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억지로 신계주신에서 내려온 이후는 당연히 복수의 시간이었다.
다만 지독할 정도로 치밀하고 은밀하게 진행했다.
아주 오랜 시간을 들여서 여왕과 자신을 반대한 인류 출신의 지배층들을 원인 모르게 처분해 나간 것이다.
‘외부로는 봉사활동만 했지만 내부로는 무수한 여왕 반대파들을 몰래 천천히 처단했다.
그렇게 조금이라도 여왕들에게 불만을 가진 대부분의 인류 지도층을 전부 처단해 버리고 여왕의 지지자들을 위로 올렸지.
그녀들을 완전한 여왕으로 만들어 세력의 중추로 삼을 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비록 의견은 달랐지만 같은 편이던 수백 명의 기계반대파 각성자과 수천 명이 넘는 지도층을 몰래 처단한 것이다.
그러면서 수백만 명의 인류까지 같이 희생당했으니 다시는 신계주신이 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여왕과 기계들을 처분해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하던 반대파들이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이 자신들을 죽이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를 채고 기겁을 했다.
하지만 외부로 밝혀진다고 해도 이미 거의 끝장이 날 정도로 은밀할 숙청이었지.’
여왕의 대우 문제로 의견이 갈려서 배신했던 인류의 지도층들은 모두 그 아이의 손에 죽어 사라졌다.
여왕들에게 듣기로는 최후로 남은 인류의 지도자가 자신이 잘못했으니 다시 인류의 영웅으로 돌아오라고 애원을 했지만 언제나처럼 단 한마디만 했을 뿐이라고 했다.
“인류만으로는 이 이상은 한계다.
후계자와 마지막 통화를 할 시간은 주겠다.”
인류의 지도자가 후계자와 한 마지막 통화에서 어떤 대화를 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 이후로 누구도 여왕들과 기계들을 위험하니 전부 처단하자고 주장한 존재는 아무도 없었다.
‘아니 철저하게 그 아이가 없애 버렸다.’
이미 시작을 했으니 예외나 용서는 절대로 없었다.
기계와 인류의 융합으로 초월자들의 선두에 선 세력이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여왕들이 두려워하는 그 아이의 일면은 결국 그녀들을 지키기 위해서 어쩔 수 없던 일이었다.’
그런 과거를 생각하면서 갑옷과 방패, 창을 쓰다듬으면서 아련한 음성으로 말한다.
“어떤 시련과 위험이 있어도 강해져서 돌아온다더니 너무 늦게 왔구나.
너의 자리는 이제 없단다.”
누구의 탓도 아니었다.
시간이 너무나 지났고 상황이 변한 것이다.
아련하게 신기를 바라보던 삭월(朔月)의 시즈지의 눈은 차갑게 가라앉은 지가 오래였다.
한편 차원창세신 코아는 보물고 안에서 수액바다 속을 헤집은 한참 뒤에야 미세한 금속조각까지 몽땅 주울 수 있었다.
넓어진 안전 광장 안에 파편을 모두 모으고 허리를 펴면서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나직한 탄성을 질렀다.
“호오? 이제 보니 여기 그런대로 괜찮네.”
너무나 강력한 생명력으로 독액수준인 수액바다 아래에 넓게 생긴 안전 광장은 의외로 안락했다.
생물체가 지닐 수 있는 한계를 돌파한 강력한 생명력을 가진 수액이 직접 닿지 않고 강한 정기만 전해져 온다.
그 덕에 극심하게 소모한 정기와 생명력이 숨만 쉬는 것만으로도 회복된다.
그리고 충만한 정기를 바탕으로 천천히 신력이 오르고 있었다.
“오오? 아니 아주 좋아.
절대계 이상의 정기 수준이다.
더구나 안전하고 조용해.”
이런저런 조건을 냉정하게 판단해 보니 아주 탄성이 나올 지경이었다.
이계에 오면서 가장 걱정을 하던 허약한 정기로 인하여 자연적인 능력 약화가 여기서는 반대로 강화로 작용하고 있다.
누구의 접근도 불허하는 독액바다가 위와 주변에 있으니 침입할 수가 없다.
또한 어지간한 충격은 모두 흡수해 버리는 강력한 정기구슬들은 강력한 방어벽이기도 했다.
“이계에서 약해지지 않고 있을 수 있는 시간을 거의 무한대로 늘릴 수 있겠어.
에고 아유타(Ego Aayuta)의 여파조차 견디어내는 강력한 구조물이라면 생존 마탑을 만들기에 완벽한 조건이다.”
다만 끔찍한 자폭장치가 문제였다.
보물고의 소유주가 삭월(朔月)의 시즈지와 여왕이란 사실도 말이다.
잠시 고민을 했지만 결국 웃었다.
“아주 사소하군.”
주먹을 꽉 쥐자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강대한 힘이 용솟음을 친다.
우두두두두둑-!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이 준비한 함정을 전부 정면에서 깨 부신 결과로 얻은 힘은 십삼 써클인 삭월(朔月)의 시즈지의 위에 있었다.
기계주신성의 지원으로 십사 써클이 된다고 해도 제압할 자신이 생긴 것이다.
검은 불길모양의 투기가 넘실거리는 주먹을 보면서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겨우 힘의 우위를 점했다.
이제야 편하게 대화할 수 있겠어.
그리고.......”
다른 손바닥을 펴자 쥐여져 있던 네 개의 여왕의 열쇠가 찬란하게 빛을 내품는다.
번쩍-! 번쩍-! 번쩍-! 번쩍-!
각기 조금씩 다른 색으로 빛나는 열쇠들을 보면서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여왕들에게 꼭 필요하면서도 상황에 따라서 전혀 필요가 없는 봉인이었고 열쇠였다.
“후후후후후후후. 정말 의외의 봉인을 해놓았군.
아니 필요한가?
도대체 여왕들과 무슨 관계이기에 이런 봉인이 필요했지?
그리고 열쇠는 왜 여기다 숨겨놓았고?
봉인을 할 정도면 직접 가지고 다니면 되지 않나?
아니면 영원히 없애버리던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봉인을 해놓았는지 이해가 가면서도 왜 열쇠를 찾을 수 있게 해놓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이렇게 해놓은 목적은 모르지만 그래도 일단은 자신의 손에 열쇠들이 쥐어져 있으니 상관없었다.
‘여왕들에게 아무런 가치가 없을 수도 있고 무슨 대가를 주어서라도 회수를 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주 좋은 거래재료다.’
잠시 열쇠들을 쳐다보다가 그대로 입에 넣고 삼켜버린다.
꿀꺽-!
마도신의 오리진으로서 보물고의 권능봉인의 현실을 부정하여 개인의 권능은 사용가능했다.
아공간에 보관이 가능하지만 역시 몸속보다는 위험했다.
기껏 얻은 열쇠를 허무하게 도둑을 맞을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나 정도의 차원권능이 있지 않는 한 내 아공간에 간섭할 수 없다.
하지만 상위의 십삼 써클이 있는데 나보다 강력한 공간권능을 가진 존재가 없다고 자신할 수는 없군.’
열쇠를 목을 지나서 위에 도달시키고 바로 위벽에 밀착시켜 버린 차원창세신 코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지금 생각해보니 겨우 주우주의 창조신이 아무리 허약한 이계라고 해도 진리대리가 되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여유가 생기니 고민이 많아진 탓인가?
이렇게 의심이 생기지?
왜 내가 절대계의 십중심이나 십중심의 일족들을 제치고 이계에 진리대리로 보내졌는지도 솔직히 모르겠다.’
최고의 영원체님인 진리님의 대리는 어떤 세계라도 지극히 고귀하다.
적어도 십중심 중 하나나 최소한 십중심의 대리가 하는 것이 적당한 수준인데 주우주의 창조신인 자신이 너무나 쉽게 통과가 되었다.
‘미래의 추천이라고 생각했지만 뭔가 이상해.
진리님이 아무리 이계라도 나를 진리대리로 임명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럼 이계라면 내가 진리대리가 될 만한 이유가 있다는 뜻이지.’
무엇보다 이상하게도 이계로 가서 진리대신으로서 이계를 정리하고 신족을 부흥시키라고 주장하던 미래였다.
그런데 정작 출발하려하는 순간에 절대로 열심히 하지 말라고 신신 당부한 일도 이상했다.
“적당히 하라고 했지?
아니 아무것도 없는 진리의 영역에서 쉬면서 시비를 거는 놈들만 없애버리라고 말이야.
그리고 신족은 다시는 진리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게 맛을 보여주라고 했던가?
왜 그랬지?”
여기에 미래의 자신은 과거 환생의 기억들을 통째로 소멸시켰다.
단순한 권능 추가를 위한 용량확보라면 누구도 그렇게 무식하게 하지 않는다.
환생의 기억도 권능형성에 어느 정도 필요하니 필수적인 것은 남기는데 아예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없애버린 것이다.
더구나 미래 자신이 했다고 분명히 명시해서 그 이상의 의문조차 가지지 않게 말이다.
우웅-! 흐으으으읍-!
가볍게 아공간을 열고 애용하던 긴 담뱃대를 꺼내 물고 길게 숨을 들이켰다.
아무리 초월총수라지만 공간기뢰 방어선을 무단 돌파하고 보물고에 침입한 사실은 거의 전쟁을 하자는 선전포고와 같다.
그런데 아무런 말조차 없다.
‘나를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이라고 부르면서 악착같이 달려들던 여왕이 정상이지.
그런데 삭월(朔月)의 시즈지의 환영도 적대도 아닌 아주 애매모호한 대응이 마음에 걸린다.’
과거에 아주 잘 아는 사이가 아니라면 용서할 수 없는 일인데 언급조차 전혀 없었다.
더구나 기계 주신성의 주신전의 복도에서 인공자아는 자신을 신계주신으로 인정하는 시험까지 하려고 했었다.
이러면 처음부터 결론은 나와 있는 것이다.
“후우우우-! 그럼 은하유성(銀河有性) 아이언이 내 과거의 환생 중 하나란 결론인가?
그럼 나는 이계출신이었던 모양이군.
삭월(朔月)의 시즈지와 여왕들을 이끌고 일원(一圓)과 같이 신족과의 혁명을 성공시키고 마신황제와 공멸한 초월자들의 영웅이 내 환생 중 하나인가?”
그 말에 위에 붙여놓았던 여왕들의 열쇠가 진동했다.
우우우우웅-!
마치 긍정을 하는 듯 하는 열쇠들의 반응에 헛웃음을 지었다.
별 반응은 없어서 짐작은 했지만 고성능의 자아가 붙어있을 정도로 아주 수준 높은 신기였다.
더구나 재질까지 금속기둥과 같았으니 무슨 생각으로 이걸 만들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허허허허. 내 말이 맞는다고?
여왕의 몸을 봉인한 열쇠의 정당한 주인으로서 나를 인정한다는 뜻이냐?
하긴 나의 환생이 이계 초월자들의 최고의 영웅이었다면 모든 것이 말이 된다.
이계를 초월자들이 지배하고 있는 이계다.
초월자들의 영웅이었던 존재가 나 정도의 신력과 마력을 가진 마도신이 되었다면 어떤 일이 있어도 실패할 리가 없지.
본래 이계의 존재이기에 이계의 창조주나 이계 십중심들의 반발도 거의 없겠고 말이야.
더구나........”
가만히 손아귀를 쥐고 힘을 주었다.
그러자 전신이 요동치면서 근육이 약동한다.
우드드드드드드득-! 뿌드드드드드득-!
이제까지 그렇게나 골치를 썩게 하던 흑염의 투기를 신체가 온전하게 받아들인다.
제멋대로 강해지는 신체를 보면서 길게 황금빛 연기를 내품었다.
“후우우우우우! 강제 신체강화를 마치자마자 나의 신체와 존재감이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아니 이계에 오면서부터 조금 이상하기는 했지.
마치 제 자리를 찾은 것처럼 가만히 있어도 승승장구하고 비약적으로 강해지니 말이야.
누구에게라도 질 것 같지가 않았어.
하긴 한 세계를 지배하는 초월자들 중에서 최고의 영웅이었다면 그 정도는 가능하겠지.”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