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화면 너머의 아이도 골치가 아프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여성이나 보조인격을 맡은 마족과 천족에게 말은 안했지만 이미 초월자로 신체가 고정되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모유가 부족하여 이 세계의 음식물을 흡수하여 몸을 구성한 결과인가?
완벽하게 초월자의 신체가 되어버렸다.
덕분에 창조력도 제한받고 있으니 내 신체로 사용할만한 신체도 못 만들어.
이제 여기 신계에서 다시 인증을 받기 전에는 신족으로 돌아가기는 글렀다.’
본래 기억은 점차 풀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 떨어지기 전의 자신이 초월자를 벗어나서 정식 신이 되기 위해서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정보로 알고 있었기에 속으로 이를 갈고 있었다.
‘으득-! 한 세계의 지배자였던 내가 에고의 시의 비협조로 평범한 초월자가 되어버렸다.’
본래의 신체로 돌아가기 전에 임시로 쓸 신체가 아니었다면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다만 기억이 어느 정도 돌아와서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어느 정도 파악했기에 꾹 참고 있는 중이었다.
실제로 창조력의 발휘가 제한되어버린 초월자의 능력으로는 이 행성을 벗어날 방법이 거의 없다는 사실도 중요했다.
감정이 폭발 직전인 아이의 표정을 보고 사태를 짐작한 마족 여성은 길게 한숨을 쉬었다.
“휴우-! 역시 그랬구나.
이걸 어째.
이제 어떻게 하니?”
갈수록 자신들을 바라보는 아이의 표정이 차가워져서 예상은 했는데 우려했던 대로였다.
‘스스로 한 세계의 정당한 지배자였다고 말했고 내가 보기에도 한 세계를 좌우할만한 고위신이 초월자가 되어버렸다.’
존재가 하락한 것이다.
그것을 억지로 당한 본인에게는 결코 용서하거나 용납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에고의 시나 슈퍼에고의 지는 모르겠지.
그러나 본능과 욕망을 담당하는 마족인 나는 안다.
마력을 가진 존재는 누구든 손해를 입거나 원한을 가지게 되면 반드시 그 이상으로 갚는다.
그래서 가공할만한 마력까지 가진 이 아이의 숨겨진 성격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금이 가 있다.’
아이가 초월자가 되었다고 해서 결코 약한 존재가 아니었다.
자신이 보았던 어떤 정신체보다 더 강력한 마력과 신력을 가지고 있었고 신체조차 강건하기 짝이 없었다.
이런 존재가 악감정을 가지게 되면 끔찍한 사태가 벌어졌다.
‘이걸 어쩌지?
강대한 고위신에서 초월자가 되어버려 분노한 이 아이를 어떻게 감당해야하지.
이제 우리조차 배제시키고 혼자 움직이려 할 것인데?
앞으로 닥칠 세계와 우리들의 고난이 걱정스럽기만 하네.’
그런데 다행히 지금 바로 어느 정도 감정을 풀어줄 수 있는 일이 있었다.
흐뭇한 눈으로 자신의 아름다운 몸을 흩어본 이드의 즈는 감미로운 목소리로 아이에게 말했다.
“지금 아주 특별한 보상을 주고 싶은데 받아주겠니.”
“........ 예.”
잠시 분노를 드러냈던 아이는 애써 감정을 죽이고 마지못해 대답했다.
지극히 비협조적이고 적대적인 두 명에 비해 마족의 여성은 자신의 편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자신을 편들어주는 존재에 대한 호감이 섞여있는 대답은 이드의 즈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이 정도 고위의 정신체에게 마족에 불과한 자신이 배려를 받다니 분노를 달래주려던 수단이 진심이 될 정도였다.
무엇보다 아이가 결정을 하면 보조인격의 위치에 불과한 자신이 주인격이 될 수도 있었다.
‘그 뿐 아니라 주제파악도 못하고 자꾸 고집만 내세우면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는 두 명을 제외시키고 아이를 독점할 수 있다.
그럼 마신도 꿈이 아니야.’
그런 욕심을 마족답게 숨기지 않고 바로 말한다.
그러자 아이도 살짝 당황했다.
“이걸 받고 만족하면 나를 꼭 다시 찾아주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에고의 시가 너를 거부하면 나를 불러다오.”
“예?”
아이가 의아스럽게 되묻자 이드의 즈는 황홀하게 웃으면서 꼭 껴안았다.
아이의 귓가에 입을 대고 너무나 달콤하게 속삭였다.
“잊지 마렴.
너를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인격은 에고의 시도 슈퍼에고의 지도 아닌 바로 나 이드의 즈란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아이를 품에서 내려놓고 빙글 돌아섰다.
“그래서 그들이 거부하는 어떤 부끄러운 일도 얼마든지 해줄 수 있어
난 네가 기뻐하기만 한다면 무엇이든 한단다.
망설이지 말고 네가 원하는 대로 하렴.”
이드의 즈는 자신이 있었다.
아이가 원하는 것은 자신이 강해지기 위해서 모유와 체액을 주는 유모격인 자신들도 빨리 강해지는 것이다.
그러니 지름길인 정기교류를 자신이 나서서 해줘서 빨리 강해지면 아이가 결코 자신들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아무리 정기교류가 필수라고 설명해도 에고의 시와 슈퍼에고의 지가 해줄 리는 없지.
이걸로 내가 이기는 거야.’
이건 인격과 보조인격간의 주도권의 싸움이기도 했다.
더구나 여성의 주변상황이 심상치 않았으니 생존에 관련된 문제이기도 했다.
‘다른 인격들은 낙관만 하고 있으니 내 승리가 정해져 있어.’
실제로 아이의 시선은 뚫어져라 국화꽃 모양의 항문과 음부를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바로 달려들지 않고 걱정스럽게 물었다.
“음! 이래도 괜찮으세요? 이드의 즈.
너무 무리하시는 것이 아닌지요?”
자신을 지독하게 경계하고 있는 여성이었다.
그러나 모유만은 능력의 대가로 반드시 필요함을 알고 허락하고 있었지만 지극히 부족해서 짜증나는 상황이었다.
정기교류도 필수인데 자신이 그녀의 아들이 아니고 부활한 고위신이라고 아무리 설명하고 설득해도 통하지가 않았다.
‘슈퍼에고의 지까지 가세하니 이건 도저히 어떻게 바꿀 수 없다.
결국 정기 주사기라는 어처구니없는 낭비를 하면서 끌어가고 있니 분노가 쌓일 지경이다.’
이런 상황인데 다른 보조인격인 이드의 즈가 이렇게 다르게 나오면 다른 인격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는 것이다.
‘유일한 내 아군을 잘못되게 될 수 없지.’
아이의 목소리에 걱정이 실리지 바로 그걸 노렸던 이드의 즈는 더욱 자상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한테는 아무것도 망설이지 마렴.
주제도 모르고 고리타분한 주장만 하는 에고의 시나 슈퍼에고의 지와는 나는 다르단다.
네가 얼마나 우리에게 큰 은혜를 베풀었는지 잘 알고 있으니 이런 정도는 얼마든 해줄 수 있어.”
그리고 더욱 유혹하듯이 젖가슴을 가볍게 흔든다.
“어서 오지 않을 거니?
그리고 많이 쌓였지 않니?
내게 풀렴.”
아이는 정기교류의 필요와는 다른 의미로 목이 타고 있었다.
‘생각을 해보니 이 쓸모없는 기계문명에 부활하고 나서는 거의 고사 직전이었다.
살아남기도 힘들었지.’
생존에 바빠서 여성에 대한 욕망은 생각할 겨를도 없었는데 갑자기 이렇게 노골적인 유혹을 당하니 마음이 진탕된 것이다.
“어서 오렴.
이러다 에고의 시나 슈퍼에고의 지가 개입하면 물거품이 된단다.”
그 말에 아이도 급해졌다.
‘따로 실체화가 되어 이드의 즈가 아무리 강해져도 결국 에고의 시의 보조인격이라는 위치를 벗어날 수 없었다.’
여기에 슈퍼에고의 지가 에고의 시에게 힘을 합하면 꼼짝없이 제압당하고 영혼 깊이 봉인되는 것이다.
그렇게 다신 기회가 없다는 말에 결심을 굳힌 아이는 움직였다.
꽈아아아-!
아이의 손이 젖가슴을 잡고 손자국 모양으로 파고들 정도로 꽉 잡는다.
모든 것이 뜻대로 되어가자 흥겨워진 이드의 즈는 손을 뻗어서 안았다.
“호홋-! 그래야지.
여자가 이렇게 나오면 그렇게 나와야 남자지.”
“으으음-!”
에고의 시나 슈퍼에고의 지는 너무 고고해서 문제였다면 이드의 즈는 너무 뜨거웠고 욕망에 충실했다.
여성의 자아가 이성과 이상에 너무 치우친 탓에 억압받은 탓이었다.
“흐음-! 역시 용감하고 기운도 세구나.”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기대 이상의 아이의 반응이었다.
아이가 마족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너무나 강대한 존재라서 남아있던 불안감을 싹 지운 이드의 즈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역시 색을 지극히 좋아하는 남신이었어.
이런 아이를 그렇게 억압하니 좋은 결과가 나올 리가 있겠어.’
그녀는 마족이면서 욕망을 주관하지만 견습이 되자마자 보조인격으로 배정되었기에 이렇게 고위존재에게 신체에 직접 애무를 당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신체만이 아니라 신령까지 뒤흔드는 쾌감에 왜 다른 인격들이 아이와 정기를 교류하는 것을 지극히 두려워했는지 깨달았다.
‘에고의 시가 모유수유를 할 때마다 평온하게 보이려고 필사적이었지.
그런 모습을 보고 한참 비웃었는데 이건 견딜 도리가 없어.’
하지만 일단 자신만이라도 적극 협조하기로 한 이상 양팔로 몸을 버티고 아이의 행위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아이가 자신보다 까마득한 상위의 고위존재가 분명한데 이렇데 일방적으로 당하면 안 되었다.
‘그렇다고 거부는 더욱 해서는 안 된다.’
상위존재인 아이의 강한 정기에 정신 못 차리고 큰 실수를 할까봐 멀리해서 큰 실수를 범한 다른 인격들과 다를 바가 전혀 없었다.
더구나 아이는 굉장히 민감하고 싫증을 잘 냈다.
‘아무리 보아도 이 아이는 여성과 깊숙하게 사귄 적이 없어.
과거에 큰 실패를 경험한 것으로 보여.
그러니 작은 문제라도 생기면 바로 관계를 끝내버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을 것이야.
그럼 어디까지나 힘은 강하나 미숙한 아이를 이끄는 숙련되고 자상한 여성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최대한 먼저 이끌려고 했지만 직접 겪은 아이의 정기가 주는 쾌감이 상상이상이었다.
‘더구나 이 아이가 한번 결정하고 몰아쳐오니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
그런데 이렇게만 접촉만 해도 넘치는 정기로 점점 승급되어가고 있으니 전혀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잘만하면 에고의 시와 완전히 잠들고 슈퍼에고의 지가 허락해야지 나올 수 있는 이런 일시적인 자유가 아니라 독립된 마신까지 될 수 있다.’
지옥보다는 나았지만 참기 힘든 보조인격의 직위에서 탈출시켜 영광스러운 지배층으로 이끌어 줄 수도 있는 아이였기에 너무나 귀여웠다.
그 때 세계의 항상성이 보여주는 원래의 흐름을 보는 아이는 침묵했다.
건방진 마족과 신족을 소멸시키지 않고 자신의 아군으로 만드는 방향이었다.
‘여성이 비협조적이면 아무래도 정기가 부족했을 것인데 어떻게 초월자가 되었는지 알겠군.
마족여성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도운 덕이었어.’
그런데 저렇게 마족 여성이 주는 마력의 정기를 기반으로 정신체를 키우면 부작용이 있었다.
‘마력을 기반으로 초월자가 되면 성향은 당연히 마도 쪽으로 흐른다.
지금보다 음흉하고 잔인하고 외골수에 폭력적이 되었겠지.
하지만 아주 사소한 문제다.’
온전하게 마도신이 될 수 있다면 원래의 성향으로 돌아가니 말이다.
그러나 화면 너머의 자신에게 마도신이 될 기회 따위는 없어보였다.
본질을 보니 거의 마력으로 구성된 신체였기에 성장 이후에 대등한 신력을 구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일단 사태를 파악하고 솔직하게 칭찬해 주었다.
“너 허약한 세계 주제에 의외로 도움이 되는구나.
앞으로 너의 원래 흐름도 참고하지.”
물론 손톱만큼의 방해가 되면 받아들일 리가 없지만 이번에는 그대로 하기로 생각했다.
그런데 전혀 의외의 문제가 터졌다.
세계의 항상성이 보여주는 원래의 흐름을 자신만 보고 있지 않았다.
‘어라?’
그래도 정신체라고 여성의 보조인격인 천족과 마족도 저 화면을 같이 보고 있던 것이다.
화면에서 이드의 즈와 아이가 격렬하게 정기교환을 하는 모습을 본 슈퍼에고의 지가 분기탱천해서 소리치며 몰아붙이고 있었다.
“네가 지옥의 서큐버스냐?
보조인격이면서 저게 도대체 무슨 짓이야!
고위신이고 죽은 아기의 육체를 이용해서 부활했다고 하지만 지성체 기준으로 저 아이와 우리가 무슨 관계인줄 몰라서 저런 짓을 해?
악령에서 겨우 벗어났으면 정신을 차려야 할 것 아니야?”
이드의 즈도 당연히 그냥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자신이 보기에는 화면 저 너머의 자신은 아주 잘 하고 있었다.
오히려 다른 인격들의 잘못을 처리하고 있는 역할이었는데 비난하니 억울하기 짝이 없었다.
“내가 지옥의 서큐버스라면 넌 천국의 처녀귀신이니?
서로 견습 신세라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주제에 말도 안 되는 소리는 하지도 마.
더구나 아이 시체로 부활한 고위신에게 지성체가 감히 무슨 혈연을 주장을 해?
그리고 보조인격이면서 무슨 착각을 하고 있는 거야?
정신이 본질인 정신체가 되어서도 아직 인간시절의 관념을 버리지 못했어?”
정신체 기준으로 지극히 논리정연한 말이었다.
그런데 서로에게 결정적인 한 방이 터졌다.
“그리고 난 아직 아무것도 안 했어!
왜 벌써 이 난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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