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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부드득 갈면서 일어나는 그들의 눈빛에는 새파란 독기와 투기가 품어져 나온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초월총수에게 이렇게 된 것은 어쩔 수가 없다고 포기하고 받아들였다.’
‘하지만 미래의 자신에게 이렇게 당하다니 용납할 수가 없다.’
‘그보다 이 미래의 경험이 사실이라면 세상에 믿을 놈 따위는 없다.’
‘나 밖에 모르는 비밀이나 금기까지 전부 확인했으니 거짓이 아니다.’
불사가면(不死假面)으로 미래의 자신들이 전해준 경험과 지식들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겪으면 확실히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여기에 가방 속의 도서관이란 절대급의 신기의 존재는 충격이다.’
자신들의 귀중한 자료를 강탈해갔을 때는 원망했는데 그걸 종합해서 다음 과정까지 알려주는 신기로 만들 줄은 몰랐던 것이다.
더구나 현자라면 십삼 써클까지 이끌어 준다니 어떻게든 얻어야할 보물이었다.
‘겪으면서 깨달으면 남보다 늦다.’
‘미리 알고 빨리 준비해야 한다.’
미래의 말대로 여기도 나쁘지는 않았다.
주신성 제조공장의 아공간에서는 일백년이 일초였기에 내부에서의 연구나 수련시간은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더구나 정기나 재료도 넘쳐나기에 공부까지 마음껏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타오르는 열의에 찬물이 퍼부어지는 것 같은 소리가 울린다.
‘주문입니다.’
이렇게 차원주신성의 주문이 계속 이어지면 쉴 수가 없었다.
그리고 행성핵들 사이로 일백 킬로미터가 넘는 터무니없이 거대한 흑금발의 거신이 나타난다.
차원주신성을 더욱 빠르게 제조하기 위해 거신족 창조신의 형태를 취한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가면을 쓴 현자들을 쓱 흩어보고 혀를 차면서 말했다.
“쯧쯧-! 역시 몽땅 졌군.
일이나 해!”
가늘게 말했지만 천지가 진동하는 굉음이었다.
모두 귀를 막고 질겁하는 모습을 보고 고개를 흔들고 다른 행성핵으로 다가간다.
차원권능으로 미래의 그들을 불러온 것이 바로 자신이니 양방의 전력은 정확히 평가하고 있었다.
‘쯧-! 못난 녀석들!
이렇게 모두 패배로 하고 와서는 안 된다.
미래들은 아직 불안정해서 이길 수도 있었을 것인데 겁에 질려서 당했군.’
현자들의 승부는 권능이 가진 힘보다 숙련도가 더욱 좌우했다.
미래의 고위현자들은 스스로의 금기를 해져하고 새로운 계파를 열어서 강력해졌다.
하지만 그만큼 힘을 통제하기 힘들어졌고 허점도 커졌다.
‘정통적으로 내려온 힘을 최대한 완전하게 익힌 현재와 새로운 힘을 시범적으로 도입하여 강해졌지만 불안정한 미래의 승부다.
근원(根源)의 재생효과를 생각하면 공정한 승부였어.’
서로 움직일 수 없는 치명타를 줄 수 없는 근원(根源)의 칭호까지 가지고 있었다.
‘고위현자의 미래나 현재는 아직 근원의 생명력을 압도할만한 힘이 없다.’
이러면 힘과 힘의 승부가 아니라 누가 오래 버티는가를 겨루는 인내시합이다.
그리고 상대의 약점을 더 잘 파악해서 타격과 고통을 많이 주는가에 따라서 승부가 갈리게 된다.
‘자기 자신이라면 시간이 지날수록 지금 알지 못하는 약점을 파악당할 수 있다.
그런 위험을 아는 미래의 현자들은 초반에 최대공격을 해서 밀어버려서 전의를 꺾어버렸군.
그리고 현재의 현자들은 재생의 고통에 승부를 놓아버렸어.
미래는 조금 쓸 만해졌는데 현재는 영 아니로군.’
차원창세신 코아가 화를 내고 안타까워하는 부분은 현재의 현자들이 승부를 너무나 빨리 포기했다는 점이다.
근원(根源) 칭호의 힘으로 어떻게든 버티었으면 몇 명은 이겼을지도 몰랐다고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비록 세계는 달랐지만 회색현재로서 현자들의 무력함은 용납해주기 힘들군.
회색의 절대자가 없던 절대계에서도 이렇게 현자의 직위가 낮지는 않았다.
최소한 지배층의 스승이자 조언자였는데 이계는 아무리 보아도 개인비서 이상이 아니야.’
현자들의 정점이기도 한 회색현재로서는 참으로 기가 막힐 뿐이었다.
‘미래처럼 계속 굴리고 키우면 조금은 나아지겠지.’
미래현자들도 마음에 차지 않았기에 조금 더 훈련강도를 높일 방안을 구상하면서 행성핵을 하나 쥐고서 이동을 한다.
기존에 제작 중에 있는 차원주신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빠르게 거리를 벌렸다.
구우우우우우웅-!
거신족이 된 차원창세신 코아가 크게 발걸음을 걸을 때마다 주신성 제조공장이 흔들린다.
왜인지 모르지만 화를 내고 있다고 눈치를 챈 고위현자들은 마치 벼락을 맞은 것처럼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저러다가 신경질을 내면서 발길질을 하면 전원의 목들이 공처럼 날아갔기 때문이었다.
‘또 뭐에 기분이 뒤틀렸나?’
‘툭하면 저러다 폭발하니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네.’
‘일단 일부터 돕자.’
‘순조롭게 차원주신성이 완성되면 기분이 나아지겠지.’
화를 터트리면 항상 고생하는 것은 옆에 있은 자신들이었다.
그래서 새로운 행성핵의 진화를 돕기 위해서 다급하게 뛰기 시작했다.
그런데 신장이 일백 킬로미터가 넘는 거신족 창조신의 걸음속도를 따라가자니 이것도 죽을 맛이었다.
차원권능이 가득 찬 주신성 제조공장에서는 공간이동 자체가 되지 않아서 뛰어야했기 때문이다.
‘허어어어-! 거신족이 저렇게 컸었나?’
‘현세계에서 거신족이 커봐야 일백 미터 미만이지 않아?’
‘주우주라서 저렇게 큰가?’
‘도대체 주우주에서 어떤 괴물들만 모여 사는 거야?’
그렇게 투덜거리면서도 필사적으로 달려서 걸음을 멈춘 차원창세신 코아의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제조가 시작되었다.
우우우우우웅-!
처음에는 행성핵에 지금까지 상상도 할 수 없던 강대한 신력과 마력이 부여가 시작된다.
행성핵이 진동을 하다가 점점 크기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면서 진화하면 차원주신성의 일차 준비가 끝난 것이다.
부피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행성핵을 긴장된 눈으로 쳐다보면서 연산력을 집중하여 오류를 수정하는 고위현자들이었다.
지금 밖에서는 개점식 축제가 한창이었지만 이들에게는 관심 밖이었다.
‘이러다 법칙오류라도 나는 날이면 또 발로 차이는 공 신세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법칙오류를 해결하느라 한계이상으로 연산력을 소모한 모든 고위현자들이 기절하듯이 머리를 부여잡고 나가떨어진다.
후우우우우웅-!
시간의 흐름은 일초가 일백년인 주신성 제조공장에서는 별 의미가 없는 일이지만 그 이후에도 한참 후에야 마무리 공정이 끝났다.
휘이이이이이이잉-!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자동공정으로 전환 하겠습니다’
신계자아가 다음 공정으로 들어가려하자 차원창세신 코아는 행성표면에 커다란 원을 그려 넣었다.
“특별 주문품이다.
대륙은 이 원형의 하나만 만들도록 해라.
그 외는 이상적인 비율로 조정해라.”
특정 대륙이나 바다의 모양을 주문하면 비용을 추가하는데 특별히 원했다.
이유를 알 것 같으니 납득은 했지만 이런 인위적인 수정은 상당히 손이 가는 번거로운 일이었다.
‘알겠습니다.
대륙 및 바다의 생성을 시작합니다.’
새로 만든 차원주신성에 최종적인 행성표면이 자동으로 만들어져가는 것을 본 차원창세신 코아는 다시 본래의 크기로 돌아간다.
그리고 차원문을 바로 앞에 열었다.
우웅-!
검은 구멍인 형태의 차원문 안에는 열차궤도가 나 있었고 거기에는 검은 열차가 멈추어 있었다.
이것은 청춘의 환상(靑春의 幻想) 크롬의 차원요새열차에서 무장을 전부 벗긴 순수한 승객이동용이었다.
한 대는 어디서든 탈 수 있게 항상 대기시키고 있을 정도로 상당히 편한 물건이었다.
‘초월적인 기계문명의 정화 중 하나라서 거의 정기를 소모하지 않는다.
이계 지배에도 굉장히 중요한 물건이야.’
열차의 특성을 그대로 가지고 내부의 독립된 세계는 확장까지 가능했다.
덕분에 대량의 인원과 물자를 순식간에 이동시킬 수 있으니 이계 전부에 운용을 준비하고 있었다.
덜컹-! 빠아아아아앙-!
차원창세신 코아가 차원열차의 승차석에 탑승을 하자마자 외계와 완전 구별된 세계를 구성된다.
그리고 순식간에 가속하여 비밀선로를 따라서 통합신계 외곽으로 벗어난다.
바닥에 널브러져서 너무 혹사해 머리를 잡고 있던 고위현자들은 실눈을 뜨고 상황을 보다 하나둘 몸을 일으켰다.
“가셨다.”
“또 어디로 가시지?”
속으로는 욕하지만 생사여탈권을 쥐고 거기에 엄청난 지원까지 해줄 상대에게 감히 반말을 입 밖에 낼 용기는 없었다.
고위현자들은 아픈 머리를 흔들면서 닫혀 지는 차원문 너머로 멀어지는 열차를 쳐다본다.
‘차원창세신 코아가 주신성 제조공장에 올 때는 차원주신성의 핵을 제조하는 짧은 순간만이다.’
‘그 이후로는 항상 저 차원열차를 타고 돌아다닌다.’
당연히 어딜 저렇게 돌아다는지 궁금하기는 했지만 물어볼 용기는 없었다.
단지 추측만 무성할 뿐이다.
‘그런데 저렇게 은밀하게 출발하고 갑자기 돌아오면 문제야.’
‘상당히 기분이 안 좋아져서 신경질을 부린다 말이야.’
이제는 복귀 직후에는 더욱 몸을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만 알 뿐이었다.
고위현자들은 너무 피곤해서 숙소로 돌아가서 그대로 잠을 청한다.
다음 주문이 언제인지 모르지만 모처럼 몸을 가지고 하는 달디 단 휴식시간이었다.
덜컹-! 구르르르릉-!
차원열차가 공간을 가로지르면서 방송을 한다.
‘통합신계역에 승차나 하차인원은 없습니다.
정차하지 않고 바로 통과합니다.’
주신성 제조공장에서 출발한 차원열차는 통합신계에 만들어진 열차역의 정규선로에 들어서고 바로 다른 신계로 가속한다.
우우우웅-! 덜컹-! 덜컹-!
총수파를 동원하여 일 년 동안 초월자 행성의 신계에 있는 모든 초장거리 공간이동소에 차원열차의 역과 궤도를 추가로 깔아놓았기에 거침이 없이 질주한다.
청춘의 환상(靑春의 幻想) 크롬이 차원요새열차를 축소하고 이동능력을 강화하여 제공한 차원열차는 기존의 초장거리 공간이동보다는 느렸다.
하지만 인원과 물자의 대량수송이 가능하면서 상당히 편하고 저렴했기에 도입을 망설이지 않았다.
‘속도보다 운송에 특화되어 있다.
무엇보다 누가 타고 이동하는지 파악이 힘드니 비밀유지에 최상이다.
이것도 지금 내 상황을 알고 준비한 것 같군.’
차원열차를 통한 대량수송망을 현세계에 전부 도입하는데 처음에는 저항이 있었다.
지배자급 초월자들이 자신들의 신계에 정체모를 열차가 지나가면서 인원과 물자가 움직이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하지만 청춘의 환상(靑春의 幻想) 크롬이 바로 해답을 내주었다.
‘차원열차에 타고 내리는 승객이 없으면 그대로 지나친다.
그리고 승객이 가지고 이동할 수 있는 화물은 가방 하나 정도로 제한한다.
그 외는 각 신계의 물자를 화물칸 형태로 봉인해서 받으니 문제는 없다.’
차원열차의 운행의 안전은 초월총수인 자신이 보장했다.
그러니 누구도 막거나 함부로 수색할 수조차 없다고 하니 바로 찬성을 했다.
자신만이 아는 비밀스런 거래선과 교통망을 원하는 것은 어느 지배자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정말 깨끗한 지배자들도 있었으나 아주 극소수라서 곧 묻혔다.
아니 묻어버렸다.
‘계속 반대를 하면 차원열차의 역에서 영원히 배제한다고 하니 군말이 없었지.’
초장거리 공간이동이 훨씬 빠르지만 개인규모에 소규모 운송만 가능했다.
대규모 물자수송까지 쉽고 싸게 할 수 있는 차원열차와 경제적인 효과를 비교할 수 없었다.
과거처럼 모두 고립되지 않는 이계에서 완전히 배제되면 신계에 치명적이었다.
‘초장거리 공간이동으로 현세계가 전부 연결되고 차원열차로 대량의 물자이동까지 가능하게 되었다.
모두가 앞서가는 이런 흐름에서 배제되면 바로 뒤처지게 되니 거부할 수 없지.’
독립된 세계를 구현하여 이동하는 차원열차와 철도망은 초월총수인 자신의 소유이자 영역이었다.
그러니 다른 존재들은 관여조차 못하게 되어있는 독립구역이 되었다.
탑승객 또한 어떤 존재라고 해도 승차권을 가지고 있으면 안전을 보장했다.
덕분에 확실한 비밀보장이 되어서 애용하게 된 차원창세신 코아는 창문 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역들을 보면서 느긋하게 담뱃대를 물었다.
“후우우우우-!”
좌석에 등을 기대고 긴 황금빛 연기를 내품는 모습에서는 이제 지배자로서 여유와 관록까지 느껴진다.
열차여행이라 생각하고 여유를 즐겨도 될 정도로 상황은 지극히 순조로웠다.
‘주신성 제조공장은 이제 정상궤도에 올랐다.
이계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고위현자들을 자신들의 미래와 바꾸고 끌고 와서 굴리기를 잘했어.’
항상 고민 많고 생각 많은 고위현자이기에 연산력은 무척 높다.
그들이 제조공정에서 생기는 필연적인 법칙충돌 문제를 해결하니 상당히 수고가 덜었다.
그리고 통합신계에 끝없이 모여든 정신체들의 권능을 신계자아가 종합하여 주신성을 자동 제조한다.
행성핵만 진화시켜주면 알아서 할 수준에 곧 도달할 것으로 보였다.
‘조금만 더 고위현자들의 경험과 정신체들이 모이면 직접 나서지 않아도 자체적으로 제조가 가능하겠지.
이계에 풀어놓을 차원주신성은 이걸로 열한 개다.
나의 지분이 일할이니 주신성 한 개를 공짜로 얻은 셈이로군.
후후후후-!’
차원주신성을 관리하기 위해 들어가는 노력을 배제한 순수하고 영구적인 수익이니 더욱 기쁜 일이었다.
떠나오기 전에 받은 마지막 주문자가 전혀 의외의 상대로 예측되었지만 상관이 없었다.
‘정확한 정체는 숨겼지만 가난한 이계에서 차원주신성을 구매할 수 있는 존재는 극히 드물지.
더구나 내가 특수재료의 값으로 지불한 정기를 재가공한 것이었어.
이제 생각이 바뀌었나?
아니면 지지하는 세력이 움직였나?
상관은 없다.
나는 어디까지나 원활한 일처리가 좋으니 말이야.’
자신은 적이 강할수록 좋다고 외치는 미친 투사가 아니었다.
본질적으로 보면 마도사이면서 현자이기에 적은 어떻게든 줄여야할 귀찮은 상대였다.
그래서 어떤 상대라도 일백조의 정기만 지불하고 앞으로 일할의 배당만 잘 지불한다면 깔끔하게 넘겨줄 생각이었다.
‘차원주신성과 내가 운명을 같이 한다는 사실은 비밀도 아니다.
그걸 알고도 차원주신성을 비싸게 산 이상 무조건 공동운명체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열한 번째의 구매자에 대해서는 깨끗이 상념을 정리했다.
기관장조차 없는 완전자동이고 승객은 아직 자신뿐이었기에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이제 용자동맹이라는 숭앙(崇仰)받는 양아치 놈들만 잘 처리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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