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당연히 여성의 왼쪽으로 신령을 분리해서 움직이려던 견습 마족은 순간적으로 멈추었다.
끔찍한 지옥의 악령에서 견습 마족으로 승급될 수 있게 해준 경계심과 위기 감각이 발동된 것이다.
‘행동에는 목적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이 고위신이 갑자기 이렇게 나올 이유가 없다.’
더구나 오른쪽과 왼쪽을 가리키고 있는 양손도 굉장히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보아하니 자신들이 여성의 영혼과 같이 있어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대로 나가면 심상치 않은 꼴을 당하게 될 예감이 스쳤다.
결국 직접 물어보았다.
“섭섭하지 않게 한다는 말뜻이 무엇이지요?”
그 말에 아무리 고위신이라고 하지만 여성을 마음대로 육체진화를 시키고 있어 영 탐탁지 않았지만 왼쪽으로 신령을 분리해가려던 견습 천족도 동작을 딱 멈추었다.
고위 존재들이 하위 존재들에게 약속을 잘 지킬 리가 없었다.
‘너무 오래 보조인격으로 생활하면서 고위의 존재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잊었다.’
물론 거짓을 남발하면 체면이나 권능의 하락이라는 큰 제약이 있으니 직접 대 놓고 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교묘하게 계약을 비틀어서 일방적인 이득을 취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그렇게 견습 신족과 마족이 여성의 몸에서 스스로 나오기만 기다리던 아이의 신령은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실망을 했다.
‘허어? 역시 마족답게 눈치가 빠르군.
굉장히 조심스러운데.
세계에서 구박만 받고 산 모양이야.’
지성체 여성의 보조인격으로 지금까지 같이 있던 이 견습 천족과 마신족을 쉽게 처리할 수가 없었다.
영혼의 자아와 거의 일체화된 이 보조인격들을 억지로 분리하려면 단전과 여성의 영혼에 손상이 가기 때문이었다.
‘단전에 꼭꼭 숨어있는 수준이 아니라 거의 영혼과 일체화되어 있군.
저 연약한 영혼의 결합은 내 권능을 결코 버티어낼 수 없어.
왼쪽으로 나오자마자 섭섭하지 않고 문제도 생기지 않게 잘 봉인하려고 했다.
나중에 내가 힘을 어느 정도 되찾으면 풀어줄 생각이었지.’
강해서가 아니라 너무 약한 것이 문제였다.
너무 연약한 여성의 영혼에 상처가 나면 초월자로 만들어서 지속적으로 모유를 얻는다는 계획에 상당히 차질이 생긴다.
그래서 스스로 나오게 해서 쉽게 처리하려고 했는데 망친 것이다.
‘지금 내 수준으로도 안전한 강제분리는 무리야.
그래서 잘 구슬려서 쉽게 가려고 했는데 처리가 안 되는군.’
너무 연약한 여성의 영혼에 손을 대면 큰 손상을 입어서 복구에 엄청난 노력이 소모되어 보였다.
그렇기 때문에 꽤나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나올 조치를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때가 되면 적당한 신체(神體)를 주고 똑같이 내 유모로 삼아주지.”
이렇게 말하는 자신의 자비로움에 스스로 감탄이 나올 지경이었다.
‘고위신의 유모가 되면 얼마나 좋아?
천족이나 마족이 나정도 고위신의 유모가 되면 정말 엄청난 출세지.
역시 나는 자비가 넘치는 빛의 신이 맞아.’
하지만 견습 천족과 견습 마족은 생각이 아주 달랐다.
보조인격으로서 여성의 영혼 속에서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똑똑히 보고 느끼고 있었다.
이 고위신이라는 존재에게 여성이 강제로 육체개조를 받고 모유만이 아니라 애액까지 넘겨주던 모습까지 똑똑히 지켜보고 있던 것이다.
‘비록 각자의 높은 평가를 위해서지만 애지중지 육성해오던 존재였다.’
‘그걸 강제로 육체진화를 시켜 유모로 만들어 희롱하고서 잘도 말하는군.’
정기교환이라고 해도 너무 심한데 자신들까지 그런 식의 유모로 삼겠다니 하니 할 말이 없었다.
“........”
“........”
물론 정말 정식 신계를 가진 고위신의 유아신의 유모가 될 수 있다면 무한한 영광이었다.
겨우 견습 천족이나 견습 마족인 자신들이 유모가 될 수만 있으면 하위신이나 하위마신까지 넘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정신체는 모유만 아니라 애액까지 탐한다.’
‘아무래도 어딘가에서 죄를 짓고 대부분의 힘을 잃고 추방된 색신(色神)이 아닌지 지극히 의심스러워.’
풍기는 기운을 보아서는 지금 한 말이 거짓은 아니었다.
그래도 결국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견습 마족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대로 있으면 어떻게 되나요?”
견습 천족은 너무나 강대한 고위신의 신격에 저항하기도 힘들어보였기에 자신이 나서야 했다.
그런데 생각을 정말 잘못했었다.
아이의 신령에게서 가공할만한 투기와 살기가 품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안 나오겠다?’
아무 말 없이 단전을 노려보면서 마력이 풍겨져오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상대의 신령이 붕괴될 것 같은 압박감을 주는 엄청난 마력의 위협이었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신력과 정반대의 마력까지 도구로서 사용하는 마도신(魔道神)이 바로 나다.
그런데 내게 감히 도발을 하는가?
너희 정도는 동맹은 고사하고 적으로서 가치도 없으니 그대로 소멸하라.”
“!”
“!”
정신체의 가장 바닥에 위치하는 견습 마족이나 천족은 원래 고위신을 쳐다볼 수도 없는 위치였다.
그러나 계속 이렇게 방해가 되자 분노한 아이의 신령이 살벌한 기세로 그대로 강대한 마력을 여성의 몸에 쏟아 부어 없애려고 들었다.
아이는 이미 결심을 한 상태였다.
‘아무리 보아도 이 녀석들은 살려 두어도 골치가 아플 것 같으니 지금 없애버린다.
여성의 영혼의 손상이 생겨도 내가 창조력을 더 집중하면 치료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순간 다시 욕실이 빙글 돌더니 회전하기 시작했다.
빙글-! 빙그르르르르르-!
세계의 항상성이 다시 개입해 온 것이다.
다시 방해받은 아이의 신령은 짜증이 나서 큰 목소리를 질렀다.
“아-! 또 뭐야?
세계 주제에 이제는 하극상에 대한 처분까지 간섭이냐?
너 사실은 할 일이 하나도 없지?”
“........”
당연히 세계의 대답은 없었다.
단지 공간을 돌려서 화면을 만들고 원래의 흐름을 보여주기만 할 뿐이었다.
파라라라-!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화면이 나타난다.
거기에는 아까 정기 주사기로 아이가 넘겨준 정기를 흡수하고 침대에 누워 잠든 여성의 모습이 보였다.
그 장면에 아이의 신령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뭐야?
이런 낭비는 안 한다고 했지?”
“.........”
반사작용에 불과한 세계의 항상성이 답변할리는 없겠지만 하도 간섭을 하니 짜증이 폭발할 지경으로 한 말이었다.
우우우웅-!
그런데 잠든 여성의 몸에서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신령이 일어서듯이 나타난다.
알몸의 여성의 모습으로 신체에서 분리되어 곤하게 숙면을 취하고 있는 몸을 슥 흩어보더니 바로 실체화를 했다.
그 모습은 금발이 흑발로 바뀌고 눈동자도 푸른색에서 검은 색으로 변한 것을 제외하고는 일치했다.
다만 검은 깃털이 달린 날개와 귀 뒤에 한 쌍의 작은 뿔이 달려있었다.
‘정식마족?’
그녀는 실체화된 자신의 신체를 슥 손으로 쓰다듬어서 확인하고 콧노래를 부르면서 침실을 나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음성까지 전해진다.
“후후후-! 하여간 에고의 시와 슈퍼에고의 지답게 양쪽 다 못 말린다니까.
남녀사이에서 쓸데없는 감정 대립이 얼마나 피곤한데 이럴까?
이러다가 이 애가 포기하고 우리를 포기하고 딴 여성을 찾아가면 어쩌려고 이러지?
설마 이 식민행성에 우리밖에 없으니 그럴 리가 없다고 안심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호호호! 그러다 나중에 놓치고 눈물 흘리지.”
참으로 쾌활하기 짝이 없는 음성이었다.
“그럼 나는 이드의 즈답게 삐졌을 아이를 달래볼까.”
그렇게 침실에서 벗어난 여성이 간 곳은 아이가 몸을 씻고 있던 욕실이었다.
거침없이 욕실에 들어간 마족 여성은 그대로 아이를 뒤에서 껴안았다.
쓸데없이 대량의 정기를 소모한 아이는 피곤한 표정이었지만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마족여성은 아이의 등 뒤에서 풍만한 젖가슴을 밀착시키면서 달콤하게 속삭였다.
“그만 화내고 기분 풀렴.”
그렇게 침실에서 벗어난 여성이 간 곳은 아이가 몸을 씻고 있던 욕실이었다.
거침없이 욕실에 들어간 마족 여성은 그대로 아이를 뒤에서 껴안았다.
쓸데없이 대량의 정기를 소모한 아이는 피곤한 표정이었지만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마족여성은 아이의 등 뒤에서 풍만한 젖가슴을 밀착시키면서 달콤하게 속삭였다.
“그만 화내고 기분 풀렴.”
아이는 몸을 돌려서 아까 모유를 주었던 젖가슴을 보았다.
그리고 소중하게 아이가 젖가슴을 손으로 감싸 쥐고 어루만지자 그제야 여성 마족은 만족의 웃음을 터트렸다.
“호호호! 역시 몸은 솔직하구나.
에고의 시가 아직 초월자가 되지 못해서 저러니 너무 화내지 말거라.
네가 원하지 않으면 우리 같은 정신체도 인지조차 못하는데 아직 지성체이니 어련하겠니?
초월자가 되면 알아서 잘 하겠지.”
마족 여성은 젖가슴을 어루만지는 아이의 머리를 양손으로 감싸서 안았다.
아이가 모유를 마시고 마족의 여성을 올려다보면서 말했다.
“이렇게 나오셔도 되나요?”
여성의 보조인격으로 배치된 견습 마족이 본래 정체였다.
여성에게 부여한 대량의 정기를 얻어서 이렇게 실체화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우선권은 여성에게 있었다.
이렇게 멋대로 행동하면 제약을 받을 수 있기에 한 말이었지만 마족의 여성은 웃으면서 말했다.
“후후-! 에고의 시는 아직 우리의 존재조차 잘 모르는데 무슨 문제가 있겠니?”
보조인격으로 배치된 천족과 마족 여성들은 아이의 정기를 얻어서 어느 정도 자유를 얻고 실체화까지 가능해졌다.
그래서 아이는 여성의 자아에게는 ‘에고의 시’, 마족의 여성에게는 ‘이드의 즈’, 천족의 여성에게는 ‘슈퍼에고의 지’라로 이름을 붙여서 구별했다.
마족 여성인 이드의 즈는 걱정스런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네가 하라는 대로 했으면 벌써 초월자가 되어서 끝났을 일인데 에고의 시와 슈퍼에고의 지의 괜한 고집으로 이렇게 늦어져서 걱정이다.
더구나 모유도 제대로 안 주니 이러다가 네가 이대로 초월자로 고정되는 것은 아니겠지?
이미 이유식도 먹고 있지?
정말 괜찮은 거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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