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아주 낡았는지 바퀴가 구르는 소리가 요란하다.
드르르르르르-!
아주 고풍스런 디자인의 음식을 실어 나르는 웨건을 밀고 온 기관장은 감격어린 표정으로 옆에 서서 말한다.
“다음 역에서 악기를 보충해서 음악을 들려드리겠습니다.
대신 이것을 맛보아 주십시오.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님이 다시 돌아오셔서 열차에 탑승하시기만을 학수고대하면서 준비한 술과 음식입니다.”
자랑스럽게 와인 병을 들어서 따려는 모습을 보니 불안감이 밀려왔다.
그래서 와인을 조사해보니 술이라기보다는 식초처럼 보였다.
‘저장을 잘못했거나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서 변질되었군.
기관장은 기계인간이니 와인과 같은 음식물을 먹을 리가 없으니 알 리가 없겠어.’
아무리 보관창고에 시간정지를 걸어 보관해도 정리나 관리를 하려면 해제하고 들어가야 했다.
덕분에 발효가 진행 된 저걸 따면 어떤 냄새가 날지 예상한 차원창세신 코아는 저지했다.
“멈춰!
오백억년 전이잖아?
아무리 시간 정지를 시켜도 가끔은 풀었을 것인데 그럼 와인이 멀쩡할 리가 있나?”
“헉-!”
그 말에 화들짝 놀란 기관장이 와인 병을 보고 절망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 그렇군요.”
찰랑-! 찰랑-!
다급하게 흔들어보니 정말 와인이 상해있는 상태로 보이는 것이다.
바로 허리를 구십 도를 숙이면서 사죄를 하는 기관장이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창고에 분명 멀쩡한 와인과 음식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다급하게 웨건을 밀고 가는데 굉장히 불안해 보였다.
바퀴의 축도 흔들리고 몸체 전부가 서서히 금이 가고 있었다.
‘이제 보니 웨건도 엄청나게 낡았다.
도대체 언제 적 물건이냐?’
어떤 시대의 물건인지 모르지만 굴러가는 것이 용할 정도였다.
드르르르르르-! 우드드드-!
축이 어긋나고 부서질 것 같아서 경고를 한다.
“잠깐 그 웨건도 너무 낡아서 조심.........”
아니나 다를까 문 너머에서 웨건의 바퀴가 빠졌는지 그대로 비명소리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린다.
“허어어억-! 안 돼-!”
“.........”
덜컹-! 와장창-!
웨건과 함께 와인병도 깨졌는지 지독한 식초냄새가 밀려왔다.
솨아아아아아-!
그러나 환기장치가 바로 냄새를 흡입하고 청량한 공기를 집어넣는다.
기관장과 차원창세신 코아가 대화하는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보던 청춘의 환상(靑春의 幻想) 크롬은 살짝 주의를 주었다.
“너무 괴롭히지 마세요.
저래 보여도 모든 요새열차의 총기관장이랍니다.
본인은 아무 능력이 없지만 직접 운용할 수 있는 전력만 생각하면 현세계에서 일백위 안에 들어간답니다.”
“누가 누구를 괴롭혀?
주어가 바뀐 것이 아니냐?”
아무리 생각해도 별 이상한 대접을 받는다고 황당해한 기억 밖에 없었다.
“호호. 남의 감정에 무관심하시는 것은 여전하시군요.”
그렇게 웃으면서 말한 청춘의 환상(靑春의 幻想) 크롬은 검은 치마의 옆의 지퍼를 아래에서 위로 당긴다.
지이이이이-!
무릎까지 덮었던 치마가 옆으로 갈라지면서 그대로 하얀 허벅지가 끝까지 모습을 드러낸다.
이게 지금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판단이 안서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뭐하자는 거지?’
바로 앞에서 마주보고 있는 자신이다.
이러면 이런 흐트러진 모습이 전부 보이는데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고 편안하게 저러는 것이다.
“편한 복장으로 쉬세요.
곧 도착한답니다.”
이제 생각해보니 목적지를 몰랐다.
여왕을 만난다고 하니 당연히 기계주신성으로 간다고 생각해서 정확한 목적지를 이야기하지 않은 것이다.
“........ 어디로 지금 가고 있었는데?”
그래서 꺼림칙한 표정을 지은 차원창세신 코아를 미묘한 웃음으로 대답하는 청춘의 환상(靑春의 幻想) 크롬이었다.
“먼 과거에 있었던 청춘의 기억을 찾아서일까요?”
“!”
그제야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립된 세계를 가진 이 차원요새열차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다.’
잘못하면 어떤 시간, 공간인지 모르는 곳으로 끌려갈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자신이 주우주 차원의 오리진이라고 해도 정확한 시간과 공간좌표를 모르면 복귀를 하는데 상당히 힘들 수 있었다.
“당장-!”
벌떡 일어나서 분노의 음성을 지르려는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갑자기 안내방송이 들려온다.
“본 열차는 곧 기계주신성에 도착합니다.
공간기뢰로 인한 충격이 있을 수 있사오니 안전벨트를 착용해 주십시오.
다시 말씀드립니다.”
“........”
입을 한손으로 가리고 살포시 미소를 짓는 청춘의 환상(靑春의 幻想) 크롬을 보니 이제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려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이건 또 무슨 특이종이냐?’
그리고 다시 앉아서 나직하게 말했다.
“도대체 넌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냐?
그리고 내가 이게 지금 필요로 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지?”
바로 발 옆에 있는 검은 사각 가방을 보면서 하는 질문에 청춘의 환상(靑春의 幻想) 크롬은 그대로 가방을 들어서 허벅지에 올렸다.
그리고 가방에 팔꿈치를 대고 앞으로 몸을 기우린다.
“어떻게 얻었느냐고 묻는 것이 먼저이지 않나요?
평범한 존재라면 그것부터 의문이 생기겠지요?”
풍만한 젖가슴의 굴곡이 확대하듯이 앞으로 다가왔지만 고개를 휙 돌려버리고 말한다.
호의와 적의가 모호한 현 상황에서 이 여왕과 잘못 얽히면 큰일이 난다는 위기 감각이 아주 확실하게 오고 있었다.
‘정체가 모호한 여자 따위는 질색이다.’
용병신 시절이면 언제 죽을지 모르는 한순간의 삶이라 생각하고 어울려 주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영원히 사는 신족인 이상 위험부담은 어떻게든 줄여야 했다.
“남의 사연이나 과거 따위는 알고 싶지 않다.
나 혼자만 생각하면서 살기도 벅차.
네 말대로 지금 나에게는 그것들이 꼭 필요하다.
그러니 어떻게 얻었냐고 과정을 따져서 일을 망치기는 싫다.”
“........”
어찌 보면 굉장히 무례한 행동일 수 있다.
하지만 아무런 불쾌한 반응도 없이 모호한 표정만 짓는 청춘의 환상(靑春의 幻想) 크롬이었다.
“가방을 넘겨주는 대가로 여왕의 열쇠를 전부 넘겨주겠다.
그리고 다른 세력과 연계하지 않겠다는 확약만 해준다면 여기서 끝내겠다.”
“후궁으로 원하지 않으실 것인가요?”
차원창세신 코아가 처음 여기에 왔던 처음의 목적을 상기시키는 물음이었다.
허나 가방을 쳐다보면서 냉정하게 말한다.
“나는 후궁이라 부르지만 실제로는 믿을만한 동업자라고 생각한다.
힘과 정기가 있다면 이해가 일치하는 존재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
허나 후궁이면 공동운명체이기에 조금은 안심할 수 있지.
내가 잘못되면 본인도 무사하지 못하니 말이야.”
그리고 청춘의 환상(靑春의 幻想) 크롬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자르듯이 말한다.
“내가 파악한 너희들은 너무 숨기는 것이 많고 아주 불안정해.
그래서 무엇보다 위험해.
동업자까지가 한계다.”
“.......풋-!”
심각한 표정을 한 차원창세신 코아의 앞이지만 상관없이 표정이 환하게 바뀌었다.
그리고 정말 즐거운 듯이 폭소를 터트린다.
“호호호호호호홋-! 당신에게 그런 말을 들을 줄은 상상도 못했군요.
그래도 동업자로서는 인정을 한다니 천만다행이군요.”
“정기농도가 빈약한 이계에서 창조력발휘에 제한이 온다.
그럼 기계문명과 융합한 너희만한 복구전력은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꼭 필요한 상대를 적으로 돌릴 수는 없지.
그리고 이 요새열차도 아주 놀라운 작품이다.”
“호오? 알아보시겠어요?”
청춘의 환상(靑春의 幻想) 크롬이 의외라는 듯이 탄성을 내지른다.
하지만 이런 반응은 이제 익숙해졌기에 차원권능의 분석능력으로 요새열차의 구조를 샅샅이 흩으면서 말한다.
“정신체조차 힘든 연산력을 필요로 하는 차원권능을 겨우 기계로 구현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수준은 아주 낮으나 가까운 미래나 과거, 아니 인근 차원까지 얼마든지 이동할 수 있겠군.”
“누가 직접 만든 작품인데 어련 하겠어요?
그와 저도 무척 고생했답니다.”
그 말에 차원창세신 코아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자신이 감탄한 차원이동까지 가능한 요새열차가 또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이 만든 것이라는 사실을 넌지시 알려주기 때문이었다.
“참고로 말하자면 난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이 아니다.
그런 기억도 없고 되고 싶지도 않다.
지금의 나는 사백구십구 주우주의 차원의 오리진이며 상급 창조신이다.
왜 이계의 초월자로 착각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그런 비교는 지극히 무례라는 사실을 알라.”
은근한 투기까지 동원한 위협이지만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이 천연덕스런 대답만 돌아온다.
“허계에서 많이 높아지셨네요.
그 정도 직위면 여왕들이 후궁으로 필요가 없다는 뜻도 이해가 가요.
하지만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으로서 가질 수 있는 직위나 세력도 그렇게 낮지는 않답니다.”
허공에서 커다란 책자가 하나 떨어졌다.
좌르르르르르-!
그리고 처음 부분을 펴고서 말한다.
“가장 먼저 무너져가는 현세계의 구원자가 될 수 있지요.
이미 눈치를 채셨겠지만 여왕들이 가진 전력의 대부분은 전투보다 바로 세계복구에 집중되어 있답니다.
또한 현세계의 정기부족에서 유일하게 자유로운 대규모 기계세력이기도 하지요.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의 모든 권리를 얻으시면 명령 하나로 여왕들이 단숨에 재건하여 부흥하는 현세계를 얻으실 거예요.”
“내가 신족의 절대 권력자인 창조신장이다.
주신성을 뿌리면 정기부족도 곧 해결된다.
신족을 강화하면 관리도 쉽다.”
다른 존재라면 모를까 세계의 정기차이를 무시하는 자신에게 의미가 없는 제안이었다.
그런데 책의 절반 정도를 펼치고 다시 말한다.
“영원한 절대 권력자는 어때요?
기계세력으로 복구하면 지성체의 수준미비로 인한 정기부족은 어쩔 수 없겠지요.
그 대신에 다른 정신체들은 정기부족으로 기계세력에 결코 대항할 수 없어요.
함대의 여왕의 대함대와 저의 요새열차들을 동원하면 현세계의 모든 행성을 직접 관리도 할 수 있답니다.
어떤 세력도 감히 반역을 할 수 없을 거예요.”
“내가 초월총수인이며 이계 진리대리인 차원창세신 코아 이다.
창조신장이면서 마신황제이기도 한 나에게 누가 도전할까?”
“.........”
청춘의 환상 크롬은 꺼냈던 책을 그대로 덮고서 등을 의자에 대었다.
“너무 강해져서 돌아오신 모양이군요.
정말 혼자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믿고 있으세요.”
“사실이다.
눈에 보이는 대규모 군대가 없을지라도 나는 이계와 존재의 격이 다르다.
나에게 반역할 수 있는 존재는 이계에는 십중심 외에는 없다.
허나 그들도 결국 진리님의 휘하이다.
이계 진리대리인 나에게 큰 문제가 없는 한 협조할 수밖에 없지.”
그러면 이계에서 자신을 막을만한 존재는 없었다.
힘조차 이런데 주신성을 만들 수 있는 창조력과 무한한 정기까지 있는 이상 비교할 수 없는 우위였다.
“가방과 내용물을 넘겨주는 대가로 여왕의 열쇠를 돌려준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무례를 전부 잊어주고 정기도 지급하겠다.
특히 주신성을 만들 수 있다고 보는 삭월(朔月)의 시즈지의 창조력에는 기대하는 바가 크다.
주신성을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는 대신 보물고의 거주권을 받고 싶다.
갑자기 쏟아져 나오는 조건제시에 청춘의 환상(靑春의 幻想) 크롬이 표정이 멍해진다.
그러나 상관하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
“은거를 깨고 이계에서 원하는 대로 복구사업을 해도 좋다.
그러면 여왕들은 이계 십중심이나 그에 준하는 존재들이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게 할 정도가 강자가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고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이 정말 복귀해서 여왕들 위에서 군림하는 것을 바라지 않겠지?
세력의 후견인만 되겠다.
그 물건을 본 이상 내가 지금 원하는 것은 이 정도이다.
그리고 아마도 너희들도 이게 바라는 수준일 것이다.”
“........”
여왕들이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로부터 철저한 독립을 원하는 것을 이미 눈치를 채고 있었다.
더구나 아무리 전력을 많이 축적해왔어도 이계 십중심을 압도할만한 강자가 없으면 모래성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모를 리가 없었다.
탁-!
가방에 기대었던 상체를 곧게 펴서 똑바로 앉았다.
“정확해요.
초월총수님이 그런 제안이시라면 삭월(朔月)의 시즈지님이 기뻐하시겠군요.”
“동업자는 서로 필요에 의해서 바라는 것을 주고받으면 그만이다.
과거나 감정에 연연하고 싶지 않다.”
“......”
그 순간 요새열차가 뒤흔들린다.
차원창세신 코아가 차원권능으로 열차 밖을 확인한 순간 기가 막혀온다.
‘인공지능 기뢰 꽃들이 기계 주신성을 완전히 뒤덮을 정도로 집결해 있다.’
독기까지 품고서 그야말로 거대한 뱀의 형상이 되어서 요새열차를 집어삼키려 하고 있었다.
구구구구궁-!
선두에 피어난 거대한 해바라기 꽃이 총괄자아의 지휘라는 사실을 확실히 알려주고 있었다.
꽃의 중앙에는 반드시 박살내겠다는 험악한 독기서린 눈동자가 떠올라 있었다.
“삐이이이-! 이 싸가지가 없는 구형 인공지능 자식-!
감히 총괄자아인 내 말을 거역해?
반드시 산산조각내서 영부터 일까지 버릇을 고쳐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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