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아버지와는 당연히 사이가 별로 안 좋았다.
사상유례가 없는 일천 명의 첩과 일만 명의 배다른 형제로 발생한 현세계 최고의 바람둥이라는 악질적인 평판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통합신계를 대신 관리하는 초월총수의 후궁이라는 직위 때문에 앞에서 그러지 못하지만 뒤에서는 아직도 시끄러운 실정이다.
‘처음에는 첩이나 배다른 형제자매를 도저히 용서 못한다고 화가 났다.
하지만 우습게도 그들이 통합신계를 다스리는데 가장 든든한 힘이 되어주고 있어.’
자의든 타의든 속속 찾아온 배다른 형제자매들은 제 육군 위세(威勢)로 모두 입대했다.
그리고 괴수신들을 토벌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아서 간부로 임명되면서 안정과 통제를 찾아갔다.
‘배 다른 형제자매와 일천 명의 첩들이 하나같이 강력하지 않은 존재가 없어.
첩들도 완전한 초월자는 아니지만 수명을 조정할 수 있을 정도로 각성된 상태다.
거기다 모두 하나같이 뛰어나다.’
능력만 보면 초월자가 완전히 되지 못한 첩들이라고 무시할 것이 아니었다.
지금은 서로 황당해하고 견제하고 있어서 혼란스럽지만 안정만 된다면 가문에 엄청난 전력이었다.
‘통합신계로 조금만 도와주고 정기를 지원해주면 모두 초월자가 될 수 있을 정도다.
어머니가 초월자가 될 재능이 없어서 초월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대상을 철저하게 선별하고 사귄 결과겠지.
아버지의 여자의 재능을 보는 안목과 자녀의 육성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어.’
그리고 일단 자신의 아버지이기도 했으니 일단 이야기는 듣기로 했다.
그렇게 아크람이 찾아와서 얼마 안 되어서 바로 주신전에서 굉음이 울리면서 천장을 박살내고 누군가가 날아갔다.
꽈꽈꽈꽝-!
지금 날려진 대상은 당연히 아크람이었고 사업이야기를 듣다가 화가 폭발한 코로나에 한 대 맞고 그대로 후궁전으로 날려지는 상황이었다.
눈에 검은 멍이 생긴 아크람은 이제 의식을 잃지 않고 속으로 혀를 차고 있었다.
‘쯧-! 처음에는 이럴 줄 알았다.
그러나 저러나 거의 총수님에게 맞은 것처럼 바로 죽을 정도로 아프네.
더 강해졌나?
역시 내 장녀야.’
눈에서 별들이 번쩍이고 정신이 날아갈 것 같은 통증 속에서도 뿌듯함을 느끼는 아크람이었다.
그 상황에서는 역시 딸을 초월총수님의 후궁으로 밀어 넣은 것이 참 잘한 것이라고 자위하면서 바람에 몸을 맡겼다.
퍼어어어어어어억-! 꽈아앙-!
아크람이 후궁전 정원에 처박히는 소리 뒤로 성질을 있는 대로 부리면서 외치는 코나의 음성이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지금 무슨 사업이요?
초월총수님의 사업에 참여하고 싶다고요?
그러니 십조를 빌려달라고요?
도대체 지금 도대체 정신이 있어요?
주신전의 일을 하기 싫으시면 가서 집안의 정리나 하세요!”
정확한 힘 조절로 후궁전의 앞마당 중앙에 정확하게 처박힌 아크람이었다.
과거라면 바로 기절했겠지만 이제는 익숙해져서 끄덕없이 몸을 일으켜간다.
‘크으으음! 역시 반발이 만만치 않아.
시간 좀 걸리겠군.’
구르르르르르릉-! 부스스스스스-!
운석이 떨어진 듯이 긴 고랑을 굉음이 울리는 상황에 놀란 여성들이 여기저기서 뛰어나왔다.
그런데 먼지구덩이에서 아크람이 등장하자 딱딱하게 굳었다.
바로 가서 도와야 한다고 생각은 했는데 주변 여성들을 보니 혈압이 솟구치는 것이다.
‘바람둥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주요 행성마다 여자를 둘 줄은 몰랐다.’
당장 주리를 틀려고 아이들까지 데리고 달려 왔는데 워낙 경쟁자 숫자가 많으니 어떻게 할지를 몰라서 당황하고 있었다.
‘더구나 본가라고 알려진 후궁전의 규모나 권력이 너무 엄청나다 보니 함부로 움직일 엄두도 나지 않는다.’
그래서 본처라고 나타난 여초월자와 초월총수님의 후궁이라는 장녀의 눈치만 보다가 슬슬 현실을 깨달아 간다.
‘반 초월자로서 정체를 숨기고 힘겹게 살아야 했던 자식들에게는 지금 상황이 엄청난 기회일수도 있다.’
언제 괴물로 변할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다는 평가를 받는 반초월자의 한계는 명확했다.
그런데 지금은 통합신계의 정규군인 제 육군 위세(威勢)로 들어가서 고위직이 되고 있고 자신들조차 완전한 초월자로 변할 기미가 보이고 있었다.
‘오히려 쫓아내지 않을까 걱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네.’
그래서 감정을 꾹 참고 시킨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런 사태를 벌인 당사자가 직접 나타난 것이다.
구덩이에서 몸을 일으킨 아크람은 익숙한 동작으로 계란 모양의 정기덩어리를 꺼내서 눈의 멍에 문질렀다.
슥-! 스슥-!
‘흠. 이 짓도 이제 능숙해지는군.’
아크람은 비록 딸에게는 도저히 못 이겨서 이 꼴이지만 그래도 최상위의 지배자급 초월자였다.
가진 세력이 없었지만 개인의 무력은 어떤 초월자들에게도 뒤처지지 않았기에 이런 상황에서도 무사한 것이다.
‘내가 한방도 못 피하다니?
내 딸이지만 정말 상식을 초월했다니까.’
더구나 이제는 많이 맞았더니 이제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겨서 익숙하게 치료를 완료했다.
아직 눈 가에 검은 멍에 남았지만 주변에 모여든 여성들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여어. 제시카-! 안젤라-! 미스티-!”
모두를 보면서 한손을 흔들면서 반갑게 이름들을 하나하나 불러 가는데 끝이 없었다.
“........”
“........”
여성들은 이런 상황에서 기가 죽지 않는 모습을 보니 기가 막혔지만 그래도 사랑하고 존경했던 배우자였다.
또한 아름답고 재능이 넘치지만 권력이나 세력이 없는 지성체 여성의 운명은 언제나 험난했다.
그 시련 속에서 세상의 권력과 싸워 지켜주던 것이 바로 아크람이었다.
‘나를 구해주고 가족을 보호해주어서 정말 사랑하고 존경했던 존재.’
‘지성체로 유한하게 끝날 운명을 초월자에 입문을 시켜준 은인이기도 했다.’
더구나 어디서 순순히 맞고 다닐만큼 약하지 않은데도 부상을 입은 모습에 걱정을 한 한명의 여성이 부축을 하자 모두 모여들었다.
그러다 다급하게 부축을 했다.
멀쩡해 보였지만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이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는 사실을 안 것이다.
“이것 참 면목 없네.
그럼 미안.”
아크람은 부축을 받자마자 그대로 다리에 힘이 풀려버렸다.
휘청-!
여성들이 바라보고 있느니 죽고 아니면 오기로 버텼지만 걷지도 못하고 움직이면 바로 쓰러질 지경이었다.
사양하지 않고 부축을 받으면서 본관으로 이동해간다.
“아무 걱정은 하지 마.
지금은 힘들지만 내가 어떻게든 행복하게 해줄게.
아이들도 당당하게 살 수 있게 하겠어.”
그러면서도 끝없이 주변의 여성들을 다정하게 쳐다보면서 안심하게 말을 한다.
여성들도 화는 많이 났지만 본처와 딸이 따로 있다는 이야기도 처음에 분명 말했다.
그걸 알고도 받아들이고 원한 것은 자신들이었다.
그리고 아이가 태어나고 힘을 키워 독립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아크람은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껴주었다.
“...... 나중에 이야기해요.”
분노와 짜증이 흐려지는 것을 느끼면서 황급히 침실로 향했다.
코로나의 분노의 철권은 사고치지 말고 집에서 푹 쉬라고 먹인 일격이었기에 슬슬 아크람의 의식이 흐려져 간 것이다.
그래서인지 비몽사몽간에 헛소리처럼 본심을 이야기 한다.
“아아-! 표어만 그럴싸했지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살아남기도 힘겹던 지긋지긋했던 혁명-!
그 이후 오백억년동안 버티면서 이렇게 힘든 경우는 결코 없었지만 만족할만한 성과가 있어.
이제까지 아무리 노력해도 방법이 없었지만 초월총수님 밑에서는 보여.
그러니 내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돼.
후후후후후-! 모두가 명문 일족이라고 떵떵 거리면서 살 수 있다 이거야.
내 사랑하는 아이들과 소중한 아내들이 모두 영원히 행복하게........”
한명의 여성을 사랑하는 것도 힘든 일이다.
그런데 일천 명을 사랑하면서 일만 명이 넘는 뛰어난 아이들을 길러냈다는 사실은 어떻게 보면 업적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누구도 버리지 않고 끝까지 책임졌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힘든 깊은 사랑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사랑이 깊은 초월자는 없다.’
부분적이나마 각성하여 수명의 제한이 없어져 오랜 세월을 살아온 여성들은 그 점만은 잘 알았다.
“편히 쉬세요.”
계속 횡설수설하는 아크람을 본전의 침대에 뉘이고서 여성들이 조심스럽게 물러난다.
그러자 그런 상황을 보고 있던 아내가 침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말없이 침대 옆에 앉아서 눈에 아직 흐릿한 검은 멍이 있는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한참을 쳐다보다가 딸이 만든 멍든 눈덩이를 쓰다듬으면서 아련하게 말한다.
“........ 바보 같은 사람.”
처음 만났을 때도 아크람은 최상위의 초월자로서 혁명의 최전선에서 신족과 치열하게 싸워왔다.
그 당시에는 권력과 부귀영화를 싫어하고 개인의 만족과 행복을 먼저 찾기 원하는 낭만이 넘치는 젊은 초월자였다.
그리고 어마어마한 희생과 끝없는 전투를 부르는 신족과의 혁명에 힘겨워하고 있었다.
‘나는 그때 평범한 지성체의 여성으로서 신족의 선별에서 떨어져서 처분될 운명이었다.
그렇지만 아크람에게 구해졌고 결국 초월자까지 되었다.’
초월자가 될 수 있는 존재는 거의 정해져있다.
‘재능이 가장 최우선, 그리고 지원과 노력, 천운까지 따라야 해.’
모든 면에서 자신은 낙제점이었기에 선별에서도 떨어졌다.
정상적으로는 절대로 각성할 수 없는 자신을 초월자로서 만들기 위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온 아크람이었다.
‘첩과 아이들 문제도 거기서 시작했으니 나만은 비난을 해서는 안 돼.’
여성들이 아크람과 다정하게 같이 있는 모습을 보면 치솟는 감정은 어쩔 수 없어서 매정하게 대정하지만 본심은 아니었다.
그런데 너무 심한 충격을 받았는지 아주 오랜 과거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자신의 겉에서 잠들었을 때 마음이 풀어졌는지 가끔 하던 잠꼬대 같은 말이었다.
“으으........ 아이언. 제발 알려줘.
어떻게 아무 재능도 가능성조차 없는 지성체를 초월자로 만들 수 있지?
아니 왜 내게 그럴 수 있다고 알려 주는 것이야?
내가 유한한 지성체를 정식 아내로 받아들였기 때문인가?”
누운 채로 몸을 비틀면서 누군가를 쫓아가려 한다.
“삭월(朔月)의 시즈지와 너의 여왕들이 증거라고?
그럴 리가?
그녀들은 최고의 초월자들이야.
하지만 네가 이런 일로 거짓말을 할리는 없지.
이러면 절대 포기를 못하잖아?
내 아내도 초월자로 만들어야만........”
다급하게 누군가를 붙잡듯이 양손을 휘저으면서 다급하게 외쳤다.
“이렇게 말을 해놓고 어디를 가는 거야?
이제 너의 할 일은 전부 끝났다고?
이 자식아-! 또 그런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은 하지 마.
이런 말까지 해놓고 멋대로 마무리 하지 마!
멈춰-! 또 어디의 사지(死地)인지 모르겠지만 이러면 차라리 같이 가자.
아니면 내 아내도 초월자로 만들 방법을 알려달란 말이다!”
보다 못한 여초월자가 몸을 흔들어서 깨웠다.
아크람은 흐릿한 눈빛에서 서서히 빛이 돌아오자 다정하게 안으면서 말했다.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은 오래전에 마신황제와 함께 죽었어요. 여보.”
정신이 돌아온 아크람은 아내의 품 이라는 것을 알고서 몸에 힘을 풀었다.
“내가 또 그랬군.
하지만 죽을 리가 없어.
내가 살아있는데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이 소멸했다니 믿을 수가 없어.
어디인가에 멀쩡히 살아있을 거야.
아니 이제 찾을 필요는 없겠군.
당신이 초월자가 되었으니 말이야.”
그렇게 말하는 아크람은 피곤하다는 눈을 가리면서 물었다.
“초월총수님이 당신을 초월자로 만든 순간 이상한 힘을 느끼지 않았어?
아니 방식을 기억해?”
오백억년을 현세계를 떠돌면서 수없이 시도하고 찾았던 방법을 초월총수님은 바로 눈앞에서 보여주었다.
그런데 아무런 것도 느끼지 못했으니 답답하기까지 했다.
방금 초월자가 된 아내가 알 리가 없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면서 물었다.
“모르겠어요.
죄송해요.”
정말 미안하다는 듯이 말하는 아내를 꽉 껴안아 주었다.
“아니야!
결국 나는 지성체를 초월자로 만드는 권능을 얻지 못했지만 사랑하는 가족들을 얻었으니 만족해.
원래 내가 원하던 것은 힘이나 혁명으로 얻는 권력이 아니었어.
단지 나를 사랑해주는 많은 존재들에게 둘러싸여서 행복하게 살기만을 원했어.”
너무나 간절하게 바라던 일이 초월총수님에 의해 이루어졌으니 보답은 반드시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일의 시작이 떠올랐다.
아내와의 결혼은 창조신장이 소멸되고 신족의 본성이 박살나서 이제 혁명은 끝났다고 환호하던 시절이었다.
모두의 축복과 걱정 속에 결혼식을 치루고 신혼을 시작했다.
‘창조신장이 소멸하고 마신황제가 나타나기 직전까지 잠깐의 평화시기의 신혼생활은 더없이 행복했다.
다른 초월자들이 얼마 살지 못할 지성체 반려를 맞이했다고 우려와 걱정을 나타냈지만 애써 무시를 했다.
아니 불안을 억눌렀지만 갈수록 영원한 반려를 수명으로 반드시 잃는다는 절대로 변하지 않는 사실은 공포로써 다가왔다.
‘마신황제가 준동으로 피해가 커져가는 시기에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을 처음 만났다.’
어찌된 일인지 용자동맹의 용자왕들을 전부 이끌고 집에 찾아온 초월자 영웅은 그야말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었다.
‘갑옷도 없이 어떤 공격도 받아내고 적을 격멸한다는 불멸의 육체로 이미 살아있는 전설인 초월자의 영웅이었다.
그리고 초면인 자신을 집까지 갑자기 찾아와서 다짜고짜 물었다.’
어떤 보호장구나 신기도 사용하지 않는다는 소문대로 상의를 벗어 완벽한 근육질의 상체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누구나 인정하는 최고의 초월자 영웅은 신기하다는 듯이 자신을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네가 아크람?
평범한 지성체를 정식 반려로 받아들인 초월자가 있다고 해서 직접 보러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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