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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난 천족과 마족의 신체는 화면 너머의 일반 마족의 것이 아니었다.
여섯 쌍의 날개를 휘날리는 상급 천족과 마족의 것이었다.
하위신과 거의 동격, 맡은 직책에 따라서는 그 이상이라는 천족과 마족의 최고의 신체였다.
현재 머물고 있는 여성의 신체와 똑같았지만 마족은 검은 색의 모발을 가졌고 천족은 더욱 찬란한 황금색이라는 점이 달랐다.
아이는 자신이 만들어낸 신체를 쳐다보면서 완성도에 만족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이 정도는 쉽군.
나를 돕는다면 너희들의 상상 그 이상의 대가가 주어질 것이다.”
보조 인격들이 보기에는 이 고위신의 정체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도저히 감당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더구나 얼마의 세월과 공적을 세워야 될 수 있을지 모르는 상급 천족과 마족의 신체가 눈앞에 있자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는 그 기색을 잃고 득의만만하게 외쳤다.
“혹시 여기 소속이라서 나를 따르기 불안한가?
그러면 내 차원신계에 내 종속신으로 정식으로 받아주지.
잠시 어려움에 빠진 신계주신을 도와 본래의 세계로 복귀 시키는 공이라면 충분하다.
참고로 말하자면 내 본래 힘을 되찾으면 마신과 신의 신체를 내려주는 것도 아무 문제가 없다.
그 이후로 너희가 앞으로 하기 나름이겠지만 주신이 될 때까지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
“!”
“!”
아이가 마족과 천족인 자신들로는 쳐다볼 수도 없는 주신까지 언급하자 경악한 보조인격이었다.
“뭘 놀래느냐?
설마 내가 떠돌이 용병신인줄 알았느냐?
나는 한 세계의 창조주님의 인정을 받은 정당한 지배자였으며 거대 독립신계를 가진 신계주신이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이렇게 되었을 뿐이었다.”
신령과 융합되어 있는 정보행성 코아가 알려준 정보였다.
‘창조주님의 단독 대리자이며 지배층들의 총수.
여러 세계에 걸쳐있는 거대한 행성들과 신계의 행성주(行星主).
세계를 사버릴 정도의 끝없는 재력과 힘을 가진 최고의 정신체.
이건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최고의 직위와 명예다.’
아직 정보를 다 얻지 못했지만 하나만 듣기만 해도 혼미해질 정도였다.
그러니 이 세계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어떻게든 본래의 세계로 돌아가려는 이유였다.
‘돌아가기만 하면 모든 것이 준비되어있는데 여기서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다.’
그 자신감으로 약속한 보상은 컸다.
화면 너머의 자신인 이드의 즈가 얻은 일반 마족이 아니라 상급 마족의 신체에 눈이 커질 대로 커진 견습 마족에게는 결정타였다.
‘지옥도 아닌 천국도 아닌 정식 신계의 마신이 된다고?
그것도 신계주신의 직속 종속신?
더 이상 그 고생을 하면서 승급한 나를 보조인격으로 처박은 지긋지긋한 상위자들을 안 봐도 돼?’
지옥이라고 보직 경쟁이 없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 경쟁에서 밀리면 지성체의 보조인격이라는 격무에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한직에 처박힌다.
‘이미 그런 암울한 입장이 되었으니 끝장이다.
그래서 사는 것조차 지긋지긋해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니 무조건 찬성이었다.’
다시 출셋길이 보장된 새로운 세상이 열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천족이 문제였다.
똑같이 한직에 좌천된 주제에 아직도 자신이 천국에 복귀할 수 있다고 믿고 죽어라 열심히 하고 있었다.
똑같은 견습에 보조인격이면서 어찌나 힘이 센지 이길 수가 없으니 매달렸다.
“주 인격을 설득만 계속하면 된다고 하잖아-!
제발 이번만 눈 감아줘!”
단전 안에서 신령 상태이지만 팔을 잡힌 견습 천족도 혼란하고 갈등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지성체의 보조인격의 업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무엇을 뜻하는 줄 잘 알고 있었다.
‘보조인격은 상부에서 최악의 평가를 받은 천족에게만 임무가 내려진다.
영구유배나 다름이 없다.’
보조인격을 맡은 천족은 천국에 어떠한 보고수단도 가지지 못하고 지성체가 죽을 때만 잠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다시 다른 지성체의 보조인격의 임무를 맡게 되지.
승급도 바랄 수 없는 최악의 직위야.
견습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어.’
복귀를 바랄 수도 없었다.
지금 모시고 있는 신족은 자신을 보조인격으로 보내고 잊어버린 상태였다.
하지만 자신은 영광스런 천족이고 도덕과 이상을 담당하는 슈퍼에고의 직위를 가지고 있었다.
상급천족의 신체가 욕심이 나나 임무를 방기할 정도는 절대로 아니었다.
‘아마도 화면 너머의 나도 그런 선택을 했겠지.’
그런데 천국이 바뀌어서 다시 기대를 받고 중임을 받는 위치에 설 수 있다는 사실에는 흔들리고 있었다.
‘천족으로서 신족에게 충성하고 임무에 충실은 최우선이다.
배신과 임무방기는 용납하지 않아.’
그런데 새로운 신족에게 충성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올 수 있다니 갈등할 수밖에 없었다.
‘눈앞에 스물여섯 쌍의 빛의 날개와 암흑의 날개를 휘날리는 존재가 정말 신계주신이라면 다시 못 올 기회가 맞아.’
옆에서 이제 눈물까지 보이면서 팔을 잡고 매달리는 견습 마족의 심정이 이해가 되고 있었다.
다만 저 시끄럽게 떠드는 입은 막고 싶었다.
“나만이라도 허락해줘-!
겨우 마족이 되었는데 보조 인격으로 영원히 사는 운명은 정말 싫어!”
그래도 보조인격으로 한조가 되어서 수백 년을 한 육체와 영혼에서 같이 살았다.
그런데 자기만 잘 살겠다는 이 이기적인 면만 없으면 정이라도 붙을지 모르는데 정말 가만히 두면 안 될 존재였다.
‘다행히 내 능력이 훨씬 상위였기에 망정이지 내버려두었으면 이제까지 담당했던 지성체 여성들의 운명이 어떻게 변할지 몰라.’
팔을 뿌리치려고 했지만 이제처럼 확실히 날려버릴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확실히 갈등하고 있는 것이다.
“........ 놔.”
“못 놔!”
슈퍼에고가 지성체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여 승급시키는 고귀한 임무라고 치장은 되어있지만 직접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다만 지켜보고 있다가 에고가 고민을 하면 좋은 방향으로 조언하여 이끄는 역할이었다.
당연히 만족이 될 리가 없었다.
“잠시 눈만 감아 주면 모두 행복해질 수 있어.
상부가 우리에게 해준 게 도대체 뭐야?
보조인격으로 계속 외부로 돌렸잖아?
이건 우리를 완전히 버린 거라고!
상부가 우리를 버렸는데 왜 우리는 상부를 버리면 안 돼?”
“그게 지금 할 소리야?”
이드를 맡은 견습 마족은 필사적이었다.
슈퍼에고와 에고의 연대가 너무 견고하니 이드로서는 아무런 힘이 없었다.
더구나 한번 정해진 보조인격의 조는 큰 이변이 없는 한 계속된다.
계속 이렇게 억눌려서 살아야하니 화면 너머의 자신도 그렇게나 아이의 환심을 사서 독립을 하려고 했는지 몰랐다.
“네가 도덕과 이상을 철저히 지키면서 힘들게 살아온 대가가 도대체 뭐야?
결국 욕망과 본능대로 살아온 마족인 나와 똑같이 버림받고 외면을 받았잖아?
그리고 아무리 열심히 해도 한번 보조인격을 맡은 이상 다시는 천국이나 지옥의 직위를 받을 수 없어.
견습에서 정식으로 올라갔던 경우가 한번이라도 있다면 말해 봐.”
있을 리가 없었다.
지금 천국이나 지옥이나 정체기라서 계층이동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내부에서 발생하는 부정부패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능력이 없는 상급자들이 살아남기 위해 뭉쳐서 능력 있는 하급자들을 쳐내고 있다.’
자신도 그런 경우이기에 반론을 할 수 없었다.
이드의 진심어린 간절한 애원과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슈퍼에고를 뒤흔들고 있었다.
아이는 흥미 있는 표정으로 보조인격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이 세계에 대한 아주 재미있는 정보를 얻은 것이다.
‘여기 세계는 한번 실패하면 끝인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출세가 불가능한가?
그럼 이미 끝장난 세계로군.’
하위자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상위로 올라갈 희망을 없고 포기하면 당연히 충성심을 잃고 대충하게 된다.
‘그렇게 활력을 잃는 조직은 반드시 망하게 되어있다.’
더구나 슈퍼에고를 맡은 견습 천족을 보니 확실히 이런 일을 할 정도로 무능해보이지 않았다.
잘만 수련하면 하위신까지 넘볼 수 있을 정도의 재능이 보였다.
‘강직한 성격 때문에 이렇게 되었나?
그래도 열심히 한만큼 대가를 주고 부려먹어야지 껄끄럽다고 버리고 말 잘 듣는 신입만 찾으면 조직운영은 어떻게 하나?
이 세계의 신계가 이 정도로 엉망이면 더 이상 손을 댈 필요도 없겠어.’
세계가 엉망일수록 강자에게는 편했다.
대다수의 하위자들이 아무런 안전도 보장하지 못하고 희망도 주지도 못하는 기존의 지배층대신 강자에게 기대고 봉사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가만히 있으면 머릿속에서 계속 진정한 영웅이 되거나 찾으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세계를 대신하여 약자에게 희망과 미래를 주는 존재.
이게 영웅이란 것인가?
그럼 이들에게도 희망과 미래를 주어야 하겠군.’
정보행성 코아도 자신이 여기로 오게 된 주원인이라고 설명하니 심심풀이 삼아서 해볼 생각이었다.
그래서 느긋하게 보조인격들의 결론이 나오기만을 기다라는 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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