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저택 인공지능의 입장으로는 녹화하지 말라는 여성의 지시는 고위신 아이의 명령과 일맥상통하니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이미 다음 달에 보낼 거짓 정보와 영상까지 준비가 끝난 상황이었다.
“삣-! 알겠습니다.”
여성은 간단하게 몸단장을 하고 아이에게 모유를 주기위해 침실로 이동한다.
그런데 발걸음이 너무나 가벼웠다.
애액을 모두 마시고 얼굴을 드는 마지막 화면에서 본 완전히 각성한 아이의 모습은 더 이상 두꺼비 같지 않았다.
태어나서 처음 볼 정도의 절세의 미소년이었던 것이다.
‘초능력자가 각성하면 얼굴과 몸이 변해서 모두 미남과 미녀가 된다고 하더니 정말 그렇구나.
어제는 어두워서 몰랐어.’
아이는 미숙아로 태어나서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추남이었다.
‘어떻게 결혼할지 걱정했는데 이러면 아무 걱정이 없어.’
저런 환상적인 미모를 가진 아이에게 직접 젖가슴을 물려서 모유를 먹인다는 사실에 가슴이 두근거리기까지 했다.
잘못하면 또 애액을 먹여야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보조인격들에게 최대한 희석되어서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게 여성이 아이의 침실로 이동하자 보조인격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휴우-! 스스로 모유를 먹이려 하니까 일단 큰 고비는 넘어갔네.’
‘하아! 힘들군.’
‘이제 모유를 주는 일은 기쁘게 하게 되었어.’
‘하지만 애액을 주는 일은 아주 천천히 추진해야 한다.’
슈퍼에고는 이제 상급 천족인 자신이 이런 음란한 일을 돕게 되다니 자괴감이 들었다.
그러나 더 이상 협조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또 다시 신령이 갈가리 찢겨져서 분쇄되는 고통이 덮쳐온다.
‘아아아아아악-!’
정말 어떤 문제의 발생이나 시도조차 용서하지 않고 있는 카르마의 계약서였다.
상급 천족의 신체 정도로는 견딜 도리가 없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면서 몸을 떨었다.
‘으으으음-! 으으으으윽-!’
이드를 맡고 있는 상급 마족은 이제 자주 보는 모습이니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또 딴 생각했구나.
그러다 겨우 얻은 좋은 신체가 망가지겠다.’
상급 천족은 고통에 굴복할 수 없다고 이를 악물었지만 그런 의지조차 분쇄할 정도의 고통이었다.
결국 적극 협조하겠다고 생각을 고치자마자 거짓말처럼 고통이 사라진다.
‘허억-! 허어억-! 이게 도대체 무슨 고통이지?’
끔찍한 고통의 여운에 거칠게 숨을 쉬면서 신체를 떠는 상급 천족을 쳐다보면서 상급 마족이 딱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제 생각 좀 바꿔.
본래 상급 천족이 되려면 어느 정도로 공로를 세워야 하는지 알잖아?’
‘.........’
정상적으로 상급 천족이 되려면 보조인격의 임무를 받은 견습 천족으로는 영원히 채울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공적이 필요했다.
자신이 생각해도 겨우 지성체의 의지를 고위신 아이에게 유리하게 이끌고 설득하는 대가로는 너무 과분할 지경이었다.
‘권능 계약서까지 정식으로 쓴 이상 제대로 일해.
받은 대가가 얼마인데 염치가 있어야지.
아직도 딴 생각이야?
그러면 나만 힘들잖아.’
이드를 맡고 있는 마족에게 이런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불확실한 구두계약이 아니라 강제력이 있는 권능계약서라 좋아했는데 문서화되어 있으니 더욱 조정하기 힘든 상황이다.’
계약을 주관하는 존재는 계약을 준수하기 바라기에 어떤 사정이나 조율조차 받아들이지 않고 생각조차 힘으로 강제하고 있었다.
‘이러면 어쩔 수가 없군.
최대한 고위신 아이에게 협조를 하게해서 배려를 받게 하자.
아니면 내가 직접 나서는 한이 있더라도 강제로 당하지 않게 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렇게 슈퍼에고를 맡은 상급 천족까지 협조 쪽으로 넘어가자 아이에게 모유를 주려는 여성의 발걸음은 더욱 가벼워졌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서 잠이 든 아이의 빛나는 미모를 확인하고 뿌듯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맘마 먹자. 강철아.”
이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고위신 아이와 달리 원래 흐름인 초능력자 아이의 사정은 지극히 좋지 않았다.
염력분신으로 저택을 조사할 수 있었고 자신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까지는 고위신 아이와 동일했다.
그리고 저택의 인공지능까지 장악했지만 겨우 초능력자의 능력수준으로는 그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여기 계속 있어도 되나?
이렇게 감사당하면 위험하잖아?
아직 나는 강하지가 않아.
전투함대라도 몰려오면 버틸 수가 없다.
그럼 여기를 떠나야 한다.’
하지만 초능력자로서는 자력으로 행성을 떠날 방법이 없었다.
신족처럼 혼자서 장거리 우주이동이 불가능한 이상 일단 위성으로 올라가서 정기 우주열차를 타고 나가야 하니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더구나 설사 탈출했다고 해도 가장 큰 문제는 유모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비협조적이지만 이 정도 창조력을 가진 여성을 찾기 힘들어보였다.
‘어디를 가도 나와 적합할 수준의 창조력을 가진 여성을 만나기 힘들 것이다.
보조인격들이 협조하기로 했고 모유가 나오게 신체조작을 해두었으니 조금 상황을 보고 있자.’
그렇게 생각하고 불리한 동영상을 모두 지우고 조정한 이후 본인의 육체로 들어가서 휴식을 취하는 아이였다.
다음 날에 여성은 육아로봇과 함께 침실로 왔다.
그런데 남편을 위해 입었던 황금장미 드레스나 평소 입었던 하얀 드레스가 아니었다.
모유를 주러왔으면 빨리 주고 가지 침실입구에 서서 한참을 망설이는 모습을 본 초능력자 아이는 여성의 모습을 보고 놀랐다.
‘이건 또 뭐야?’
금속성의 재질로 온 몸을 빈틈없이 감싼 갑옷과 같은 복장이었는데 척 보아도 결코 외부에서 힘으로 벗길 수 없는 복장이었다.
그리고 초능력자의 능력을 방호할 수 있는 제어장치까지 부착되어 있었다.
역시 욕실에서의 일은 초능력자 아이가 범인으로 의심스러우니 절대 아무 일이 없게 철저하게 준비한 것이다.
‘윽-! 역시 반응이 장난이 아니군.
보조인격들은 내게 협조한다고 하더니 왜 저렇게 심리상태가 악화되었나?
이것들이 일을 안 하네?’
허공에 떠있는 원반행태의 경호로봇부터 시작해서 팔찌형태의 초능력자 마비용 호신무기까지 착용한 철저한 대비태세였다.
저택의 방위시스템이 이미 자신의 통제 하에 있지만 아직 모르는 여성으로서는 최선의 방어인 것이다.
그렇게 여성은 침실입구에서 완전무장을 한 채 불안으로 흔들리는 푸른색의 눈동자로 침대 위에서 잠든척하고 있는 초능력자 아이를 쳐다보았다.
두꺼비 같은 얼굴이지만 귀엽게 자고 있기는 한데 영 의심스러웠다.
“하아. 역시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아.”
욕실에서 있었던 일이 실제라면 초능력자가 아니면 안 되니 가장 의심스러운 존재였다.
초능력자의 능력이 폭주하고 있다면 위험하니 육아 로봇에게 맡겨야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기계에게는 인간성이 없으니 그 밑에서 자란 아이는 인간미가 떨어졌다.’
육아로봇으로 자란 아이는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와 교류능력이 현저히 낮다고 보고되어왔기에 나중에 제국의 고위귀족이 될 아들에게는 치명적이었다.
이러니 다른 부인들처럼 아기를 육아로봇들에만 맡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직접 금이야 옥이야 길렀는데 욕실에서 누군가에게 범해진 것만 같은 환상 같은 기억은 충격적이었다.
‘누가 들어온 흔적이 없다.
그러니 욕구불만이 표출된 것 같다고 생각은 들지만 정말 이상해.
분명 욕실에 누군가 있었어.’
외부에서 들어온 존재가 없다면 남은 용의자는 초능력자 아이밖에 없었다.
‘이유를 모르지만 모유도 다시 나온다.
아이의 초능력이 불안하다고 육아로봇이 아이를 계속 기르게 할 수 없지.’
스윽-!
결국 여성은 결심을 한 듯이 조심스럽게 초능력자 아이의 침대로 접근했다.
그러자 육아로봇과 호위로봇이 따라 붙는다.
마치 적을 향해서 군대가 전진하는 모양이었다.
위이이이이! 드르르르르!
여성은 어중간한 초능력자는 상대할 수 있는 최고급 호위로봇까지 데려왔지만 안심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손에 있는 능력자 제압용 마비기를 조심스럽게 준비하고 초능력자 아이를 내려다본다.
“조금 얼굴이 갸름해진 것을 제외하고는 변함이 없네.”
며칠 육아로봇에게 맡겼더니 이상적인 영양공급을 한 모양이다.
떡두꺼비 같은 아들의 얼굴에서 살이 조금 빠져 갸름해져있었다.
덕분에 약간 이목구미도 반듯해졌지만 역시 귀엽다고는 할 수 없는 얼굴이었다.
“육아로봇. 분유를 먹이도록 해라.”
“삣. 알겠습니다.”
욕실에서 범해진 감각이 뚜렷해서 아직은 가까이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스르르르르르릉-!
원통형의 로봇에게서 또 호스가 나와 자신의 입에 대자 어쩔 수 없이 입에 물고 빠는 초능력자 아이였다.
천연적인 모유가 아닌 인공화합물인 분유는 신체를 조성하려는 자신의 몸에는 대부분 불순물과 같으니 먹으면 안 되었다.
‘아! 젠장! 또 불순물은 공간이동으로 멀리 버려야 하나?
또 쓸데없는데 힘쓰게 생겼네.’
아주 배가 고픈 듯이 연기하면서 호스를 꽉 잡고 빨자 여성의 눈빛이 약간 흔들렸다.
그리고 약간만 먹인 후 바로 육아로봇이 분유호스를 회수하자 물었다.
너무 조금만 먹인 것으로 보인 것이다.
“왜 더 먹이지 않지?”
물론 초능력자 아이가 여성 모르게 이 쓰레기를 그만 먹이고 치우라고 한 명령 탓이었다.
그리고 아이가 입력한 대로 대답을 하는 육아로봇이었다.
“삣-! 연령대의 나이에 비해 과체중입니다.
비만이 우려되니 체중조절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오늘 필요한 영양분은 액체 상태로 바꾼 식사 알약으로 이미 복용한 상태입니다.”
“.........”
자신도 입맛이 없을 때에 가끔 복용하는 식사대용 알약의 이야기였다.
손톱만한 알약을 하나만 먹어도 배고프지 않고 하루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영양분을 모두 공급했다.
더구나 분비물도 거의 발생하지 않는 편리한 음식이었지만 전혀 아기가 먹고 만족할 만한 식사는 아니었다.
“더 먹이라고 지시를 해도 아들에게 해가 되는 일이니 하지 않겠지?”
“삣! 저는 제국의 힘이 될 초능력자의 이상적인 육아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사모님의 명령이라도 해가 될 행동은 할 수 없습니다.”
남편이 보내준 육아로봇은 초능력자 육성에 최적화되어 있으니 맞는 말이었다.
“알았다.
침실 문 밖에서 대기하고 이상이 있으면 바로 조치하도록 해.”
“삣. 알겠습니다.”
육아로봇의 합리적인 답변에 결국 물러선 여성의 얼굴은 편치 않았다.
그리고 같이 돌아서서 나가려는데 갑자기 심장이 크게 뛰기 시작한다.
두근-! 두근-!
그것은 어떤 벅찬 감정이 다시 깨어나는 듯 했고 젖가슴이 찌릿찌릿한 것이 너무 이상했다.
초능력자 아이에게 모유를 먹이게 하기 위해서 이드의 즈가 최선을 다한 결과였다.
“뭐....... 뭐지?
컴퓨터! 초능력이 감지가 안 되나?”
하지만 견습 마족에다가 슈퍼에고의 비협조로 행동까지 이끌어내기는 역부족이었다.
더구나 여성이 초능력자로 각성한 아이가 욕실에서 자신에게 무엇인가를 했다는 의심을 풀지 않고 있었기에 효과는 더욱 적었다.
“삣. 초능력반응 없습니다.”
“그래? 바로 의료실로 간다.
정밀조사를 준비해.”
초능력이 자기 몸에 작용하지 않다고 하니 천만다행이지만 젖가슴에서 느껴지는 열기와 같은 감각이 너무 이상했다.
혹시 몸에 이상이 발생했는지 몰라 다급하게 의료실로 이동하는 여성의 영혼 속에서는 난리가 났다.
결국 초능력자 아이에게 모유를 먹이는데 실패한 이드의 즈는 방조한 슈퍼에고의 지에게 화를 내는데 여차하면 멱살을 잡을 기세였다.
‘이게 무슨 짓이야?
겨우 여기까지 데리고 왔는데 다시 나갔잖아!
정말 협조를 전혀 하지 않을 거야?’
‘.........’
견습 천족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천족이자 슈퍼에고인 이상 이런 일에 협조할 리가 없었다.
오히려 절대로 거부해야하는 입장이었다.
‘여성이 내 영향을 받아서 저렇게 경계심이 넘치는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아무리 욕망과 본능을 맡은 이드가 노력해도 슈퍼에고가 저러면 답이 없었다.
이러다 초능력자 아이의 짜증이 폭발하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아는 견습 마족은 영혼 속에서 계속 난리를 친다.
‘이러다가 정말 큰 일이 난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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