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904화 (815/2,000)

34권 35권

아무리 고민을 해도 정보가 없고 워낙 예측이 안 되는 상대였다.

더구나 혼자서 여기저기 움직이니 정확한 위치파악조차 안될 지경이라 답이 없었다.

이계 십중심들에게 있어서 애써 길러낸 세력을 내버려 두고 혼자서 날뛰는 차원창세신 코아는 도저히 이해 못할 상대였다.

“아무리 신족의 입장에서 배신자라고 해도 투신도 아니 민간신들을 전부 학살하지는 않겠지?”

대신(大神)이 혼자 중얼거리는 말을 듣고 다른 십중심들은 섬뜩한 예감이 들었지만 애써 무시했다.

현세계가 기껏 좋은 분위기로 바뀌고 있는데 다시 난리가 날 일이었다.

그 때 차원창세신 코아는 느긋하게 담뱃대를 물고 임시 신계의 영광의 의자에 앉아있었다.

원탁에 양발을 꼬아서 올리고 황금 연기를 내품으면서 말이다.

“후우우우우-! 내가 창조신장이고 절대 독재를 하겠다는데 또 반대하는 놈들이 있나?

나는 관대하다.

언제나 부하들의 말에 경청할 준비가 되어있다.

반대의견은 언제든지 얼마든지 말하도록 해라.”

그러나 영광의 자리 주변에 대답하는 존재는 아무도 없었다.

아무리 회복력이 좋은 신족이라고 해도 목이 잘리고 음성으로 대답할 수는 없다.

지금 거대한 원탁이 놓인 회의실에는 온통 목이 잘려서 죽은 주신들의 시체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앉은 자세 그대로 머리만 잘려진 시체들 위로 피가 솟구치고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단 목숨 걸고 말이다.”

임시 신계에서 최전방의 창조신들과 정예군을 지원하던 현실파 신족의 지휘부 주신들은 전멸했다.

전부 동시에 목을 잘려서 말이다.

뚝뚝-! 뚝뚝-! 뚝뚝-!

시체들의 상태로 보아서는 무엇에 당했는지도 몰랐는지 앉은 자세 그대로 한꺼번에 목이 잘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순식간에 죽음을 당한 주신들의 신령은 도망칠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너무나 어이없이 죽어서 신령이 되어 자신의 시체 위의 허공에 뜬 채로 경악해서 부활의 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

‘우리가 뭐에 당한 것이지?’

‘반대라고 말한 순간 이렇게 되어있다.’

군대를 통제하던 창조신님들은 최전선에서 본성 피오리나를 회복하기 위한 특공 중이라서 비어진 영광의 자리였다.

그런데 갑자기 차원창세신 코아가 차원이동을 해서 영광의 자리를 차지하고 자신이 창조신장이라고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하라고 명령했다.

당연히 거부를 하자마자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피식 웃어 보인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그 다음에 전원이 동시에 목이 잘려나간 것으로 유추할 뿐이었다.

“후후후후후후후후-! 바람성의 벌레보다 못한 주제에 어딜 감히 덤비느냐?

그나저나 이제야 조금 짜증이 풀리는군.

푸하하하하하-! 잘 돌아가고 있어.”

수백 명의 주신과 고위신들을 동시에 참살한 잔혹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지만 정말 시원하다는 느낌을 주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웃음소리가 울린다.

신족의 시체들을 보고 기뻐하는 그 모습은 영락없는 마신황제였다.

그렇지만 몸을 감싼 황금빛 연기, 그리고 등 위로 찬란하게 휘날리는 창조신장의 증거인 스물여섯 쌍의 빛의 날개와 한쌍의 암흑의 날개가 누구인지를 증명한다.

현실파 주신들이 보기에도 확실히 본성 피오리나와 최종병기 아르카나 시스템까지 파괴하여 자신들을 궁지에 몰아넣은 진리대리 차원창세신 코아다.

이 정도 힘을 가진 존재 중에 이렇게 잔혹하게 파격적인 행동을 할 만한 존재는 이계에 없기도 했다.

‘......... 무엇을 원하시오.’

현실파 주신들의 신령의 대표가 나서서 침중하게 묻는다.

신체가 있는 상태로도 어떻게 죽었는지 모르고 몰살당했다.

그러니 권능발휘가 제한된 신령의 상태로는 싸워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전혀 아니었다.

‘신기할 정도로 신체만 죽고 신령은 타격이 없었다.’

자신들 정도의 주신이면 이렇게 죽음을 당하면 당연히 신격의 하락이 와야 하는데 손톱만한 결손도 없었다.

이러니 모두가 오랜 시간 단련해온 신체가 죽었는데도 전혀 현실감을 못 느끼고 있었다.

‘마치 신체에서 신령만 분리시킨 것 같군.’

‘아니 우리가 자의로 신체에서 신령을 벗어난 것 같아.’

‘우리 신체가 정말 죽은 것인가?

환상이 아닐까?’

‘이미 복귀를 시도했는데 안 된다.’

‘목 잘린 것이 안 보이냐?’

현실파 주신들의 신체는 분명 모두 죽어서 시체가 되어있었다.

그래도 신격은 무사한 것을 보니 대화를 원한다고 판단해서 물었는데 엉뚱한 대답이 돌아왔다.

“삶의 목표는 절대 권력이다!

부록으로 따라오는 부와 명예와 미녀를 누구나 원하지.

야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존재라면 언제나 똑같지 않나?

그래서 너희들도 신족을 배신하고 초월자에 붙었지 않나?

나 역시 그러하다.

그런데 뭐 하러 새삼스럽게 묻지?”

출세로 목표로 사는 것이 전통파 신족에게는 당연할 수 있지만 현실파 신족에게는 아니었다.

감상이나 고집보다는 현실에 맞추어 이상적인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것이 바로 목표였다.

‘오해요.

우리는 신족 전부를 배신하지는 않았소.

어리석은 이상을 추구해서 신족을 멸망으로 몰아넣으려는 위원회의 창조신들만을 배제하기를 원했소이다.

오로지 신족이 초월자들의 손에 멸족되지를 않기 바랐을 뿐이오.’

오백억년 전에 창조신장님만이 아니라 마신황제까지 일원(一圓)과 초월자들에게 소멸을 당했다.

그렇게 도와주었는데도 막지 못하고 밀리기만 하는 신족과 마신족의 무능함에 진절머리를 낸 창조주님은 잠드셨기에 지배층으로서 신족은 그때 끝장이었다.

‘도저히 이기지 못할 전투였소.

잘해도 세계와 공멸이었는데 위원회의 창조신들은 초월자들과 회담조차 생각하지도 않았소이다.’

위원회의 창조신들은 책임을 져야 했는데 결코 지배층에서 내려오지 않으려 했다.

오히려 마지막 발악을 했다.

전선에 흩어져서 방위를 하던 정예투신들을 긁어모으고 최종병기 아르카나시스템까지 동원한 현세계를 멸망으로 이끌 최후의 결전을 준비한 것이다.

‘모든 원정군의 투신들이 무모한 위원회의 창조신들을 계속 따르면 세계멸망과 멸족의 위기라고 생각했기에 돌아섰을 뿐이외다.’

그 당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신족에게 남아있는 대부분의 전력은 원정군에게 있었다.

‘창조주님의 수면으로 극도로 당황해하는 초월자들과 대등한 조건의 동맹까지 맺었으니 단 하나의 착오만 제외하면 완벽한 반란이었다.’

자신들과 동맹을 맺고 약속대로 위원회의 창조신들을 정리한다고 앞장서서 진군하던 초월자들의 정예대군의 앞에 누군가 막아섰다.

감히 싸울 줄밖에 모르는 존재들이 자신의 집 앞에서 시끄럽게 떠든다고 외치면서 나타난 진리에 의해 초월자들이 대부분 처단되어버렸다.

창조주님에게 신족이 버림받았다고 생각했던 현실파 신족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현세계 창조주님이 잠드셔서 끝장났다고 생각했는데 설마 허계의 창조주인 진리님이 그 자리를 대신해 주실 줄은 생각도 못한 것이다.

“진리님이 신족을 위해 나설 줄은 몰랐다.”

“창조신장과 마신황제는 창조주님의 대리자이다.

그런 존재를 쓰러트린 초월자들을 용서할 리가 없지.”

“초월자들이 다가오면 영원체이자 창조주로서 가차 없이 처단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우리들의 커다란 판단착오다.”

자신들의 눈앞에서 도저히 감당 못할 정도의 전력이던 초월자들의 정예군대가 진리에 의해 순식간에 무너졌다.

전멸 위기에 달려온 일원(一圓)의 간청에 의해 겨우 소수의 지배자급 초월자들만이 살아남았다.

약간의 손실도 당하지 않은 자신들이지만 최악의 상황에 처했다는 사실을 바로 깨달았다.

“이러면 우리의 의거(義擧)는 단지 신족에 대한 배신이 되지 않는가?

“헉-!”

그렇게 초월자들이 진리의 경계 너머로 만신창이가 되어서 후퇴하는 순간 자신들은 신족의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혀버렸다.

그 이후 숨을 돌린 위원회의 창조신들은 신족을 빠르게 수습하고 군대를 다시 만들어 배신자부터 처리한다고 이를 갈면서 덤벼들었다.

같은 신족끼리 끝없는 증오의 연쇄와 대립이 시작된 것이다.

오랜 과거의 회한을 생각하면서 감정을 담아 말했다.

‘만에 하나 진리님이 신족에게 지금의 영역이라도 보장해주실 줄 사전에 알았다면 절대로 그런 판단을 하지 않았을 것이오.’

현실파 신족들의 진심이었다.

허나 차원창세신 코아는 웃음으로 받았다.

자신의 부하가 된 배신자 신족의 창조신들을 추궁해서 이미 그때의 사정을 대부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위원회의 창조신 놈들이 같은 창조신인데 지들만 지독하게 오래 해먹고 자신들은 험한 곳에만 굴려서 원한이 폭발할 지경이었다고 하던가?

영겁의 세월동안 신족을 지배해온 위원회의 창조신들을 외세의 힘을 동원해서라도 물러나게 할 생각이었다고 했었지.

그래서 이렇게 결코 변하지 않는 권력층이란 참 무섭지.

멸망하는 순간까지 서로 싸워야할 정도로 감정이 쌓이니 말이다.’

어떤 이상적인 지배층이라고 해도 새로운 강자를 계속 받아들고 기존의 약자를 배제하지않으면 하위층의 불만을 산다.

강자들은 위로 올라갈 충분한 능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약자가 섞인 지배층들이 권력으로 방해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반란세력이 되어가는 것이다.

이렇게 모든 반란과 반역, 혁명은 권력을 얻기 위한 수단이다.

거기에 어떤 미사여구를 동원해도 권력투쟁이 본질이다.

‘그리고 이런 대규모 배반은 실패하면 끝장이다.

아주 오래 버틴 셈이지.’

아직도 본질을 생각하지 않고서 의거를 일으켰다고 말하니 어처구니가 없는 어리석음이었다.

절대계 회색의 절대자 이대의 현재로서 비웃음과 처단밖에 해줄 것이 없었다.

“푸후후후후후-! 결전을 반대했다면 원정군에 참전하지 말았어야지.

그 당시 신족의 전력 대부분을 집결해서 원정군을 만들고 출발하자마자 초월자들과 접촉하여 동맹과 맺고 회군하지 않았는가?

원정군에 가담하기 전부터 그렇게 할 생각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다시 말하마.

너희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얻을 수 없는 권력상승을 위해 신족을 배신하고 초월자에게 붙었다.

이게 내가 내린 최종판단이다.”

‘..........’

잠시 반대했다고 주신들 중 누구도 눈치를 채지 못하게 한꺼번에 목을 날려버린 강자가 창조신장이다.

그런 존재가 이렇게 결정한 이상 더 이상 논란의 여지조차 없었다.

‘더구나 최후의 순간에 신족을 구원해주신 진리님의 창조신장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잠시 서로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잠깐의 침묵이 있었는데 회의장 바깥이 소란스러워졌다.

이상을 느낀 경호 병력들이 달려오는 소리였다.

거의 전 병력을 최전선에 보냈지만 최소한의 치안유지를 위해서 남겨놓은 정예투신들이었다.

우르르르르르르르르륵-!

주신의 신령들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망설이는데 차원창세신 코아는 탁자에 올려놓은 다리만 내렸다.

그리고 자신의 시체 위에 떠 있는 신령들을 돌아보면서 말한다.

“그럼 나는 잠시 일 좀 하겠으니 너희들은 절대 권력을 어떻게 얻을 수 있을지 방안을 생각해 내도록 해라.

덤으로 부와 명예 미녀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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