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이미 알고 있지만 자신의 것에 지독하게 집착하는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의 집념에 또 한 번 놀랄 정도였다.
열쇠들이 황금의 불변 권능이 담긴 구조물 안에 들어가 있으면 당연히 누구도 얻을 수 없다.
더구나 어떤 권능도 사용이 불가능한 보물고 안에서라면 황금의 절대자 본인조차 불가능했다.
상황은 다시 급변했다.
초월총수로서 보인 힘은 압도적이었기에 적개심에 불타던 천년의 지배(千年의 支配) 프롬조차 맥이 풀려버린 상태였다.
‘저 열쇠를 당장 회수하러 가야하지만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여기를 벗어나기도 힘들지만 이길 방법이 없어.’
보아하니 그에게 복수하겠다고 달려왔던 함대의 여왕조차 함대를 다급하게 후퇴시키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산산조각으로 파괴된 금속 기둥 안에서 여왕의 열쇠 세 개가 떨어져서 초월총수의 손에 쥐어지는 것을 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산산이 부서진 금속 기둥 안에서 자신에게 떨어진 여왕의 열쇠들을 보는 차원창세신 코아는 어이가 없었다.
‘금속 기둥의 안에 있었어?
이래서 외부에 있던 실연의 상처(失戀의 傷處) 에메랄드의 열쇠가 원통기둥 모양이었나?
최소한의 힌트는 준 셈이군.
그런데 열쇠를 하나만 외부에 두고 나머지를 금속 기둥 안에 봉인했다고?
정보로는 여왕들 앞에서 수액바다로 동시에 던졌다고 나왔는데?
그것도 시도자를 속이기 위한 속임수였나?’
당자사인 여왕들조차 전부 뿌렸다고 생각하게 했으니 어떤 도전자라도 당연히 속을 수밖에 없다.
잘못했으면 수액바다에 없는 열쇠들을 찾아서 시간만 낭비하고 고생만 죽어라할 상황이었다.
설사 제대로 찾아왔다고 해도 겹겹이 준비한 치명적인 함정에 질릴 지경이었다.
“몽땅 죽어 나갈 함정을 만들어 놓았으니 힌트도 주고 한꺼번에 세 개라?
죽어 썩을 놈! 그래도 열쇠 세 개를 주니 최후의 양심은 아주 조금 약간은 있었구나.”
열쇠 세 개를 한군데에 모아놓았으니 그나마 다행인 셈이었다.
그런데 열쇠를 확인하는 순간 결코 생리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완벽한 창조신의 신체의 내장이 뒤집혀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 끄으으으윽-!”
작은 금속 도장과 같은 열쇠들을 확인해 보니 청춘의 환상(靑春의 幻想) 크롬, 천년의 지배(千年의 支配) 프롬, 독발독후(綠髮毒后) 수월(水月)이라고 적혀있었다.
세 개의 열쇠 중에는 삭월(朔月)의 시즈지가 없었다.
자신도 모르게 엄청난 돈을 들여서 경품 뽑기를 했는데 마지막에 대박이 터져서 좋아했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바라는 물건이 아닌 엉뚱한 물건이라는 상황이었다.
또 당했다는 사실을 깨닫자 저절로 양 손이 머리를 움켜쥐었다.
다른 여왕들도 필요했지만 가장 중요한 여왕은 당연히 대수(大水) 후보로 보이는 강력한 창조력을 가진 삭월(朔月)의 시즈지였다.
‘이러면 또 원점이다-!
이 죽일 놈! 차라리 아무 것도 주지 말란 말이다.
포기라도 하게.’
농락하고 함정에 빠뜨리지만 이렇게 착실하게 대가를 주면 끝까지 갈 수 밖에 없다.
또 수색을 시작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순간 혈압이 솟구치면서 머리가 터질 것처럼 아파왔다.
“크어어어어어!”
너무 화가 나서 어질어질하고 당장이라도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찌이이이이잉-!
너무 열이 받는데도 꾹 참다가 원인 모르게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다는 화병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혹시 모르니 다시 열쇠에 있는 이름을 앞뒤로 확인했다.
당연히 이름은 바꾸지 않았다.
“......... 없다.
없어.”
몇 번을 확인해도 다른 여왕들의 이름을 가진 열쇠들만 보이자 머리가 울리고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으으으으윽-! 머리가! 심장이!
이 죽일 놈이 삭월(朔月)의 시즈지의 열쇠만 따로 어디다 둔 것인가?
이번에는 또 뭐야?
그렇다고 이제 그 동안 들어간 노력이 아까워서 포기도 못한다.”
자신에게조차 덤빌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다른 여왕들도 나쁘지 않았다.
허나 가장 중요한 열쇠는 당연히 이 세력의 수장이면서 십삼 써클의 대수(大水)후보로 보이는 삭월(朔月)의 시즈지였다.
그런데 이 세 명의 여왕의 열쇠를 얻는데 겪었던 일들을 보니 결코 쉽게 넘겨주지 않다는 사실은 예상이 가능했다.
‘또 죽도록 힘들겠군.
그나저나 어디냐?
흑염의 ‘언제나 동전의 앞면’이 보물고 안이라고 했으니 분명히 있을 것인데 평범하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어디 있을까?
이제 어디에 있을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그 순간 하늘로 치솟았던 정기구슬과 수액들이 다시 떨어진다.
에고 아유타(Ego Aayuta)에 의해 하늘로 치솟았던 정기구슬들과 수액의 바다가 원상태로 돌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철썩-! 구구구구구구궁-!
그런데 강화용 금속 기둥이 파괴되어 공간이 생겨서 그런지 안전지대가 거의 운동장보다 넓어져 갔다.
거의 광장만큼 커진 안전구역에서 망부석이 된 것처럼 움직이지 않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주변에 흩어진 금속 기둥의 파편들을 줍기 시작했다.
“젠장-! 일단 이거라도 챙기자.”
권능이 아닌 오의형태로 발현되어 이런저런 사정으로 조금 약화되었지만 흑염의 힘에도 끄떡없이 버틴 엄청나게 강한 금속이었다.
‘소재 자체가 보물이다.
비록 신마합동 절명기(神魔合同 絶命技) 에고 아유타에 의해 박살이 났지만 보호하는 권능이 없는 상태였기에 가능할 정도였어.
창조신의 권능으로 신기를 만들어서 재질을 보호하고 강화하면 어느 정도의 강도를 보일지 무서울 지경이군.’
아마도 지극히 처량해 보이겠지만 몽땅 챙겨야 했다.
그렇게 주변에 널려진 금속기둥의 미세한 파편까지 전부 줍고 챙기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그런 궁상맞은 모습을 보면서 천년의 지배(千年의 支配) 프롬은 비장한 어조로 삭월(朔月)의 시즈지에게 건의하고 있었다.
‘그 동안 겨우 마음을 돌렸는데 함대의 여왕의 방종과 난동으로 분위기가 변했다.
이 정도면 딸이 아니라 원수가 따로 없다.’
여왕들의 분란 덕분에 강제적인 수단으로 통제할 수 있는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의 필요성을 삭월(朔月)의 시즈지님이 느끼고 있는 엄청 위험한 상황이었다.
더 이상 쳐다보기만 하다가는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이 복귀를 할 것 같으니 체면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자신의 목숨을 노린 함정의 파편조차 줍고 있는 처 엄청난 욕망과 집념을 보셨습니까?
하나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더 악화되어 돌아왔습니다.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이 다시 세력의 숨겨진 신계주신이 되면 과거보다 더한 짓을 할 것이 당연합니다.
당장 보물고를 봉쇄 아니 초월총수를 외부로 추방하고 영역을 완전 봉쇄해야 합니다.
가장 약화된 지금 기회를 놓치면 더 이상 기회는 없습니다.”
다른 여왕들이 보기에도 과연 그러했다.
초월총수가 호탕하게 큰 소리를 치고 있지만 아직 독액의 바다에 적응이 덜 되었다.손을 수액 바다에 넣을 때마다 여기저기 피부가 녹았다가 바로 재생되는 것이 보였다.
일반적이라면 당장 뛰쳐나오고 싶은 고통일 것인데 태평하게 정말 아주 조각 하나까지 샅샅이 주어서 모으고 있는 모습에 질릴 지경이었다.
그런데 정말 대견하다는듯한 청춘의 환상(靑春의 幻想) 크롬의 말이 울렸다.
“쓸모가 있다면 무엇이든 하나도 버리지 않고 챙기는 것을 보니 여전히 참 알뜰하네요.
저러면 외부에서 들리는 소문보다 더 부자겠어요.”
물건을 아끼는 모습이 좋게 보면 근검절약이고 나쁘게 보면 자린고비 같은 구두쇠였다.
그러나 갑자기 나온 옹호발언에 천년의 지배(千年의 支配) 프롬은 인상을 쓰면서 외쳤다.
“부자? 겨우 그 것이 여왕인 우리와 무슨 상관이지?”
세력을 다스리는 여왕들에게 부자 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많고 많은 백성중 하나와 다름이 없었다.
그러니 초월총수가 아무리 부자라고 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날 선 비판이 뒤따른다.
“넌 도대체 어느 편이냐?
가장 많이 같이 움직였으니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의 위험성을 알 것인데?
설마 지금처럼 안정된 세력에 폭탄 같은 그가 복귀하여 혼란스러워지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겠지?”
안정된 세력에 권력자가 바뀌면 반드시 엄청난 혼란이나 최악의 경우 숙청이 온다.
그러니 새로운 지배자의 추가는 반대 한다는 당연한 말에 청춘의 환상의 크롬은 더욱 진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긴급하게 파악한 약간의 정보만으로도 놀라웠다.
‘부자도 정도 나름이지요.
가진 정기만으로 현세계를 사버릴 정도의 부자랍니다.
지금도 주우주에서 그 이상으로 벌어들이고 있다는 군요.
더구나 현세계에 실시한 투자가 정상궤도가 오르면 어느 정도가 될지 아무도 몰라요.
그가 초월총수로서 정식으로 사절을 보내고 후궁이 되어주기를 바라고 천천히 상황을 진행했으면 지금과는 분위기가 아주 달랐을 정도였다.
‘거절을 당해도 최소한 일원(一圓)이상으로 정중한 대접을 받으면서 신중한 수단과 절차를 밟으면서 엄청난 시간이 걸렸겠지.
이건 모두가 초월총수인 그가 갑자기 혼자 달려와서 강행돌파해서 생긴 혼란이야.
도대체 그가 왜 이랬을까?
이러면 도저히 가능할 리가 없는데?
왜 나에게 가장 먼저 찾아오지 않고서 녹발독후(綠髮毒后) 수월(水月)과 보물고로 바로 갔지?
아직 정상이 아닌가?’
그러나 양쪽 모두에게 알려줄 필요는 없었다.
상황은 무척 재미있게 돌아가고 있었으니 막을 이유가 없었다.
또한 확실한 것이 없는 상태에서 입장을 정하는 어리석음은 여왕에게는 없었다.
다시 의미모를 미소를 머금으면서 말한다.
“당연히 중립이지요.”
“중립-! 지금 상황에 그게 말이.......”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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