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여성은 너무 놀라서 몸이 휘청거리려는 순간 고위신 아이가 발목을 꽉 잡아서 힘을 주었다.
여기서 들키면 아주 조금이지만 귀찮았다.
‘정신을 차리세요.’
꽈아아악-!
발목으로부터 전해지는 압박감과 전해지는 청량한 기운에 다시 정신을 차린 여성은 곧 놀람을 수습하고 대답했다.
“저희들도 잘 있답니다.”
“아이가 각성했다니 직접 가서 확인해 보고 싶은데 시간이 정말 안 나는구려.
하지만 언제나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오.”
정말 모처럼 다정한 말을 하는데 남편에게서 품어지는 검은 기운이 더더욱 강해지자 이게 무슨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침대에 아이가 잠들어 있는 모습을 비춘 화면을 쳐다보는 남편의 기운이 더욱 검어지자 더욱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제국의 큰 힘이 될 아이요.
잘 길러주기를 바라요.”
그 말을 할 때 남편의 기운이 밝아지는 것을 본 여성은 아이가 원했던 식민혹성의 개발이야기를 꺼냈다.
남편이 자신에게 일부분 거짓을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제 더 이상 의심할 수가 없었다.
“식민행성의 개발은 지금은 곤란하오.
제국은 전쟁 중이라 식민행성의 개발을 지원할 여력이 없소.”
역시 전쟁 때문에 더 이상 지원을 받을 수 없다고 말을 한다.
하지만 그 순간 화면이 완전히 까맣게 변하게 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고 더욱 혼란스러워지는 여성이었다.
‘설마 전부 거짓이었어?
아이의 암살을 피하기 위해서 여기에서 몰래 키워야한다는 말도 사실이 아니야?’
바로 물어보고 싶었지만 여성이 바보는 아니었다.
대신 자력으로 행성의 자원을 이용하여 할 수 있는 곳까지 해보고 싶다는 말에 잠시 생각을 하던 남편은 고개를 끄덕이고 허락했다.
“본성의 지원도 없이 자체 능력만으로 추진해 보겠다니 훌륭하오.
성과를 기대하겠소.”
화면에서 사라지는 남편의 화면을 보고 인사를 하려했다.
그 순간 보고 말았다.
“!!!”
거짓의 빛과 진실의 암흑만이 보이던 세계가 변했다.
고위신 아이의 인도로 더 깊숙이 세계의 흐름을 파고든 탓이었다.
그러자 남편이 부상을 입어서 얼굴을 가렸다는 검은 가면이 마치 투시를 하듯이 반투명하게 보인다.
그리고 보인 맨 얼굴은 남편의 얼굴이 맞기는 했다.
단지 기계인간의 금속얼굴이었다.
띠이이이잉-!
여성이 경악하여 표정이 변하기 전에 화면이 꺼진다.
고위신 아이가 절묘하게 시간배분을 하고 통신기계를 꺼버린 덕에 들키지는 않았다.
그리고 세계의 흐름을 더 이상 볼 힘이 없던 여성의 몸은 그대로 쓰러져간다.
휘청-! 탁-!
고위신 아이는 쓰러지는 여성의 몸을 그대로 받아들고 일어섰다.
“흐음! 의식조차 유지하지 못 하는군.
이렇게 타격을 받을 수 있다니?”
보조인격들이 강력한 권능의 영향을 필사적으로 막아서 부작용은 없었다.
그러나 시도한 권능의 약함을 생각하면 너무 견디지를 못했다.
“나약한 탓인가?
아니면 남편이 기계인간이 된 사실이 그렇게 충격적이었나?”
물론 앞으로 여성에게 예상되는 문제가 있었다.
제국의 법은 살아있는 뇌를 이용한 기계인간도 인간과 똑같은 권리를 가지게 되어있었다.
그런데 인간과 기계인간끼리 장기적으로 결혼을 유지하는 경우는 없었다.
“서로 성행위도 임신도 할 수 없는 기계인간들에게 결혼은 의미가 없지.”
필요에 의해서 유지되는 경우가 있으나 대부분 독신이다.
양쪽 다 기계인간이라도 헤어지게 되니 한쪽만 인간이라면 당연히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없었다.
그래서 부부가 동시에 기계인간이 되거나 하기 전에 이혼하는 추세였다.
“정신적인 사랑으로 버틸 수도 있지만 아이도 없고 서로 육체적인 교감도 나누지 못하는 결혼은 길게 유지할 수 없군.”
그래서 이렇게 사전 연락도 없이 혼자서 기계인간이 되면 바로 이혼하자는 말과 똑같으니 여성이 충격을 받는 것이다.
고위신 아이는 혀를 차면서 그대로 여성의 침실로 옮겼다.
“쯧-! 어차피 빨리 겪어야 할 일이다.
저따위 기계덩어리와 조금이라도 연관되어 있기는 싫으니 말이야.”
뇌만 살아있는 기계인간이라면 영혼은 살아있으니 차라리 나았다.
허나 지금 저것은 초능력에 사용되는 뇌의 일부만 남아있고 나머지는 전부 기계로 구성되어 통제되는 초능력 기계병기였다.
흑마도사의 입장으로 생각하면 기계로 만든 인형에 좀비의 뇌를 합성한 키메라처럼 보였으니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단지 행동이나 언행은 이상이 없으니 그런대로 쓸 만한 병기로 보였다.
‘본인의 기억이 그대로 남아있는가?
아니면 누군가의 명령으로 인형처럼 움직이는지 조사를 해보아야 하겠지.
하지만 상황이 어떻든 이번 일에 관련된 자는 전부 제대로 살려 두지는 않겠다.
신의 분노를 사면 죽음보다 못한 삶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지.’
신의 처벌에서 죽음은 가장 자비로운 징계였다.
특히 이런 식으로 기분을 나쁘게 하면 죽음조차 허락되지 않는 영원한 지옥을 베풀어 줄 수 있었다.
고위신 아이가 왜 이렇게 화를 내는가 하면 방금 여성이 받은 타격이 예상외로 커서 초월자 유모로 만드는 일정에 차질이 생긴 탓이었다.
‘여성이 남편이 기계인간이 되었다는 사실만 알고서도 이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이건 뜻밖이로군.
이게 사랑이란 감정인가?’
남편이 기계인간도 아닌 초능력 기계병기로 전락되었다는 사실까지 여성이 알면 어떻게 될지 살짝 걱정은 되었다.
그러나 후회는 하지 않았다.
“이정도 고난을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는다면 그걸로 끝이지.
초월자가 된다고 해도 얼마 견디지 못해.”
지성체 초월자들의 문제점이 바로 이런 감정들에 있었다.
너무나 변화무쌍한 감정들이 영겁에 이르는 삶을 견디지 못하게 하고 미치거나 폭주로 끝나게 한다.
침실에 누운 여성의 머리에 신력을 주입하여 안정화를 시켜 주고 아이는 자신의 침실에서 본격적인 행성의 요새화작업에 들어갔다.
손 안에서는 계속 장난감 같은 우주함대가 끝없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축소 우주전함들이 침실을 가득 채우고 복도까지 진열이 되어 갈 때에 여성은 정신은 차렸다.
“.........”
깨어나서도 침대에 누워 한참을 생각을 하던 여성은 입술을 깨물고 일어났다.
마음대로 기계인간이 된 남편에 대한 원망은 보조인격의 작업으로 어느새 식었다.
그리고 고위신 아이가 유추한 대로 앞으로 자신의 처지가 걱정이었다.
‘남편이 원래 귀족이고 나는 평민이니 이혼하면 다시 원래의 신분이 된다.
그런데 정말 기계인간이 되었을까?
착각이 아닐까?’
고위신 아이가 남편이 기계인간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었으니 확인도 해줄 수 있었다.
이미 머릿속에서는 고위신 아이가 치마 밑으로 멋대로 들어가서 남편 앞에서 허벅지까지 쓰다듬은 일에 대한 불쾌감은 없었다.
이미 그 이상의 농밀한 마사지를 받고 있으니 상관없다고 보조인격들이 교모하게 설득한 탓이었다.
여성은 복도에 가득 찬 축소 우주전함들을 보고 더욱 각오를 굳히고 고위신 아이의 방을 찾았다.
그런데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 살짝 놀랐다.
언제나 보던 육아실이 아니었다.
‘이상하게 넓어진 것 같은데?’
육아실은 그대로지만 잘 모르겠지만 굉장히 광활한 공간으로 보였다.
침대도 그 자리에 있었지만 언제 만들었는지 거대하고 화려한 의자가 옆에 있고 고위신 아이가 앉아있었다.
그리고 우주전함들을 만들고 행성 안에 요새를 설계하고 있던 고위신 아이는 문을 열고 들어온 여성을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말했다.
“감정이 격렬할 때는 쉬시는 것이 좋아요.
그리고 제가 있는 이상 제국 귀족의 직위는 아무 이상이 없으니 안심하세요.”
남편이 기계인간이 되었으니 이혼은 확정이었다.
그래서 평민이 되어 모든 것을 잃는 일이 가장 걱정이었으니 약간 긴장은 풀린 여성이었다.
허나 고위신 아이의 생각의 깊음에는 놀랄 뿐이었다.
‘남편이 기계인간이 되어버린 이상 이혼을 당해 평민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런 지금 나의 처지를 너무나 잘 알아.’
표정이 조금 풀린 여성을 본 아이는 손 안에서 또 하나의 우주전함을 만들어서 복도로 날려 보내면서 말했다.
“장래는 안심하세요.
원하신다면 제국의 새로운 여왕이 되게 해드리지요.
그 이상의 직위를 원하신다면 이 세계 최고의 여성이 되게 해드릴 수도 있어요.”
너무나 터무니없는 소리였다.
그런데 어디서 만들었는지 지극히 고풍스럽고 호화스런 의자에 앉은 고위신 아이가 말하니 전혀 거짓말로 들리지 않았다.
더구나 이번에 만든 축소 우주전함은 거대모함인지 자신의 옆을 스쳐가는데 크기가 거의 책상만 했다.
위이이잉-!
육아실과 복도의 벽을 가득 메우고 있는 축소 우주함대는 절대로 장난감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의 위용을 보이고 있었다.
‘정말 저것들의 크기를 키울 수 있을까?
그보다 초능력자는 우주함대를 방 안에서 만들어낼 수 있었나?’
초능력자들이 기적과 같은 힘을 가지고 있다고는 들었다.
하지만 이 정도 능력을 보일 수 있다면 이미 우주는 초능력자들의 손에 들어가야 했다.
그런 여성의 의문을 읽기라도 하듯이 아이는 손을 휘저어서 책상크기의 거대 모함도 손에 들릴 정도로 줄여서 벽 옆에 장식했다.
“물론 이걸 원래 설계도대로 거대화하려면 제약이 있어요.”
아이의 시선이 자신의 젖가슴으로 향하자 자신도 모르게 손으로 가리는 여성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초능력자로 보기에는 고위신 아이의 능력은 불가사의하고 너무 컸다.
‘모습도 너무나 완벽하게 변하고 있어.’
제국 최강의 초능력자인 남편도 미남이지만 서서히 흑금발을 미소년으로 변하는 아이는 정말 비현실적인 미모였다.
정말 초능력자나 인간이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였다.
고위신 아이는 여성이 젖가슴을 가리고 움츠리는 모습에 싱긋 웃으면서 부드럽게 말했다.
“이미 알고 있으시군요.
어느 정도 여유를 찾은 이상 억지로 할 생각은 없으니 안심하셔도 좋아요.
저는 관대해요.
능력과 존재의 우위를 떠나서 서로 도움이 되는 좋은 관계를 맺어보지요.
그럼 원하시는 것이 있나요?”
역시 평범한 아이로는 전혀 보이지 않는 말이었다.
그리고 반사적으로 지금 가장 바라는 일을 말했다.
“남편을 다시 인간으로 만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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