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이계 진리대리로서 세계에 해가 될 짓을 하면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과 똑같은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이니 안전했다.
그래서 이 기회에 전부 팔아넘기기로 결심을 한다.
‘일단 모두 판매한다.’
어차피 가지고 있어보았자 직접 가공이나 제조를 할 수 없으니 큰 짐이었다.
“일단 사업이야기로 돌아와서 원하는 대로 내가 직접 만들고 축적해온 특수재료를 전부 납품하겠네.
다른 십중심에게도 알리겠지만 모두 판매에 응할 것일세.
그러면 약 이천조 정도가 될 것 같지만 이계 진리대리님의 재력으로 보아서는 정기지불은 이상은 없겠지.
그럼 용도를 물어보아도 되겠나?”
“물론입니다.”
무려 이천 조였다.
이계는 일반 행성의 거래금액의 기준을 일백억 정도로 치고 있으니 행성 이십만 개의 정기였다.
특수재료의 가격으로는 실로 엄청난 금액을 요구하는 대신(大神)이었으나 오백억년동안 축적해온 특수재료의 양을 생각하면 당연한 가격이었다.
그리고 지불해야하는 차원창세신 코아도 아무런 망설임이 없었다.
‘이계 기준으로 이천조이지만 주우주 기준으로는 이십조이다.
그리고 내가 차원권능으로 정제하면 이조 정도로군.
절대급 신기제조를 해서 판매하여 올릴 수익을 생각하면 거의 거저다.’
차원의 권능을 통한 정기가공 능력이 있는 이상 아무 문제가 없었다.
절대계에서는 감히 바랄 수도 없는 십중심의 권능이 담긴 특수재료였다.
팔겠다면 오리진들이 정기를 싸들고 와서 팔라고 아우성을 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걸 사용하여 만든 절대급의 특수신기를 얻을 수만 있으면 몇 조 정도는 얼마든지 지불할 존재가 절대계에는 넘쳐난다.
안 그러면 죽으니 말이야.’
절대계에서 문제가 생기면 절대 말로는 안 푼다.
당사자들이 힘으로 결판을 내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툭하면 결투가 일상인 절대계에서 절대급의 신기가 가진 가치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내가 절대급의 신기를 제작해서 미래의 회색의 절대자를 통해서 절대계에 유통시키면 된다.
더구나 나 자신이 직접 만드니 가공비도 안 들어.
이러면 단숨에 수백 배의 수입을 얻을 자신도 있었다.’
비록 미친 회색이라고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지만 십중심은 확실했다.
그런 존재의 보증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업 배경과 같았다.
‘감히 수작을 부릴 존재는 없겠지.
역시 이건 거저먹는 사업이야.’
대충 수익을 계산하고 아주 기분 좋게 설명을 이어갔다.
“아주 좋습니다.
특수재료를 넘겨주시는 양만큼 바로 현장에서 지급하겠습니다.
용도는 당연히 차원일족의 주력사업용입니다.”
“주력사업을 무엇으로 정했기에 이 정도 양이 필요하신가?
절대급의 전투용 신기로 만들면 거의 이십만 명의 창조신을 무장시킬 수 있는 양이라네.”
대신(大神)으로서는 당연한 의문에 걱정이었다.
‘파괴에 중점이 된 자신들의 권능이 담긴 특수자재가 가장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분야는 바로 무기, 신기제작이었다.’
즉 전쟁을 준비하는데 최고의 재료였다.
그리고 다시 과거의 의문이 머리에 떠오른다.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처럼 모든 세계가 부서져도 끄덕하지 않을 보물고를 만들 리는 없겠지.
이제 생각해보니 보물고에 그렇게 특수자재를 쏟아 부은 것도 아주 이상했어.’
도저히 감당 못할 보물을 가지고 있을 경우라면 이해가 갔다.
하지만 그때는 텅텅 비어있었다.
정기도 세력을 유지할 정도만 있고 보관할만한 여유 정기조차 없었던 것이다.
‘여왕의 전용신기와 보물고를 만드는 특수재료를 구입하는데 모아놓았던 정기를 다 사용했다는 설명에 황당하기까지 했지.
도대체 무엇을 그렇게 엄중하게 보관하려 했을까?
아니 이미 끝난 일이다.
이계에 사업을 하려는 차원창세신 코아가 문제를 일으킬 리는 없겠지.’
이계에서는 독보적인 강자에 초월총수인 차원창세신 코아가 금고가 필요할 리가 없었다.
진리대리이며 미친 회색의 현재이기도 하니 사무실 책상에 어떤 보물을 올려놓아도 훔칠만한 간담을 가진 존재가 있을지 의문일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차원창세신 코아는 자신의 차원권능이 담긴 세계의 수준차이를 무시하는 효과를 숨기고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이계 기준으로 그렇지만 주우주의 기준으로는 일만 명 분량도 안 되지요.
절대계 기준으로 보면 겨우 일백 명분입니다.
절대급의 신기를 팔면 이익을 볼 수 있기는 합니다만 나중 일입니다.
그리고 제가 뭘 숨기겠습니까?
자본은 있는데 믿을만한 부하가 많이 없습니다.
그럼 어떤 사업을 해야 망하지 않고 안전하게 커갈 수 있겠습니까?”
“?”
대신(大神)의 의문서린 표정을 읽었지만 속 시원하게 대답을 해주지는 않았다.
“일단은 직접 이계에서 전쟁용 신기를 만들어 판매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밝혀두겠습니다.
이계 정도라면 전력은 저 혼자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아-! 후궁들에게 환심을 사려면 몇 개 정도는 만들어 주어야겠군요.
이건 양해해 주십시오.”
“....... 그 정도는 마음대로 하시게.”
뭔가 과거의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과 같은 특수재료의 처리방식이었다.
이계에서 후궁으로 받은 인원이 코로나란 반초월자 아이와 신족의 라크사샤가 있다고 들었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다.
‘후궁에 대한 환심이라?
이유가 정말 다르군.
하긴 그렇기도 하지.’
혼자라도 전력이 충분하다는 굉장히 광호한 말인 것 같지만 전뇌계로 파악한 현재 절대계 회색의 절대자의 권능을 생각하면 충분했다.
‘지역우주 이상의 권능영역과 광역파괴권능을 가진 파괴신이지만 그 이상의 창조신.
그래서 성향은 극히 위험하지만 처치가 곤란한 존재임.
절대 충돌하지 마십시오.’
이렇게 간략하게 정리된 보고서는 기가 막혔다.
무조건 날뛰는 파괴신이면 힘을 모아서 처분하겠는데 강력한 창조신이기도 하니 현상을 두고 보고 있다는 뜻이었기 때문이었다.
“무슨 사업인지 도무지 모르겠군.
설명을 해줄 수 있나?”
“후후후훗-! 아직 정리 단계입니다.
이계 차원주신 일호점의 개관식에 직접 발표할 생각이니 참석하시면 바로 알게 될 일입니다.
그때 전부 거래하도록 하시지요.
그리고 가급적 다른 이계 십중심님들과도 친분을 쌓고 싶군요.
꼭 모두 모시고 오기를 바랍니다.”
“알겠네.
그렇게 전하도록 하겠네.”
다른 십중심들과도 좋은 관계를 맺고 싶다는 말에 의심을 완전히 지웠다.
‘과거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이 받았던 의심처럼 정체를 숨기고 암약할 생각이 전혀 없군.’
더구나 절대계 회색의 절대자의 현자가 이계 십중심들과 친분을 맺고 싶다면 사양할 필요는 없었다.
‘회색의 절대자가 없는 이계로서는 엄청난 이득이다.’
여기에 특수소재를 활용한 신기제작까지 가능해 보이니 적극적으로 나설 생각이었다.
‘귀한 재주를 가졌거나 부자인 친구는 언제어디서나 누구라도 환영해야한다고 하던가?
중재를 잘 해보아야하겠군.’
그렇게 완전히 안심한 대신(大神)이 떠나자 뒤에서 손을 흔들면서 환송하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잘 가십시오.
좋은 거래 감사합니다.”
“수고하시게나.
이번 대화와 거래는 오래간만에 아주 즐거웠네.”
대신(大神)이 통합신계의 초장거리 공간이동시설을 통해 완전히 물러난 것을 확인하자마자 차원창세신 코아는 주먹을 부서져라 쥐면서 이를 갈았다.
우두두두두둑-!
혹시라도 다시 의심을 살까 긴장했던 것을 생각만 해도 열이 받았다.
‘미래도 난리더니 이제 과거 중 하나가 문제냐?
살다 살다 이렇게 억울한 경우도 드물다.’
흑염의 절대자와 결판을 보겠다는 자살지망인 미래의 자신 때문에 골치가 아픈데 이제 다른 존재로 의심받아서 이렇게 고생을 하고 있다.
더구나 과거의 환생 중 하나가 영웅행세를 하면서 세계 정복을 노리던 악당이었다고 한다.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을 이계 십중심들은 세계를 이 꼴로 만든 흑막 중 하나로 낙인찍으려고 했다
책임의 분산이라고 말했지만 어느 정도 확신이 없었다면 그럴 리가 없다.
보물고에 쌓아놓은 정기와 삭월(朔月)의 시즈지가 만들어 놓은 전력을 보면 분명하다.’
초월총수로서도 최우선으로 처분해야할 위험인물이었다.
그런데 이 쳐 죽일 흑막이 자신과 다른 존재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걸리는 게 많았다.
‘최고의 초월자 영웅이 아니라 현세계 정복을 노리던 흑막이라고?
진리님에게 처분을 안 당했으면 정말 언제인가는 그렇게 하고도 남았다.
이런 난리도 없군.’
동일한 존재라고 인식된다면 애로사항이 무궁무진해 보인다.
더 짜증나는 점은 먼 과거에 자신이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이었다는 점점 뚜렷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더구나 사고를 쳐 놓은 일이 이게 끝이 아닐 것 같은 싫은 예감이 밀려온다.
‘이 미친놈이 도대체 어디까지 분탕을 쳐 놓은 거야?
정말 미래나 과거나 하나도 도움이 안 돼.
으득-! 역시 믿을 것은 현재인 나뿐이다.’
혹시 새나갈 수 있으니 차마 말을 내뱉지 못하고 이를 부득 갈면서 황금빛 연기를 더욱 짙게 내품었다.
‘침착하자.
과거 때문에 화를 내도 아무 도움이 안 돼.
지금은 현재의 사업에 집중한다.’
대신(大神)이 떠나자마자 순서를 정했다는 듯이 차례로 들어오고 있는 존재들은 자신조차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이계에서 누구나 알만한 명문일족의 오리진들이 자신을 만나기 위해 기다라고 있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아주 좋아지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후후후! 결국 모두 거래에 응했군.
하긴 나라도 포기 못할 사업조건이지.”
재빨리 이계 오리진들의 능력을 확인했다.
자력으로 황금 연기의 결계조차 돌파하려할 정도이니 이백 억의 한계신력만이 아니라면 정말 만만치 않아 보였다.
‘모든 세계는 같은 가능성을 가진다.
역시 한때는 절대계와 동등했다는 이계답군.
하지만 결국 허름한 이계수준이야.
같은 등급의 오리진 아니 창조신들과 싸우면 필패인가?’
권능은 강했지만 주우주의 오리진에 비해 어딘가 위축되고 약해 보인다.
이계는 약자보다 강자에게 더욱 인색하고 가혹했다.
강자가 눈치를 보아야 하는 그런 세계에서 자라난 존재의 한계는 오리진조차 저렇게 명확했다.
‘그리고 가면인가?
강할수록 더욱 견제 받고 통제를 받으니 명문일족의 오리진도 함부로 움직일 수 없나보군.’
대신(大神) 바로 다음에 들어올 정도로 강한 오리진조차 더욱 철저하게 정체를 숨길 이유가 있는지 검은 가면까지 쓰고 들어온다.
수우우우우우-!
하지만 이미 통합신계의 자아를 통해서 은밀하게 접촉을 요청을 해 와서 누구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
‘이계 최대 규모의 정신체 일족을 운영하고 있는 명문일족의 오리진이로군.’
아마도 이계 최고 부자가 누구냐고 물으면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앞의 존재라고 말할 정도의 재력까지 가진 유력자이다.
“어서 오십시오.
환영합니다.”
대신(大神)을 대할 때와 다름없는 정중한 사업가로서 태도였다.
검은 가면을 쓴 오리진도 그것을 느꼈는지 똑같이 대응을 해온다.
“초월총수님에게 무례하지만 사정이 있어 가면을 쓰고 실례하겠소이다.
하도 바쁘신지 자리를 계속 비우시니 뵙기가 무척 힘들었다오.
여기서 계속 기다리다가 오셨다는 소리를 듣고 바로 이렇게 찾아올 수밖에 없었소.”
“후후후후후-! 가면이 실례라니 무슨 말씀을 하십니까?
저도 개인사정인 너무 강한 마력 덕분에 황금빛 연기로 모습을 가리고 결계를 두르고 있어야 합니다.”
자신의 몸에 두른 황금빛 연기를 오른손으로 가리키다가 가볍게 가슴에 손을 펴고 대소 인사를 건네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진심으로 반갑습니다.
정체를 숨겨도 비즈니스 파트너는 언제든지 대환영입니다.
동지는 부담스러울 것이니 이렇게 정의할 생각인데 괜찮으십니까?”
지극히 정중한 말에 검은 가면을 쓴 오리진도 만족스러운 말투로 긍정한다.
“나도 그런 관계가 좋소이다.
혁명이나 동지와 같은 아무 이익도 없고 명분도 사라진 말에는 이제 신물이 나니 말이오.”
“절대계와 주우주가 쭉쭉 나아가고 있는 지금 뒤쳐진 이계가 그걸 따질 상황은 아니지요.
이제 서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사업이야기를 시작해보도록 하지요.”
“후후후.”
현세계를 낮추어 부르는 이계라는 말을 직접 들었지만 이계의 오리진은 가면 너머로 씁쓸하게 웃기만 했다.
‘주우주에서 온 창조신 한명에게 이렇게 휘둘리고 있으니 할 말이 없군.
수준 차이가 심각하기는 해.’
직접 보니 도저히 상대할 자신이 없었다.
더구나 저 쪽이 창조주님의 인정이라는 명분과 사업이라는 칼자루까지 쥐고 있으니 화도 내지 못한다.
그리고 바로 사업이야기를 시작하자는 말에 이계의 오리진은 심각한 어조로 부탁하듯이 말했다.
“거두절미하고 깎아주시오.
그 금액은 주우주면 모르겠지만 현세계에서는 누구도 감당이 어렵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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