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전력으로 몸을 은신권능으로 감싸고 허공으로 도주한다.
신족의 수확이 끝나면 모를까 지금 자신의 상태로는 절대로 상대할 수 없는 상대였던 것이다.
파아아아-!
은밀성에 기반으로 하는 속도라면 최소한 자신을 따라올 신족이 없다고 믿었다.
그런데 그 믿음이 깨어졌다.
꽉-!
자신의 오른쪽 발목을 어마어마한 힘을 가진 손이 움켜쥐고 있었다.
당장 다른 발로 차서 벗어나려했는데 발목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울렸다.
우드드드드득-! 화르르르르르-!
“헉-! 크아아아아아-!”
결코 단련이 부족한 신체가 아니었다.
그런데 마치 수수깡처럼 발목이 부러지고 검은 불길처럼 일렁이는 투기가 자신의 몸을 태우자 비명이 저절로 터져 나온다.
그렇게 단숨에 발 하나를 작살내고 흑염의 투기로 적당히 구어서 은신본능을 봉쇄한 차원창세신 코아는 의기양양해서 웃었다.
“후후후후-! 어려.
그래서 아직 느리고 약해.
어린애가 어른의 훈계 중에 도망가도 좋지만 그러면 더 맞는단다.”
“으와아아아악-!”
몸을 마치 젓가락처럼 가볍게 휘둘러서 주변 건물 벽과 바닥에 충돌시킨다.
“자아-! 예의범절을 배울 시간이다.
정신 줄을 놓으면 몸이 분쇄될 것이니 이 악물고 버티어내라.”
“커어어어어어-!”
부우우우우우웅-! 퍼어어억-! 꽈아아앙-! 퍼어억-!
그렇게 초장거리 공간이동소에서 주신전까지 끌고온 상황이었다.
오메가와 만남을 생각하면서 아주 즐겁다는 듯이 웃으면서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후후후후후후. 오래만의 손맛이었다.”
하지만 목이 잡혀서 허공에 떠있는 오메가의 몰골을 보자 위원회의 주신들에 악몽과 같던 시간들이 다시 상기되는 순간이었다.
한참을 만족스럽게 웃다가 총학생회장 알파의 화면을 보고서 교육담당 주신에게 말을 걸었다.
“너의 직계라고?
아직 영웅신은 아니지만 미래가 기대되는 존재로다.
여기서도 역시 잘 파악을 하고 있구나.”
“그........ 그렇습니다.”
교육담당 주신이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식은땀을 흘리면서 대답한다.
과거라면 지배층에게 통용되는 모든 관례가 박살이 나서 버려진지는 오래였다.
지금 위원회의 주신의 직계라고 해서 넘어갈 상황은 절대로 아니었다.
‘선신과 악신의 자녀들인 일천이 넘던 주신들이 이미 이 년째 행방불명이다.
잘못하면 내 직계도 그렇게 된다.’
그들은 본성 어딘가에서 수용되어 있다고 했는데 신계자아만 행방을 알고 있다.
하지만 창조신장님의 지시로 직접 움직였다고 하니 누구도 추적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신계자아가 창조신장이 직접 추진하는 사업에 관여하면 아주 위험하니 업무에 관련 없는 일에 관심을 가지지 말라고 충고하는데 무시할 수가 없었다. ’
이런 상황이니 차원창세신 코아라면 자신의 직계라고 해도 특별취급을 할 리가 없고 자신조차 위험한 것이다.
‘그....... 그러고 보니 후궁으로 받아들이신 라크사샤(Raksasha)도 안 보인다.
도대체 어디로 보내셨지?
지금 그게 문제냐?
잘못하면 나도 처분된다.’
자신까지 징계가 떨어질까 긴장하면서 땀만 뻘뻘 흘리면서 긴장하고 있는 교육담당 주신을 쳐다보던 차원창세신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훗-! 뭐 좋아.
이 알파란 아이는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이민을 가려던 오메가와 다르군.
신원도 확실하고 하려는 의지도 보인다.
위원회의 주신 자리를 하나 맡기고 임무를 주도록 해라.
너의 직할이면 충분하겠지?”
“........ 예? 예!”
유력한 범죄용의자를 징계가 아닌 최고 위원회 창조신의 바로 아래인 위원회의 주신 자리를 주라는 말에 당황했지만 긍정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슬쩍 주변을 보니 모두 고개를 팍 숙이고 자기만 안 걸려들기를 바라고만 있었다.
‘무덤에 누웠다가 빠져나온 기분이다.
하지만 학생신을 바로 위원회의 주신이라고?
주변에서 엄청난 반대가........ 없겠군.’
위원회의 주신들이 과거라면 목숨 걸고 반대할 일이다.
하지만 반대를 하면 정말 싹 죽여 버리고도 남는 절대독재자이니 그럴 수가 없었다. 최고위원회의 창조신들 앞에서도 자기주장과 할 말을 반드시 하던 기개 높던 위원회의 주신들이라고 볼 수 없지만 지금은 천만다행이었다.
“아아! 그 전에 할 일이 있지.
능력만 있다고 함부로 높은 직위를 주면 가치가 떨어진다고 했지.
조금 시련을 줘야 부작용이 줄어든다고 하던가?
참 귀찮군.
이 녀석과 알파가 학생신들의 대표와 두목이라고?
그럼 잘 되었다.”
황금 구름 안에서 금빛 테가 하나 나오더니 오메가의 머리에 씌워진다.
그리고 목을 잡고 있던 오메가를 앞의 원탁 위로 던졌다.
확-!
그 순간 죽은 것처럼 축 늘어져있던 오메가의 몸이 회전하면서 탁자위에 안착했다.
여기까지 끌려오면서 얼마나 심하게 당했는지 차마 얼굴을 보지 못하면서도 살벌한 기세를 담아서 외쳤다.
“두고 보자-!
나는 반드시 강해져서 돌아온다.”
재빨리 탁자위에 놓여있던 정기구슬을 몇 개 쥐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문을 박살내면서 밖으로 내뺀다.
휙-! 툭-! 파아아아-! 투가가각-!
그야말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서 위원회의 주신들은 물론이고 영웅신들조차 막지 못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차원창세신 코아는 나직하게 웃었다.
“후후후-! 영웅신답게 빠르네.
그리고 아무리 죽여도 죽지를 않아.
죽음조차 권능의 개념에 속하는가?
여기에 이름이 오메가라?
그럼 종언(終焉)의 영웅신이겠군.
망해가는 신계에서 잠복하고 멸망시킬 때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나?”
“예? 종언(終焉)?
그것도 영웅신이라고요?”
종언(終焉)이라 없어지거나 죽어서 존재가 사라짐을 말한다.
이 종언(終焉)을 상징하는 신이 출현하면 작게는 행성이 사멸하고 크게는 세력자체가 스러진다.
어떤 세력이 망하는 징조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나타나 파멸을 앞당기는 존재였다.
간단히 말하면 신족조차 위협하는 최악의 재앙신이었다.
‘일반 종언신도 엄청난 재앙이다.
더구나 영웅신의 신격을 가졌다면 엄청난 위기상황이다.’
유지의 영웅신 비슈누와 창조의 영웅신 브라흐마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말했다.
“당장 추적하여 잡아들이거나 추방을 해야 합니다.”
“제가 가지요.”
창조의 영웅신 브라흐마가 능력을 입증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나섰는데 반응이 영 시원치 않았다.
“아아. 내가 있으니 전혀 신경 쓸 필요 없다.
차원창세신(次元創世神)인 나에게 종언(終焉)조차 한때의 재미다.
지금 신족이 망하면 다시 시작해서 일으키면 되니 과민반응을 하지 말도록 하라.
그리고 이계에서 발생한 종언(終焉)의 영웅신 따위가 잘해봐야 행성이나 세력 하나 정도 말아먹겠지.
그 정도는 우습다.”
“......... 알겠습니다.”
정확하게 현세계 종언의 영웅신의 능력 한계를 집어내는데 할 말이 없었다.
더구나 신족이 망해도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말이 너무 쉽게 나오니 기가 질릴 지경이었다.
더구나 거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새로 위원회의 주신이 될 알파에게 좋은 시련이 되겠군.
나 때문에 파멸의 시기를 놓치고 본성에서 도망치려던 저 놈하고 누가 위인지 결판을 보라고 해.
승리자에게 위원회의 주신 자리를 주겠다.
패배자는 어떻게 해줄까?
내가 끌고 다니면서 일 좀 시키면 되겠군.
종언(終焉)이든 뭐든 쓰기 나름이지.”
“..........”
누구에게나 두려움의 대상인 종언(終焉)의 영웅신마저도 부려먹을 생각이라니 어처구니가 없을 지경이었다.
더구나 데리고 다니면서 일을 시키겠다는 말을 들은 위원회의 주신들이 모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잠시도 힘든데 끌고 다니실 생각인가?’
‘차라리 스스로 소멸하는 것이 낫겠군.’
그런데 갈수록 식은땀만 나는 소리가 이어지고 있었다.
“푸후후후후후후-! 좋은 유흥거리가 생겼군.
오메가가 본성에서 도망 못 치게 초장거리 공간이동소를 봉쇄하라.
진리 친위군와 제 사군 시위(示威)까지 총 동원해서 행성 외곽을 전부 둘러싸고 결투를 전 신계에 생방송하라.
둘의 결투가 진행되는 동안은 훈련을 쉬고 즐겨도 좋다.
새로 위원회의 주신이 될 알파와 종언(終焉)의 영웅신 오메가의 결투를 나의 창조신장으로서 복귀와 업무시작을 알리는 축포로 한다.”
당장 추방해도 모자랄 종언(終焉)의 영웅신을 붙잡아서 한낱 위원회의 주신의 자격입증과 업무복귀의 종소리 정도로 쓰려는 배포에는 놀랄 뿐이었다.
“그리고 또 무슨 문제가 있나?”
그 말에 치안담당 주신은 황급하게 마당에서 단식하고 삭발하는 여신들과 통학시위를 하는 학생들을 비추는 화면을 보았다.
그리고 보았다.
‘없다!
싹 도망갔나?’
삭발하고 마당에 엎드려서 울고불고 난리를 치던 여신들이나 학교에서 어슬렁거리던 학생들 전부 사라져서 아무도 안 보이는 화면을 말이다.
지극히 조용한 신계 풍경이었다.
“........ 없군요.”
창조신장이 누군지 보아가면서 덤비는 영악한 애들 같은 반응을 보니 해결이 되었는데 뭔가 두통이 생길 지경이었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평화로운 화면을 보고 닫으면서 말했다.
“그렇겠지.
공간이동소 입구에서 마주친 오메가의 목을 잡고 여기까지 부수면서 왔으니 내가 신계에 돌아왔다는 소문은 다 돌았겠지.
그리고 방금 신계자아가 나의 복귀를 모든 신족에게 알린 모양이구나.
거리도 아주 한산하군 그래.”
정말 그러고 보니 신계가 쥐 죽은 듯이 조용하고 아무도 거리에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건물 내에서 무엇인가를 생산하는 소리만이 울릴 뿐이다.
이런 모습을 보니 또 속이 답답해지는 창조의 영웅신 브라흐마였다.
‘내가 창조신장 대리로 있을 때는 난리를 치다가 차원창세신 코아가 돌아오자 바로 순종으로 태세 전환을 해!’
겨우 일주일의 대리임무였지만 점점 괴이하고 심하게 일어나는 반발에 머리가 아팠는데 허무하기 짝이 없었다.
허나 아주 작게 들려오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혀를 차면서 하는 혼잣말에 왜 저러는지 이해가 갔다.
“쯧쯧-! 아직도 여유가 넘쳐.
삭발이라?
뭐 하러 목을 자르지 않고 어차피 다시 자라는 머리카락을 자르지?
단식?
전 재산을 몰수해서 정말 굶어죽게 만들어주지.
방학인데 학교에 간다고?
감옥학교로 바뀌어서 아예 밖으로 못 나오게 해주마.
시험문제를 엉터리로 일부러 내?
머리 쓰는 것 외에는 아무 쓸모도 없는 주제에 그렇게 나오면 목만 남기고 입만 놀리게 해주겠다.”
“........”
돌아오면서 문제는 다 파악했던 모양이었다.
창조신장으로 복귀했다는 소문이 퍼지자마자 순식간에 사라진 반발을 보니 신족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고 누구 덕인지 확실히 깨닫게 해주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내놓는 해결방안은 그야말로 살벌하기 짝이 없었다.
‘설마 진담인가?’
그런데 그 혼잣말을 듣고 숨조차 쉬지 못할 정도로 긴장한 위원회의 주신들이었다.
이 꼴을 보니 절대로 한번 해보는 말이 아니라는 사실은 확실해보였다.
창조신장 대리로서 일했던 두 명의 영웅신의 표정은 굳을 수밖에 없었다.
착잡한 표정의 얼굴들을 보다가 창조의 영웅신 브라흐마를 보고 차원창세신 코아가 물었다.
“그런데 너는 누구지?
이계의 창조신보다 강한 것을 보니 영웅신인가?
내가 없을 때 편입시켰는가?”
유지의 영웅신 비슈누 옆에 창조의 영웅신 브라흐마가 있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은 모양이었다.
창조의 영웅신 브라흐마가 무엇인가 대답하려는 순간 재빨리 유지의 영웅신 비슈누가 나섰다.
“데바일족의 오리진인 창조의 영웅신 브라흐마입니다.
일족과 함께 복귀를 요청해서 받아들였습니다.
자세한 사정은 나중에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호오? 브라흐마?”
브라흐마라는 말에 차원창세신 코아의 눈에 언뜻 살기가 스쳤다.
용자동맹의 뒤에서 후원하고 있다고 추정되는 우주신 범천(梵天) 브라흐마의 계열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순수한 신족이면서 기계분야의 창조와는 전혀 상관없이 순수한 창조력을 가진 것을 확인하고 바로 의심을 지웠다.
‘용자동맹과는 연계되지는 않았군.
기계분야의 창조력이 거의 없어.’
용자동맹의 신령 변환기술과 소올 스톤의 조합은 순수한 신족의 창조력으로는 무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데바일족은 신족의 위기 때에 무단으로 이탈했다고 신계자아가 간단하게 알려준다.
하지만 현재의 적과 연관만 되지 않았으면 큰 상관이 없었다.
“뭐 좋아.
복귀결정은 창조신장 대리가 합당하게 판단했겠지.
그런데 창조신보다 강하고 일족의 오리진이기도 한 존재가 겨우 위원회의 주신인가?
일단 밀린 일을 해결하고 차분하게 대우를 정리하도록 하지.
그 전에는 잠시 참아주기를 바란다.”
사실 위원회의 주신도 신족에서 무단이탈했다가 복귀한 일족의 오리진에게는 과분한 대우였다.
그런데 능력과 세력에 합당하게 직위를 높여주겠다는 말에는 창조의 영웅신 브라흐마도 공손하게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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