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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에 십조나 되는 성공왕이 구십 구대라면 구백 구십 조였다.
그런 터무니가 없는 거액을 바로 지불하겠다는 십중심들의 배포에 오리진들은 충격을 받고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경지만 높은 거지가 아니었어?’
‘일천조가 한 번에 거래되고 있다.’
‘이거 세상이 달라졌나?’
그러나 이계 십중심들에게는 초월총수에게 특수재료를 팔고 얻은 이천조가 넘는 정기가 거의 그대로 있었기에 아까울 것이 없었다.
더구나 용자동맹이 가진 명성과 전력은 십중심들에게도 엄청난 부담이었다.
능력으로는 당연히 상대하기 우스울 정도로 약하지만 수가 워낙 많고 진퇴 또한 빠르니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잘못해서 시비가 붙었다가는 바로 모든 지성체와 정신체들에게 약자를 괴롭히는 악으로 낙인찍혔기 때문이었다.
‘저렇게 동등한 전투신체라면 정기소모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동안 세력 확대를 못했던 근본적인 이유가 해결되는군.’
‘우리만으로는 용자동맹에게 영역 전부를 지킬 수가 없다.’
‘아니 싸울 수도 없지.’
그 동안은 정말 어떻게 할 수 없었는데 이런 확실한 대안의 확보를 놓칠 수는 없었다.
‘방금 정신체들의 반응을 보니 성공왕은 용자왕의 명성조차 어느 정도 나누어 가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용자왕과 동등한 성공왕이라는 확실한 대항수단이 있다면 세력 확대를 망설일 이유가 없다.’
‘저 성공왕이라면 최소한 우리가 도착할 때까지 행성을 지킬 수는 있겠어.’
‘더구나 마침 정기가 흘러넘치는 상황이다.
절반정도는 상관없다.’
‘앞으로 차원주신성으로 벌어들일 정기를 생각하면 남는 장사다.’
이미 성공왕의 대략적인 정밀조사가 끝났고 용자왕과 동등한 존재감까지 확인한 이상 확보가 최우선이었다.
하지만 코로나는 성공왕을 일반 판매하겠다는 결정을 알고 있었지만 분배까지는 들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한정판을 개인에게 몰아서 판매하면 안 된다는 사실은 기본이었다.
황금 성공왕 전부를 자신에게 팔라는 황금의 절대자의 은은한 압박에도 정중하게 일단 거부했다.
“구매의사는 감사 합니다.
하지만 한정판 전부를 몰아서 드릴수가 없을 것 같군요.
일단 초월총수님의 성공왕의 소개와 시험부터 보시지요.
성능을 직접 확인하셔야 만족한 거래가 되실 것입니다.”
십사 써클의 황금의 절대자에게도 기세에도 절대 밀리지 않는 평온한 답변이었다.
그 당당함에 황금의 절대자도 은은한 감탄의 표정을 지으면서 수긍했다.
“흐음-! 한정판이라 개인에게 몰아줄 수는 없다?
그 전에 정확한 성능확인이라?
그렇기는 하군.”
모두가 보는 앞에서 거절을 당해서 어찌 보면 불쾌할 수 있으나 황금의 절대자는 아주 흐뭇한 표정이 되어 있었다.
‘정면에서 나의 의지를 반대한다.
다른 정신체가 이렇게 나왔다면 용서하지 않았겠지만 흑염의 절대자가 될 자질이 보이는 존재라면 얼마든지 받아줄 수 있다.’
그리고 하위의 정신체와 이런 편안한 대화는 정말 오래만이라서 신선하기까지 했다.
영원체와 동격이라는 십사 써클의 위대함과 존재감은 일반적인 정신체가 견디기 어려운 것이다.
‘진리님께 선택받고 이계의 십중심이 되고나서는 같은 동료 외에는 평범한 대화가 거의 불가능했었지.
십이 써클로서는 정말 대견하군.’
겨우 십이 써클이면서 명확하게 의지를 보내는 자신에게 거부의 의사를 밝히다니 놀라울 뿐이었다.
다른 이계 십중심들도 코로나의 흔들림이 없는 대처에 놀람과 찬탄의 의지를 교환했다.
‘이 써클이나 하위이면서 황금의 기세와 의지를 정면으로 거부했는가?’
‘이것이 흑염의 후보의 가능성이 있는 존재인가?
정말 놀랍군.’
한창 성장 중인 재능이 넘치는 강자를 지켜보는 것은 각 계열의 최고 최상을 지향하는 황금의 절대자나 십중심들에게 너무나 즐거운 일이었다.
어떻게든 채우려 했지만 불가능했던 십중심의 공석을 메울만한 존재라면 더욱 그러했다.
그리고 이계 십중심들은 이제야 서서히 명확해지는 이계의 밝은 미래를 상상해 보았다.
‘차원주신성들이 늘어나고 십중심의 빈자리가 모두 채워지기만 하면 정기나 전력부족 문제는 전부 해결된다.’
‘바람성도 설치도 가능해지겠지.’
‘무한의 정기를 제공하는 바람성이 이계에 자리 잡을 수만 있다면 절대계를 따라잡는 것도 꿈이 아니다.’
이계 십중심들의 마음이 확실히 정해지는 순간이었다.
‘십사 써클이 되기까지 어떻게든 지켜야 하겠군.’
‘차후의 성장이 아주 기대됩니다.’
그리고 초월총수로서 차원창세신 코아가 용자왕들과 어떤 방식으로든 결판을 보기를 원했다.
‘약자만을 옹호하고 지배자인 강자를 제압하려는 용자동맹의 존재는 분명 정의롭다.’
‘하지만 이계의 발전에 있어서 엄청난 암초와 같다.’
신계 주신이 될 수 있었던 수많은 존재들이 일족설립과정에서 용자동맹이 내세운 무상의 정의(無償의 正意)란 벽을 넘지 못하고 좌절했다.
‘그리고 혼자서만 잘 살고 있지.’
‘처음에는 경쟁자가 없이 조용하다고 좋아했는데 세계가 멸망해가는 지금은 심각한 인재부족이다.’
그 순간 차원창세신 코아와 용자왕들의 기합성과 같은 발동어가 거의 동시에 울리면서 강철의 대지를 빛의 기둥으로 채운다.
“성공왕 신령융합-!”
“용자왕 신령융합-!”
파아아아앙-!
성공왕과 신령이 결합하고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체는 그대로 귀빈석으로 보내진다.
허나 그 신체에는 끝없이 강력한 신력과 강대한 마력이 그대로 머금고 있었다.
가장 큰 전력인 흑염의 신체와 마력, 신력까지 완전히 포기하고 신령만으로 결합하자 코로나도 놀랐다.
하지만 초월총수로서 가진 투기의 강력함을 알고 있기에 전장을 주시한다.
그러나 상위 써클을 가진 이계 십중심들과 삭월(朔月)의 시즈지는 신체에 대부분의 힘을 남기고 신령으로 빙의를 한 사실을 알고 정말 기겁을 할 정도였다.
‘분명 전력의 대부분일 흑염의 신체를 제외했다고?’
‘그리고 마력과 신력을 쓰지 않고 투기만으로?’
차원창세신 코아가 강력한 이유는 흑염의 신체를 기반으로 마력과 신력, 투기를 융합해서 폭발적으로 증폭시킨 최대 출력 때문이란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성능시험이 본격적이군.’
‘하지만 상대를 할 수 없을 것인데?’
차원창세신 코아의 전력을 분리하고 보면 결국 십이 써클의 창조신, 마신왕. 최상위 지배자급 초월자였다.
세 가지 힘을 흑염의 신체의 힘으로 폭발적으로 증폭해서 저렇게 강력하다고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저렇게 투기만 가진 초월자의 힘으로는 절대로 용자동맹을 감당할 수 없는 것이다.
‘십이 써클의 초월자의 신령만으로는 동급의 일만 명의 용자왕들을 이길 수 없다.’
‘회색현재인 이상 전력을 오판할 리는 없다.’
‘그런데도 무슨 생각인지 투기만을 가진 신령으로 황금 성공왕과 융합을 했지?’
그러나 개점식 행사의 주체는 자신들이 아니니 쳐다볼 뿐이었다.
허나 대신(大神)은 주의를 주듯이 코로나에게 말했다.
지금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곤란해지는 존재가 하나 둘이 아니었다.
“이런 무모한 성능시험은 너무 위험하지 않겠소?
필요하면 조력을 하리다.”
초월총수의 자리에 앉아있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체는 아직 신령과 연결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 연결을 통해서 신력이나 마력을 부어 넣으면 성공왕과 융합한 신령을 강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허나 코로나는 앞을 주시하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개점행사를 즐겨주시기를 바랍니다.”
“훗-! 알겠소이다.”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 담긴 말에 대신(大神)은 가볍게 웃음을 지으면서 정면을 주시했다.
십중심들은 이미 용자동맹의 심상치 않은 투기와 살기에서 성능시험이 아닌 전면전과 동등한 전투임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전력으로 배제하지 않고 행사의 일환으로 사용하려는 초월총수와 통합신계의 배포에는 찬사를 보내고 싶을 지경이었다.
그래서 조금 도와주기로 했다.
“오래간만에 흥미로운 행사이지 않소? 황금.”
대신(大神)이 무슨 의도를 직접 대화를 건네고 있는지 깨달은 황금은 기꺼이 맞장구를 쳤다.
세계 최강의 육체와 파괴력을 가진 흑염의 절대자를 현세계에 추가할 수 있다면 이런 연극정도는 얼마든지 해줄 수 있었다.
“단순한 행사에서 동등한 조건으로 일만 대 일의 결투 관람을 제공하다니요?
솔직히 이런 호사스런 대접은 처음 받아봅니다.”
흑염과 대수(大手)의 예비후보를 보게 되고 차원주신성을 통해 바람성의 가능성까지 본 황금의 절대자는 여유를 되찾았다.
그래서 그동안 사용하던 명령하는 말투대신 반 존대의 표현을 아낌없이 사용하고 있었다.
이제 이 정도는 양보된다는 자신감의 표현인 것이다.
그걸 모를 리가 없는 대신(大神)은 웃으면서 말을 받았다.
“후후-! 오백억년동안 나쁜 일만 일어나서 짜증만 나더니 드디어 좋은 시절이 오는 모양이오.”
“이러면 끝까지 보아주어야 하겠군요.’
여유가 넘치는 대화에 귀빈석의 오리진들은 완전히 안심을 하고 전면을 주시한다.
‘무엇인가 안 좋게 돌아가고 있어 보이지만 십중심들이 자리를 지킨다고 공언한 이상 안전하다.’
‘솔직히 이런 볼거리는 두 번 다시없다.’
무엇보다 저 성공왕이 정말 용자왕들을 막을 수 있는지 확인이 중요하기도 한 것이다.
‘더구나 일백 대를 한꺼번에 판매한다고 했으니 대량생산도 이상이 없어 보인다.’
유일한 문제는 가격이었다.
십조는 생각만 해도 아득할 정도의 거액인 것이다.
‘십조라?
이걸 어디서 구한다.’
‘통째로 사겠다는 십중심들이 있으니 깎아달라는 소리도 못해.’
차원주신성이나 성공왕은 앞으로 오리진의 체면이나 일족의 명예를 위해서는 부의 상징과 같은 필수품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선뜻 살만한 정기가 없으니 답답해서 미칠 노릇이 되었다.
물론 어느 정도 여유가 있기는 하지만 전쟁이나 혁명을 대비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자산이었다.
‘살 수 있기는 한데 그러면 전쟁을 못해.’
‘이걸 어쩐다.’
그런데 초월총수의 바로 옆에 앉은 차원주신성의 구매자들은 또 의지를 바쁘게 교환하더니 슬그머니 수표책들을 꺼내들고 서명을 시작했다.
스슥-! 스슥-!
그렇게 결재가 끝난 수표들이 가장 부자라는 평가를 받던 오리진에게 모이고 쓴 액수를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호탕하게 외치면서 수표뭉치와 성공왕 소개서에 첨부되어 있던 구매계약서를 써서 코로나에게 보냈다.
“우리 행성계도 차원주신성을 수호하는 상징으로서 성공왕을 한 대 구매하고 싶소이다.
십조는 바로 지급하리다.”
모두가 들을 수 있게 아주 커다단 말이었다.
코로나는 약간 의문이 생각하면서도 구매계약서와 금액을 확인하고 다시 물었다.
“성능시험을 아직 보지 않았는데 괜찮으십니까?”
“하-! 남들이 다 아는 분야에 투자를 하면 늦소.
아니 서로 싸우다 망하지.
투자의 하수들이나 시장의 흐름을 읽으려고 하지 고수들은 흐름을 만드는 법이라오.
엄청난 정기를 벌어줄 차원주신성과 정기를 소모하지 않으면서 행성을 수호하는 성공왕의 조합!
아주 인상적이오!
이것은 분명 성공할 것이외다.”
그 말에 밑에서 듣고 있던 오리진들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여전히 투자를 망설이고 있는 자신들을 하수라고 얕보는 것으로 느껴진 것이다.
경쟁심은 결국 결단을 불렀다.
하나 둘 수표책을 꺼내서 액수를 적고 서명을 시작한 것이다.
스스-! 스슥-!
이미 어느 정도 친분을 가진 소모임들이 있었고 행성계라는 선례가 있으니 순식간에 각각의 행성계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가장 많은 액수를 적은 오리진이 바로 계주가 되어서 바로 차원주신성과 성공와의 주문 의뢰서를 집어넣었다.
자존심으로 이렇게 막상 일을 벌였지만 속은 낭패였다.
‘꼭꼭 숨겨놓았던 비자금을 모두 써버렸다.’
‘젠장! 이제 무슨 변고가 현세계에 벌어지면 신족처럼 끝장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혁명 같은 비상사태는 막아야 해.’
‘차원주신성에서 수익을 빨리 벌어들여야 한다.’
운영에는 지장이 없지만 비자금을 모두 소모하여 돌발 상황에 버틸 수 있는 여력을 잃었다.
그나마 위안은 초월총수가 계주로서 행성계의 관리를 맞아준다는 사실이었다.
‘계주가 우리들 모두를 합한 것보다 더한 부자이니 천만다행이다.’
‘설마 떼어먹고 도망칠 놈은 없겠지?’
‘그러면 세계 끝까지라도 쫓아가서 회수하고 말겠다.’
이제 초월총수와는 거의 공동운명으로까지 묶여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은 오리진들은 조마조마하면서 강철의 전장을 쳐다보았다.
융합을 완료한 성공왕은 찬란한 황금빛을 내뿜고 용자왕들은 서서히 전열을 갖추기 시작한다.
용자왕들의 투기는 공간과 시간을 일그러트릴 정도였다.
구우우우웅-! 두두두두두두두둥-!
거의 일백 미터가 넘는 강철의 거신들이 일체가 되어서 움직이는 소리는 공간을 흔들 정도였다.
용자왕들의 전투기체들은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령과 융합한 성공왕을 한 가운데에 놓고 원형으로 둘러싸기 시작한다.
일만 명의 용자왕이 내품는 투기는 병렬신력연결을 하여 그대로 거대한 결계가 되고 하늘과 땅을 가두는 그물이 되어서 성공왕을 휘감아 간다.
파파파파파파파파파-!
성공왕 하나를 빈틈없이 투기의 그물로 수없이 얽어버리는 광경을 보면서 대신(大神)은 나직하게 감탄을 했다.
투기로 만들었지만 신족의 병렬신력연결을 활용한 합동결계의 일종이라서 잘 파악할 수 있었는데 아주 대단한 수준이었다.
“호오? 저것이 일원(一圓)이 보았다는 용자동맹의 천라지망(天羅地網)?
마신황제의 도주를 봉쇄했다는 합동봉인기로군.
아주 대단하군.”
마신황제는 창조주의 분노와 무력을 담당하는 힘의 상징이었다.
그런 강자가 겨우 십이 써클의 존재들이 만들어낸 봉인기에 걸리고 결국 토벌을 당했다니 믿기 힘든 일이었다.
‘마신황제는 비록 우리들에게 미치지 못하나 십사 써클의 경지로서 상당히 강력한 존재다.’
‘하위 써클이 아무리 많아도 잡을 수 없다.’
마신황제가 아무리 일원(一圓)과 싸워서 극심하게 소모되었다고 해도 도망치지도 못하고 끝내 소멸 당할 리가 없었다.
그런데 용자동맹에게 봉인되고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에게 당했다고 해서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직접 실물을 보니 납득이 갔다.
‘일원(一圓)에게 치명상을 입어서 써클이 하락되어 잡혔다고만 생각했더니 이제 보니 상당한 오의로군요.’
특히 정밀하게 용자동맹의 천라지망을 파악한 대신(大神)은 곤혹스럽게 수염을 쓰다듬었다.
“으음-! 이거 정통으로 걸리면 우리도 위험하겠군.”
믿기 힘든 평가였지만 저런 통합권능에 대한 대신(大神)의 안목은 누구보다 정확했지만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정도입니까?”
“만전의 상태가 아니라면 우리도 벗어나기 힘들어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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