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이번에는 고통만이 아니라 실제로 신체가 뒤틀리고 있었다.
영혼과 거의 융합하여 보조인격을 맡고 있는 상급 천족의 신체를 주변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고 벌을 주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영혼 속인데도 나타난 양피지 형태의 카르마 계약서가 위협하듯이 진동하고 있었다.
우우우웅-!
계약서에 적힌 ‘지성체 여성의 보조인격들은 고위신 아이에게 적극 협조를 조건으로 상급천족과 마족의 신체를 받는다.’의 내용이 붉게 빛난다.
마치 흐르는 피처럼 더없이 불길한 빛은 상급 천족의 신체를 용서 없이 비틀고 태웠다.
‘꺄아아아아아아악-!’
갑자기 지성체의 영혼 속까지 나타나서 발동하는 카르마의 계약서의 징계에 옆에서 지켜보는 상급 마족 또한 간담이 서늘해졌다.
‘어떻게 이럴 수가?
영혼에 아무런 손상도 주지 않고 이렇게 파괴적인 권능을 발휘할 수가 있나?’
지성체의 좁고 약한 영혼 안이다.
보조인격도 아닌 계약을 주재하는 고위의 존재가 직접 강림할 수 없었다.
그런 제약도 무시하면서 영혼 속에 나타나서 이렇게 할 수 있다면 당사자의 권능의 강대함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우우우우우웅-!
카르마의 계약서가 상급 천족의 신령을 걸레처럼 비틀어 쥐어짜버리고 완전히 재로 만들었다가 다시 원상으로 복구를 하자 재빨리 한쪽으로 물러나 무릎을 꿇었다.
‘신령까지 재생시켜?
엄청난 고위 정신체다.’
권능 계약서에 담긴 힘은 분명 권능의 극소분일 것이다.
그런데 상급 천족의 신령을 저렇게 으깨면서 태우고 재생해버리니 더욱 고개를 깊이 숙일 수밖에 없었다.
저 정도 창조력이 있는 존재에게 잘 못 걸리면 끝장이었다.
‘죽음이나 소멸조차 선택할 수 없다.
최후의 도피수단인 신령의 자멸조차 다시 복구해서 끝없이 징계를 계속한다.’
창조력이 강대한 존재는 진짜 영원히 이어지는 징벌이 가능했다.
파괴력이 강하고 잔혹한 마신보다 자비롭고 공정하다는 하는 빛의 신들이 더 무서운 이유였다.
상급 천족도 재로 변하여 소멸하는 순간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멀쩡하게 다시 복구되어있자 사태를 깨닫고 황급히 엎드려서 용서를 구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생각조차 하지 않겠습니다.’
처음에는 고통만 겪게 했는데 이제는 실제로 신령 자체를 소멸시키고 재생시킨다.
처벌의 강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고 끝날 수도 없다면 고집이나 신념이 통할 상대가 절대로 아니었다.
상급 천족의 진심어린 외침에 카르마의 계약서가 또 다시 진동한다.
우우우우웅-!
그리고 화면을 보여준 순간 상급 천족과 상급 마족은 입을 딱 벌리고 놀라고 말았다.
“!!!”
“!!!”
거기에는 상급 천족과 상급 마족 신체에서 벌레로 퇴화되어 버리는 자신들이 모습이 보였다.
더욱 끔찍한 것은 지금 가진 이성과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벌레 몸에 넣어졌는데 불사불멸(不死不滅)의 저주까지 걸려서 어떤 행성에 던져진 것이다.
‘저....... 저렇게 되면 영원히 벌레로 살아야 해.’
계약으로 여성의 인식을 고위신 아이에게 협조적으로 바꿔서 모유와 애액을 주는 행위를 더없이 꺼림칙하게 여기던 상급천족은 경악했다.
잘못하면 정말 영원히 끝장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상급 마족은 억울함으로 머리가 터질 것 같이 아파왔다.
‘왜 나까지야!’
고위신 아이에게 열성적으로 협조하여 마신까지 바라던 상급 마족은 억울했지만 지성체 여성의 처지를 보고 멍해져 버렸다.
카르마의 계약서가 현재 고위신 아이에게 비협조적인 영혼을 지워버리고 새롭게 협조적인 영혼으로 재창조를 해버린 것이다.
계약을 수행할 보조인격을 카르마의 계약서가 처리했으니 대신 역할을 수행하여 그렇게 후속조치를 한 것이다.
‘영혼창조라고?’
이렇게 어떤 고위신도 힘들 일을 겨우 권능계약서가 하고 있으니 아무리 견습 정신체라고 해도 상대가 누군지 눈치를 안 챌 수가 없었다.
‘영혼의 재창조는 창조주님이나니 십사 써클 이상의 권능이다!’
‘그걸 겨우 계약서에 담은 권능의 일부만으로 해낼 수가 있다니?’
이제야 카르마의 계약서를 주관하는 존재가 다른 세계의 창조주와 동격이상의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은 보조인격들은 공포에 젖었다.
이건 겨우 지성체의 보조인격을 맡은 정신체 견습들이 감당할 수 없는 사태였다.
자칫하면 여기 세계 자체가 위험할 수도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어.’
‘결코 감당할 수 없는 상위 존재가 주관하는 계약을 맺어버렸다.’
겨우 지성체 여성의 의지 변화와 관련된 계약이었다.
그런데 벌을 주고 성립시키기 위해서 창조주만의 영혼 재창조의 권능까지 아끼지 않는 너무나 무서운 성향을 가진 존재였다.
온 몸을 바닥에 엎드려 떨고 있는 보조인격들의 머리 위로 너무나 무시무시한 살기와 투기가 넘치는 음성이 카르마의 계약서에서 흘러나왔다.
“어느 세계의 누구이든 내가 주관하는 계약을 어기지 마라.
개인과 세계를 가리지 않고 영원히 후회하게 만들어주겠노라.”
흐릿한 환영까지 보이는데 몸과 얼굴을 두르고 있던 피에 젖은 붕대가 약간 깨끗한 상태로 바뀌어있다.
섬뜩-!
여성의 영혼 내부에서 벌어진 일이라 알 수 없던 고위신 아이지만 등골이 서늘해지면서 식은땀이 흘러나온다.
정신이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신체(神體)로서는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뭐....... 뭐야?
이 터무니없이 무서운 감각은 뭐지?
무슨 일인데 예지조차 안 되는 거야?’
상위 존재와 관련된 일은 하위 존재가 알 수가 없다.
고위신 아이는 모르지만 이 세계에 진리(眞理)가 강림하는 시간이 당겨지고 있었다.
상위의 권능은 하위의 권능을 무시한다.
하위 존재가 불사(不死)의 권능을 가졌어도 상위 존재의 필살(必殺)의 권능에는 반드시 죽는다.
그런 이치로 높은 차원권능을 가져서 세계의 흐름을 대부분 알 수 있는 고위신 아이라고 해도 까마득하게 높은 존재가 관련된 미래를 예지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동안 쌓아온 위기 감각이 머릿속에 하나의 문장을 떠오르게 했다.
‘삶의 과정은 다를지언정 죽는다는 결과는 같다.’
갑자기 이런 고상한 말이 왜 떠오르는지 몰랐던 고위신 아이였으나 다음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약하면 죽고 강하면 산다.
느리면 뒤따라오는 것들에게 뒤통수를 맞고 빠르면 앞서는 놈들을 때린다.
최대한 서둘러 강해져서 위로 올라서라.’
신령과 융합해 있는 정보행성 코아와 자신의 차원권능이 합작해서 만들어낸 가장 확실한 대처방안이었다.
지극히 알기 쉬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더욱 힘차게 모유를 빨아 마셨다.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최대한 모유를 많이 먹는 것이다.’
자신이 강해질수록 상대적으로 약한 여성에게서 얻는 모유의 효과는 떨어진다.
그래서 여성을 강하게 만들어서 효과를 올려 성장을 앞당기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었다.
“너....... 너무 강하게 하지는 말렴.”
갑자기 젖가슴이 모두 고위신 아이의 입 안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거센 흡입에 놀란 여성이었지만 거부하지는 않았다.
여기에 젖가슴을 고위신 아이가 떡 주무르듯이 했지만 거부감보다는 오히려 활발함에 기뻐했다.
이건 카르마 계약서가 시뻘건 빛을 뿌리면서 지켜보고 있으니 필사적으로 일하는 보조인격들의 덕이었다.
우우우우웅-!
결국 강제노동이나 다름없는 영혼의 설득작업에 매진하고 있는 보조인격들이었다.
어느 정도 고비를 넘기자 상급 마족도 조금 쉬려고 했다가 바로 신령이 비틀리는 고통을 당하고 전력으로 조정 작업 중이었다.
‘이제 상급 마족인 내가 겨우 보조인격을 조정하는 일을 못 미덥다고 감시를 당하면서 일하게 되다니?
상위존재에게 커다란 대가를 받았으니 최선을 다해서 일해도 부족하잖아?
그런데 신념을 앞세우며 파업을 하다가 이게 무슨 꼴이야?”
‘..........’
이미 한 번 소멸 당했다가 재생을 당하는 처벌을 받은 상급천족은 당연히 할 말이 없었다.
묵묵히 여성에게 고위신 아이로 인하여 오게 될 밝은 미래와 희망을 불어넣어서 더욱 호감을 집어넣는데 집중할 뿐이었다.
‘지금 마족과 말싸움을 할 여력도 없다.’
고위신 아이가 젖가슴을 모유수유와 다르게 마음대로 주무르면서 신체조작까지 하자 솟구치는 의혹을 제거하는데도 벅찬 것이다.
‘평소에 신념 어쩌고 하면서 최선을 다하자고 할 때부터 이럴 줄 알았어!
하여간 입만 살은 존재는 정말 위기나 기회 때는 아무 도움도 안 돼.
‘..........’
‘이제 어쩔 거야?
저 카르마 계약서의 감시를 어떻게 해 봐.
창조주님 이상의 존재가 항상 지켜본다고 생각하니 불안해서 손이 떨릴 지경이야.’
상급 마족이 하소연을 시작하자 상급 천족은 이제 고개까지 돌리고 일에 집중했다.
‘신령이 소멸되었다가 재생되는 경험은 한번으로 충분하다.’
그래서 최대한 여성의 이성과 도덕을 고위신 아이의 기준으로 바꾸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게 고위신 아이가 최상의 성장속도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지만 원래 흐름인 초월자 아이는 또 한 번의 위기를 겪는 중이었다.
좌르르르르르르-!
여기서의 여성은 초능력자 아이의 성장기록을 남편에게 보고하기 위해서 다시 확인 중이었다.
그리고 겨우 두 살이지만 각성할 징조가 확실하다는 보고내용에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지간한 초능력자의 육아기록을 전부 알고 있지만 이런 조기 각성증상은 없었어.
그렇지만 분명 초능력자의 각성현상으로 몸의 변화가 있다는 확신은 있었다.
남편에게 보고할 아이의 성장기록을 다시 확인하던 여성의 눈을 어느 순간 반짝였다.
한 달 전에 욕실에서 누군가에게 강제로 젖가슴을 빨리던 기억이 있던 그 순간과 지금 다시 최신화한 초능력자 아이의 모습은 확연하게 차이가 생겼다.
“크고 잘 생겨졌네.”
못 생겼지만 귀엽게만 보인 떡두꺼비 같은 모습이 지금은 갸름한 얼굴의 미형으로 변했다.
살이 빠졌다고 보면 되지만 한 달 만의 변화치고는 극심한 얼굴변화였다.
“육아로봇이 체중감량으로 식단을 조성하니 그럴 수도 있어.”
몸무게도 실제로 보이는 나이대의 이상적인 체중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먹이는 모유는 소량이었기에 체중의 증가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찌릿-!
그런데 그런 생각이 길어지자 젖가슴에 또 짜릿한 감각이 돌아왔다.
초능력자 아이의 상태가 심상치 않자 이드의 즈가 어떻게든 모유를 많이 먹이려고 하는 노력이었다.
하지만 여성은 움직이지 않는다.
‘일단 초능력자로 각성징조가 뚜렷한 이상 평범한 내가 직접 움직이는 일은 위험하다.’
그래서 식생활만은 육아로봇에게 전부 맡긴 상태였던 것이다.
정밀진단을 해도 지극히 건강하다는 대답만 나와 안심은 했다.
“으음. 또 모유가 찬 모양이네.”
그래도 한 달 동안 모유는 계속 나왔다.
모유도 많이 나오지만 이미 거의 말을 다하고 이성에 대해 구분할 정도로 커서 이제 소년으로 보이는 초능력자 아이였다.
그런 장성한 초능력자 아이에게 젖가슴을 계속 물리는데 거부감이 생긴 상황이었다.
더구나 욕실에서 누군가에게 모유를 강제로 빨린 기억은 더욱 조심성을 일으켰다.
‘흐릿한 환상 같지만 아들의 능력의 대가가 정말 모유라면 당장 외부에서 유모를 데려와야 해.’
하지만 지금 초능력자 아이는 너무 얌전했고 그런 징조가 없으니 일단 어느 정도는 계속 용인하고 있었다.
만반의 준비를 갖춘 상태에서 말이다.
딸각-!
손목에서 떨어진 적이 없는 팔찌모양의 능력자 제압무기를 잠시 쳐다본 여성은 잠시 갈등을 하다가 책상 위에 올려놓고 일어섰다.
‘오늘은 한 달에 한번 있는 남편을 영상으로나마 보는 날인데 이런 무기를 착용하고 있으면 안 돼.’
아무도 없어서 가장 안전한 개발행성에서 왜 무장하고 있느냐고 물으면 대답할 말이 없었다.
‘아이가 모유 때문에 나를 덮칠까 겁나서라고 대답할 수는 없지.
제국의 군대를 책임지고 있는 남편에게 걱정을 시킬 수는 없어.’
그리고 남편을 맞이하기 위한 치장을 시작한 여성은 한참 후에야 몸단장을 마치고 아이의 침실을 찾았다.
“자아. 아버지를 보러가자.”
“아버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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