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둘 다 맞는 말이었다.
그렇게 서로의 아픈 곳을 사정없이 찌르고 그대로 주우주조차 같이 날려버릴 만한 위력의 권능을 상대에게 쏘아붙일 준비를 한다.
투하하하하하하-! 구구구구구구궁-!
일천조가 넘는 신력이 넘는 권능들이 상대를 집어삼킬 듯이 덮쳐가기 시작했다.
“영원한 삶의 유일한 희망인 유머의 위대함을 모르는군요.
그럴 바에는 아예 태어나지 마세요.
제가 그렇게 해드리지요.”
“나도 이렇게 살 줄 알았으면 그러고 싶었다.
하지만 일단 태어난 이상 세계가 멸망할지라도 나 혼자서 잘 먹고 잘 살아주겠다!
응? 이건 아니었는데?
젠장-! 힘 외에 쓸데없는 심리적인 영향까지 받고 있군.”
절대적인 위력을 가진 차원권능들이 서로 충돌해서 거대한 시공간 구멍을 뚫어버렸다.
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광-!
도대체 얼마의 시공간이 어긋나고 역류했는지 감도 잡히지 않는 시공간구멍이었다.
그 속으로 주변의 공간이 빨려들어가 아예 증발하는 꼴을 본 차원의 마도신은 기도를 멈추고 비명을 질렀다.
“허어어어어어어-! 이러다가 사백구십구 주우주가 통째로 소멸된다.
제발 누가 좀 말려줘!”
그러나 주의 깊게 보니 다행히 주우주 소멸까지는 안 갈 것 같았다.
‘주우주를 날려버리면 진리에게 끌려갈 것을 걱정해서인지 여파는 줄였구나.’
하지만 더욱 집중되어 한없이 깊숙하게 뚫려버린 시공의 구멍이었다.
질질질질질-!
말려들어가는 순간 어떤 몰골이 될지 모르기에 다급하게 재생이 되어가는 신체를 끌고 멀리 도망치려고 했다.
그런데 추가로 벌어지는 격돌에 몸이 딱 굳었다.
상대방을 시공의 구멍에 처넣기 위해서 상대를 밀어붙이고 있었다.
저 정도 위력의 차원권능을 발동하면서 차원권능을 몸에 두르고 육박전을 벌리고 있던 것이다.
“카핫-! 불가해의 팔시조(不可解의 八時調)도 아주 제대로인데요.
응? 조금 이상한데요.”
“흐흐-! 접근전을 그렇게나 단련하고 보완하고 있는데도 아직 바람가 가주와 동급수준인가?
과연 진리의 혈족답군.”
“카하하하-! 바람가의 가주 앞에서 그런 광호한 말을 할 수 있다니 역시 십중심이군요.”
일반적인 영원체를 능가한 서로의 신체를 사정없이 찢어발기는 절대적인 위력의 공격이 교차하고 가공할만한 여파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한없이 깊어져가는 시공의 커다란 구멍이 뚫려서 모두를 빨아들이고 있는 이 전장은 겨우 주우주의 창조신에게는 지성체들에게 지옥과 다름없었다.
바로 도망을 가고 싶은데 사방이 어마어마한 시공간 구멍투성이였다.
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
엄청난 흡입력으로 세계 자체를 빨아들이고 있으니 어떻게 차원권능으로 이 정도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여기에 상대방을 시공간구멍에 처넣어서 존재 이전으로 되돌리기 위해 주변 따위는 상관도 하지 않고 날뛰는 두 명이 있는 한 탈출 불가였다.
“......... 새우도 좀 살자.”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격언이 머리에서 떠나지가 않았다.
터무니없이 강대한 힘을 가진 존재들이 서로 충돌하고 있다.
덕분에 죽기 직전인 자신은 저 둘이 왜 싸우는 의미를 전혀 모르겠고 관심도 없었다.
하지만 강제로 내용이 들려온다.
“진정한 영웅은 있어요.
시대의 종말이 다가오면 자연스럽게 나타난답니다.
그리고 세상을 구하고 자신도 행복해지지요.”
“아니다.
영웅은 만들어지는 것이다.
더구나 세상을 구하면 쓸모가 없어져서 반드시 버려진다.”
서로의 주장이 다르니 바로 용서 없는 전투가 벌어진다.
자신은 이미 저 중 한 명에게 한 대 맞아서 죽기 일보직전이 되었지만 살아 있었다.
그런데 돕겠다고 난입해 온 다른 존재와의 전투로 시공간 구멍들이 여기저기 뚫려버린다.
빈사상태에서 신령이 시공간 구멍에 빠지기라도 한다면 끝장인 상황이었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
그런 한탄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머리가 부서졌지만 끈질기게 숨만은 붙어있는 신체를 신령으로 들고서 피하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이 신체(神體)만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려야 한다.
내가 여기까지 단련시키는데 얼마나 고생했는데 포기할까 보냐?’
하지만 여기저기 안전지대를 찾아서 피하는 도주도 한계였다.
화아아아아아악-! 푸하하하하하하하하-!
결국 강대한 권능이 충돌한 여파에 날려서 시공의 구멍으로 빠져버렸다.
“우아아아아악-! 결국 이 꼴이냐?”
기기기기기기긱-!
시공의 구멍 입구 주변을 손으로 붙잡아 버티면서 안을 들여다보니 끝도 안 보였다.
파악하기조차 힘든 불규칙 시간의 어딘가의 세계로 날려질 위기였다.
“으아아아아-! 도대체 어디까지 관통된 거야?
시공간에 어떻게 이 정도 규모의 구멍이 뚫릴 수가 있지?”
정상인 상태라면 얼마든지 벗어나겠지만 신령 상태로는 어쩔 도리가 없이 조금씩 끌려들어간다.
여기에 시공간 폭풍의 위력으로 구멍의 끝을 버티고 있는 것만으로도 타격을 입고 있었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압-! 나 죽는다.
제발 도와 줘-!
부디 살려주십시오!”
신령이 타격을 입으면 신력이 줄어든다.
손실을 막기 위해서는 기억과 권능을 압축해서 따로 저장해야했다.
즉 신격이 저하되는 것이다.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 구조를 요청했지만 들어주는 존재들이 없었다.
합작해서 자신을 이 꼴로 만든 두 명이 전투를 멈추는 모습을 보니 듣기는 했다.
다만 도와줄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오히려 좋은 해결방법이 생겼다고 환영하는 눈치였다.
“잘 되었군요.
본인이 증명하게 하지요.”
“그러는 것이 좋겠군.
이게 바로 자업자득이다.”
시공간 폭풍에 신령을 보호하기도 힘든 최악의 상황인데 참으로 억울하기 짝이 없는 대답이었다.
분기탱천해서 소리를 쳤다.
“협박도 권유도 하지 마-!
그리고 왜 하필 나야-!
훨씬 강한 네가 가면 편하잖아?
무엇보다 저는 여기서 할 일이 많습니다.”
그러자 처음에 자신의 신체를 죽음직전에 몰아넣었던 직속 상급자이자 의뢰주가 다가왔다.
툭-! 툭-!
시공의 구멍을 붙잡은 손가락을 친절하게 하나하나 풀어주면서 말한다.
“그렇게 쉬운 일을 똑바로 못한 벌이예요.”
“그....... 그건 억지십니다.
정말 거기에는 영웅 따위는 없었습니다.
입만 정의를 말하지 몽땅 거지에 깡패, 양아치뿐이었습니다.
그러니 제가 안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못한 것입니다.”
“시끄러워요.
자기 입으로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한다고 했지요.”
“.........”
뭐라고 변명이라도 해야 하는데 시공의 입구를 붙잡은 손가락이 겨우 하나가 위태롭게 남아버린다.
신령이 시공 구멍으로 완전히 빨려 들어가려 하자 바로 머리를 날리고 입을 벌려서 입구주변의 공간을 물어버렸다.
꽈드드드득-! 꽉-!
구멍 끝을 잡고 버티던 신령의 손가락을 빼어버리니 이빨로 물고 버티는 격이었다.
손가락을 풀었던 존재도 황당한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어라? 시공의 균열을 무형인 신령의 이빨로 물 수도 있군요.
역시 이름값을 해요.”
“으으으으으으으읍-! 아! 지금 신령상태이니 말할 수 있지.
전 할 만큼 했습니다.
제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잘 아시잖습니까?”
“제가 시킨 일은 하나도 진행 안했던데요?
보나마나 저에게 안 혼나니 깜빡했었지요?
이러니 상위자가 잘 대해줄 때에 열심히 해야지요.
꼭 한 대 맞아야 일을 해요?”
“........”
사실이니 할 말이 없었다.
그래도 신령의 이빨로 입구를 꽉 물고 버티는데 또 다른 존재가 진심어린 충고를 한다.
“이 의뢰는 너만의 힘으로 끝내라.
최선을 다해서 세계를 구원하고 너도 행복한 진정한 영웅이 되어라.
그런데 힘보다 인내와 품격을 좀 갖추어라.
그걸 못하면 이번에야말로 정말 넌 끝장이다.
귀환은 영원히 없다.”
“미쳤다고 소문난 주제에 한 세계의 정당한 지배자인 나에게 충고하지........”
거기까지 말을 하는데 역시 인정사정없이 발로 얼굴을 차서 시공의 구멍으로 처박았다.
퍼어어억-!
“꽥-!”
“너보다 강자에게는 입조심을 하라고 했지.
넌 어떻게 변하지가 않냐?
그리고 제발 욕심은 적당히 부려.”
그렇게 어딘지도 어느 때인지도 모르는 알 수 없는 시간과 세계로 빨려 들어간다.
“크아아아아아-!”
빠르게 닫히고 있는 시공의 구멍 너머로 커다란 의지가 서린 목소리가 전해온다.
“진리께서 말씀하시기를 선(善)도 악(惡)도 모두 절대적인 힘 앞에 가치가 없다고 하셨다.
어떤 악도 선으로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강해져서 돌아와라!”
“이 미친 자식아! 네가 가서 직접 하란 말이다.
난 지금이 너무 좋아.
할 일도 많다.
이대로 가면 세계가 난리가 난단 말이다.”
“너 없어도 세계는 알아서 잘 돌아간다.
제발 욕심은 줄이고 분수를 지키면서 살아라.
휴우우우우-! 일단 예정대로군.”
마지막에는 이상하게 안심하는 목소리였다.
그런데 갑자기 당황스런 외침으로 바뀌었다.
“이건 뭐야?
신체 권능이 신령으로 이동을 한다고?”
팟-! 화르르르르-!
거의 닫힌 시공의 구멍사이로 검은 불꽃이 순간적으로 통과하여 떨어지는 신령에 달라붙었다.
“설마 신령이 위기 상황이라서 최대한 발동된 흑염의 절대자의 가호가 신령에 부여되었다고?
이건 너무 과해-!
너 당장 이리 나오지 못..........”
그 순간 시공간 구멍이 완전히 닫히고 검은 불꽃에 보호된 신령은 격렬한 시간과 공간 속을 역행하기 시작했다.
수우우우우우웅-!
측정할 수조차 없는 힘을 가진 두 명이 전투로 만든 시공간의 구멍이기에 어느 때인지 어디인지 알 수조차 없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이게 도대체 몇 백억 년이야?”
비명을 한참 지르면서 강력한 시공간의 폭풍 속이지만 검은 불꽃의 도움으로 손상 없이 버티었다.
그러다가 시공간 구멍의 끝인 어딘가의 세계로 떨어진다.
신령 상태지만 최대한 권능을 펼쳐서 주변을 확인하니 역시 난생처음 보는 곳이었다.
강자들의 전투에 휘말려 이 꼴이 되니 입에서 저절로 욕설이 튀어나온다.
“아오 시바-! 열 받아!
그나저나 여기가 도대체 어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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