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회유당한 용자들은 아무도 없었다.
총수파들은 용자왕의 설득작업을 필사적으로 하다가 전부 학을 떼고 물러섰다.
가족이 있는 용자왕이나 휘하 하위의 용자들조차 무상의 정의(無相의 正意)를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출세도 매수도 안 통하니 생각하면 할수록 골치가 아픈 상대로군.’
초장거리 교통망을 완성한 이상 이제 몽땅 쓸어버릴 수도 있으나 그건 현명한 답이 아니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회유과정에서 나타난 주변의 반응이 상상이상이었던 것이다.
‘용자왕들의 가족까지 바른 뜻을 꺾을 바에는 사라지겠다고?
주변에 살고 있던 지성체와 정신체들이 그들을 똘똘 뭉쳐서 지키려고 한다는데 기가 막힐 지경이군.’
용자동맹이 오백억년동안 쌓아올린 명성과 인망은 이미 어떤 수단으로도 흔들 수 없었다.
‘생각을 하면할수록 힘으로 처분하면 두고두고 후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자신이 생각하는 영구지배는 지배층이 어떻게 바뀌든 상관없는 사업가 형태였다.
이런 간접지배를 목적으로 한다면 좋은 평판은 필수였다.
‘그러니 용자동맹의 인망을 흡수하면 더할 나위가 없다.’
아예 없었다면 모를까 이미 숭앙까지 받고 있는 존재들이 있었다.
기존의 인망이 있는 존재를 직접 없애고 존경받기를 바랄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았다.
“빌어먹을-!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 용도가 끝났으면 바로 처분을 할 것이지 왜 남겨두어서 골치를 썩게 만드나?”
잠시 투덜거리면서 상념에 잠겨있는데 도착했는지 호각 소리가 울린다.
삐이이이익-! 덜컥-!
좌석에서 일어나서 그대로 입고 있던 검은 로브를 벗어서 좌석의 옷걸이에 건다.
로브를 벗고 드러낸 상체의 근육은 그야말로 철벽이 무엇인지 보여줄 정도로 철저하게 단련된 신체였다.
다만 여기저기 나 있는 멍과 상처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많았다.
스으으으으으-!
양팔로 온 몸의 근육과 상처 상태를 점검하고 출입구를 연다.
화아아아아아-!
밖에서 강렬한 정기의 기세가 몰아쳐 온다.
잠시 심호흡을 하고 긴 숨을 들어 쉬고 바로 뛰어내렸다.
허공에서 뛰어내린 몸은 한참을 가속하다가 보이는 푸른 수액의 바다가 반겨 주었다.
투우우우우우우우-! 퍼어어어어엉-!
그대로 수액바다와 정기구슬을 파고들어 밑바닥까지 헤쳐 들어간다.
차원열차를 타고 이동한 곳은 바로 삭월(朔月)의 시즈지가 가진 보물고의 내부였다.
정문을 열지는 못했지만 결국 연결은 시킨 것이다.
‘강제강화를 할 경우만 연결되는 유일한 외부연결을 타고서 차원권능으로 외부와 연결시킬 수 있었다.
보물고를 만든 창조력과 연산력은 놀라운 수준이라서 아직 파괴 불가능이다.’
하지만 무식한 출력으로 밀어붙여서 구멍 같은 틈을 파고 부분적인 개방을 해낸 셈이었다.
물론 수액바다와 정기구슬의 반출도 조금씩이지만 가능하다고 삭월(朔月)의 시즈지에게는 알려주었지만 큰 변동은 없었다.
수액과 정기구슬의 대규모 반출을 통해서 가진 기계전력을 움직이지 않은 것이다.
이유는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지배를 확장하고 있는데 충돌을 원하지는 않겠지.’
수액바다의 바닥을 향해서 헤엄쳐가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몸은 이제 아무렇지도 않았다.
어떤 생명체도 녹이는 농도의 우주수 수액도 이제 도움만 될 뿐이었다.
수하하하하하하학-!
수액바다의 바닥에는 이번에 얻은 특수재료로 만든 거대한 신전이 반기고 있었다.
신전의 허공에는 처음에 있던 강화도구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크기로 커진 금속기둥과 금속모루 여섯 쌍이 사용자를 기다라고 있었다.
강화신전이라고 이름 붙인 보물고의 신전에 특별히 만든 마도두뇌가 주인을 반긴다.
‘어서 오십시오.
차원창세신 코아님.
강화준비는 되어있습니다.’
다섯 개의 금속기둥들이 조금씩 수액바다 위로 올라가면서 진동하기 시작한다.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이 만든 강화장치를 몇 배로 올려 만든 강화장치였다.
처음에도 죽을 뻔했지만 흑염의 신체단련에 이 이상 없을 정도로 효율적이기에 추가로 강화해서 만들어놓은 것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이계 십중심들과 전면전을 해서 제압을 해야 했기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으윽-!”
잠시 쳐다보다 이를 악물고 금속모루들의 한 가운데에 섰다.
구구구구-!
금속모루도 진동을 시작한다.
모든 준비를 마친 차원창세신 코아는 양 손과 다리의 긴장을 풀면서 외쳤다.
“시작하라!”
‘설정하신 물리공격력의 최대치로 시작하겠습니다.’
허공으로 치켜 올려진 여섯 개의 금속기둥이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한다.
구르르르르르르르르르릉-! 구구구구구구구궁-!
수액바다와 정기구슬들이 금속기둥의 회전에 소용돌이치고 뒤집혔다.
그리고 금속기둥들이 위치가 이동한다.
하나는 정수리를 이동하고 나머지는 네 개는 앞과 뒤, 좌우로 위치가 조정되었다.
“으득-! 으으으으으-!”
금속기둥들이 드릴처럼 변해서 회전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피가 나도록 이를 악문 차원창세신 코아는 모든 근육에 한계이상의 힘을 부여했다.
확 부풀다가 압축을 거듭하는 신체는 이미 금속 기둥으로는 상처를 내지 못할 정도로 강해져있었다.
그러나 저렇게 관통력을 강화한 드릴형태와 연속적인 공격에는 부상을 입고 있었다.
‘이걸 극복하지 못하는 이상 이계 십중심들과는 승부를 보아서는 안 된다.
힘으로 이계를 다스려서는 안 돼.’
십사 써클의 십중심들에게 마도나 권능은 잘 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처럼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상하좌우와 앞과 뒤, 여섯 방위를 동시에 막아내거나 버틸 수 있다면 결코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동급이상의 다수의 강자들을 상대로 설정한 강화를 시작합니다.’
정밀 위치조정을 완료한 금속기둥이 회전하면서 발사된다.
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학-! 가가가가가각-!
발밑의 금속모루까지 급속하게 가라앉으면서 그대로 허공에 몸을 띠운다.
그리고 바로 금속드릴로 변해서 밑에서 쳐 올라온다.
순식간에 육체를 파고들어 분쇄하려는 여섯 개의 금속드릴을 보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입에서 기합이 울렸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압-! 은하유성(銀河流星)!”
팔과 다리가 회전하면서 투기를 토해낸다.
또한 몸 전체가 회전하면서 만들어낸 거대한 투기의 소용돌이를 온 사방으로 방출해내었다.
기이이이이이이이익-! 끼이이이이익-!
수액바다와 정기구슬의 무게를 더한 금속드릴의 가공할만한 전진은 투기의 소용돌이와 충돌하여 일순 멈추고 비틀려지는 굉음을 낸다.
그러나 아직 전부 방어는 무리였다.
투가가가가가가각-!
팔 다리, 몸까지 동원해서 쏘아낸 투기의 소용돌이를 뚫어버리고 금속드릴이 쇄도한다.
단숨에 꼬치가 되어버릴 위기였으나 차원창세신 코아의 눈을 더없이 차갑게 변했다.
‘늦추었다.
이거면 되었다.’
투기의 소용돌이를 만들어내던 팔과 다리가 기기묘묘하게 궤도를 그린다.
그리고 금속기둥과 접촉한 순간 힘찬 기합성이 터지듯이 울렸다.
“후아아아아아아! 불가해(不可解)의 팔시조(八時調) 제 삼조 인연무상(人緣無償)!”
영창 : 사람과의 인연은 보상이 없다.
효과 : 단련의 정도에 따라서지만 접근전 권능에 완전한 면역을 가진다.
부가효과 : 자신의 접근전 권능을 한계이상으로 강화한다.
여기까지 익히면 동급이상의 존재들에게 압도적인 우위를 얻는다.
은하유성(銀河流星)의 투기 소용돌이를 두른 팔다리가 위대한 초월자의 정점인 바람가의 오의를 구현해낸다.
전능일족의 영웅신 전능의 휘조차 이조 지시무저(地時無底)에만 도달했던 경지를 넘어서 마침내 삼조에 도달한 것이다.
금속드릴과 충돌한 팔 다리 아니 신체에 깃든 기적과 같은 오의는 경악할만한 광경을 만들어냈다.
투구구궁-! 투강-! 과꽈꽈꽝-!
공간의 폭발을 제압하는 은하유성(銀河流星)의 투기 회오리조차 돌파한 이계 십중심의 특수재질로 만든 금속드릴들이 무참하게 두 동강이 나면서 박살이 난다.
받은 공격을 자신의 힘을 더해서 되돌려주는 오의였기에 실린 힘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드디어 지긋지긋한 드릴들의 동시공격을 부수어버린 차원창세신 코아의 얼굴에서는 숨길 수 없는 희열이 퍼져 나왔다.
‘불가해의 팔시조(不可解 八時調)는 반격의 정점.
모든 권능, 공격을 튕겨내고 되돌려준다.
과거에는 몸으로 익히고만 있었지만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알 것 같다.’
하지만 역시 완전하지는 않았다.
전혀 상처가 없어야 하지만 방금 금속드릴과 충돌한 팔 다리, 머리와 배가 시커먼 멍으로 물들었다.
지금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체 곳곳에 있는 멍과 아물지 않은 상처는 바로 이 과정에서 생긴 것이었다.
‘처음에는 팔 다리가 날아갔으나 이제는 멍에 그친다.
이제 어느 정도 완성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이군.’
흑염 신체의 방어력과 결합시키면 이계 십중심들의 절대기라도 견딜 정도라고 판단을 했다.
‘무엇보다도 내가 가진 전력의 주력은 신체가 아니다.
주우주의 오리진에 도달한 위대한 마도신이며 현자의 정점인 회색의 절대자의 현재인 것이다.’
나직하게 시동어를 외운다.
“내가 도달한 마도의 정점.
세계폭탄 코아.”
머리 위에 검은 농구공만한 검은 구슬이 생겨난다.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어떤 진동이나 소음도 없다.
하나도 버거웠던 세계폭탄 코아였지만 이제 아무 무리가 없었다.
천천히 시동어를 연창해 간다.
“코아, 코아, 코아, 코아, 코아.”
우웅-! 우웅- 우웅-! 우웅-! 우웅-!
그렇게 세계폭탄 코아가 하나씩 늘어난다.
아직 동시발동은 무리지만 모든 방위를 점유하는 세계폭탄 코아 여섯 개가 완성되었다.
그리고 시동어와 함께 오른손에 다시 만든 자그마한 코아를 휘둘러서 그대로 격발시켰다.
“절대거리(絶代距離) 코아 육연발(六連發)-!”
거의 동시에 발사된 절대거리 코아들은 두 동강이 난 특수재질의 금속드릴을 관통해버렸다.
투가가가가가가-! 구구구구구구구-!
농구공만한 구멍이 뚫린 금속드릴들이 일순 진동하면서 잔해조차 남기지 않고 코아에 흡수되어 버린다.
십사 써클의 권능이 담긴 특수재질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현상이었다.
허나 차원창세신 코아는 내정하게 현상을 분석하고 있었다.
‘은하유성(銀河流星)의 투기 소용돌이에 금이 가고, 불가해의 팔시조(不可解 八時調) 인연무상(人緣無償)에 붕괴되었다.
이 상태에서 코아에 당하면 그대로 흡수되는군.’
부서진 금속드릴은 절대거리 코아에 당해서 전부 흡수되어서 소멸되었다.
그리고 이제 남은 것은 이제 커다란 동산만큼 커진 코아였다.
수가가가가가가-!
십사 써클의 권능이 담긴 특수재질의 강도가 이계 십중심의 신체와 동급이라면 이제 제압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지금 상황이 이계 십중심과의 대결이었고 모두 적중되었다면 거의 같은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다.
‘연속공격을 성공시켜야 한다.
하지만 이제 이계 일원(一圓)처럼 제압할 방법이 없어서 날려 보내지 않아도 된다.’
십사 써클의 이계 십중심은 지금처럼 소멸은 무리겠지만 완전히 제압하고 봉인까지 할 수 있는 것이다.
특수재질의 금속 기둥을 모두 집어삼킨 여섯 개의 거대 코아가 호위하듯이 차원창세신 코아를 둘러싼다.
그리고 은은한 황금빛의 구슬로 바뀌어간다.
우우우우우우우웅-!
특수재료까지 소멸시키고 다시 창조를 시작하는 코아들을 쳐다보면서 득의만만한 웃음을 터트렸다.
“크크크크! 크하하하하하-! 결국 여기 도달했다.
이제야 떳떳하게 전면에 나설 수 있겠어.”
박살이 났던 금속기둥이 코아에게서 재생되어 원 위치로 돌아간다.
구구구구구구구궁-!
세계폭탄 코아가 다시 창조하여 토해내는 금속 기둥들의 떨림 속에서 웃음소리는 커져만 갔다.
“푸하하하하하하-! 이제 이계 십중심들의 동시 제압도 불가능이 아니다.”
삐이이이-!
그런데 강화신전의 신계자아가 긴급 연락을 해왔다.
“직통 및 긴급으로 설정하신 상대들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만남을 승인하고 전부 지정하신 장소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으음-!”
그 말에 인상이 저절로 구겨진다.
지배자가 되고 보니 어쩔 수 없이 싫어도 대면해야 하는 존재들이 있다.
바로 용자동맹과 같은 반대파들이다.
그들을 무시하면 반드시 큰 사고가 터지니 어느 정도 달래주는 것도 필요한 것이다.
‘반대편을 싹 쓸어버리는 극단적인 방법은 대규모 조직의 수장으로서는 낙제점이다.
어떻든 간에 용자동맹의 전력 아니 인망이 필요해.’
초월적인 기계문명과 초월자의 신령의 결합은 분명 강력했다.
더구나 그들은 이계 누구나 인정하는 정의의 용사들이었다.
‘쓰기만 잘하면 지성체의 선별문제까지 남김없이 해결할 수 있다.’
어떻게든 다시 설득해보기로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알았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재생되어가던 금속 기둥을 창조력을 동원해서 서둘러서 완성시킨다.
우우우웅-! 좌좌좌좌좌작-!
강화를 시작하기 전의 처음처럼 완전해진 금속기둥들을 확인하고 바로 수액바다 위로 헤엄쳐 오르고 차원열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객석에 타서 젖은 몸을 말리면서 속으로 혀를 찼다.
‘쯧-! 어째 부자가 되고 잘 나가게 된 이후로 더 여유가 없어진 것 같군.’
한번 기세를 타고 세력이 커져가고 그것을 감당하느라 이렇게 바쁠 수가 없었다.
대수림의 생존마탑에서 혼자 있을 때는 세상에 대한 증오로 이를 박박 갈았는데 지금은 세상에 대해 고민을 할 여력조차 없었다.
‘그렇게나 바라던 출세를 하고보니 이건 피곤하기 짝이 없다.
허나 용자동맹의 영입은 멈출 수 없었다.
그리고 용자왕 중 최강이라는 사자왕 건은 반드시 다시 만나야할 상대였다.
차원요새가 다시 현세계를 종단하여 도착한 곳은 통합신계의 정거장이었다.
끼이이이이이-!
기계 주신성의 역을 모방하여 만들어낸 기차역은 한가롭기 짝이 없었다.
시범운행을 반복하면서 아직 정식으로 운행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좁은 역 안에서는 나른한 표정의 최하위 초월자 하나가 하품을 하고 있었다.
“하아아아아암-!”
차원열차가 역 안에 들어와도 내다보지도 않고 오히려 의자에 기대어서 졸기 시작했다.
지극히 평화로운 광경이지만 그걸 주신전에서 바라보고 있는 총수파들은 속을 바짝 졸이고 있었다.
“초월총수님이 웬일로 금방 돌아오셨다.”
“무슨 일이 있나?”
“그런데 유일한 역무원이 환영도 안 나가.”
총수파들은 현재 용자동맹의 일을 실패하여 면목이 없고 겁이 나서 직접 나서지는 못하고 있었다.
설득을 실패하여 두들겨 맞은 곳이 욱신거리는데 또 혼나지 않을까 걱정이 된 것이다.
“저 놈이 도대체 누구 수하야?”
“몰라! 총수님이 거리에서 주어오셨다.”
“그리고 건들지 말라고 지시하셨지.”
“혹시 또 뭔가 있나?”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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