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995화 (906/2,000)

34권 35권

실제로 여성의 알몸이 바로 눈앞에 있는데도 고위신 아이의 눈에는 한 점의 욕망도 없었다.

그리고 자신들이 생각해도 지성체 여성은 아무리 아름답다고 해도 자신의 신체를 의지대로 어느 정도 바꿀 수 있는 정신체 여성에게 이길 수 없었다.

이제 대충 일이 마무리가 되었음을 느낀 고위신 아이는 양피지 하나를 꺼내서 내용을 기입하고 여성의 단전 앞으로 보냈다.

“여기 계약서가 있으니 내용 확인하고 서명해.

그리고 빨리 설득작업을 시작해라.”

이제까지 이상과 욕망을 주관하는 보조인격들이 자신의 편에 서서 여성의 자아는 결국 그대로 받아들이기 마련이었다.

‘지금도 얼마든지 모유를 강제로 얻을 수 있지만 동의와 자의에 의한 제공과 신체 조작이 더 효과가 높기에 서둘러야 한다.

이 정도 보증이면 충분히 믿겠지.’

그런데 견습 마족은 갑자기 양피지 모양의 계약서가 나오자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신령을 몸에서 이탈시켜 받아들고 읽었다.

거기에는 방금 이야기한 내용이 그대로 적혀있었다.

‘지성체 여성의 보조인격들은 고위신 아이에게 적극 협조를 조건으로 상급천족과 마족의 신체를 받는다.

고위신 아이가 모든 힘을 되찾는데 큰 공을 세운다면 신계에 종속신으로 받아들여 주신이 될 때까지 적극 지원한다.’

마지막 줄에는 고위신 아이의 찬란한 신력인장이 찍혀 있었다.

견습 마족이 보기에는 이건 고위신들 사이의 거래에 사용한다는 엄청난 권능과 강제력이 담겨있는 진짜 권능 계약서였다.

상위의 존재가 보증하기에 고위신조차 무시할 수 없는 강제력을 가진 계약이라고 말은 들었지만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었다.

“권능 계약서인가요?

저희들에게 정말요?”

상위의 고위신이 겨우 견습 정신체들에게 귀하고 강제력이 발동하는 권능 계약서를 써줄 리가 없었다.

말 한마디로 부려먹다가 상황이 불리해지면 말을 바꾸기가 다반사였다.

‘이런 것까지 해주다니 의아하기까지 하네.

하지만 말로 끝내는 것보다 훨씬 믿을 만은 해.’

구두약속만으로도 감지덕지하고 믿고 따를 수밖에 없는데 이런 권능 계약서까지 써준다면 더욱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

경계심이 누그러진 견습 천족도 신령상태로 밖으로 나와서 내용과 서명을 확인하고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이거 설마 진짜인가?

분명 강력한 신력과 존재감이 담겨있으니 가짜는 아니다.

그런데 왜 견습에게 이렇게까지 해주지?’

비록 견습이지만 천족이 되었어도 이렇게 확실히 보장을 해주는 신은 아무도 없었다.

왜 이렇게까지 해주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지만 전혀 불이익은 없는 상태에서 권능계약서까지 썼으니 믿음이 갔다.

계약서를 보면서 신기해하는 견습 천족과 견습 마족의 모습을 보면서 아이는 시큰둥하게 말했다.

“계약을 했으면 당연히 계약서를 쓰고 서로 서명해야지.

이게 뭐가 이상하나?”

그 말에 보조인격들은 어디서 온 고위신인지 모르지만 최소한 막 나가는 세계가 아닌 여기보다 더욱 공정한 세계라는 것을 느끼고 서명을 했다.

그랬는데 서명이 마치자마자 권능계약서가 황금빛을 발산하면서 모두의 신령을 뒤흔드는 강력한 의지를 발산한다.

그리고 계약서 위로 피에 물든 붕대를 얼굴과 전신에 빈틈없이 감고 있는 누군가의 모습이 환영처럼 흐릿하게 나타난다.

“이 계약은 상위자의 요구에 비해서 하위자에 대한 보수가 과분할 정도로 후하다.

하위자가 아주 유리하니 서로의 입장이나 힘의 차이로 인한 어떤 억압 없이 동의로 맺어진 계약으로 공정하다고 판단한다.

기꺼이 이 계약의 주관을 받아들인다.

만약 내가 감독하는 계약을 어긴다면 쌍방을 모두 태어나서 존재했다는 사실 자체를 영원히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노라.”

붕대를 감은 환영이 엄청난 위세와 지극히 삼엄한 경고를 남기고 사라지자 같이 없어지는 양피지 계약서였다.

방금 환영이 보인 엄청난 억제력과 살의에 너무 놀란 보조 인격들은 표정이 창백해져서 황급히 물었다.

“저....... 저게 뭐지요?”

“일반적인 권능계약서가 아닙니까?”

방금 양피지 계약서가 발산한 터무니없이 강대한 존대감에 압도당했던 고위신 아이도 놀랐지만 애써 태연하게 말했다.

“진리의 카르마 계약서라고 하던데?

누구도 어길 수 없는 절대의 계약서다.

계약을 잘 지키기만 하면 아무런 이상이 없으니 반드시 준수해라.”

“카르마의 계약서요?”

“처음 들어봅니다.”

견습 정신체에 불과한 자신들에게 공개되는 정보는 한정되었으니 상위 존재와 관련된 계약은 모를 수 있었다.

그래도 방금 보여준 살벌하기 짝이 없는 경고를 마음에 새기고 철저하게 준수하기로 마음먹은 견습 천족과 견습 마족들이었다.

고위신 아이도 카르마의 계약서를 주관하는 환영이 보인 이해할 수 없이 강력한 존재감과 살의와 투지에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느라 애를 먹고 있었다.

‘놀래라!

이걸 주재하는 존재가 누구이기에 이렇게 강력하고 살벌하나?’

고위신 아이가 정보행성 코아에게 견습 천족과 견습 마족이 절대로 계약을 배신할 수 없는 방안을 달라고 했더니 넘겨 준 것이 카르마의 계약서였다.

‘단순한 계약서 한 장에 고위신의 신격을 가진 자신조차 측량할 수 없는 힘과 어마어마한 살의가 느껴졌다.

이 계약을 어기면 자신조차 무사하지 못할 것 같다는 확신이 생겨서 불안감이 어마어마하게 생겼다.

허나 열심히 일한 대가를 주지 않을 생각은 전혀 없으니 일단은 안심했다.

그리고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절대의 계약서다운 위용이로군.

그런데 말투와 기세가 굉장히 살벌한데 원래 저랬나?

아니면 이 세계의 영향을 받아서 저런가?’

카르마 계약서를 주재하는 존재가 너무 강력해 보여서 지극히 불안했지만 정보행성 코아가 이 정도로 믿을 수 있는 계약은 어떤 세계에도 없다고 했다.

‘고위신인 내가 이정도 압박을 받았다면 천족은 아예 신령이 으스러질 정도로 인식이 되었겠군.

이 정도 강력한 계약으로 묶인 이상 보조인격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고위신인 자신이 겨우 견습 정신체들과의 계약을 어길 이유 따위는 어디에도 없고 더 이상 신경을 쓰기 싫었기에 넘어간다.

‘유모 문제는 이걸로 정리한다.

본래의 힘을 되찾고 다시 원래의 세계로 가기 위해서는 할 일이 많다.’

고위신 아이가 만들어준 상급 천족과 상급 마족의 신체와 융합한 보조인격들은 강대한 신력을 느끼면서 다시 여성의 몸에 스며들었다.

우우우우웅-! 위이이이잉-!

바로 욕실의 시간정지를 풀고 떠난 고위신 아이는 바로 상황실로 가서 저택내부의 통제 시스템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보안 장치가 겹겹이 있었지만 정신체인 고위신 아이에게는 너무나 쉬운 일이었다.

‘어디를 가든 일단 집부터 손을 봐야한다.

여기 인공지능이 저택 전부를 감시하고 어딘가로 계속 정보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확인했다.’

외부와 고립되어 있는데 주인인 여성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철저한 감시를 당하고 있었다.

바로 저택의 컴퓨터를 전부 제압하고 의심이 가는 모든 카메라와 녹음기, 거기에 외부 감시 장치까지 모두 통제를 완료했다.

그리고 외부로 송신된 기록까지 남김없이 확인하고 조정을 시작했다.

역시 예상대로의 상황이었다.

‘한 달에 한 번 여성이 남편에게 이상 유무를 직접 보고 하는 것이 끝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이 저택 전부가 조사한 정밀자료가 여성도 모르게 넘어가는 상황이었군.’

특히 자신의 침실 쪽이 감시 장치와 초능력 제어장치가 많았다.

거의 한순간도 빠지지 않고 아기에 대해 기록하고 외부에 보고하는 구조였다.

‘역시 나를 초능력자 무기로 만들기 위한 장치였나?’

조금이라도 의심을 살만한 모든 자료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변경하고 바로 조정했다.

여기에 약간 인공지능의 수준을 높여서 앞으로는 외부의 통제에 대해 따르는 척만 하게 자신을 위해 복종하도록 수정해 주고 독자적인 행성개발을 시작했다.

‘감시자가 누군지 모르지만 이상이 생기면 바로 쳐들어올지도 몰라.

그래도 아무래도 그대로 두기에는 꺼림칙하군.’

그런데 여성에게 모유를 받는 동영상까지 있었다.

외부로 알려지면 좋은 일이 없으니 혀를 차면서 조작을 시작했다.

“쯧-! 어떤 놈인지 모르지만, 정도가 없군.

나중에 똑같이 되갚아주마.”

간단하게 동영상 조작을 하고 모든 자료를 수정한다.

그리고 지금 가진 여성의 자산을 확인하고 다량의 건설기계와 제조시설을 보고 쾌재를 불렀다.

‘좋아-!

약간 개량을 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겠어.

이렇게 약해져 있으니 만일의 경우 우주공간에서 장기간 전투를 하려면 기계의 도움이 필요하다.

원시적인 인공지능 기계를 이용하는 기계문명이지만 내가 조금만 발전시키면 충분히 무기로 써먹을 수 있어.’

이미 정보행성 코아로부터 우주나 행성에서 대규모 전쟁에 쓰일 수 있는 병기의 설계도와 제조방법을 받은 지는 오래였다.

과거에 무엇을 하고 살았는지 아직 잘 모르지만 정말 기상천외한 병기가 참 많았다.

‘전쟁의 준비는 아무리 철저히 해도 부족하다.

저택부터 시작해서 행성 전부를 요새화하고 이 항성계 전체를 영역으로 삼는다.’

그러기 위해서 행성 전부의 개발상황이 필요했다.

식민행성의 위성궤도에서 본 화면에는 대륙 중앙에 영주의 저택이 하나있고 그 주변에 조성 중이던 도시의 흔적만 있는 형태였다.

‘나머지 지역은 전부 미개발지로서 푸른 숲과 바다로 덮여있군.’

확인을 해보니 이 저택을 제외하고는 거의 건설이 되지 않았다.

‘혹성의 환경조정을 하고 자급자족이 가능한 이 저택만 만들었다.

그리고 시가지는 조성단계에서 전쟁으로 중단상태다.

차라리 잘 되었다.

뜯어고칠 필요도 없이 처음부터 다시 만들면 되겠어.’

행성개발과 도시개발을 위한 건설기계는 보내져 있기에 자재만 있으면 바로 시작 가능한 수준이었다.

다만 무기나 도시건설에 필요한 희귀원소는 없었지만 자신의 권능과 지식이면 대체할 수 있었다.

위험한 상황과 장소라 판단했기에 서둘러야 했다.

‘내가 창조력으로 만들고 건설기계를 보완해서 요새행성개발을 시작한다.

여기 상황에 이상을 느끼면 외부에서 감시하던 전력이 언제 달려올지 모른다.

외부에서 모르게 지하부터 건설한다.

일단 우주함대와 행성방위를 갖추는데 최우선을 해야겠군.

건설기계의 개조부터 시작하자.’

‘삐-! 예.’

인공지능부터 손을 보았기에 자연스러워진 저택의 컴퓨터였다.

고위신 아이로부터 빠르게 입력되는 개조자료를 받으면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도시의 격납고에 대기 중이던 건설 장비들을 움직였다.

구르르르르릉-!

수백 개의 무인 건설 장치들을 확인한 고위신 아이가 창조력으로 바로 개조하고 땅 속에서 도시와 요새개발을 시작하게 했다.

빠르게 지하로 사라지는 건설기계들을 보면서 고위신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만 손을 보았는데도 상당히 쓸 만해지는군.

행성개발에서는 상위권인 기계문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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