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890화 (801/2,000)

34권 35권

저 정도의 정기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행복감보다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앞지른 지 오래였기 때문이다.

다만 구세의 영웅신 시바는 입장이 전혀 달랐다.

‘척 보아도 한 개가 백억 이상의 가치를 가진 정기구슬들이 넘쳐나는데 전부 무덤덤하다.’

정기는 정신체에게 권능이나 마도를 발현하는데 필수적이기에 지성체들의 화폐와 같다.

이런 보물들을 무방비하게 방치하는 위원회의 구성원들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저 정도 정기면 행성 아니 항성계의 개조조차 가능한 수준이다.

그런데 예산을 주관하는 유지의 영웅신 비슈누는 그렇다 치고 위원회의 주신들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아니 자신과는 다른 의미로 정말 질렸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저 정도의 수준의 정기로 일백 억을 벌려면 자신의 일족들이 천년 이상을 꼬박 일해야 했다.

그런 가치가 있는 정기구슬들이 유리구슬처럼 발에 굴러다니고 있으니 할 말이 없었다.

그제야 요즘 위원회에 대해서 들려오는 소문이 생각이 났다.

‘위원회의 벌레들조차 정기를 하도 처먹고 강해져서 어지간한 신수(神獸)라도 도망간다고 하더니 정말이구나.

정기가 없어서 난리인 현세계에서 여기만 완전히 딴 세상이로구나.

어떻게든 공을 세워서 위원회에 정식 자리를 만들어야 하겠다.’

위원회의 한쪽에서 만나서 반갑다는 듯이 한 손을 흔들고 있는 허무를 보니 더욱 마음이 급해졌다,

오랜 친구인 허무가 다른 손으로 장난감으로 가지고 놀고 있는 몇 개의 구슬들이 바로 백억 이상의 정기구슬이었던 것이다.

‘정기가 약해진 현세계에서 너무나 얻기 힘든 고농도의 정기들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장난감인가?’

말만 많은 선신과 악신들을 싹 잡아들이고 신계 지역을 안정시킨 공으로 위원회로 올라왔다더니 아주 배가 터질 지경이구나.

나도 질 수 없지.’

차원창세신 코아가 만든 지금처럼 정기가 흘러넘치는 황금 같은 호황이 계속 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아니 이런 비정상적인 황금기는 반드시 끝나게 되어 있었다.

‘지금 챙기지 않으면 이백 억의 신력한계를 뛰어넘을 기회가 아예 없을지도 몰랐다.’

더구나 자신은 대가족 아니 거대일족의 장이었다.

정기는 아무리 많아도 부족했다.

다른 이들이 주목하고 있지 않았으면 바닥에 굴러다니는 정기구슬들을 전부 챙기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공개적으로 대량으로 넘겨준다니 사양할 수 가 없었다.

‘지금도 현세계에 흩어져서 정기를 번다고 고생을 하는 일족들이 부지기수다.’

훈련소의 정문에서 두려움에 차 기웃거리던 학생들의 얼굴이 마음에 걸렸지만 가족과 일족보다 중요하지는 않았다.

‘제길-! 어차피 내 가족이나 일족도 아닌데 알게 뭐냐?

그래도 자원했으니 조금 더 배려해주면 되겠지.’

어린 학생이라고 하지만 결국 타인이었다.

일족의 부흥이 최우선이었다.

좌르르르르륵-!

결국 허공에 떠 있는 정기구슬들을 모두 손으로 받아서 아공간에 챙겨 넣었다.

그러자 유지의 영웅신(維持의 英雄神) 비슈누는 담담하게 지시를 내렸다.

“현재 최전방의 일군과 삼군, 창조신들은 이제 한계입니다.

그들을 모두 교대시키고 휴식시켜야 합니다.

일단 정예투신으로 일백만 명입니다.

그 중 일천 명은 블랙 레오파드를 입고 싸울 수 있을 정도의 최정예 주신들로 준비하고 전방으로 나갈 준비를 하세요.”

그 말에 구세의 영웅신 시바의 입이 딱 벌어졌다.

“일백만 명의 정예 투신?

거기에 블랙 레오파드를 입고 싸울 수 있는 정예 주신을 일천 명?”

훈련병의 숫자가 삼백만 명이니 일백만 명이 가능한 숫자로 보이지만 저들은 전부 사회에 반대하던 시위신과 범죄신들이었다.

강제로 훈련에 따라오게 하고 있지만 과연 정예가 되어 신족을 위해 싸울지는 의문이었다.

‘불가능해.

오십만의 정규군도 겨우 유지하던 기존 신족의 세력이었다.’

그런데 두 배 이상의 대병력을 바로 전선에 투입할 정도로 만들어 놓으란 요구였다.

훈련 상황을 파악해 보니 일단 일백만 명의 투신은 어떻게든 맞출 수가 있을 것 같지만 가장 문제는 일천 명이라는 주신의 숫자였다.

블랙 레오파드를 입을 수 있을 정도의 강대한 주신이 훈련소에 끌려와서 구르고 있을 이유가 당연히 없었다.

‘블랙 레오파드라는 차세대 초중량 자율형 갑옷은 이미 나도 입고 있다.

어지간히 단련된 주신이 아니라면 움직일 수도 없어.

신족에서 최정예인 진리 친위군의 주신들도 처음에는 버거워 했지.

그런 강력한 주신을 일천 명을 어디서 구해?’

기존의 전신갑옷에 비해 열배의 방호력을 보장한다고 하지만 그만큼의 부담을 강요하는 무지막지한 괴물갑옷이었다.

‘아니 주신이 일천 명이란 숫자부터가 문제다.’

현재 신족을 통틀어야 겨우 가능할 수준이었다.

‘이 미친-! 아무리 내가 구세의 영웅신이라 해도 가능할 리가 없지 않는가?’

고된 훈련과 병행한 철저한 지원으로 최고위 신격을 가진 훈련병 중에서 주신이 될 기미가 보이고 있기는 했다.

그들을 포함해도 절대로 무리였다.

“그게 가능할 리가........”

무리라고 항변하려는 말에 유지의 영웅신 비슈누는 말을 딱 잘랐다.

전방의 창조신과 군대들의 항의가 심상치가 않았기에 시간을 줄 여유가 없었다.

창조신들조차 부상을 미처 치료하지 못하고 싸워야 할 정도로 소모되고 있으니 당장 교체해서 요양을 시켜야만 했다.

“불가능하다는 말은 하지 말아주기를 바랍니다.

당신이 이끌고 일족의 총 전력과 현재의 제 사군 시위의 전력을 합하면 충분히 가능한 수치입니다.”

“무슨?”

어느새 유지의 영웅신(維持의 英雄神) 비슈누 옆의 허무가 싱글벙글 웃으면서 정기구슬들을 손가락으로 튕겨서 허공으로 띄웠다.

닥닥-!

정기구슬들이 충돌하면서 생긴 빛의 문자를 만들었다.

‘아수라 일족의 전력보고’

그리고 뒤이어서 자신이 다스리는 일족들의 주신들의 이름과 전력들이 상세하게 적혀나간다.

극비의 전력을 제외하고는 일족의 모든 것이 전부 밝혀지고 있었다.

이런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는지 위원회의 주신들도 담담한 표정이었다.

‘신족의 군단장이 된 이상 어차피 들통이 날 일이기는 했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알아냈지?’

초월자들이 실효 지배하는 현세계에서 원활한 사업을 위해 일족의 전력을 어느 정도 잘 숨겼다고 생각한 당사자로는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정보 제공자는 정확하게 허무라고 적혀있었다.

“!!!”

‘허무 녀석의 수작인가?

그런데 저 자식이 어떻게 내 일족에 대해 이렇게 잘 알아?

칭호를 받은 존재들이 가진 정보를 종합한 것인가?”

그제야 허무가 가진 저 정기구슬들이 어떤 대가로 받았는지 이제야 알았다.

신족 지역을 안정시킨 공으로 위원회의 주신의 자리를 얻더니 이제 칭호를 받은 존재들을 움직여서 외부의 정보를 수집해서 제공한다고는 했다.

‘그렇다고 해서 오랜 친구인 나의 일족의 정보까지 전부 넘기는 것은 너무하지 않는가?’

분기탱천해서 허무에게 의지를 보냈다.

‘허무 이 자식-! 내 일족의 정보를 네가 신족에게 팔아넘겼구나!

이렇게 배신 할 참이냐?

대가가 무엇인지는 알겠지?’

그러나 허무는 여유롭게 대답했다.

이미 현세계의 패권을 노리는 큰 판이 벌어졌는데 간만 보고 있던 친구의 등을 조금 밀었을 뿐이었다.

‘구세의 영웅신 시바가 아수라 일족의 오리진임을 모르는 존재가 있던가?

아수라 일족이 사업체 개념으로 현세계에 흩어져 있는 것도 다 알고 있지.

하지만 네가 완전하게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은 비밀이지만 어차피 우리 정도의 강자면 거의 알고 있는 정보잖아?

유지의 영웅신(維持의 英雄神) 비슈누도 우리 친구라서 이미 알고 있었고 확실한 정보만 추가로 주었을 뿐이야.’

‘..........’

대꾸할 수 없을 정도로 맞는 말이었다.

비슷한 강자면 서로 통한다고 대부분 친구였다.

‘아니 친구가 아니라면 위협적인 적이라고 어떻게든 없애버리려고 했으니 친해지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아수라 일족이 신족의 편에 전부를 걸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일족의 사업체가 너무나 넓게 퍼져서 여기저기 세력과 이권에 개입이 안 된 곳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다른 신족의 편에도 나의 일족과 사업체가 있다.

그들이 망하면 나도 엄청난 손해야.

그리고 지금 유지의 영웅신(維持의 英雄神) 비슈누가 바라는 정도의 정예 전력을 모으려면 현세계 전부의 사업장을 관리하는 주신을 거의 전부를 철수시켜야 해.

나보고 사업체 거의 전부를 버리라는 소리야?’

하지만 허무는 단호했다.

정기가 허약해진 현세계에서 창조력이 강한 신족조차 정기를 벌어들이기가 너무 힘이 든 상황이었다.

대부분 정리를 해야 할 상황이라고 파악이 끝났기 때문이다.

‘어차피 다른 세력의 사업체는 이익이 안 나와서 정리할까 망설이고 있었잖아?

그리고 현세계는 말라 죽어 가는데 여기서는 정기가 남아돌아서 막 퍼주잖아?

유지도 힘겨워하는 사업체는 전부 정리하고 신족으로 돌아와서 크게 사업을 벌이라는 뜻이야.’

엄살 부리지 말고 과감하게 움직이라는 허무의 충고였다.

‘기회는 영원히 주어지지 않아.

친구로서 충고하겠는데 배신자 신족들은 이제 끝장이다.

신족은 현세계로 진출하고 지배층으로 복귀한다.

이것이 차원창세신 코아가 진리대리로 도착했을 때부터 진리님에 의해 이미 정해진 운명이다.’

‘..........’

‘너도 그만 망설이고 들어와.

판을 아주 크게 키워보자.

난 이 판에 전부 쏟아 부었다.’

잠시 고민을 하던 구세의 영웅신 시바는 고개를 끄덕이고 유지의 영웅신(維持의 英雄神) 시바를 보면서 대답했다.

“어떻게든 해보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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