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허무의 말대로 막대한 대가를 받은 이상 성과를 내야했다.
그것이 절대로 무리라고 하더라도 구세의 영웅신이라는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다.
아니 신족에서 사업체를 크게 열려면 일단 자신이 권력을 가진 고위신이 되어야 했기에 선택의 여지가 크게 없었다.
“부족하다면 말하세요.
저의 일족 또한 준비하고 있습니다.
신족에게 필요하고 요청이 온다면 바로 움직일 것입니다.”
“!!!”
“!!!”
그 말에 구세의 영웅신 시바와 허무도 입을 딱 벌릴 수밖에 없었다.
유지의 영웅신(維持의 英雄神) 비슈누의 일족이 바로 초신일족이라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초신들이 더없이 강력한 투신들이기는 하지만 그들이 과거에 했던 반역과 항명으로 인하여 신족의 전력이 절반이 날아갔었다.
신족의 몰락을 시작하게 만든 과거가 있는 이상 결코 양지로 나올 수 없는 일족이기도 했다.
‘그런데 불러들이겠다고?’
‘아무리 창조신장 대리라고 해도 불가능할 것인데?’
다급하게 의지를 보내서 진의를 물었다.
‘비슈누여. 그대도 승부를 걸려고 하는가?’
‘초신들이 신족의 편에 다시 선다고?
그것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
그러나 정기구슬 동산 너머에서 유지의 영웅신 비슈누의 대답은 없었다.
그녀의 침묵한 얼굴에서 결의를 읽고서 잠시 쳐다보다가 다시 훈련장으로 떠나는 구세의 영웅신 시바였다.
천적으로 창조된 환수신이 아니라면 막을 수 없었던 강대한 초신 일족들이 다시 현세계에 나오려하고 있었다.
아수라 일족도 그에 걸 맞는 준비가 필요했다.
‘초신일족은 소수정예이니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초신들이라면 현재 신계가 보유한 무진장한 정기를 바탕으로 비약적으로 강해져서 위원회의 자리를 많이 차지할 것이다.
더 이상 고민할 시간이 얼마 없다.’
다른 일족이 강해지면 자신의 일족이 시간이 지날수록 뒤쳐질 것이다.
언제나 신족의 주도권을 노리던 아수라 일족에게도 여유시간이 많이 없는 것이다.
신족의 주도권을 다투던 거대 일족들의 진정한 경쟁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리고 기름에 불을 끼얹은 일이 일어난다.
과거 아수라 일족과 경합하던 거대 명문일족이 복귀를 요청해왔다.
그들은 초월자들의 혁명으로 완전히 망한 신족에서 멋대로 이탈해서 십중심인 대신(大神)을 따라나선 데바일족이었다.
“창조의 영웅신(創造의 英雄神) 브라흐마와 데바일족이 창조신장이신 차원창세신 코아님의 부름을 받고 왔습니다.”
창조주님만을 모시는 신족에서 벗어나서 십중심을 따르다니 확실한 신족에 대한 이반행위였다.
그런데도 오리진이 직접 일천 명이 넘는 고위일족을 이끌고 정식으로 방문하여 신족에 다시 편입을 요청한 것이다.
여기에 차원창세신 코아가 누군가를 찾는다고 뿌리라 제시한 게시물을 복귀 근거로 제시하니 쫓아내지도 못했다.
팔랑-! 팔랑-!
솔직히 아무리 신족의 상황이 다급해져도 고개를 숙여 사죄해야 받아줄까 말까이다.
그런데 데바일족의 오리진인 창조의 영웅신 브라흐마는 겨우 종이 한 장을 들고 와 흔들면서 지극히 뻔뻔스럽게 요청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 종이가 창조신장님의 게시물이니 위원회의 주신들만이 아니라 유지의 영웅신 비슈누까지 어이가 없어 말문을 잊지 못할 지경이었다.
위원회에 들어온 데바일족의 모습은 오리진 부터 시작해서 고위일족까지 아주 화려하고 강대했다.
현세계의 구석에 갇혀서 몰락해가다가 차원창세신 코아가 풀고 있는 정기 덕분에 겨우 기지개를 치고 있는 위원회의 주신들이 감탄하면서 속으로 욕할 정도였다.
‘빌어먹을 기회주의자들 같으니라고.
아주 복장과 안색에 윤기가 흘러넘치네.’
‘현세계의 신족 중에 대놓고 장사가 가능한 유일한 놈들이니 어련하겠어?’
저 정도의 부귀가 당연한 것이 일원(一圓)이 이끌던 초월자들은 십중심인 대신(大神)의 가호를 받은 데바신족을 직접적으로 탄압할 수는 없었다.
‘일원(一圓)덕분에 십중심의 무서움을 초월자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신족의 창조력이 다급했기 때문이기도 했어.’
그 후 창조력이 필요한 일은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는 덕분에 아주 승승장구하는 데바일족이었다.
그런 데바신족의 오리진인 창세의 영웅신 브라흐마가 다시 신계로 편입을 요청하다니 대사건이었다.
‘그나저나 이건 엄청난 문제다.
빨리 창조신님에게 보고를 해야 해.’
하도 충격적인 일이 많아서 무덤덤해진 위원회의 주신들이 패닉을 일으키고 창조신들에게 긴급보고를 했다가 또 박살이 났다.
최전선에서 극도로 피폐해진 창조신들은 위원회의 보고는 이제 제대로 들어보지도 않고 욕설부터 날리고 있었다.
“데바일족? 그래서 뭐? 이 자식들아!
최전선에서 뭐가 중요한데?
신병하고 물자나 빨리 보내-!”
“데바일족이 복귀를 원한다고?
어떻게 해야 하냐고?
지금 뭐가 중한데?”
“제 사군 시위(示威)는 도대체 언제 전선으로 보내는 것이냐?
설마 말 그대로 전시용은 아니겠지?”
“신계는 우리가 없어도 잘 돌아가는 모양이구나.
그럼 너희가 없어도 문제가 있을 것 같으냐?”
창조신들이 쏟아내는 한탄과 협박이 섞인 질책이 한참 울리고서야 일방적인 책임회피성 대답만 돌려받았다.
“창조신장님이 알아서 결정하시라고 해.”
“자리를 비우셨다고?”
“유지의 영웅신 비슈누님이 대리로 계시잖아?”
본래의 전선을 회복하기 위해 필사적인 배신자들과의 사투로 상처투성이로 지쳐버린 창조신들이었다.
더구나 적 창조신들이 후방의 대규모의 전력증강을 알았는지 갑자기 더욱 치열하게 달려들어 쉴 새가 없다.
창조신의 상대는 창조신만이 가능하기에 피할 도리도 없었다.
‘도대체 이것들이 어디서 정기가 나서 죽여도 바로 원상복귀해서 덤빌 수 있지?’
‘본성이 없으니 초월자들인가?
이놈들이 돌았나?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마구 퍼주는 거야?’
‘어디서 정기가 샘솟기라도 하고 있어?’
자신들이야 후방에서 올라오는 정기로 회복하지만 상대도 대응이 벅찰 정도로 치열하게 달려들어서 막는데 정신이 없었다.
최전방에서 필요한 것은 충분한 투신과 군신, 물자였으니 그 외에는 무감각해진지 오래였다.
그러니 후방에서 벌어지는 정치적인 사건은 현실감이 지극히 떨어지게 느낀 것이다.
“창조신장 대리님이 알아서 결정하라 하시고 병력과 물자나 더 보내!”
“속 편한 소리나 헛소리하지 말고 추가전력이나 보내란 말이다.”
“더 이상 시간을 질질 끈다면 우리가 돌아가서 가만두지 않겠다.”
그렇게 위원회의 주신들이 통신망으로 창조신들에게 박살이 나는 상황은 유지의 영웅신 비슈누는 듣고 있었다.
따로 비밀스럽게 연락하는 위원회의 주신들도 있었지만 중계를 맡고 있는 신계 자아가 전면적으로 협조하는 이상 비밀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대화를 종합하니 모든 창조신들이 망한 신족을 버리고 십중심인 대신(大神)을 따라간 데바일족의 복귀를 거부하지 않고 내심 반기고 있었다.
‘하아? 제멋대로 신족을 떠난 일족이 이렇게 간단하게 복귀가 가능했나?
아니 전쟁 중이니 있을 수 있는 특혜로군.’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고지식의 극치였던 위원회의 창조신들도 전쟁을 직접 치르면서 생각이 많이 바뀐 모양이었다.
초신일족을 어떻게 불러들여야 여파가 줄어들고 더 쉽게 지원을 확충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하던 유지의 영웅신 비슈누로서는 기가 막힌 일이었다.
‘이 정도 반응이면 전력에 도움만 된다면 누구를 불러들여도 아무런 반대를 하지 않을 것 같네.
기회주의자라고 항상 욕했던 데바일족이 이정도면 초신일족을 바로 불러들여도 별 상관없겠어.’
더구나 창조신장님의 게시물을 근거로 왔으니 바로 쫓아낼 수는 없었다.
자신이 창조신장님의 대리이니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복귀는 확정인데 문제는 어떻게 신족을 멋대로 떠났던 보상을 어떻게 치르게 해야 하지?
기존의 신족이 반발을 가지지 않고 데바일족이 지불할 수 있을 정도로 받아야 한다.’
데바일족도 보상은 각오했을 것이다.
어느 정도의 복귀대가를 지불할 생각인지 창조의 영웅신 브라흐마를 쳐다보았다.
영웅신인 자신과 대등한 존재는 거의 없기에 오랜 친구이기도 했지만 상당히 여유만만한 표정과 화려한 복장이 거슬렸다.
“.........”
이런 심각한 자리에 풍만한 가슴과 날씬한 다리를 절반이나 드러내면서 무척이나 여성미를 강조하는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온 것이다.
더구나 아주 화사한 미소를 하고 마치 주인처럼 주변에 고위일족들을 데리고 중앙에 앉아있는 창조의 영웅신 브라흐마였다.
이건 복귀를 요청하러 왔다기보다는 아주 노리고 온 복장이었다.
‘창조신장님이 강하고 신족에 도움만 되면 무조건 등용해서 고위직을 맡긴다는 소문을 들은 모양이군.
전력이 필요한 신족으로서 받아들여야 했지만 결코 아무런 대가없이 편입시킬 수 없다.’
돌아오려면 신족이 무너지는 순간에 자신들만 잘 살겠다고 이탈했던 보상은 지불해야 했다.
초신일족도 각오해야하는 일이지만 단단히 받아낼 결심을 굳히고 지시를 했다.
“돌아가서 업무들을 보세요.
세부사항은 제가 조정하겠습니다.”
“예. 비슈누님.”
창조신들의 살기가 넘치는 질책에 풀이 죽은 위원회의 주신들이었다.
창조신장 대리인 비슈누가 주관하면 나중에 책임추궁을 벗어날 수 있기에 기쁜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그렇게 유지의 영웅신 비슈누가 위원회의 주신들을 처부로 돌려보내자 창조의 영웅신 브라흐마도 고위일족들을 모두 자리에서 물린다.
그리고 영웅신으로서 독대를 시작했다.
“과거의 반성과 대가를 지불해야 다른 신족들이 납득이 가능하지.
그런데 도대체 남신을 유혹하러 무도회장에 온 것도 아닌데 그 복장은 또 뭐야?
창조신장님이 남신이니 유혹할 생각인가?”
“호호. 이건 최고로 중요한 남성 고객을 대할 때 입는 내 사업 정장인데?
무척 효과적이니 뭐라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단 둘이고 이미 알던 사이였기에 거침없이 따진다.
일단 다짜고짜 본론으로 넘어갔다.
너무나 오랜 친구였기에 서로의 사정을 너무나 잘 알았다.
십중심 대신(大神)님을 오백억년을 따르면서 신족 중에 홀로 번영하던 데바일족이 갑자기 배신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너 왜 왔어?
설마 대신(大神)님을 배신한 것은 아니겠지.”
지극히 직선적인 질문에 창조의 영웅신 브라흐마도 솔직하게 대답했다.
오랜 시간 휘하에서 영향을 받아 이미 대신일족이나 다름없는 데바일족이었다.
그러니 절대 대신(大神)을 배신하지 못하는 사정을 아니 말을 돌려보았자 오해만 살뿐이었다.
“대신(大神)님이 이렇게 하라고 지시하셨어.
데바일족을 세대를 기준으로 둘로 나누어 절반을 신족으로 보내라는 명령이었지.
현세계의 약화되어가는 정기사정으로 우리도 점점 힘들어져서 다른 세계로 사업 확장의 필요성까지 느꼈으니 망설일 이유가 전혀 없지.
신족이 부흥하고 있다고 하니 무리해서 멀리 갈 필요는 없지 않아?”
“하아. 너희들이 그러면 그렇지.”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누가 기회주의의 화신과 같은 사업가 일족이 아니라고 할까 봐서 완전복귀가 아니라 절반만 복귀했다는 소리였다.
절반은 십중심에게 두고 절반은 신계로 돌아와서 철저하게 양쪽에서 이득을 볼 생각인 것이다.
“그럼 양 다리를 하려고?”
그 말에 창조의 영웅신 브라흐마는 정색을 하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양다리라니?
교양 없게 무슨 소리를 하니?
요즘 한참 대세인 다국적 일족이라고 불러주면 고맙겠어.
과거의 신족들을 급하게 찾는다고 공고까지 했으니 설마 홀대를 하지는 않겠지?
그나저나 소문이 자자한 창조신장님은 어디 계시니?
내 직위는 네가 부 창조신장이면 나도 같겠지?”
“창조신장님이 찾는 신족이 너희들이라고 확정 되지는 않았어.
부 창조신장은 나 하나로 충분해.”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