여파도 엄청날 것이다.
‘그랬다가는 신족과 마신족에게 바로 들키고 토벌하러 오겠지.
영혼의 존재조차 모르는 과학문명에서 태어난 지성체 여성에게 이런 구조를 아무리 설명을 해주어도 알 리가 없지.’
아무리 생각해도 인간 하나를 부활시키자고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여성은 바들바들 떨면서도 그만두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어....... 어서 하렴.”
오히려 재촉하는 말에 아이는 결국 손가락에 신력을 집중시켰다.
우우우우웅-!
“바라지 않은 진실을 알고 후회하거나 이후에 벌어질 일로 절 원망하지 않으시겠어요?”
“!!!”
여성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끄덕-! 끄덕-!
여성의 의지가 견고한 것을 본 아이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쉬면서 손을 움직였다.
“왜 지성체는 오십년도 안 되는 짧은 인연에 연연하는지 알 수가 없군요.”
몸 내부를 관통하는 빛의 세례에 여성의 눈은 감고 입은 크게 벌리면서 숨이 넘어가는 신음을 질렀다.
“으으으으음-! 하아악-!”
그것은 온 몸을 씻겨 내리는 빛의 파도였다.
음부를 통해 유입된 아이의 거대한 신력이 여성의 몸을 일시적으로 승급시키면서 완전히 다른 존재로 바꾼 것이다.
움찔-! 움찔-!
감각은 다시 돌아왔다.
“이제 눈을 뜨고 세계를 보세요.”
그 말에 여성의 눈이 떠지자 전혀 다른 세상이 보여진다.
집중하면 보이던 빛과 어둠의 기운이 아닌 세상 모두가 투시되는 감각이었다.
하늘과 땅이 모두 투명하게 관통되어 광활한 세계가 주는 감동에 지금 상황을 잊을 정도였다.
“이..........이건?”
“물질만이 아닌 비물질도 모두 보시게 만든 거예요.
이제 연락하고 직접 확인해보세요.”
아이도 피곤한지 말을 아끼고 치마까지 내려버렸다.
그렇게 아이가 치마 속으로 사라지자 여성은 당황하고 말았다.
“이....... 이대로 말이니?”
이 상태에서 남편과 대화를 하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아이는 완고했다.
“저와 연결이 끊어지면 바로 약간의 부작용이 밀려올 거예요.”
“부작용?”
“제가 창조력이 강해지면 여성은 가슴이 커진다고 말했지요.
당장 들킬 걸요.
저도 이 상태를 유지하려면 힘이 드니까 빨리하세요.”
처음 보이는 아이의 약한 소리에 여성은 어쩔 수 없음을 알았다.
조심스럽게 탁자를 잡은 손을 놓고 몸을 세우려 하자 몸속의 아이의 손가락들이 생생하게 존재감을 전해온다.
‘더....... 더 이상 추태를 보이면 안 돼.’
하지만 몸이 제멋대로 들어온 아이의 손가락을 환영하듯이 감싼다.
하체에서 올라오기 시작하는 쾌감을 꾹 참고서 거울과 같은 화면을 보고 용모를 점검하고 바로 연결을 시작했다.
삐이이이이이이이-!
잡음이 섞인 화면이 잠시 나타나다가 바로 연락이 오면서 검은 가면에 갑옷을 입은 흑기사 같은 남편의 모습이 나타난다.
그런데 용건만 간단히 이야기하던 이제까지와는 달리 호의가 넘치는 밝은 빛에 쌓여서 부드럽게 인사를 건네 왔다.
“그동안 잘 지내었소. 시즈.
저번에 보내준 신형 건설기계와 건설계획, 추진결과는 정말 인상적이었소.
너무나 대단한 성과요.”
신형 건설기계의 개발자를 자신의 이름으로 하여 제국에 보고를 한 것은 아이였다.
그러자 이년 만에 다정하게 이름을 불러주는 남편의 얼굴을 본 시즈는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비물질까지 남김없이 보게 된 눈이 확인한 가면 밑의 남편의 얼굴은 역시 금속가면과 같은 기계인간의 것이었다.
‘역시 기계인간이 되었구나.’
허나 제국은 기계인간과 인간을 공정하게 같은 위치에 두었다.
그러니 기계인간이 범죄나 수치는 아닌데 가족에게까지 이렇게 철저히 숨겼다는 사실은 알아서는 안 되는 비밀이 있다는 뜻이었다.
이미 각오는 했기에 애써 태연함을 유지하고 대답한다.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이에요.”
“마음?
무슨 겸손의 말을 하오?
도시 건설에 고비용이 들어가고 오염물질을 배출시키는 기존의 건설기계의 단점을 모두 고치지 않았소?
더구나 건설속도까지 몇 배로 올리다니 실로 혁명적인 성과요.
식민행성의 자체개발의 성과를 보고를 했더니 제국에서는 당신에게 개인작위까지 고려하고 있소.”
어지간해서는 받을 수 없는 제국의 귀족까지 언급되는 것을 보아서는 정말 아이가 만든 건설기계들이 대단한 모양이었다.
제국에게 보낸 기계의 설계도들은 성능을 많이 저하시키고 핵심기술까지 전부 제외시킨 사실을 알고 있으니 경악할 지경이었다.
기계인간이 된 남편은 아주 기쁜 어조로 이야기한다.
“특히 희귀 원소가 거의 필요 없고 오염물질 배출이 없다는 점이 너무나 좋소.
행성에 가장 흔한 흙과 물, 대기로 가동하고 재료로 삼아서 일반도시라면 제조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고받으신 여왕과 공주님들께서도 아주 기뻐하셨소.
곧 개인 귀족작위가 수여될 것이 확실해 보이니 기대해도 좋소.”
본성에 개인귀족이 되어서 돌아간다.
정말 기쁘게 들렸지만 남편의 가면 너머 금속얼굴의 표정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검은 악의는 많이 사라졌지만 더욱 날카로워진 기세에는 긴장이 될 정도였다.
“좋은 소식을 기다리고 있겠어요.”
“전쟁이 끝나면 본성에서 같이 살 수도 있을 것이오.”
자신의 말을 다한 남편은 화면에 따로 만들어 놓은 기계를 만지고 있는 아이를 보면서 말했다.
“아주 잘 자라고 있군.
제국의 힘이 될 초능력자를 이렇게 잘 기르고 놀라운 과학적 성과까지 내다니 당신은 정말 제국의 보배요.
아직 전장이라 본성의 직위 수여식 때도 만날 수 없을 것 같지만 정말 기쁘오.
앞으로도 제국을 위해 힘써주기 바라오.”
“예. 저도 노력하겠어요.”
“다음 정기연락을 기대하겠소.
건설기계와 행성개발에 대한 추가내용이 있다면 언제든지 보고해주시오.”
“예.”
거의 마무리 되고 통신이 끊어지려는 순간 여성은 기겁을 했다.
몸 속에 손가락을 넣었지만 방해하지 않기 위해 미동도 하지 않던 아이가 갑자기 움직인 것이다.
그것도 몸 속에 넣은 집게손가락들을 좌우로 벌리면서 말이다.
주우우-!
여성의 머릿속으로 벌어지는 소리가 울렸다.
너무 당황해서 몸이 굳어지는데 아이의 머리카락이 허벅지를 스치는 느낌이 들었다.
‘설마? 설마-!’
침입은 막아야 하는데 화면을 바라보니 아직 접속이 끊어지지 않았다.
너무나 기막힌 상황에 멍해지려는 여성의 눈동자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강대한 힘이 실렸다.
고위신 아이가 손가락에 집중하여 전달한 신력만으로는 여성이 화면 너머의 영혼의 존재까지 제대로 보지 못하자 방식을 달리한 덕이었다.
‘이....... 이건?’
투명하게 투시해서 보여 지는 세상이 더욱 확장되어 자신의 손발이 되어 간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화면에서 사라지는 남편을 본 여성의 눈은 더없이 커졌다.
“!!!”
또 순간이었지만 기계인간의 금속가면 속의 구조가 똑똑히 보았다.
‘뇌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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