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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보기에는 지금 초월총수가 여유가 있어 보이지만 허세였다.
한 팔로 잘 받아내고 있지만 아직도 신체는 붕괴직전에서 아슬아슬하게 멈추고 있었다.
다른 팔로 재생을 촉진하지 않으면 그대로 무너질 것으로 보였다.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어지간해서는 성장하지 않는 정신체의 신체가 자란 것이 증거였다.
‘유아신(幼兒神) 상태로는 견딜 수 없다고 판단해서 성장한 것이지.
정말 힘든 모양이구나.’
처음 보았던 미소년 같은 모습에서 키도 조금 커져있고 근육도 늘어서 남성미를 풍기는 모습이었다.
마치 잘 자란 아들을 보면서 대견해하는 어머니의 표정을 한 청춘의 환상(靑春의 幻想) 크롬의 말을 들은 삭월(朔月)의 시즈지는 나직하게 동의했다.
“그렇구나.”
여러 가지 의미가 담긴 대답을 하면서 보물고 내부화면을 보았다.
구르르르르르릉-! 꽈아아앙-!
그런데 이번에 금속 기둥이 내려쳐지는 각도가 중간에서 조금 이상하게 변했다.
마치 망치가 미끄러지는 것처럼 직각으로 떨어지다가 조금 비스듬하게 내려쳐진 것이다.
“헉-!”
자신만만하게 한손으로 받아내려던 초월총수의 얼굴이 일그러진 것은 당연했다.
중심에 찍힌 손자국으로 받아내지 못하면 그대로 압살인데 갑자기 내려오는 위치가 변한 것이다.
결국 한손으로 받아내지 못하고 양손을 뻗고 거기다 머리까지 동원하여 기우려져서 떨어진 금속 기둥을 버티었다.
꽈아아아아아앙-! 으적-!
금속 기둥에 그대로 충돌한 머리가 깨어졌는지 피가 자욱하게 상체부위의 수액바다를 붉게 물들였다.
그리고 다리도 오른쪽 무릎이 굽혀져서 거의 바닥에 닿으려고 한다.
미처 준비를 하지 못한 전신의 여기저기에서 피부가 터지면서 찢겨진 근육도 보였다.
하지만 초월총수는 도저히 살아있을 수 있는 상처가 아닌 것 같은데도 이를 갈면서 버티고 오히려 위로 밀어붙였다.
“으드드드드드득-! 크르르르르-!”
짐승의 신음이 흘러나오고 몸 전체에서 흑염의 권능이 발동되지 않는데도 검은 불길과 같은 투기가 일렁거린다.
권능의 작용이 아닌 몸 자체에서 흑염의 육체강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절대계 최강의 육체는 결코 어떤 외부의 힘으로는 무너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하듯이 불의의 일격조차 물리친다.
금속 기둥이 괴음을 내면서 점점 강제로 위로 밀려졌다.
기이이이이이익-! 솨아아아아-!
결국 압착을 포기한 금속 기둥이 다시 울라가고 수액이 채워졌다 빠지자 분노서린 음성이 터져 나왔다.
“크아아아아-! 내려치는 각도가 중간에서 갑자기 바뀌었다.
누가 조작했느냐?
어떤 놈이냐-!
감히 잘 나가는 나를 방해하다니?
아니 초월자들의 총수를 죽이려고 해?
그러고도 무사할 줄 아느냐?
절대로 가만 두지 않겠다.”
살기어린 초월총수의 외침에 모두 시선을 녹발독후(綠髮毒后) 수월(水月)을 쳐다보았다.
긴급 정지장치는 금속 기둥에 붙어있어 멈추지는 못한다.
하지만 강화실을 지금 직접 통제하고 있는 그녀라면 충분히 중간에서 궤도나 강도정도는 바꿀 수 있었다.
‘그걸 조작해서 암살을 하려고 하면 쉬운 일이지.’
그러나 상대의 신분이 문제였다.
창조주님의 인정을 받은 초월자들의 총수가 여기서 암살되면 무슨 사태가 벌어질지는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특히 외부를 떠돌고 현세계 전 지역에 도청장치와 같은 은밀함대를 가지고 있어 누구보다 소문을 잘 알고 있는 함대의 여왕의 눈빛은 놀란 토끼눈이 되어버렸다.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이 초월총수였어?
초월자들의 대표 자리를 사버리고 교통망을 일 년 만에 전부 만들어버렸다는 진리의 대리자?’
이러면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의 복귀는 문제가 아니었다.
다른 여왕들이 왜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특히 돌연한 초월총수에 대한 암살시도에 삭월(朔月)의 시즈지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었다.
‘정보를 검색하면 여기로 초월총수가 왔다는 사실은 이미 퍼질 대로 퍼진 상태다.’
자신의 영역에 초월총수가 왔다가 사라지면 가장 의심을 받는 것은 바로 자신이었다.
새로 생긴 총수파인가 뭔가가 필사적으로 달려드는 모습이 보였다.
“.........”
‘도대체 이 여왕은 또 무슨 생각일까?
어떻게 감당하려고 이렇게 여기서 직접 노려?
하긴 만난 적이 없지.
아직 저 아이의 성향이나 직위를 모르는구나.’
허계의 진리대리로서 파괴신으로서 왔다면 여기서 처리해도 아무 상관없이 칭송받을 일이다.
허나 지금 현세계의 부흥을 이끌 정도로 막대한 투자를 하는 창조신이라면 절대로 죽여서는 안 되었다.
아니 죽여도 영역 밖에서 아무도 모르게 해야 했다.
옆의 청춘의 환상 크롬은 질린 눈빛으로 우주수의 여왕을 쳐다보았다.
“.........”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그를 건들었어요?
하긴 그에 대해서 직접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네요.’
자신 아니 세력에 도전하거나 손해를 끼친 상대에 대해서 얼마나 끈질기게 갈취하는지 당해보지 않으면 몰랐다.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이 기계제국을 무너트린 이유도 사실 하사받았던 초기 개발 중이었던 작은 행성 하나를 회수를 했다는 작은 원한이었다.
수천의 식민행성 중 하나를 제국의 고위직인 부친에게 하사했는데 회수했다고 후계자인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이 노발대발한 것이다.
‘그 결과로 제국이 무너지고 은하영역 전부가 세력에 포함되어버렸으니 참으로 무서운 결과였지.’
허나 천년의 지배(千年의 支配) 프롬은 정말 뜻밖의 아군에 기뻐하고 있었다.
현재는 과거 자신이 다스리던 기계제국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영역과 세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역시 초월자라서 과거의 원한은 잊을 수가 없었다.
“.........”
혹시 모를 후환을 두려워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격려의 눈빛을 끝없이 보내고 있다.
‘아주 잘했다.
아예 십강으로 한 번에 올려서 끝장을 내라.’
방금까지 서로 전쟁 중이던 함대의 여왕은 존경의 표정까지 하고 있었다.
현세계의 지배층인 초월자들의 총수를 이렇게 대놓고 암살하려 하다니 정말 강심장이었다.
“.........”
‘정말 과감하게 잘했어요.
이제 보니 우리 쪽의 여왕이었군요.
어서 더 궤도를 비틀고 강하게 치세요.’
과거에 씻을 수 없는 원한이 있던 자신조차 초월총수라는 신분에 물러설 생각까지 하고 있는데 대단한 용기였다.
이렇게 여왕 중 절반은 당장 멈추라는 눈빛과 나머지 절반은 빨리 끝장을 내라고 재촉하는 표정을 보인다.
그렇게 여왕들이 침묵하면서 여러 가지 시선으로 자신을 보자 급하게 고개를 좌우로 젓는 장미 우주수 여왕이었다.
‘난 아니야.
강화실이 멋대로 작동하고 있어.’
아직 강화실의 기능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초월총수의 살해혐의라니 억울하기 짝이 없었다.
저렇게 무서운 초월총수가 나와서 책임추궁을 하면 어떻게 하나 두려울 지경이었다.
그런데 혐의는 금방 풀렸다.
멍하게 서서 아무런 조작이나 조치도 하지 않았는데 강화실이 자동으로 움직인다.
구르르르르르-! 우우웅-!
금속 기둥이 이제 똑바로 떨어지지 않고 기이한 각도를 꺾이면서 난타를 하기 시작했다.
더구나 속도도 점점 빨라지는 것이 반드시 끝장을 내겠다는 의지까지 보일 지경이었다.
“으허헉-! 꺽-!”
신체능력이 올라간 능력만큼 더욱 가혹하게 무게를 더하면서 떨어지는 금속 기둥을 받아내는 초월총수의 신음이 울렸다.
그리고 마침내 황금빛 눈동자에서는 검은 불길이 아예 쏟아지듯이 빛을 더했다.
계속되는 살해의 위험과 무진장한 정기를 기반으로 흑염의 권능이 완전히 신체능력으로 발현된 것이다.
그것은 일대 흑염의 절대자가 가졌던 초기의 본능 형태였다.
“크아아아아아-!”
비명인지 포효인지 모른 기합을 질러대면서 불규칙하게 떨어지는 금속 기둥을 그대로 손바닥을 어지럽게 휘둘러서 막아냈다.
꽝-!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금속 기둥에 새겨진 손자국 안에 손바닥이 파고든다.
이번에도 살아남자 이제 금속 기둥이 불규칙하게 회전하면서 드릴처럼 내려 꽂혀온다.
아니 이미 금속 기둥의 모양이 원기둥에서 날카로운 드릴로 바뀌어 있었다.
“익-!”
과과과과과과과과곽-!
엄청난 회전에 손자국은 아예 보이지도 않고 주변의 정기구슬과 수액바다는 이미 거대한 소용돌이가 되어 시각과 청각을 마비시켰다.
순간적으로 장님과 귀머거리로 만들어버리고 금속 기둥의 드릴이 내려 꽂혀오자 이제야 이 장치의 정체를 알았다.
찰깍-! 찰깍-!
아무런 흔적이 없던 바닥에서 다리를 봉쇄하는 고리까지 나오는데 모를 리가 없었다.
‘이건 수련장치가 아니다!
아니 처음에는 수련 장치이었으나 함정으로 개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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