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923화 (834/2,000)

34권 35권

이렇게 완전히 전권을 맡기니 속이 편하기는 한데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의 과격하고 신속한 진행이었다.

덕분에 지금 본성 피오리나에는 전통파 신족 총 전력이 거의 집결하고 있는 상태였다.

군세의 원활한 통제와 전력회복을 기존에 싸워왔던 일군과 이군은 예비군으로 물리고 최고위원회의 창조신들도 일단 쉬라고 지시한 상태였다.

그런데 그렇게나 바라던 후방으로 가라고 했는데 전후사정을 듣더니 물러나는 존재가 없었다.

‘이년 넘게 최전선을 지켜 극도로 소모된 최고 위원회의 창조신들도 장기휴가를 주었다.’

‘그런데 지급된 정기구슬을 꾸역꾸역 먹고 며칠 푹 자더니 바로 참전을 하네.’

당장 전선에 신병을 보내서 자신들을 쉬게 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위원회의 주신들을 협박하던 과거와는 천지차이의 대처였다.

이런 현상은 모든 투신들이 동일했다.

어느 정도 회복하자마자 다시 전선에 서려고 하는 것이다.

목적은 충성심보다는 자신들처럼 점령지 독립신계의 행성의 확보였다.

오히려 말려야할 정도로 전투의욕이 치솟아 올라 있는 상태였다.

“최고위원회의 창조신들은 점령지를 전리품으로 참전한 투신과 군신들에게 나누어 주겠다는 선언을 듣고 거의 기절할 정도로 놀랐다고 했던가?”

“처음에는 말도 안 된다고 노발대발하다가 생각을 바꾸었다고 하더군.”

“자기 결정에 합당한 이유 없이 반대하면 직위고하 남녀노소 가문 일족을 구분하지 않고 전부 죽여 신령을 영구 봉인하겠다는 차원창세신 코아님이 무서웠겠지.”

지극히 이성적이고 현명한 판단이었다.

입버릇이 ‘반역하면 직위고하 남녀노소 가문일족을 가리지 않고 전부 처분!’을 외치는 절대 독재자에게 입을 닥치고 따르는 것이 상책이었다.

그리고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가 컸다.

“그보다 신계자아가 기록한 자신들의 전공을 보더니 안면이 싹 바꾸었다던데?”

“차원창세신 코아님은 직접 전투실적을 최우선으로 한다.”

“본성 피오리나를 지금까지 지키면서 적 창조신들을 막아낸 지금까지의 전공만으로는 자신들이 최고였기 때문이지.”

“지금만이라도 행성이 몇 개씩 떨어지겠어.”

“그런데 더 벌겠다고 나서더니 창조신이라도 욕심을 참지는 못하는 모양이군.’

영웅신들은 살짝 힐난했지만 자신들도 입장은 같았기에 말을 아꼈다.

자신들은 최고위원회의 창조신들보다 분명 강했지만 이번에 보인 저력은 무시를 못할 수준이었기 때문이었다.

‘차원창세신 코아님이 임명한 창조신장 대리나 부 창조신장, 군단장은 일단 인정은 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차원창세신 코아의 짜증과 분노가 무서워서 그런 것이었다.’

멋대로 뛰쳐나간 데바일족의 오리진을 바로 부 창조신장으로 임명하자 기회다 싶었는지 화상으로 단체연락이 왔다.

누가보아도 잘못된 일이었기 때문에 모처럼 기세가 등등했다.

그러나 통할 리가 없었다.

“신족은 창조력이 최우선이다.

창조의 영웅신 브라흐마의 창조력이 너희들보다 몇 배나 강한데 왜 너희들의 밑이 되어야 하는가?

너희들의 창조력으로 지금 신족에게 걸려있는 창조력 부족을 채울 수 있나?”

차원창조신 코아의 지극히 차가운 음성이 주신전에 울리자 조용해졌다.

“과거의 잘못이라?

영겁을 사는 신족 중에서 과연 누가 완벽할 수 있는가?

그렇게 과거가 중요하면 최고위원회의 창조신부터 죽을 짓을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지 확인을 당하고 싶으냐?

너희들을 나의 퍼스날 히스토리(Personal History)로 전부 털어줄까?”

“그........ 그것만은!”

퍼스널 히스토리(Personal History)로 주신성(主神星)에 수작을 부리려던 지배자급 초월자들이 탈탈 털려서 어떤 꼴이 되었는지 모르는 고위 정신체들은 없었다.

그리고 자신들은 현세계의 지배층이었던 신족이 이 꼴이 되는데 가장 책임이 있는 최고 지배자들이다.

‘당연히 철저하게 확인을 하면 몇 번 죽어도 모자를 잘못들이 있다.’

지금 돌아봐도 왜 자신들이 그렇게 어리석게 행동을 했는지 모를 정도로 문제가 많았다.

과거를 생각하니 점점 고개가 숙여지는 최고위원회의 창조신들과 위원회의 주신들이었다.

“신족이 이렇게 된 이상 어차피 모두가 죄인이니 과거의 잘못 따위는 상관없다.

그리고 나는 단순한 대표가 아니다.

신족 모두의 생사(生死)를 주관하는 절대독재자인 창조신장이다.

그런 나에게 반역이라?

내게 너희들이 꼭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일족과 함께 전부 죽음을 선택하겠느냐?’

오로지 신족을 위한 능력과 앞으로 기여도만이 중요하고 그 외에는 아무 쓸모가 없다는 지독하게 냉정한 말이었다.

몸을 둘러싼 황금빛 구름이 일부분 걷힌다.

그리고 드러난 차원창세신 코아의 이마에서 번쩍이는 창조신의 보석에 갇힌 수천만의 신령들이 보였다.

“여기에 추가되고 싶으면 언제든지 덤벼라.

신령연옥에서 영구 무임금 강제노동도 신족을 위해서 좋은 선택이다.”

“......... 뜻대로 하옵소서.”

“입 닥치고 시킨 일이나 제대로 하고 대가를 받아서 빨리 커.

너희들의 수준으로는 창조신의 직위가 아까워.

주우주로 가면 중급 주신도 힘들단 말이다.”

“.........”

신령연옥(神靈煉獄) 안에 최고 위원회의 창조신조차 능가하는 강자들이 무수히 갇혀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 덤빌 수가 없었다.

그런데 마침 잘되었다는 듯이 창조신과 주신들의 신령 전부를 뒤흔드는 언어폭력이 끝없이 이어진다.

“도대체 오백억년 동안 뭐하고 살았어?

본성이 왜 이 꼴이야?

이 허름한 신계와 빈약한 시설은 뭐냐?

이게 신계야 거지소굴이야?

몽땅 부수고 새로 만들어야 해-!

이런 창조력 수준에 너희들이 신족이라고?

거지 떼지!”

“........”

그래도 현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신족들을 거지 떼라고 욕한다.

그런데 원탁 위에 쌓여있는 정기구슬의 언덕을 보면 상대적인 사실이니 할 말이 없었다.

“그래도 창조신이라고 말은 많으니 구걸도 잘하겠다.

쪽박이나 가져와라.”

“........”

“너희들이 주신이라고?

에라이-! 주우주의 투신들에게 한방에 뻗을 것들이 무슨 주신이냐?

주우주의 애완신수(愛玩神獸)가 웃겠다.”

최고위원회의 창조신이라고 봐주는 것이 전혀 없었다.

그렇게 직위에 차별 없이 쏟아지는 무능에 대한 짜증과 분노가 한참 이어지자 모든 반발은 사라들었다.

창조신들에게 쪽박가지고 동냥이나 해오라는 막말을 하고 주신들에게는 그 수준으로 살 바에는 나가 죽으라고 욕설만 퍼 부우니 버틸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영웅신들의 직위문제도 이상 없이 해결되어서 정상적으로 권한을 발동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당연히 불만과 불안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기껏 능력에 맞게 얻은 직위지만 차원창세신 코아님이 허계로 돌아가면 흔적 없이 사라질 수 있다.’

‘아직 불안정해.’

‘너무 벼락출세라서 유지가 힘들겠어.’

최고위원회 창조신들의 나중에 두고 보자라는 눈빛에서 읽을 수 있었다.

차원창세신 코아의 절대독재가 끝나면 바로 권력다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그래서 영웅신들은 더욱 조바심이 나는 상황이기도 했다.

‘최고 위원회의 의사에 의해 직위가 좌지우지될 수 있는 상황을 타파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전공을 세워 신족에게 영웅신의 위명을 더 상위라고 각인시켜야 하지.’

‘그리고 독립신계를 늘려서 세력을 확대해야 해.’

이것이 영웅신들이 최전선에서 나온 이유였는데 이상하게 현실파 신족들이 바로 후퇴하는 바람에 이루어지지 못했다.

텅 빈 적군의 방어기지를 보고서 망설이다가 결정을 내렸다.

“점진적으로 전진을 시작하자.”

“무엇이 있을지 모르니 우리가 앞장서야겠군.”

“주신들은 가장 전면에 나서라.”

아직 제 사군 시위(示威)의 전력이 믿음직스럽지 못하니 강자들을 앞세워 천천히 전진을 시작하면서 점령영역을 넓혀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신족을 싸우게 만들어 놓고 이번에는 이계 차원주신성의 통합신계에 모습을 나타내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우우우우웅-!

초장거리 공간이동소를 거치지 않고 바로 통합신계의 주신전에 도착한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속이 다 시원하군.”

최고위원회의 창조신들에게 그동안 쌓인 울화를 폭언으로 풀었더니 아주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황금연기가 필요가 없을 정도였기에 검은 로브만은 쓰고 걸어가는 모습을 본 초월자들의 반응은 극적이었다.

“초월총수님이 도착하셨습니다!”

“뭐야-!”

“숨겨-!”

“치워-!”

마치 늑대가 나타났다는 양치기의 비명과 같은 외침이 울리자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 누군가가 달려가는 소란이 요란하게 일어났다.

벌컥-! 벌컥-! 후다다다닥-! 쿠쿵-!

꿀벌 집을 말벌이 습격한 것처럼 난리가 벌어지자 갑자기 할 말이 사라지는 기분이 된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 이 깡패들이 또 무슨 짓을 했기에 이러나?”

무엇인가 잘못 돌아가는 사실을 감지하고 솟구치는 울화를 꾹 누르고 묵묵히 영광의 자리에 가서 앉았다.

대리를 맡긴 코로나는 없었다.

차원주신성의 반 초월자들의 군세를 이끌고 괴수신들을 상대로 군사훈련 중이라서 빈 상태였다.

그러나 개점 일로 시킨 일은 이상이 없었다.

“흠! 잘 되고 있군.”

경험이 축적되니 초월자 중에서도 발군의 능력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리고 총수파들도 필사적으로 이번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어서 오히려 예상보다 더 진행이 된 상태였다.

“정기는 부족하지 않나?”

신계자아를 맡긴 마도두뇌를 호출하여 확인을 한다.

신계 자아와는 달리 지극히 냉정한 말투의 마도자아가 보고를 시작한다.

‘충분합니다.

이미 적자에서 벗어나서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추가투자는 필요가 없습니다.’

그 말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차원주신성은 개점이 되지 않아서 수익이 있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통합신계를 보강하고 행성표면에 지성체들의 생활거점을 확보하는 등의 막대한 정기가 소모되는 일만이 있었다.

“호오? 어떻게 그게 가능했지?”

그 질문에 수익 그래프를 보여주면서 설명이 들어갔다.

‘괴수신들을 군사훈련하면서 대량 사냥하여 정기를 회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통합신계의 입문시험도 괴수신들의 사냥과 전리품의 제출로 교환되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통합신계의 운영비를 능가하고 있습니다.’

그 말에 어느 정도 납득이 갔다.

괴수신들이 가진 막대한 정기를 바로 흡수할 수 없지만 통합신계 정도의 신계라면 정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주신성의 괴수신 정도면 신체를 버릴 곳이 없었다.

‘괴수신들의 신체부위를 활용한 특수신기의 제작과 판매도 큰 수익원입니다.’

화면에 나타나는 괴수신들의 송곳니를 활용한 대검과 비늘을 이용한 갑옷들이 나타난다.

일반 신기에 비해 거의 열배이상의 고가이지만 그만큼의 성능이 나오니 제작되는 즉시 팔려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총수파들이 통합신계의 사용하지 않는 구역을 정신체들에게 나누어주고 임대료를 징수하고 있습니다.

절반은 신계에 납부하고 나머지 절반은 활동비로 사용하는 상태입니다.’

그 말에 차원창세신 코아의 눈썹이 확 구겨졌다.

분명 초월자들에게 기부한 통합신계였다.

그렇다면 초월자들의 공공자신인데 임대료를 받을 수는 없었다.

‘받아도 내가 받아야지.

소유권을 따지면 당연히 초월총수인 내 것이다.

초월총수가 바뀌지 않는 한 변하지 않는 사실이지.’

세부적인 신계 운영은 총수파에게 맡겼더니 바로 영역 임대업을 시작한 것이다.

감히 허락도 없이 절반이나 자신들이 착복하면서 말이다.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하여간 이 깡패자식들은 툭하면 남의 땅 가지고 돈을 받아 처먹어.

일해서 벌을 생각은 전혀 없지.”

이걸 어떻게 부려먹어야 속이 시원할까 생각하다가 그만두었다.

대부분의 초월자들에게 신족의 십분의 일의 창조력도 없었다.

지배자급 초월자들이 주신보다 강하고 최상위는 창조신을 능가하는 무력을 가진 대가였다.

‘결론적으로 초월자들은 힘을 쓰는데 써야한다.’

이런 신계운영이나 창조력이 필요한 사업에서는 한계가 들어날 수밖에 없었다.

잘 알면서도 맡긴 자신의 잘못이었다.

“결국 용도가 다르군.

이걸 어쩐다?”

곤란해지면 나오는 버릇대로 손가락으로 의자의 손잡이를 두드린다.

이미 입에는 긴 담뱃대를 물고 황금빛 연기를 내 품고 있었다.

툭툭-! 툭툭-! 후우우우우-!

긴 황금빛 연기가 자욱하게 바닥에 깔리면서 주신전을 뒤덮어 간다.

주신전에서 품어져 나온 황금빛 구름이 주신전을 휘감아가면서 통합신계에 주인인 초월총수 차원창세신 코아가 되돌아왔다는 사실을 알린다.

이 모습을 본 몇 명의 강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면서 차원창세신 코아는 그대로 몸을 일으켰다.

생각해보니 이계에서 자신이 망설일 이유 따위는 없었다.

무엇보다 귀한 손님 접대를 해야 했다.

“반응이 빠르군.

이려면 깡패들에게 할애할 시간이 없으니 그냥 싹 패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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