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974화 (885/2,000)

34권 35권

생전의 초월자 모습인 건장한 기사의 전형과 같은 부활한 사자왕 건과 용자들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용자왕과 용자들이 모두 신체로 부활한 대신 전투기체와 연결이 해제되어서 평범한 초월자가 되어있는 상태였던 것이다.

이대로는 하위 초월자와 마찬가지였다.

‘전투기체가 없으면 대응할 방법이 없다.’

어차피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이 만들어준 전투기체이니 이렇게 되어도 이상하지 않아서 각오하고 있었다.

하지만 생전의 신체로 부활되었다는 점이 문제였다.

더구나 이 끔찍한 지옥군단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니 죽지도 못하는 신체라는 것이다.

황금착각은 진중한 음성으로 경고하듯이 말했다.

“차원창세신 코아님은 네가 용자왕 중 최강이고 십억의 용자들의 군세를 이끈 공로를 인정하여 신계관리주신이라는 더없이 높은 자리를 맡기셨다.

너의 소속은 이제부터 차원신계이며 용자동맹의 대표인 신계관리주신이다.

최고위 창조신계의 지배층으로서 행동과 말에 주의와 신중을 더하라.

그리고 일단 너의 직속 상급자는 바로 나다.

용자동맹의 외부 일은 내게 허락을 받도록 해라.”

“..........”

실제로 신령에 차원신계 소속이라고 명확하게 각인도 되어있었다.

부하는 절대로 안한다고 했는데 전혀 무시하고 막무가내식의 진행이었다.

‘이게 도대체 뭐지?’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지?’

그런데 하도 상황이 급변해서 이제 깊게 생각하기를 포기한 근원이 험악한 표정으로 말했다.

“같은 신계관리주신인데 부하라고 기분이 나쁜 모양인데 착각하지 마.

솔직히 너 그 상태로 지금 차원신계로 가서 신계관리주신이라고 말하면 바로 이거야 이거.”

사자왕 건이 쳐다보자 근원이 심각한 표정으로 자신의 목을 손으로 몇 번이나 그었다.

스으으윽-! 스으으윽-!

야만스러웠지만 무슨 의미인지는 확실히 전해진다.

“거기에 성격이 지독하게 더러운 존재들이 넘치거든.

신계관리주신이면서 주신도 아니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 버리거나 철저히 무시할 것이다.

그럼 하위신보다 못한 네 부하들은 어차피 능력도 안 되니 아마 신계의 바닥이나 쓸고 걸레로 영원히 닦게 되겠지.”

황금착각이 듣기에 근원의 말은 상당히 직설적인 말이지만 자신이 보기에도 정확한 판단이었기에 거들어 두었다.

“그건 나도 막아줄 수 없다.

너희를 돌봐주라고 하지만 일자리까지 받아 줄 수는 없구나.”

“우리 일은 외부이고 너무나 바쁘거든.

그럴 의리는 고사하고 과거 기습당한 일을 생각하면 당장 쳐 죽이고 싶다.

너희들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곤란한 상황인줄 알아?”

“..........”

그렇지 않아도 지옥구원계획을 추진하면서 성과를 올리느라 바쁜데 짐 덩어리까지 맡기는 싫었던 것이다.

더구나 같은 소속과 부하까지 된 이상 일단 패배는 없어진 셈이었기에 마음을 누그러트리고 조언을 한다.

“모두 잠재력은 아주 높다고 판단된다.

그러니 얼마동안 조력을 요청하여 받아주겠다.

허나 이대로 능력이 멈추어있으면 정상적인 대우는 아무래도 힘들다.

일단 여기 천국에서 몸이나 추스르고 본래의 힘을 찾을 생각부터 하라.”

“우리는 일하러 간다.

빨리 제정신을 수습하고 주제파악을 하고 알아서 살아.”

“........”

사자왕 건과 용자들이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그대로 자리를 뜨는 황금착각과 근원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무리였다.

‘본인들은 부하가 될 생각이 전혀 없군.

‘정말 막무가내로 등록시키는구나.

어쩌려고 이러나?’

강제로 임관시키는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으니 어떻게 조치할지 모를 지경이었다.

그렇게 지휘부가 움직이자 우왕좌왕하던 부활악당들과 악령들도 따랐다.

복수도 중요하지만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았기에 신속히 물러난 것이다.

통합신계의 천국에 사자왕 건과 용자들만이 남게 되어있었다.

“..........”

“..........”

아직 차원주신성에 지성체가 존재하지 않기에 텅 빈 천국에서 슬슬 머리가 아파지는 용자동맹이었다.

조용하게 혼자 있고 안정이 되어가자 하나 둘 말문이 열리는 용자들이었다.

약간씩 소란스러워지는 광경을 보면서 사자왕 건은 눈을 꾹 감으면서 중얼거렸다.

“또 토의가 시작인 것 같군.

이제는 일만 명이 아닌 십억인가?

수습할 방법이 없겠어.”

“.........”

주변으로 몰려든 생전의 모습으로 부활한 용자왕들도 난감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전투기체가 없어서 하위 초월자나 다름없는 현 상태에서는 이 강대한 통합신계의 천국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다.’

실제로 갇혀 버린 상태지만 천국이다.

환경이 쾌적하고 자유로우니 또 의견충돌이 벌어지는 상황이 보였다.

그런데 천국의 허공에서 검은 차원문이 열리고 황금빛의 성공왕 두 대가 떨어졌다.

쿵-! 쿵-!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쳐다보고 있는데 신계자아가 음성으로 전달한다.

“차원신계의 신계주신님께서 초월총수님의 입장으로 보내신 참가비와 특별 성과금 입니다.

아주 반응이 좋다고 수고하셨다고 치하하셨습니다.

기계신체가 아닌 일반신체 상태로도 융합이 가능하게 개조하셨으니 조정자를 새로 정하고 인증만 하시면 됩니다.”

“.........”

신계가 울릴 정도로 큰 목소리였다.

그리고 아주 정체모를 악의가 느껴졌다.

‘저 신계자아는 분명 일부러 음성으로 떠들었다.’

‘더 골치 아프게 되었다.’

전투기체를 잃은 용자들이 모두 들었으니 평온한 호수에 바위를 집어던진 격이었다.

더구나 한 대는 분명 방금 전까지 초월총수가 융합했던 성공왕이 분명했으니 더욱 치열해질 것이 당연했다.

그리고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리고 성공왕의 조종자는 천국과 통합신계으로 제한하지만 자유로운 왕복이 가능합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럼 용자왕과 용자님들의 무운을 바랍니다.”

“.........”

천국에서 벗어나고 싶으면 대놓고 성공왕의 소유권을 놓고 싸우라는 뜻이었다.

더구나 이계에서 최고의 힘 중 하나였던 용자왕의 전투기체와 연결이 끊긴 허탈한 상태에서는 치명적인 유혹이었다.

하위 용자만이 아니라 용자왕들조차 술렁거리는 모습은 본 사자왕 건은 이제 정말 쉬고 싶었다.

그래서 아무 말 없이 두 대의 성공왕을 올려다보았다.

“..........”

방금 전에 초월총수와 융합하여 용자동맹을 쳐부순 성공왕은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성공을 원한다면 싸워서 이겨라.’

기존의 가졌던 전투기체보다 분명 더 뛰어난 기체였다.

사자왕 건과 용자왕들은 치솟는 욕망을 막기 위해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우리들이 없는 상태에서 벌어질 앞으로의 세상이 참으로 걱정이다.’

‘아마도 엄청난 희생이 생길 것이니 막아야 한다.’

지옥군단이 선별하거나 징계하는 참극을 생각하면 천국에 언제까지 편히 있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상황은 벌어지고 있었다.

지옥군단이 완전히 힘을 잃은 용자동맹을 돌보기 싫어서 천국을 빠져나오자마자 바로 명령이 떨어진 것이다.

“말살이 아닌 봉성령(封星令)을 내리셨습니다.

그에 따른 시행지침입니다.”

신계자아가 전달해준 명령은 과거보다 조금 상세했다.

정확하게 명령을 전달했다.

“이 행성의 지성체들은 아주 악질이라고 다시는 행성외부로 나올 수 없게 가능성을 전부 없애라는 지시이십니다.”

죽이지 않고 행성에 가두는 대신 다시는 우주로 나설 수 없게 퇴보시키란 지시였다.

하위에 붙은 여려가지 조치방안들이 아주 가혹했다.

“행성들의 지배층을 전부 몰래 죽이라고?”

“이제는 지성체들은 몰살을 안 시키고 지배층만 쓸어버리라는 소리냐?”

그 말에 신계자아가 추가로 정보를 전달한다.

“조치방안은 제가 추가했습니다.

제가 판단하기에는 지배층들을 전멸시키는 것이 가장 빠르다고 봅니다.

지금 바로 우주로 나설 수 있는 우주함대의 생산을 막고 추가적인 모성 오염도 막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 과학생산시설의 파괴 또한 병행되어야 합니다.

지금도 많은 행성이 파괴되고 있으니 서둘러 주십시오.”

“........”

누가 만든 신계자아인지 아주 잔혹한 전쟁계획이었다.

지배층과 생산시설을 모두 쓸어버려서 자멸로 유도하자는 살벌한 제안인 것이다.

그러나 황금착각과 근원, 부활악당들은 조금 생각이 달랐다.

지금 이계에서 차원신계의 사업을 추진하려고 하는데 그런 직접적인 전투는 평판에 좋지 않았다.

“간단하게 행성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퇴보시키란 말씀이 아닌가?

그럼 간단하다.

행성의 국가연합을 와해시키고 다시 분열시키겠다.”

우주개발이나 진출은 한 개의 나라의 힘으로는 무리였다.

최소한 행성의 모든 국가가 힘을 모아야 가능했기에 나온 방안이었다.

‘이계의 지성체들은 우리들이 직접 싸울만한 상대가 아니다.’

물론 처음에는 노는 기분으로 밀어붙였다가 용자동맹에게 뒤통수를 맞았지만 이제 방해꾼 따위는 없었다.

황금착각은 부활악당들의 세 대표를 보고 지시했다.

“무식한 찬탈자는 나서라.

지성체들을 선동하고 무정부 상태로 만들어서 국가를 자멸시키는 일은 네가 전문이다.

참가를 원하는 부하들을 데리고 가서 깔끔하게 처리해.”

“인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옥에서 일을 하지 않고 마음껏 속세에서 움직이게 된 무식한 찬탈자가 싱글벙글하면서 앞으로 나선다.

그런데 살모사황제와 위장충신도 나서서 말한다.

그들도 이제 지옥은 지긋지긋했던 것이다.

“지배층을 서로 싸우게 하는 것이 편하지 않겠습니까?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절반 이하로 인구를 줄이고 원수로 만들겠습니다.

그럼 다시는 우주로 나설 가능성 따위는 없습니다.”

“관리들을 타락시키고 무능하게 만드는 것이 빠릅니다.

그럼 정부를 못 믿는 국민들은 나라를 버리고 유랑하다가 자멸하겠지요.”

부활악당들과 악령들을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세 명이 동시에 하겠다고 나서자 약간 곤란해진 황금착각이었다.

이들의 경력과 능력을 잘 알고 있기에 저 자신감이 거짓은 아니라고 인정하고 있었다.

단지 너무 과했다.

‘이 녀석들에게 맡기면 중세시대로 되돌려 버릴지도 모르겠군.’

이번에 또 실수하면 큰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생각을 고쳤다.

‘용자동맹과 같은 존재들이 또 있을지도 몰라.

지옥군단 전원과 지휘부가 직접 나선다.’

은밀하고 빠르게 처리해야 용자동맹과 같은 변수에 당하지 않기에 지옥군단 전부를 동원할 생각으로 바꾸었다.

‘차원열차로 이계 전 지역에 대량수송이 가능하고 했지?

지형이 익숙하지 않고 이동이 힘들어서 당했던 처음과는 상황이 아주 다르다.

아주 좋군.

시간도 많이 걸리지는 않겠군.’

차원열차로 지옥군단을 일제히 움직이면 거의 대부분의 행성을 동시에 무정부 상태로 몰아넣고 지배층과 관리들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것이 가능했다.

이동하면서 지성체들의 주요생산시설과 우주함대를 파괴하는 정도는 쉬웠다.

“좋다.

그럼 이번에는 모두 한꺼번에 몰려가서 아무도 몰래 처리한다.”

“좋습니다!”

“드디어 속세구나.”

“마력도 질렸다.”

당분간 지긋지긋한 지옥으로 돌아가서 일을 하지 않아도 된 부활악당들이 신나서 호응했다.

지옥을 잠시지만 벗어난다고 하니 아직 신체를 받지 못한 신입 악령들까지 환호할 정도였다.

힘찬 지옥군단의 구호가 울렸다.

“혼돈-! 파괴-! 멸망-! 몰살-!”

“혼돈-! 파괴-! 멸망-! 몰살-!”

단지 언제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지옥군단에 걸맞은 흉악한 구호가 문제였다.

황금착각과 근원, 흑염세력은 지옥군단이 구호를 외치는 모습을 말없이 쳐다보았다.

자신들도 지옥악령출신이거나 그보다 더한 짓도 했지만 주의를 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누가 지옥에서조차 최고로 악질이던 악령들 아니라고 할까봐 내용이 아주 어이가 없군.’

‘어디 가서 욕먹을 짓은 시키지 않아도 정말 잘하네.’

그렇지 않아도 부하들이 전부 지옥악령 출신이라서 관리를 잘하라는 경고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말한 상대가 차원신계의 실세인 신계주신대리인 상급 주신 가이아나와 일반 창조신 골든 아이디얼 이라서 무시할 수가 없는 것이다.

“신입들 교육부터 다시 시켜라.

우린 마신왕이 아닌 창조신이신 차원의 마도신님의 차원신계 소속이다.”

“만약 차원신계나 다른 신계의 지옥에서 저러고 다니면 부활악당 전원에게 관리책임을 묻겠다.”

“명심하겠습니다!”

갈수록 본래의 저력을 되찾아가는 황금착각의 기세에 고개를 숙이면서 대답하는 부활악당들이었다.

그렇게 이계의 지성체들에 두 번째 시련이 은밀하게 닥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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