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953화 (864/2,000)

34권 35권

말문이 막히는 대답에 더 대화를 나눌 필요가 없어 보였다.

그리고 바로 두들겨 패기 위해서 달려들었다.

‘선도현자는 지금 입만 살은 머리통상태다.

생각해보니 이제 긴장할 필요가 없다.’

초월자가 된 이후에도 기회만 있으면 처 죽이려고 했는데 만만치 않아서 내버려둘 두었을 뿐이었다.

‘상대를 죽이고 자신도 치명상을 입으면 그건 현자의 복수가 아니다.

털 끝 하나 상하지 않고 완벽하게 제압을 해야 진정한 복수다.’

이건 선도현자도 생각이 같았기에 오랜 대치상태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지금은 저 놈이 목만 있으니 당연히 내가 유리하다.’

팔다리가 없으니 전투력이 대폭 감소 감소된 상태인 것이다.

당장이라도 주먹으로 한 대 먹이려고 하는데 갑자기 선도현자의 목 아래에서 원래의 몸이 나타난다.

끼이이익익-! 슈아아아아악-!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인지 당황한 마도현자였다.

그리고 저절로 의혹서린 탄성이 흘러나왔다.

“어?”

선도현자는 목만 남아있던 주제에 풍기는 분위기 아니 존재감이 더욱 강해져 있었다.

‘강하다!

마치 전장에서 사투를 하다고 돌아온 백전노장의 분위기가 풍긴다.’

오래간만에 몸이 돌아와서 너무나 기쁜 선도현자는 마도현자와 다른 반응을 보인다.

“흐으으으-! 돌아왔다.

오오-! 내 몸이다!”

선도현자는 너무나 기뻐하면서 자신의 몸을 쓰다듬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때리려고 달려오다 멈춘 마도현자를 노려본다.

적대적인 상대를 주시한 순간 아주 비슷하지만 정반대의 의혹에 쌓였다.

‘뭐야? 이놈?

왜 이렇게 약해졌지?’

이상하게 만만해 보이는데 마도현자라서 무슨 비장의 수단이나 속임수가 있을지 몰랐다.

그래서 노려보기만 했다.

“........”

“........”

갑자기 말없이 노려보는 대치상태가 된 둘이었다.

그리고 차원창세신 코아는 영광의 의자를 하나 만들어서 자리에 앉았다.

턱-!

싸움을 붙여놓았으니 이제 관람분위기였다.

그러나 서로 주춤거리면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두 명의 현자를 쳐다보면서 아주 가벼운 어조로 말했다.

“씻을 수 없는 원한이 있다면 당장 승부를 보아라.

나중으로 미룰수록 감정은 쌓이니 시간낭비다.

승리자는 현자연합의 대표로서 중하게 쓰겠다.

패배자는.......”

다시 아공간이 열린다.

우우우웅-! 우르르르르-!

그리고 속에서 무엇인가가 우르르 쏟아지듯이 나왔다.

그것들의 정체를 아는 선도현자는 끔찍하다는 듯이 이를 악 물었다.

‘으윽-! 많기도 하다.

정말 무능하다고 생각하면 가차 없구나.

초월총수이니 어느 정도 지배자로서 체면을 차릴 거라 생각했던 내가 바보였다.’

모두 고위현자로서 이제 수십 개가 넘는 살아있는 목들이었다.

자신이 소개했지만 참 어이가 없었다.

‘회색후보가 어디 있고 세계가 왜 이 꼴이냐는 물음에 모두 두루뭉술한 대답을 했다가 저렇게 되었다.’

바닥에서 굴러다니는 고위현자들의 목의 얼굴을 파악한 마도현자는 너무나 당황해서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마도의 정점이신 소마(笑魔)님을 모시면서 거의 왕따가 된 자신조차 모두 알 정도로 이름이 나있는 현자들이었다.

‘모두 고위현자들이다.

전부 당했구나.’

그리고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머리가 잘라져 있는데 모두 살아있었다.

입도 막아놓았는지 울지도 못하고 표정으로 필사적으로 의사표현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러나 심드렁하게 그런 비참한 모습을 내려다본 차원창세신 코아는 두 명에게 말했다.

“어찌 될지 말할 필요도 없겠지?”

마도현자는 자신도 모르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어....... 어떻게?”

아무리 현자가 다른 계열에 비해 천대를 받는다고 해도 이런 고위급의 현자들은 모두 중책을 맡고 있다.

‘이들이 한꺼번에 이렇게 되어서 행방불명이 되면 난리가 나야한다.

하지만 모두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고 아무 문제가 없었다.’

더구나 저 잘려진 머리통들 속에는 얼마 전에 괴소문 아니 지금은 실제 벗어지는 일들을 알려주면서 조심하라던 친분이 있던 고위현자까지 껴 있었다.

‘그래서 불안해서 휴가를 요청했었지.

그럼 이들도 밖에 있는 내 가짜처럼 대역을 내세웠나?

하지만 이렇게 장기간이 지나면 반드시 발각된다.’

고위 정신체들의 감각과 신계의 보안체계는 누구도 무시할 수 없다.

아무리 잘 위장된 가짜라고 해도 존재 자체를 파악하는 신계와 직접 접촉을 하면 정체가 들통이 날 수밖에 없었다.

질문의 의미를 파악한 차원창세신 코아는 반투명하게 밖에 보이는 마도현자의 모습을 보면서 말했다.

“저건 가짜나 분신이 아닌 미래의 너다.

미래에 나에게 완벽하게 복종하는 너를 현재에 잠시 불러서 대역을 시키고 있다.

실속은 없고 입만 살은 이놈들도 똑같고 말이다.

그럼 내가 묻겠다.

미래의 너도 결국 너인데 어떻게 문제가 될 수 있지?

아니 오히려 현재인 너보다 미래의 네가 더 낫지 않을까?”

“!!!”

경악하여 입을 더없이 크게 벌린 마도현자였다.

그런 모습을 쳐다보는 얼굴에는 너도 당해보라는 회심의 미소가 넘쳤다.

‘미래의 자신에게 현재의 자신이 굴려진다.

나도 미래인 회색의 절대자에게 실컷 당했던 일이지.

참 억울하더군.’

그래서 발치에 굴러다니는 현자들을 노려보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눈빛에는 한 치의 동정도 없었다.

회색의 후보가 어디 있냐고 물어도 모르고 다른 무엇을 물어도 두루뭉술한 대답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현자 따위는 아무런 가치가 없었다.

‘자신의 주장을 확실히 하지도 못하고 목숨을 걸지 않는 현자를 누가 믿을까?

지금 이계에 필요한 것은 본인의 예측과 판단이 오차가 나면 바로 고치거나 목숨을 걸고 수정을 하러 달려드는 강골들이 절실하다.’

그 점에서 마도현자는 합격점이었다.

우선 욕망이 생생하게 살아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목을 잘라도 사는 경험만 하게 해주고 설득 중이었다.

“밖에 있는 너는 생각의 우선순위만 바뀌었지 결국 너 자신이다.

그러니 누구에게도 들킬 리가 없지.

아니 보고에 의하면 더 유능하고 싹싹해졌다고 모두 좋아하고 있다던가?

미래의 너희들이 현재에 미련이 없으니 욕심을 부리거나 분란을 일으킬 이유가 없기는 하지.

차원권능의 유지에 부담은 가지만 세계 전체로 보면 결과적으로 나으니 잘 돌아가고 있다.”

“차원권능-! 하지만 이렇게 강력할 리가?”

차원권능은 시간과 공간의 복합권능으로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과 공간, 물질까지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워낙 제약이 커서 차원권능을 익히는 존재는 이제 없었다.’

그런 것을 이계를 파괴하기 위해 왔던 이계 진리대리가 익히고 있다기에 처음에는 의아하게 생각했을 정도였다.

‘입문에 엄청나게 방대한 연산력이 필요하다.

더구나 승급하는데 기가 막힐 정도의 노력과 경험이 필요하지.

그래서 현세계에서는 전설이 된지 오래다.’

더구나 시간에 어느 정도 간섭하는 정도는 다른 권능을 익힌 정신체도 할 수 있는 일이다.

힘들게 차원권능을 익힐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너무 큰 변화는 세계의 항상성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그렇기에 차원권능을 전문으로 익힌 존재도 당연히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없었다.

그래서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당해보니 이건 너무나 놀라웠다.

아니 그래도 고위의 정신체인 자신들을 이렇게 하고도 아무 영향이 없다니 믿겨지지 않았다.

“후후후후-! 나는 사백구십구 주우주 차원의 오리진이다.

이계에서 너희 정도의 존재들의 미래와 과거를 손대는 정도는 우습지.

세계에 도움이 된다는 전제만 만족시키면 이대로 영원히 유지할 수도 있다.’

“!!!”

차원권능으로 강력한 존재의 운명은 세계를 변화시키니 건들 수는 없지만 하위 존재는 너무나 쉬웠던 것이다.

‘물론 고위현자들이 이렇게 오리진들에게 무시될만한 존재는 아니지만 주우주의 오리진이라면 말이 다르다.’

십중심들이 없다면 혼자서도 이계 전부를 날려버릴 강자들이 주우주의 오리진들이었다.

‘그런 강자들에게 자신들 정도의 고위현자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아니 존재 자체가 달라.’

그들은 자신들을 몰살해서 발생하는 세계의 수정력 따위는 얼마든지 감당할 힘이 있었다.

그리고 차원권능에 직접 당해보니 강자라면 별 신경을 안 써도 되지만 약자라면 정말 벌벌 떨어야할 위력이었다.

‘빌어먹을-! 주우주와 현세계의 수준차이가 가장 큰 문제였구나!

이러면 차원권능은 이계의 대부분의 존재들에게는 무적이다.’

존재감이 하위라면 과거와 현재, 미래의 전부가 차원권능을 익힌 존재에게 쥐어지는 것이다.

창조주님의 대리인인 창조신장의 전유물이라고 불리었던 차원권능의 무서움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물론 십중심과 그들과 비견되는 강자들은 당연히 열외다.’

그들을 건들면 세계 전부가 반발할 것이니 손을 댈 수 없어보였다.

‘왜 이렇게 상대에 대해 편차가 심하지?

강자들에게는 차원권능은 별 의미가 없어.

이러니 익힐 수 있어도 다들 포기하고 무시했지.’

하지만 분명 자신은 약자였다.

덕분에 식은땀이 나고 있지만 더욱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하려 했다.

그리고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굴복하고 변심한 미래의 자신에게 현재를 강탈당한 셈이 된 고위현자들은 거의 패닉상태였다.

이제 누군가 눈치를 채고 구원해줄 일말의 희망조차 없어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들의 구겨진 얼굴을 본 마도현자는 더욱 복잡해지고 어지러워지는 머리를 억지로 붙잡았다.

‘위험해.

미래를 불러서 과거를 대체하는 이런 방식의 전법은 대응할 방법이 거의 없다.

그리고 지금 내가 다른 고위현자를 동정할 여유는 없다.’

지금 자신도 잘못하면 미래의 자신에게 현재를 강탈당하고 마도구가 될 판국이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인내심이 더럽게 없어 보였다.

‘서로 너무 잘 알아서 만만치가 않은 선도현자와 드잡이 질을 하는 것은 하책이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가혹한 운명에 처하게 될 것 같았다.

그리고 그건 사실이었다.

실제로 입이 막혀진 이유가 바로 대답을 지체했기 때문이다.

“절대계의 위대하신 현자의 정점 회색의 절대자의 현재이시여.”

“왜?”

“가혹한 시험을 거두어 주소서.

그러시면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현자연합을 발족시키겠나이다.

반드시 이계 회색후보를 만들어서 보여드리겠습니다.”

고위현자들이 바보 멍청이가 아닌 이상 지금 살아날 방법은 굴복밖에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굽히느니 죽겠다고 외치는 고집쟁이들도 넘쳐난다.

그러나 저렇게 죽지도 못하고 미래에게 삶을 통째로 강탈당하는 상황이 끝없이 이어지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자기 신념에 목숨을 걸 수 있는 이유는 죽음과 소멸의 공포조차 극복했기 때문이다.’

고통보다 자신이 없어도 아무 이상 없이 아니 더욱 잘 돌아가는 세계를 현자는 버틸 수가 없었다.

‘머리통만 남은 마도구 신세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현자연합을 만들고 회색후보를 만드는데 전력을 다할 것이다.

그리고 나쁜 일도 아니다.’

회색의 절대자가 현자의 정점이라더니 정말 기가 막힌 수법이었다.

상대하기 껄끄럽거나 들통 날 확률이 있는 강자들을 모두 통합신계에 모이게 해놓고서 이렇게 몰래 일을 벌이고 있었다니 솔직히 감탄하고 있었다.

그런데 차원창세신 코아는 아무 관심이 없다는 듯이 말했다.

“싫다.

이계 놈들은 좋은 말로 하면 안 되더라.

일단 패고 시작해야해.”

“맞는 말씀이기는 합니다만 저는 다릅니다.”

“그런 장담은 싸워 이기고 나서 해라.”

“.........”

냉혹한 대답에 전의가 충만한 선도현자를 쳐다보았다.

어떻게 마도구 신세가 되고 그 이후로 살았는지 모르지만 이상하게 강해져 있었다.

‘머리통 마도구 신세를 벗어나서 현자연합의 대표 자리까지 얻을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아주 살기가 넘치네.

저 죽일 놈을 진작 처리해야 했는데 완벽한 기회만 노리다 이게 무슨 꼴이냐?’

적은 분명히 강해졌고 싸울 의지도 넘쳤다.

거기에 비해 자신은 지금 투지는 고사하고 살 길만 찾고 있었으니 승부가 될 리가 없었다.

‘제길-! 지금 싸우면 진다.

미안하다. 제자야.’

정확히 현실을 인지하고 어쩔 수 없이 사실을 고백했다.

“이계에 회색후보는 없지만 가능성이 있는 존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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