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세계가 보여주는 원래의 흐름은 참고로 아주 유용했다.
마치 시험의 정답처럼 문제의 오답을 피해가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물론 자신에게 해가 된다면 따를 생각은 전혀 없지만 알아서 나쁠 리가 없었다.
“........”
최대의 제재인 공간균열의 칼날마저 아이에게 먹혀버리고 통하지 않자 세계의 항상성은 추가대응수단을 찾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의 행동이 멈추고 협조할 기미가 보이자 원래 흘러가야할 흐름을 보인다.
파라라라라라라라라!
공간의 일부가 회전하면서 다시 화면이 재생된다.
거기에 아이는 이미 소년이었다.
떡 두꺼비 같던 얼굴이나 체형도 어떻게든 고쳤는지 흑금발을 가진 미소년으로 변해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전혀 늙지 않고 오히려 더욱 젊어지고 아름다워진 여성이 앉아있었지만 고개를 돌리고 외면하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흐른 것이지?
신체가 저 정도 자랐으면 꽤 흐른 것 같은데 왜 아직도 초월자가 아니야?
저 여성이 아직도 나를 아들의 몸을 빼앗은 원수로 아나?
표정에 증오나 원망은 없으니 그건 아니로군.’
화면 너머의 아이는 신중한 얼굴로 앞으로의 신체진화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여성은 아이가 자신의 신체를 자극하여 활성화하고 체액을 이용한 정기까지 수시로 투입하는 정기교류를 해야 한다는 말에 결사반대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리를 박차고 떠나지는 않았다.
‘더없이 아름다운 미소년이 된 내가 싫지는 않아 보인다.
아니면 초월자가 되고 싶은 것인가?
그러나 아직도 너무 거리가 멀어 보이는군.’
도저히 일반적인 인간이라고 볼 수 없는 초월적인 미모를 가진 미소년이 되었다.
그런데도 여성은 아이가 아직 자신의 아들이라고 생각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러니 결코 직접 접촉을 허락할 수 없으니 다른 방법을 찾으라고 고집을 부렸다.
허나 어느 정도 힘을 되찾은 아이는 다른 방법은 없다고 강경하게 여성을 설득했고 치열한 협상 끝에 결국 타협을 보았다.
잠시 후 아이가 품속에서 꺼낸 것은 작은 원기둥 열쇠모양의 신기였다.
“?”
정보행성 코아가 넘겨준 정보에는 정기교류는 기본적으로 성행위로 이루어진다.
‘정기교환에 성행위 외에는 다른 방법은 거의 없을 것인데?
저 열쇠가 무슨 신기인가?’
그런데 다음 보여 지는 광경에 머리가 띵해졌다.
화면 너머의 아이는 원기둥 열쇠에 자신의 정기와 신력을 집중시키고 여성에게 넘겨주었다.
그러나 여성은 얼굴을 붉히면서 자신의 방으로 떠나더니 그 열쇠를 자신의 배꼽 위에 조심스럽게 대었다.
찰칵-! 찰칵-!
원기둥 모양의 열쇠는 마치 자물쇠가 잠기는 소리를 울리면서 배 안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몸 전체가 신력으로 빛나면서 진화가 가속화가 되는 모습에서 화면은 천천히 흘러갔다.
다음 흘러가는 장면은 거의 비슷한 과정이었다.
아이가 열쇠에 정기와 신력을 모아 넘겨주면 여성은 받아서 흡수하고 천천히 초월자가 되어가는 모습이었다.
“.........”
화면 너머의 자신이 한 행동과 선택에 대해서 잠시 멍해져서 할 말이 없어진 아이였다.
그리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 멍청이 자식-! 갑자기 열쇠가 나오기에 뭔가 했더니 겨우 정기 주사기였냐?
네가 고자냐?
병신이야?
저건 정상적인 정기교류가 아니잖아?
그리고 자신의 체액이 아닌 신기(神器)에 정기와 신력을 집중시켜 넘겨주면 얼마나 낭비가 심한 줄 몰라?
십분의 일의 효과도 없어!”
더 이상 볼 것도 없었다.
지금 자신도 그렇게 여유가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그럴 이유도 없었다.
“넌 열 명이상의 여성 초월자를 만들 정기와 신력을 아깝게 낭비했다.
이러면 차라리 다른 지성체 여성이나 여신을 찾아서 유모로 삼는 것이 낫겠다.
저런 손해를 보는 짓을 도대체 왜 하는 거야?”
아무래도 화면 너머의 자신이 죽은 아기의 몸을 그대로 사용해서 신령 융합했다는 사실이 문제였던 모양이다.
저 당시에는 거의 초월자가 되어서 신체를 전부 뜯어고쳤지만 저 희미한 인연이 어머니인 여성에게 굽히게 하고 포기도 못하게 하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자신은 전혀 달랐다.
‘내 몸은 여성의 죽은 아이의 몸과 융합하지 않고 재료로만 삼아서 완전히 재창조한 유아신이다.
그래서 모습만 같지 실제로 혈연이나 인연은 전혀 없다!’
저 쪽이 모래를 모아서 모래그릇을 만들었다면 자신은 재료로 사용해서 도자기를 만들어낸 상황이기에 전혀 달랐다.
흙과 도자기를 같은 존재로 볼 수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은 위대한 신족이면서 고위신이었다.
빨리 원래 세계를 복귀를 해야 하는데 다른 세계의 지성체 여성을 어머니를 인정할 생각 따위는 없고 그럴 필요도 못 느꼈다.
“난 저런 낭비는 못해.
적자투자는 안 해!
강요하거나 막으면 세계라도 부순다―!”
바로 세계의 항상성이 만든 공간왜곡의 방패를 흑염의 권능을 두른 이마로 받아버렸다
투하하하학-! 꽈꽝-!
너무나 허무하게 두 조각이 난 공간 방패를 양손으로 잡고 그대로 입에 넣어서 먹어버린다.
와드드드드득-! 꿀꺽-!
공간왜곡의 방패를 씹어 삼켜버리자 시간의 흐름도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방패가 사라진 바로 눈앞에 여성의 모습이 다시 보였다.
그리고 방금 보았던 열쇠에 힘겹게 정기와 신력을 응집시키던 화면 너머 자신의 모습이 생각이 났다.
‘초월자는 되고 싶어서 정기교류 계약은 받아들였다.
그런데 겨우 지성체 주제에 고위신의 상전 노릇을 하려 하는군.’
직접 정기교류가 아닌 정기 주사기를 통하니 어마어마한 정기와 신력의 낭비를 보았다.
아이는 죽어 사라졌고 초월자로 바꾼 육체지만 직접 신체접촉을 맺고 싶지는 않다는 여성의 쓸데없는 고집에 응한 고생이고 고난이었다.
‘정말 봐주어서는 안 되겠구나.
딴 생각을 못하게 내 전용 유모로 빨리 만든다.’
유아신으로 빠르게 성장을 해도 원래의 힘을 되찾으려면 장기간 여기에 머물면서 지속적으로 지원을 받아야 했다.
모유를 받으려면 여성의 승낙이 있어야 원활한데 자칫하면 저런 분위기에 휘말릴 수 있었다.
‘수유를 받으면서 이렇게 강제를 반복할 수 없지.
그럼 선택권이 여성에게 있는데 하나하나 요구를 들어주다보면 저 화면 너머의 나처럼 똑같아 진다.
쩔쩔매는 꼴이 되지 않으라는 보장은 전혀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고위신인 자신이 지성체의 여성에게 부탁이나 고개를 숙이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었다.
그러니 세계의 항상성이 더 작동하고 여성이 추가로 반항하기 전에 서둘러야 했다.
‘지성체의 혈연관계가 거의 의미가 없으며 내 힘을 파악 가능한 초월자가 되면 알아서 하겠지.
일단 빨리 승급시킨다.’
초월자가 되면 지성체 시절에 누적되어왔던 환생기록까지 모두 열람할 수 있다.
그러나 수없이 반복된 환생 시절에 축적된 인연이나 혈연을 전부 인정하면 모두가 가족이거나 원수였기에 지성체 시절의 인연은 모두 무시하는 추세이다.
여성의 정기교환을 직접 접촉해서 끝내자 세계의 변화가 발생한다.
세계의 흐름이 원기둥 정기 주사기에 정기와 신력을 응축해 간접적으로 전해주는 모습이 지워진다.
‘원래의 흐름과 완전히 달라졌다.
그리고 당장 더 강한 제재수단이 없는 이상 더 이상 세계의 항상성도 발동이 안 되는군.’
파파파파파파파팟-!
직접 정기교류를 하는 장면으로 바뀐다.
육체 진화가 가속된 여성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힘을 주어서 아이의 등을 손으로 때리기 시작했다.
탁탁-!
하지만 겨우 찾은 꿀을 먹기 위해 벌에 쏘이는 고통을 감수하는 곰처럼 아이는 강경하게 진행했다.
신체를 조율을 시작하면서 생성된 모유가 전혀 비릿하지 않고 한없이 달콤하고 강력했기 때문이었다.
일반적이라면 터무니없이 느린 유아신의 발육속도까지 가속될 정도였기에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이거 여신의 모유보다 효과가 더 좋은데?
역시 이 지성체 여성은 신족의 신체와 아주 적성이 좋아.’
겨우 모유를 조금 받고 초월자로 만들어주면 엄청난 은혜였다.
그런데도 바동거리면서 저항을 계속하자 배를 누르고 있던 엉덩이에 힘을 주어서 다시 제압한다.
‘다 되어가니 조금만 더 참아라.
나를 도우면 섭섭하게 대하지는 않으마.’
머릿속에서 세계의 항상성이 보여주었던 이 여성에게 쩔쩔매던 자신의 모습이 각인되었기에 봐주는 것은 전혀 없었다.
지금 약한 모습을 보이면 정말 자신조차 모유를 애원하면서 사는 입장이 될 수 있었다.
‘세계의 지배자인 내가 그럴 수는 없지.
누구에게도 공정하게 대해야 한다.
도와준 이상의 보답은 절대로 없다’
독한 마음을 먹고 그대로 강행해간다.
배에 압력이 가해져서 숨이 막힐 것 같은 감각에 발버둥을 멈춘 여성이었다.
거듭되는 사태에 이제 녹초가 되었지만 이성은 완전히 찾은 여성이었다.
아이가 욕망이 아니라 각성의 대가로 여성의 모유를 찾는 것으로 생각하자 더는 막을 생각을 못했다.
그리고 막아서도 안 되었다.
‘각성할 때 능력의 대가를 제대로 지불하지 못한 초능력자는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
각성을 할 때 대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능력을 읽거나 죽기까지 한다고 알고 있었다.
문제는 이 식민행성은 가문소유로 초기개발 중이었기에 살고 있는 여성은 자신밖에 없었다.
‘이 별에는 나밖에 없으니 당장 다른 여성을 구할 수 없어.
이러면 내가 어떻게든 최대한의 모유을 주어서 안정화를 시켜야 한다.’
제국 최고의 초능력자이며 고위귀족, 군인이기도한 남편은 본의 아니게 적이 많았다.
그래서 혹시라도 있을 아이의 암살을 막기 위해서 경호조차 사용하지 않고 위치조차 철저한 비밀을 유지했다.
유일한 연락선은 남편과 주기적으로 행해지는 비밀연락이었고 교통망도 식민행성의 위성에 잠시 스치고 지나가는 정기 공간열차 뿐이었다.
그 외에는 어떤 존재도 왕래하지 않는 이 식민행성은 완전히 비밀이 유지된 섬이었다.
‘아이의 능력의 대가가 정말 여성의 모유라면 절대로 발설되어서는 안 돼.
나만........ 나만 입을 다물면 돼.
아무도 모를 것이야.’
고위귀족이 될 아이의 초능력의 대가가 모유라면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으니 숨겨야만 했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각성했다는 초능력자는 들어본 적도 없으니 남편을 능가하는 강대한 초능력을 가질 수도 있었다.
‘아직 신흥세력인 그이에게 믿을 수 있는 전력이 절실해.
그런데 이렇게 빨리 각성한 아이라면 엄청난 힘이 되어줄 거야.
그래서 빨리 아이의 각성에 필요한 만큼의 대가를 치르기로 결심했다.
이미 이렇게 되어버린 이상 정당화할 이유를 억지로 찾은 결과이기도 했다.
그렇게 저항을 포기하고 협조하기 시작한 여성의 젖가슴을 아이는 가지고 노는 듯이 보였지만 표정만은 더없이 진지하고 절박했다.
비유하자면 명품을 만들기 위해서 흙을 만지는 도공과 같았다.
아의의 본능과 권능이 최대한 긴장하고 경고하고 있었다.
지금 신체조율을 잘하면 정말 대박이라고 말이다.
‘놀라울 정도로 신체조율의 성과가 크다.
어지간한 신족보다 창조속성이 강력 하군.
그리고 거의 끝났다.
이제 마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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